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허아연은 주현우의 눈빛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허아연의 분석이 맞았다. 그 일은 오지은이 한 짓이었다.그래도 허아연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주현우가 그때 자신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달빛이 두 사람을 비추고 환한 맞은편 가로등 불빛 아래에는 나방 몇 마리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다녔다.허아연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주현우의 손을 잡고 떼어냈다.그리고 맑은 눈으로 주현우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오지은을 향한 당신의 감정은 오예은 씨에 대한 고마움 때문만은 아니에요."허아연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닫았다.무거운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주현우 씨, 너무 자세하게 얘기하면 안 되는 일들도 있어요. 깊이 얘기할수록 상처만 되니까요."주현우가 오지은을 감싸고 오씨 집안을 돕는 건 이미 오래전에 은혜를 갚는 수준을 넘어 있었다.오지은과 오랜 세월 함께하며 정이 들었을 수도 있고 다른 감정이 있을지도 몰랐다.다만 허아연은 이제 깊이 생각하는 것도, 주현우의 속을 헤아리는 것도 다 귀찮을 뿐이었다.허아연이 말을 마치고 입을 닫았을 때 마당 안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허 영감, 자네 오늘 영 안 되는구먼. 밤새 한 판도 못 이겼잖아. 바둑 실력 좀 갈고닦아야겠어, 내일 또 올 테니까.""그래, 내일 와서 더 두자고."마당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허아연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주현우를 슬쩍 밀어내고 돌아서서 대문을 열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할아버지, 조 할아버지.""아연이 산책 다녀왔구나, 현우도 와 있었네. 식구들끼리 오붓하게들 보내, 난 이만 가볼게."조영호는 인사를 나누고 먼저 자리를 떴다.허아연은 조영호를 배웅한 뒤 허민수를 부축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허민수는 그새 방금 주현우와 바둑을 두느라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조영호한테 진 거라며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허아연도 맞다며 맞장구를 쳐줬다.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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