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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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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피터가 자조하는 말에 지나윤이 웃었다.비록 아까 말한 것처럼까지는 아니지만, 지나윤의 기억 속 피터는 지금처럼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었다.“밥 먹죠. 먹고 나서 지나윤 씨한테 말할 게 있거든요.”피터가 일부러인지 아닌지 자연스럽게 지나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둘은 사무실에서 간단한 아침을 함께 먹었다.식사를 마친 뒤, 피터는 지나윤에게 올해 LD주얼리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명단이 공개되었다고 말했다.그 안에는 채연서의 이름이 있었을 뿐 지나윤의 이름은 없었다.지나윤은 피터가 왜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아침을 사 들고 오고, 농담까지 하며 분위기를 풀어주려 했는지 이제야 짐작할 수 있었다.피터는 지나윤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하지만 지나윤은 이미 오래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끝낸 상태였다.“걱정 마요. 그렇게 약하진 않아요.”예상 밖으로 지나윤의 얼굴에 미소까지 떠오르자 피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무기력하게 주저앉지만 않았다면 다행이네요.”피터가 지나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나는 투자자들이 준 압박도 있는데 무기력해질 겨를이 어딨겠어요?”지나윤이 씁쓸하게 웃었다.설령 피터가 오늘 오지 않았더라도 지나윤은 조언을 얻으려고 피터를 찾아갈 생각이었다.지금은 주성훈의 추천도 끊긴 상황이라 다른 길을 스스로 만들어야만 했다.일주일 뒤, 지나윤은 백궁가든 바깥 잔디를 대여해 자신의 작업실 오픈 행사를 열었다.작업실에는 우선 세 명의 직원만 채용해 둔 상태라 아직은 소규모 팀처럼 보였지만, 기본적인 체계는 갖춰진 모습이었다.개업식을 열자는 건 피터의 조언이었다.LD주얼리 패션위크에서 파격적으로 초청받으려면, 브랜드 영향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걸 업계에 먼저 보여줘야 했다.그리고 개업식은 영향력 확장, 노출 증가, 고객 관리에 모두 유리했다.지나윤은 피터의 말이 옳다고 판단해, 세 명의 직원과 도와주러 온 고아라까지 합세하여 일주일 동안 준비에 매달렸다.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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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지나윤은 우원재를 보고 놀랐다.특히 우원재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숨을 몰아쉬며 넥타이까지 흐트러진 상태였는데 누가 봐도 급하게 달려온 모습이었다.“왜 왔어? 초대 안 했는데.”지나윤의 태도에 우원재는 단전에서부터 화가 울컥 올라왔다.“초대 안 하면 못 오냐? 나 빈손으로 온 거도 아니거든.”말을 마치자마자 우원재는 들고 있던 종이백을 지나윤에게 내밀었다.지나윤은 당연히 오픈식 축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보통 개업 선물이라면 재물운이나 비즈니스 관련 아이템이 많았다.예컨대 이준혁이 약혼녀와 함께 보낸 황금으로 만든 장식품처럼.그런데 우원재가 건넨 종이백 안에는 드레스가 들어 있었다.하늘빛 레이스가 은은하게 퍼지는 발렌티노의 올여름 신상 원피스였다.개업 선물이라기보다는 사람에게 건네는 선물에 가까웠다.지나윤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우원재는 헛기침하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채연서한테 준 것보다 비싼 거야.”이 말이 더 문제였다.지나윤은 우원재의 말을 듣고 나니 더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도 찾아온 사람을 내보낼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선물까지 가져온 이상, 지나윤은 우원재 자리를 따로 마련해줄 수밖에 없었다.우원재는 자리에 앉자마자 마치 자신이 지나윤이 초대해 온 핵심 게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개업식의 마지막 순서는 만찬이었지만 우원재는 몇 입도 먹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아무래도 채연서에게서 전화가 온 것 같아보였다.지나윤은 우원재는 채연서 쪽 개업식에 있다가 핑계를 대고 잠시 빠져나왔을 확률이 크다고 확신했다.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어차피 지나윤과 우원재의 관계가 그렇게 친해서 몰래 빠져나올 정도는 아니었으니까.밤은 깊어졌고, 개업식과 만찬도 모두 끝났다.손님들도 이미 떠나자 잔디 위에는 지나윤 혼자만 남아 자료를 정리하며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왜 혼자 있어?”익숙한 음성에 지나윤의 손끝이 떨렸고 들고 있던 자료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고개를 들자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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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오늘 밤 유시진의 행동은 마치 시비를 걸러 온 사람 같았다.