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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601 - Chapter 610

738 Chapters

제601화

고진수는 미소를 지었다.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그 가면 속에서 자기 말에 현혹이 된 고아라를 비웃고 있었다.곧 고진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의 나윤 씨는 지금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 명의 아래 자산만 해도 셀 수 없고, 가장 큰 회사가 HF그룹이잖아.”“사람이 그 정도의 위치에 올라가면 어쩔 수 없이 조급해지고 이익만 좇게 되는 법이고.”“FZZL시스템에는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결함이 있어. 그리고 그걸 나윤 씨에게 말했지만 듣지 않았고.”“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윤 씨를 좋아하는 척하면서 가장 가까운 연인이 되기로 한 거야.”“그래야 기회를 잡아서 이걸 나윤 씨의 컴퓨터에 꽂고 FZZL 시스템 운영을 멈출 수 있으니까.”고진수는 말하며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여 있던 가죽 가방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하지만 지금 나윤 씨는 나를 많이 경계하고 있어. 내가 FZZL시스템을 꺼서 막대한 이익을 날려버릴까 봐 두려워하고 있거든.”“게다가 너에게 이별을 고한 뒤로 내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어.”고진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갈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에 고아라는 마음이 아파 시선을 피하지 못했고, 무심코 그 USB에 눈길이 떨어졌다.“그럼 내가 그걸 나윤 회사 컴퓨터에 꽂으면, 그 결함 있는 시스템을 끌 수 있는 거야?”“아라야...”고진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너더러 그런 위험한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어. 그리고 그렇게 하면, 너랑 나윤 씨는 아마 다시는 친구로 지낼 수 없을 거야.”고진수의 말을 들은 고아라는 말없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만약 나윤이 정말 돈 때문에 AI 보조 진료 시스템을 쓰는 환자들의 안전까지 무시한다면, 내가 이렇게 하는 것도 결국 옳은 선택이겠지.”고아라는 또박또박 말했다.고진수는 이게 고아라의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라는 걸 알아챘다.“아라야...”고진수는 고아라의 볼에 입을 맞췄다.“도와줘서 고마워.”“아니야, 이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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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C국 수도 D시.유시진은 짙은 회색의 코닉세그 게메라를 몰고 산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목적지는 이안영이 보내준 장소였다.이곳은 개인 사유지였다.A국과 마찬가지로 C국에서도 토지는 사유화할 수 있었다.유시진은 이암산 전체가 이씨 집안의 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가는 내내 자신에게 너무도 익숙한 그 차가 있는지 유심히 살폈다.지금은 지나윤의 차인 블루 벤틀리.유시진은 지나윤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지금의 유시진은 지나윤의 비서이자 운전기사였으니까.만약 이안영의 말대로 지나윤도 C국에 와서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면, 운전을 맡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하지만 끝내 지나윤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았고 유시진 역시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지나윤과 이씨 집안 사이에는 드러낼 수 없는 어떤 관계가 있는 듯하다고.유시진이 차를 목적지에 세웠을 때, 멀리서 주차장에 세워진 흰색 BMW 3시리즈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지나윤은 정말 와 있었으나 예전에 타던 차를 몰고 온 것은 아니었다.곧 유시진의 날카로운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HF그룹 대표라는 신분으로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나윤은 유시진이 몰았던 차를 몰지 않았다.‘이건 단순히 나를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차까지 싫어하는 건가?’유시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려, 주변에서 지나윤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이암산 위에 자리한 건물은 단 하나였는데 이는 바로 이안영 할아버지인 이경성의 개인 저택이었다.C국의 석유 재벌로, 석유 독점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결국 C국 뒤편을 움직이는 갑부로 자리 잡은 인물이었다.이경성은 이원호의 아버지이자 이안영의 할아버지였다.이경성의 칠순 생일 잔치라면, 유시진은 당연히 저택 입구가 사람들로 붐비고 각계 인사들이 끊임없이 드나들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저택은 지나치게 고요했고 사람이 왔다가 간 흔적이 거의 없었다.유시진은 초대장을 입구의 경호원에게 건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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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오늘 네 할아버지 칠순인데 축하 인사 한마디도 안 할 거냐?”이경성의 불쾌한 목소리가 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을 압도했다.지나윤은 액자를 쥔 손에 힘을 더 주었다.이경성을 등진 채 잠시 서 있던 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친할아버지에게 차가운 웃음을 던졌다.“제가 칠순 축하한다고 하면 또 먼지털이로 때리실 거잖아요. 아닌가요?”세월이 꽤 지났지만 이경성은 처음으로 지나윤이 이토록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알았다.그 눈빛은 마치 칼날 같아서 그대로 심장을 찌를 듯했다.“내가 한 모든 일은 다 이씨 집안을 위한 거야!”이경성은 분노에 차 발을 굴렀으나 지나윤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그럼 더더욱 저랑은 상관없네요. 어차피 난 지나윤이니까요.”말을 마치고 지나윤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저택을 나섰다.저택 밖, 구불구불 이어진 수로가 지나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이경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미신을 믿게 되는 것 같았다.수로 옆에 선 지나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이 수로의 설계 방식은 과거 A국에 있을 때와 똑같았다.그리고 이 똑같은 구조는 지나윤으로 하여금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지금까지도 지나윤은 어린 시절 이경성에게 어떻게 벌받았는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여섯 살도 채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 불현듯 생각났다.지나윤은 거실에 재물이 잘 들어온다는 자리에 놓여 있던 장식물을 호기심에 만졌다는 이유로, 이경성에게 멱살을 잡혀 밖으로 내던져졌다.