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ício / 로맨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 Capítulo 571 - Capítulo 580

Todos os capítulos de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apítulo 571 - Capítulo 580

882 Capítulos

제571화

“애서린 씨, 왜 그래요?”지나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애서린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눈을 반짝였다.“대표님, 저 진짜 너무 부러워요.”그제야 지나윤은 애서린의 시선이 계속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선물 상자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상자는 내려놓긴 했지만 뚜껑을 닫지 않은 상태라, 안에 담긴 옐로 다이아 목걸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저도 언제쯤 대표님처럼 이렇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꽤 진지한 애서린의 표정에 지나윤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이건 내가 직접 산 게 아니에요.”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었으나 애서린의 눈이 더 크게 반짝였다.“그러면 누가 선물한 거네요? 그분, 대표님 진짜 사랑하시나 봐요.”그 두 개가 어떤 연관이 있는 지 궁금한 지나윤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그러자 애서린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돈을 쓴다는 건 마음이 있는 거잖아요. 대표님, 이 목걸이 딱 봐도 엄청 비싸 보이고요. 이 정도면 진짜 사랑 아니에요?”“누가 저한테 이런 목걸이 사주면 전 바로 결혼할 거예요.”잠시 침묵을 지키던 지나윤은 애서린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틀렸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맞다고 하기도 애매한 논리였다.“애서린 씨, 돈을 쓴다고 해서 꼭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예전에 유시진과 결혼했을 때도 그랬다.명절이든 기념일이든 값비싼 선물을 자주 받았다.하지만 유시진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본인의 인지를 벗어난 지나윤의 대답에 애서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그래도 사랑한다고 말만 하면서 돈 한 푼도 안 쓰는 사람은요? 그건 진짜로 사랑하지 않는 거죠.”“네, 네. 맞아요. 애서린 씨 말도 맞아요.”지나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보통 사람들에게 돈은 중요한 기준이었다.기꺼이 돈을 쓴다는 건 대개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하지만 유시진은 달랐다.유시진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돈으로 사랑을 판단하는 건 애초에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없
Ler mais

제572화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말들에 이안영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옆에 있던 양화영의 반응은 더 심했다.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유시진의 목소리는 분명 크지 않았지만 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방산별장 안은 순식간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그 덕분에 그 말은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유 대표 이혼했어요?”“빈털터리가 됐다고요? 진짜예요?”“조 비서, HF그룹 주가 차트 좀 보내 줘.”“지금 바로 손 변호사 연결해 줘.”“빨리 지나윤 씨 연락처 좀 보내 줘.”파티장 안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유태산이 성큼성큼 걸어와 유시진 앞에 서더니 그대로 남자의 옷깃을 움켜쥐었다.그런데도 유시진의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타고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유태산은 이를 악물고 유시진을 노려보며 남자의 손에 들려 있던 판결문을 거칠게 빼앗았다.판결문 위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유시진 명의의 모든 자산, 부동산, 차량, 예금, 그리고 HF그룹의 전 지분까지 이혼 이후 전부 지나윤에게 귀속된다는 내용이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어떻게 말이 되냐고!”유태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설령 지나윤이 혼인 중 외도에 대한 증거를 쥐고 있었다 하더라도, 법원이 이렇게까지 단번에 빈손으로 내보내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올라왔지만, 이 자리에서 그대로 쏟아낼 수는 없었다.결국 유태산은 이를 악물고 분노를 억눌렀다.그리고 곧장 이원호를 찾아가 짧게 인사를 건넸다.지금 당장 A시로 돌아가 회사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이원호는 겉으로는 차분하게 응대했지만 시선은 자꾸만 유시진 쪽으로 향했다.유시진은 지나치게 태연했다.하룻밤 사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되었는데도 자신과 상
Ler mais