그랬기에 지나윤은 자신이 도대체 무엇으로 유시진을 거슬리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닌가?’마음에 들어 했던 하트 모양의 균열이 있는 루비 원석을 채연서가 탐내자, 유시진은 여자를 도와 지나윤이 이미 예약한 원석을 빼앗아 갔다.오늘 개업식을 열었는데 채연서도 같은 날 열어버렸고, 유시진은 고객까지 지나윤에게서 빼앗아 갔다.분명 상처받고 억울한 쪽은 지나윤인데, 정작 유시진이 먼저 와서 시비를 거는 모양새였다.“유시진, 너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지나윤이 돌려 말하지 않자 유시진은 걸음을 여자 쪽으로 돌리더니 천천히 걸어왔다.둘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자 서늘한 밤공기가 휭 하고 불어왔다.유시진은 존재감 자체가 컸고 아우라를 풍기는 남자였다.그러나 지나윤은 물러서고 싶지 않아 한 발도 빼지 않았다.얼굴이 맞붙을 만큼 가까워지자, 대치라기보다 묘하게 뒤섞인 기류가 더 짙어졌다.“지나윤, HF그룹 요즘 나오는 그 몇 가지 히트 상품들 네가 디자인한 거지?”지나윤은 잠깐 멍해졌다.어조는 단정이 아닌 데다가 질문도 아닌 어중간한 말이라, 뭘 얘기하고 싶은지 전혀 분간이 되지 않았다.바로 앞, 가로등의 빛 때문인지 유시진의 얼굴 윤곽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 보였다.이윽고 둘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유시진의 눈에서는 디자인 실력에 대한 감탄이나 기쁨 같은 감정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 히트 제품들, 내가 디자인한 거 맞아.”지나윤이 인정했는데도 유시진의 표정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차갑게 식어갔다.“네가 나한테 잘난 척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돼. 일부러 할아버지를 통해서 돌려 말하며 나를 건드릴 필요는 없잖아. 이런 거 재미없어, 지나윤.”유시진은 목소리는 물론 입꼬리도 꽝꽝 얼어붙은 조각마냥 차갑게 굳어 있었다.그 말에 지나윤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할아버님한테 뭘 흘린 적이 있긴 했나?’지나윤은 오히려 유희봉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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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HF그룹.채연서는 오늘도 대표실에 있었다.비록 이제는 자신의 회사를 차렸지만, 여전히 매일 유시진의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시진아, 이 지폐 있잖아. 뭐가 특별해?”채연서는 유시진 옆에 서서, 가느다란 손을 남자의 어깨 위에 올리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도착했을 때부터 유시진은 손에 지폐 두장을 들고 계속 살피고 있었다.평범한 지폐였고 새것도 아니고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그렇다고 낙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위조처럼 보이지도 않은 게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채연서는 이런 평범한 지폐를 유시진이 왜 아침부터 한참 동안 들여다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별거 아니야.”유시진의 목소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담담했다.하지만 채연서는 유시진의 입가에 떠오른 미묘한 미소, 그 의미심장한 입꼬리를 놓치지 않았다.자신이 이렇게 물어보는데도 유시진은 지폐의 내력을 설명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넣어두지도 않았다.그 시각, 지나윤은 회사에 가지 않고 차를 몰아 유씨 저택으로 향해 유희봉에게 보양식을 전해주었다.예전에는 매주 자주 요양병원에 가서 엄마를 찾아뵙고, 유희봉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다.하지만 최근 자신 회사 일을 챙기느라 이런 일들이 자연스레 소홀해졌다.지나윤은 먼저 요양원에 들렀다가, 점심 무렵 유씨 저택에 도착했다.저택에는 보통 유희봉과 가사도우미들만 머물렀다.지나윤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강수정 아주머니가 서둘러 나와 짐을 받아들었고, 유희봉은 주방에 부탁해 지나윤이 좋아하는 반찬을 몇 가지 더 준비하게 했다.지나윤에게 이 저택은 운정힐즈보다 더욱 따뜻한 집 같은 공간이었다.“역시 우리 나윤이밖에 나를 챙길 사람이 없네. 다음엔 아무것도 사오지 마. 여긴 네 집이고, 집에 올 때는 선물 같은 거 없어도 돼.”유희봉은 공용 젓가락으로 지나윤의 접시에 성게 계란찜을 올려주었다.“자, 많이 먹어라. 요즘 좀 빠진 것 같구나.”“할아버님이 더 잘 잡수셔야죠.”지나윤은 강수정 아주머니에게 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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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그 순간 지나윤은 자신이 5만 원짜리 지폐를 갖고 있었던 걸 다행이라고 느꼈다.