제573화

“유 대표, 그렇게까지 안영이와 정략결혼을 하기 싫은 건가요?”“그럴 리가요...”유시진은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전혀 온기가 없었다.“장관님께서 제 전처에게 변호사를 붙여 주시고 판사까지 소개해 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그 호의를 안 받을 수 있겠어요?”이 말이 떨어지자 이원호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유시진이 일부러 이안영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이혼 사실을 굳이 이렇게까지 드러내고, 심지어 빈털터리가 되었다고까지 밝힌 이유를.그건 전부 자신을 향한 보복이었다.다만 유시진의 반응을 보니, 유시진은 아직 지나윤이 자기 친딸이라는 사실까지는 모르는 듯했다.이원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이내 크게 숨을 들이켰지만 당장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유시진이 빈털터리가 된 건 이씨 집안과의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서였고, 동시에 자신과 이안영에게 확실한 경고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하지만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자신의 모든 재산을 포기한다는 건 이원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유시진은 이원호 눈빛에 담긴 의문을 알아챘지만 굳이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그저 오늘 이 생일 파티는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그 점 하나면 됐다.방산별장을 떠난 뒤, 유시진의 휴대폰이 울렸다.전석준 판사였다.[대표님, 판결문은 이미 받으셨죠?]“네, 잘 처리하셨네요.”[그러면 그 사진은...]“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정리하죠.”그렇게 말한 뒤, 유시진은 전화를 끊었다.전석준 판사는 원래 이원호가 지나윤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었다.어떤 상황이든 두 사람의 이혼 판결은 내려질 수밖에 없었고, 그 사실은 유시진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혼 이후의 재산 분할만큼은 달랐다.그 부분은 전석준 판사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왜냐하면 전석준 판사의 약점이 되는 사진을 유시진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이씨 집안의 반응까지 포함해서 모두 유시진이 짠에 있었
Ler mais

제574화

올린 사람을 확인한 유시진의 입꼬리는 턱까지 내려간 것만 같았다.이 SNS 글은 유희봉이 올린 것이는데 두 장의 사진 중 한 장은 유희봉과 지나윤의 사진이었다.사진 속 유희봉은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유시진은 최근 들어 유희봉이 이렇게까지 환하게 웃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그 옆에 있는 지나윤 역시 환하게 웃고 있었다.지나윤이 이렇게 마음에서 우러난 기쁨의 웃음을 유시진은 꽤 오랫동안 본 적이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지나윤은 애초에 유시진의 앞에서 이렇게 해맑게 웃은 적이 없었다.예전에 채연서가 귀국하기 전에는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유시진은 그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이제 와서 보고 싶어졌을 때는 지나윤이 더 이상 유시진에게 그러한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다.유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꽉 쥐었다.SNS게시물 중 다른 사진은 가득 차려진 식탁이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집밥이었고 양은 많지 않았지만 종류는 다양했다.본가에는 유희봉과 도우미들밖에 없었다.음식을 많이 하면 항상 남아서 다음 날에 잔반을 처리해야 했기에, 지나윤은 보통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되 양은 적절히 조절했다.또한 사진 속 음식들은 전부 유희봉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갈비찜, 완자, 두부조림, 야채볶음, 술떡과 유과가 있었다.유시진은 사진 속 음식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그제야 유시진은 자신이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지나윤은 오늘 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대로 본가에서 묵고 있을 게 분명했다.유희봉과 함께 사진을 찍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한 상 가득 차려 고 있었다.그렇다면 본인은 어떤가?지나윤이 만든 음식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었다.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 유시진은 굳은 얼굴로 곧바로 유희봉에게 전화를 걸었다.“할아버지, 주무세요?”전화기 너머의 유희봉 목소리는 유난히 활기가 넘쳤다.[안 자, 네가 전화할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유시진의 눈빛에 불만이 가득 찼다.역시 예상
Ler mais

제575화

그리고 지나윤은 지금 이 이익을 아주 쉽게 손에 넣었다.처음 이혼 합의서를 쓸 때든 소송할 때든 지나윤은 유시진을 빈털터리로 내보낼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관례상 법원도 과실이 있는 쪽에게 전 재산을 몰수하는 판결을 내리기 어렵다.더군다나 유시진의 외도를 입증할 증거도 없었으니까.그런데 판결 결과는 유시진을 완전히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렸다.또한 전석준 판사는 지나윤에게 유시진이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다시 말해 유시진이 스스로 HF그룹을 자신에게 넘겨준 셈이었다.정말 알 수 없는 상황에 지나윤은 유시진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HF그룹뿐만 아니라 운정힐즈와 블루 페라리까지 지금은 모두 본인의 자산이 되었다.지나윤은 HF그룹 전체를 삼키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유희봉의 심혈을 들여 일구었다는 점을 고려해 먼저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아침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지나윤은 거실로 나오자 유시진과 마주쳤다.뜻밖의 인물에 지나윤은 잠시 멈칫했다.“나윤아, 오늘 아침은 시진이가 만들었어. 한번 먹어보고 맛이 어떤지 말해줘.”이미 식탁에 앉아 있던 유희봉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윤에게 말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아침을 만드는 것 자체에는 놀라지 않았다.예전에도 자신에게 음식을 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요리보다 지나윤이 더 놀란 것은 유시진의 차림이었다.눈앞의 유시진은 평소의 정장 차림과 달리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깔끔한 흰색 티셔츠에 하늘색 와이드 청바지를 입고 머리는 왁스를 바르지 않아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었다.그 모습은 비즈니스 판을 주름잡는 인물이라기보다 아직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 같았다.“왜?”유시진이 지나윤에게 물었다.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고 눈매도 부드럽게 휘어 있었다.지나윤은 이렇게 크게 변한 유시진의 모습에 적응하기 어려웠다.소년원 시절 중학생이던 때조차도 유시진은 행동 하나하나에 거친 기색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차분해 보였다.지나윤은 위화감이 드는 유시진을 한참
Ler mais

제576화

“응, 지켜볼게.”유시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지나윤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졌다.아직까지도 지나윤은 유시진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렇게까지 이혼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심지어 이혼한 것처럼 속여 자신을 착각하게 만들고, 실제로 이혼하지도 않았었다.‘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까지 단번에 돌아선 걸까?’이혼도 너무 쉽게 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요구하지도 않았던 공동 재산의 절반까지 전부 자신에게 넘겼다.“난 너희 유씨 집안 사람들 전부 다 내쫓을 거야.”이번에는 지나윤의 말이 단호하게 떨어졌다.적어도 유시진의 눈에 약간의 분노 정도는 비칠거리고 생각했다.그렇게 오랫동안 HF그룹의 수장이었던 사람이었고, HF그룹에 아무 감정도 없을 리 없었다.그런데도 유시진의 얼굴에 띈 미소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자신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자 지나윤의 미간이 더 깊이 구겨졌다.또한 유시진이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싫었다.마치 네가 뭘 하든 다 받아주겠다는 듯한 그런 시선이었다.“네가 빈털터리가 되고 HF그룹을 다 나한테 넘겼다고 해서, 예전에 나한테 했던 일들이 다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야.”이번에는 유시진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입가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옅은 고통이 스쳤다.“그렇게 생각 안 해.”지나윤은 시선을 돌리며 마지막 남은 빵을 입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디 가? 데려다줄게.”유시진도 따라 일어났다.이에 지나윤은 유시진을 힐끗 보며 일부러 비꼬았다.“차는 있어?”유시진은 입을 열었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남자의 표정이 보기 드물게 어색하게 굳었다.지나윤은 그런 유시진을 그대로 두고 빠른 걸음으로 본가를 나섰다.유시진의 얼굴에는 점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이 떠올랐다.“빈털터리로 쫓겨난 남자가 차를 갖고 있으면 이상하긴 하지...”그 후 사흘 동안, 지나윤은 HF그룹의 최대 주주로서 회사를 전면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이사회 구조를 개편했
Ler mais