아침에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유시진이 욕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일부러 그 5만 원 2장을 꺼내 유시진 앞에서 침대 머리맡에 툭 던졌다.그 순간, 지나윤은 유시진의 모욕감을 느낀 듯한 눈빛을 본 것 같았다.고아라가 알려준 ‘돈으로 하룻밤을 산 것처럼 굴기’ 방법이 이렇게 잘 먹힐 줄은 몰랐다.이에 지나윤은 앞으로 소설을 좀 더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식탁에서, 유희봉은 지나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그리고 표정만 보고도 유시진과 아직 화해하지 않았다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나윤아...”유희봉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너 아직도 시진이하고 이혼하고 싶어?”지나윤은 젓가락을 쥔 손이 굳어 들고 가슴도 함께 조여드는 걸 느꼈다.“네.”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유희봉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지나윤이 여기에 온 이유는 사실 속내를 떠보려는 목적이 있었다.가장 나쁜 경우를 각오하면, 두 사람이 별거를 2년 하면 유시진이 동의하지 않아도 법원이 이혼을 인정해 줄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그 생각은 유시진에게 이미 들켜버렸다.어젯밤 유시진이 말했다.“별거 2년으로 이혼할 생각 하지 마. 우리가 관계를 맺는 이상, 법원이 받아들일 일 없어.”지나윤은 그 말이 진심으로 무서웠다.별거 2년을 견뎌도 결국 이혼이 안 될까 두려웠다.그리고 혼인 상태에서 유시진은 결코 편하게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되면 어젯밤 같은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컸다.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유희봉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 먼저 심리적 준비를 시키러 온 것이었다.그나마 유희봉의 한숨은 실망이 아니라 무력감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지나윤은 유희봉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오후 시간을 보냈지만 분명 느낄 수 있었다.이혼 의사를 밝힌 뒤로 유희봉의 표정에서 기운이 조금 빠져 있었다.그러나 집을 떠나려던 순간, 유희봉이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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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지나윤은 시상식을 마친 뒤, 레이서 전용 탈의실 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헬멧을 벗었다.여자 탈의실과 남자 탈의실은 분리되어 있었고, 이쪽에는 지나윤 말고 아무도 없었다.지나윤은 레이싱 수트 차림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이미 자기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레이싱은 상금도 받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압박을 풀어주는 최고의 방법이었다.극한 코너를 통과하는 순간의 짜릿함,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성취감은 경기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그 모든 것이 지나윤에게는 큰 해방감이었다.밤은 완전히 깊어지자 국제 서킷 밖에서는 관람객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었고, 사람들 발길은 점점 줄어들었다.마침내 단 한 사람도 남지 않은 그때 노란색 람보르기니는 여전히 도로 옆에 멈춰 있었다.우원재는 그 안에서 거의 30분째 앉아 있었다.계속해서 떠오르는 건, 탈의실 앞에서 헬멧을 벗어내던 이채영의 모습이었다.심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요동치고 있었다.“말도 안 돼.”우원재는 낮게 중얼거렸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이채영이 어떻게 지나윤이야.”다음 날, 지나윤은 회사에 들르지 않고 차를 몰아 T시로 향했다.T시에는 이혼 소송을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소문이 있는 변호사 사무소가 있었다.그곳의 파트너 변호사 신고혁은 이혼 전문으로 유명했다.A시에서 모조리 거절당한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번엔 다른 지역에서 가능성을 찾아보려 했다.“죄송하네요, 지나윤 님. 상담만 하시더라도 사전 예약이 필요하세요.그리고 신고혁 변호사는 스케줄이 이미 내년 초까지 꽉 차 있거든요.”“내년 초까지요?”지나윤은 깜짝 놀랐다.요즘 변호사 사무소들이 죄다 이혼 사건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았다.그만큼 이혼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었다.헛걸음한 지나윤은 다시 차를 몰아 A시로 돌아와 회사로 향했다.“대표님, 양희찬 사장님이 전화하셨어요. 오늘 밤 모임이 있는데, 전부 수집계의 대가들이라고 대표님도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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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처리 완료.]