제577화

마치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고 이 모든 것이 꿈인 것만 같았다.1년 전까지만 해도 지나윤은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유시진을 미친 듯이 사랑했고, 마음에도 머릿속에도 오직 유시진뿐이었다.그저 유시진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그런데 지금의 지나윤은 유시진을 대신해 HF그룹의 새로운 실권자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지나윤이 자기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사직서 한 통을 받았다.“장 비서님, 저한테 불만 있어요?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말하세요.”지나윤은 사직서를 낸 장우영을 최대한 붙잡으려 했다.HF그룹을 인수한 이후, 몇몇 직원이 사직서를 낸 적은 있었다.이런 지분 변동 시기에 한 명도 나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하지만 지나윤은 장우영이 먼저 사직서를 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HF그룹 직원 중에서, 지나윤이 가장 붙잡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장우영이었다.유시진의 비서로 일할 때 보여준 장우영의 능력을 지나윤은 모두 보고 있었다.장우영이 곁에 있다면 앞으로 HF그룹을 운영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죄송해요, 대표님...”장우영은 지나윤의 만류에 정중하게 사과했다.“대표님께 불만은 전혀 없고 조건을 제시할 생각도 없어요. 그냥 그만두고 싶을 뿐이에요.”“왜죠?”지나윤이 다시 물었다.“그건...”장우영은 말하려다 멈추고는 설득력 없는 이유를 내놓았다.“저는 유 대표님 비서만 하고 싶거든요.”지나윤은 순간 말을 잃었다.‘장우영과 유시진 사이에 도대체 어떤 유대가 생긴 걸까?’“월급 두 배 줄게요.”지나윤은 단호하게 조건을 제시했다.“돈 문제는 절대 아니에요.”뜻이 확고하다는 걸 알자 더 붙잡는 건 오히려 장우영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결국 지나윤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사직서를 받아 인사팀에 넘겼다.장우영이 유시진을 따라가겠다는 선택을 완전히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유시진이 비록 빈손으로 나가 HF그룹을 잃긴 했지만,
Ler mais

제578화

유시진이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지나윤의 앞에 서 있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이렇게 저렴한 정장을 입은 모습을 처음 봤다.사람은 옷을 입으면 달라진다고들 한다.하지만 원단도 재단도 핏도 썩 좋지 않은 이 정장은, 유시진이 입으니 오히려 옷이 인물 덕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같은 정장인데도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유시진은 예전처럼 머리를 넘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렸다.각진 얼굴선마저 잘 다듬어진 조각상처럼 부드러워 보여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온화해 보였다.눈은 여전히 밝았지만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아 소년 같은 맑고 투명한 느낌이 스며 있었다.입에 머금고 있던 커피를 삼킨 지나윤은 왠지 커피 맛이 변한 것 같았다.유시진이 자신의 비서로 지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렇게까지 따라다녀야 해?”지나윤은 의자에 기대 앉아 팔짱을 낀 채 턱을 살짝 들고 유시진을 노려봤다.말투는 차갑고 날카롭자 유시진의 차분한 얼굴에는 억울한 기색이 스쳤다.“나 지금 빈털터리야. 돈이 필요하니 먹고살 일을 구해야 하잖아.”유시진은 아주 진지하게 말했으나 지나윤이 그 말을 믿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장 비서.”지나윤은 내선 전화를 눌러 장우영을 불렀다.“대표님...”장우영이 들어오자마자, 활짝 웃고 있는 유시진과 표정이 굳어 있는 지나윤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이 사람은 안 되니까 보내세요.”지나윤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러나 유시진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장우영에게 이끌려 대표실을 나갔다.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고 지나윤 혼자만 남았다.지나윤은 어깨를 늘어뜨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유시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회사를 통째로 넘겨주더니, 이제는 비서로 지원까지 하다니.’그러나 지나윤은 방금 유시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돈이 필요하다고 하는 그 말에 지나윤은 피식 웃었다.유시진이 부족할 수 있는 건 많겠지만 돈만큼은 절대 아닐 것이었다.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려던 순간,
Ler mais

제579화

“죄송해요, 대표님...”경비는 고개를 돌려 유시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이분은 딱히 문제 있어 보이진 않아요.”지나윤은 눈을 굴리더니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HF그룹 전체가 위로는 비서부터 아래로는 경비까지, 유시진을 건드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걸.다들 자신을 괴롭히는 데에는 전혀 주저함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막 HF그룹 대표 자리에 앉은 상황에서 폭군처럼 경비부터 잘라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손을 휘저어 경비를 내보냈다.결국 사무실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고,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이 묘하게 정적이 내려앉았다.지나윤은 유시진과 시선을 마주쳤다.유시진의 깊은 검은 눈동자가 마치 블랙홀처럼 사람을 그대로 끌어당길 것만 같았다.“지나윤 대표님, 저보다 더 적합한 비서는 없어요. 무엇보다 저 말고는 지원자도 없을 거고요.”그 마지막 말에 지나윤은 문득 깨달았다.유시진이 전 재산을 포기하고 나간 이유가 어쩌면 애초부터 자연스럽게 자기 비서가 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걸.아무리 거절해도 결국 이 자리는 유시진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지나윤은 이마를 짚었다.“이렇게 스펙 좋은 사람인데 월급 50만 원에 연중무휴인데 할 거예요?”“보험은요? 수습 기간은 얼마나 돼요?”꽤나 진지하게 묻는 유시진을 보며 지나윤은 차갑게 웃었다.HF그룹 직원 복지를 정작 본인이 모를 리가 없었다.“보험 없어요. 수습 기간은 10년이고요.”아무렇게나 던진 말이었다.“할게요. 지금 계약서 쓰면 될까요?”지나윤은 유시진의 얼굴에 떠오른 그 승리한 듯한 미소를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정말로 이혼까지 했는데도 왜 이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지나윤은 장우영을 불러 입사 계약서를 준비하라고 하려 했으나, 남자가 들어왔을 때 이미 계약서는 준비되어 있었다.장우영의 퇴사와 유시진의 입사, 이 모든 게 이미 유시진이 짜놓은 판이었다.그리고 그 계약서에 유시진은 망설임 없이 사인을 했다.월급 50
Ler mais

제580화

유시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사실 유시진도 결혼 초였던 그때를 떠올렸다.지나윤은 늘 자신이 만든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물어보곤 했다.그때의 지나윤은 늘 조심스러웠고 눈에는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그 기억이 지금에서야 선명하게 떠올랐다.그 당시의 유시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몇 번은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대답해 버린 적도 있었다.그리고 그저 그렇다는 말을 듣고 나면 지나윤의 눈에 담겨 있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듯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이후 같은 요리를 다시 만들 때면 미묘하게 맛이 바뀌어 있었다.지나윤은 늘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었다.유시진의 눈에 합격인 아내가 되기 위해서였다.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건 지나윤인데 이상하게도 입안에 쓴맛이 감도는 건 유시진 쪽이었다.입도 쓰고 마음은 더 썼다.하지만 그때 괴로웠던 건 지나윤이었기에 이 정도로 본인이 괴롭다고 말할 자격이 없었다.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맛없으면 마시지 마세요. 새로 타드릴게요.”“괜찮아요.”유시진이 커피잔을 가져가려는 순간 지나윤의 손도 동시에 뻗어와 두 사람의 손끝이 스쳤다.순간 유시진의 손끝을 타고 이상한 전류가 온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저릿하고 간질거리는 감각이 그대로 가슴까지 번졌다.곧 유시진은 고개를 들어 지나윤을 바라봤으나 여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하지만 손가락은 살짝 움켜쥐었다.유시진의 눈은 아름다웠다.굳이 웃지 않아도 굳이 유혹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사람을 홀릴 수 있는 눈이었다.이런 눈으로 바라보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더 드물었다.물론 지나윤이 유시진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유시진의 눈에 지나윤의 눈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그 안의 감정은 식어버린 커피처럼 차가웠다.수없이 몸을 나눴던 여자였는데 지금은 마치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피어 난 꽃처럼 느껴졌다.유시진은 무심코 손을 뻗었으나 지나윤의 뺨에 닿기 직전 그 손은 가로막혔다.“대표님, 저 손금 볼
Ler mais
ANTERIOR
1
...
5657585960
...
89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