밤의 A시는 네온사인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고 거리에는 밤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양희찬 사장 일행이 말한 ‘식사 자리’라는 것은 실제로는 한 노래방에서 열리는 모임이었다.지나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양희찬과 다른 남성들 옆에서 술을 따르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남자였고 여성은 지나윤 혼자였다.지나윤은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잘못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지 대표 왔어요? 여기 앉아요.”양희찬은 히죽거리며 자기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그러나 지나윤은 남자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를 골라 앉았다.그러자 양희찬은 내심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지나윤이 돈이나 다른 것을 위해 몸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지 대표, 지난번 개업식 때도 말했잖아요. AMS에서 VIP 고객용으로 회중시계를 제작하는데, 시계 판에 세팅할 보석 디자인이 필요하거든요.”“기술 난이도가 꽤 높기도 하고요. 나는 말이죠, 지 대표의 능력을 높게 사요. AMS 쪽과도 이미 얘기해 놓았고요...”그 말은 지나윤의 마음을 단번에 흔들어놓았지만 곧장 감사를 표현하지 않았다.이렇게 쉽게 굴러들어 오는 기회에 무슨 덫이 숨어 있을지 몰랐고, 그런 경험은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지나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양희찬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근데 말이죠. CL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그쪽도 이 기회를 갖고 싶다네요.”CL은 채연서의 회사였다.“알잖아요. 채 대표는 주성훈 회장님 추천까지 받은 사람이라는 걸요. 게다가 HF그룹 후계자 유시진 대표와도 그렇고 그런 관계잖아요.”“나는 지 대표의 능력을 더 높게 사지만, 유 대표와 주 회장님 체면을 무시할 순 없잖아요.”양희찬은 말을 마치며 다시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렸다.“그러니까 지 대표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줘야죠. 그래야 내가 지 대표한테 이 일 소개한 게 헛되지 않은 거고요. 안 그래요?”지나윤은 이런 응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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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지나윤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는데 얼굴이 뚫릴 정도로 쳐다봤다.이에 신고혁이 가볍게 웃었다.“내가 그렇게 잘생겼나요?”그제야 지나윤은 자신이 무례했다는 걸 깨닫고 시선을 거두었다.“죄송해요.”“내 신발에 토해 놓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끝인가요?”눈앞의 남자는 태도가 고약했고, 지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T시에서 이혼 소송을 한 번도 진 적 없다는 그 유명한 변호사 신고혁이 알고 보니 이런 성격이었다.“죄송해요.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요. 이 신발 얼마인지 말씀해 주시면 두 배로 변상할게요.”지나윤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건네자 신고혁은 명함을 받아 들여다보더니 눈썹을 올렸다.“보상할 필요 없어요. 그냥 무릎 꿇고 깨끗이 닦아요.”이에 지나윤은 잠시 얼어붙었고 술도 확 깼다.“신 변호사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경찰 부르죠.”“내 신 변호사라는 거, 알고 있었네요?”이에 지나윤은 순간 입을 막았고 신고혁은 손을 허리에 얹은 채 흐뭇하게 웃었다.“아, 생각났어요. 오늘 우리 사무소에 와서 이혼 상담하려 했던 사람 맞죠?”지나윤은 프런트에서 이름을 적었고 신고혁은 사무실에 돌아온 뒤 우연히 그 명부를 봤다.명함과 적힌 전화번호도 정확히 일치하자 신고혁은 지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런 곳에 면접 보러 온 듯한 차림으로 오는 사람은 드물었고, 지나윤처럼 눈에 띄는 외모는 더 드물었다.곧 신고혁은 입술을 살짝 핥았다.“나한테 이혼 소송 맡기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프런트에서 내년 초까지 예약 다 찼다고 하더라고요.”“맞아요.”곧 신고혁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지나윤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좁은 노래방 복도에서 결국 벽까지 몰렸다.“남편 상대하기 그렇게 까다로워요?”신고혁이 한 걸음 더 다가오면 거의 벽에 밀착될 지경이었다.그럼에도 지나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고혁은 그대로 동의한 것으로 여긴 듯했다.“특별히 내가 봐줄 수도 있어요.”“조건은요?”지나윤은 신고혁이 그렇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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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AMS는 고급 패션 브랜드였다. 이번 VIP 고객용 맞춤 회중시계 프로젝트는 지나윤의 회사인 J디자인 스튜디오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디딤돌이었다.지나윤은 이 기회를 무척 중요하게 여겼고, 피터를 통해 FY주얼리의 피아노 시리즈를 제작하는 비공개 세공 공장까지 연결해 놓았다.AMS에서 지나윤이 제출한 샘플이 막 승인된 바로 그때, 피터가 다시 새로운 소식을 전해왔다.다음 달 초, LD주얼리 패션위크 주최 측이 제1회 뉴스타 주얼리 디자인대회를 연다는 것이었다.그리고 우승자는 LD주얼리 패션위크 본무대에 설 자격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피터는 지나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바로 이름을 넣었다.글로벌 상위 10위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한 디자이너라는 명분 덕에, 지나윤은 예선을 건너뛰고 바로 1차 심사로 들어갔다.전화기 너머로 피터를 향해 지나윤은 거의 절이라도 할 기세였다.결국 피터에게 밥을 사겠다고 약속까지 했다.비록 아직 예선 통과일 뿐이지만, 지나윤은 마치 이미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뻤다.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J디자인 스튜디오에는 직원이 많지 않았고 고도겸을 제외하면 나머지 둘은 모두 여자 직원, 장효연과 양나언이었다.평소엔 셋이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그런데 조금 전부터 사무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이유는 단 하나였다.유시진이 J디자인 스튜디오 안에 들어온 것이다.유시진은 혼자였고 곁에 장우영도 없을 뿐 더러 채연서도 없었다.마지막으로 지나윤과 유시진이 마주했던 곳은 해변의 별장이었다.둘은 잠자리를 가졌고, 지나윤은 끝내 10만 원을 던지며 하룻밤을 보낸 비용이라고 모욕감을 안겨줬다.그 이후, 지나윤은 먼저 연락한 적이 없었고 유시진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지나윤은 그 사람이 그 10만 원에 상처라도 받은 게 아니면 화가 난 거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나타난 걸 보면 전혀 그런 눈치는 아니었다.고도겸과 장효연, 양나언은 지나윤과 유시진이 부부라는 사실을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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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지나윤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도겸 씨, 효연 씨랑 나언 씨 데리고 나가서 시장 조사 좀 하고 와요.”“어, 네. 그럴게요.”고도겸은 반 박자 늦게 눈을 깜빡였지만, 곧 지나윤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장효연과 양나언을 데리고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없자, 지나윤은 더 이상 유시진과의 관계가 들킬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붉어진 얼굴도 누가 볼 일이 없었다.“유시진, 오늘은 도대체 왜 온 건데?”지나윤은 직접 물었다.“아까 말했잖아. 대회 포기해.”유시진의 음성은 협의의 여지조차 없는 명령이었다.이에 지나윤은 허탈해 웃음이 났다.‘겨우 잡은 절호의 기회인데, 그 말 한마디에 포기하라고?’유시진은 지나윤의 까만 눈동자에 서린 날 선 반발심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포기해. 그게 너 체면 지키는 길이야. 넌 못 이겨.”예전에 채연서가 회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들었었다.“설마 채연서도 이번 뉴스타 주얼리 디자인대회에 참가하는 거야?”“맞아.”예상한 답이었지만, 납득은 되지 않았다.“채연서는 이미 주성훈 회장 소개로 LD주얼리 패션위크 참가 자격 받았잖아?”지나윤이 묻자 유시진은 코웃음을 흘리듯 작게 웃었는데, 뭐랄까 가볍지만 비웃음에 가까운 소리였다.마치 지나윤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정말 모른다는 듯.“연서는 너랑 급이 다르지. 너는 겨우 패션위크 하나가 목표지만, 연서의 목표는 CL을 세계 1위 주얼리 브랜드로 만드는 거야.”유시진은 채연서의 거창한 포부를 강조했지만, 지나윤은 그 말이 오히려 우스웠다.‘세계 1위라니.’FY주얼리조차 감히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이었다.하지만 CL 뒤에는 HF그룹이 있고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닐 수 있었다.대회 우승은 분명 채연서의 커리어에 큰 힘이 될 것이었다.“걔가 나온다면 나는 더더욱 포기 못 해.”그 말은 유시진에게 들려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 지나윤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다.“그래서 연서한테 몇 번을 져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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