한겨울에 맨발로 수로 안에 서 있어야 했고 발목은 부러질 듯이 시렸다.이후 이원호와 채윤화가 돌아오자 지나윤은 울면서 부모님을 불렀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위로가 아니라 이경성의 먼지털이였다.그때의 고통과 차가움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리고 이원호와 채윤화는 이경성이 지나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심지어 반박이나 만류의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맑게 흐르는 수로 바닥에는 블랙 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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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유시진은 지나윤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별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유시진은 한때 지나윤이 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마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처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색을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깨달았다.그 백지 같은 모습은 지나윤이 만들어낸 가면이었고 하나의 환상이라는 걸을.결국 지나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등을 돌려 떠났다.유시진은 뒤따라가려 했지만 오 집사가 남자를 불러 세웠다.“유시진 씨, 어르신께서 부르십니다.”내디뎠던 발걸음을 거둔 유시진은 오 집사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이는 유시진이 이경성을 직접 보는 첫 만남이었다.이경성의 나이는 유희봉과 비슷해 보였지만 두 사람의 인상은 전혀 달랐다.유희봉은 군인 출신으로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노익장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얼굴 역시 온화하고 친근해 보여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노인의 인상이었다.하지만 이경성은 정반대였다.이경성은 몹시 말라 있었고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안색은 칙칙했고 이마에는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처음 본 순간부터 유시진은 이경성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꼈다.지나치게 마른 탓에 피부가 뼈에 달라붙은 듯했고, 얼굴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날카로워 보였다.눈빛 또한 차갑고 예리해 냉혹함이 서려 있었다.솔직히 말해 유시진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이경성 어르신께서 초대해 주셔서 이렇게 자리하게 되었네요. 어르신께서 해마다 오늘과 같은 날을 맞이하시기를 바랄게요.”예의와 형식에 따라 유시진은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이경성은 손을 휘저었다.“마음은 고맙지만 이 나이에 무슨 생일이겠어? 한 해 한 해 줄어드는 건데, 점쟁이 말로는 생일을 따로 챙기지 않아야 오래 산다고 하더라고.”이경성의 이런 미신적인 생각은 유희봉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렇다면 이만 물러갈게요.”유시진이 떠나겠다고 하자 이안영이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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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별일 아니야.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그러면 내일 HF그룹에 갈 거야?]“응, 갈 거야. 왜?”[그럼 내일 HF그룹으로 갈게. 만나서 얘기하자.]고아라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이에 지나윤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얼굴에 의문을 띠었다.지난번 고아라와는 좋지 않게 헤어졌고, 그 일이 마음속에 계속 걸렸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문제는 고진수 때문이었기에, 지나윤은 굳이 먼저 고아라를 찾아가 설명하거나 화해하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 고아라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고 목소리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마치 두 사람이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지나윤은 고진수가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고아라와 잘 지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아라와 백이천은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그랬기에 이 소중한 우정을 지나윤은 누구보다 아끼고 있었다.만약 고아라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오해도 풀었다면, 그건 분명 안도할 일이었다.다만 지나윤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고아라가 왜 계속 HF그룹을 언급하는지였다.‘화해하는데 굳이 HF그룹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집으로 오면 될 일이잖아.’‘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지나윤은 운전대를 잡은 채 생각에 잠겼다.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운 뒤, 지나윤은 조심스럽게 보관해 두었던 액자를 꺼냈다.이 액자야말로 지나윤이 굳이 C국까지 와서 이경성을 만난 진짜 이유였다.전날 밤, 이원호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이경성이 칠순을 맞아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이경성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은 지나윤에게 있어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말보다 더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그래서 단번에 거절했다.하지만 이원호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저택에 와서 이경성을 한 번만 만나주면 이 액자를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지나윤은 손에 들린 액자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졌다.이 액자는 원래 자신의 것이었고 그 안의 사진 역시 자신이었다.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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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아라야...”고아라를 보자마자 지나윤의 두 눈이 환하게 빛났다.고아라의 손에는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는데 지나윤은 그 케이크가 분명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화해를 위해서 이걸 준비한 건가?’“얼마나 기다렸어? 앉아서 기다리지 왜 이러고 있어?”지나윤은 고아라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고아라가 대표실에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사무실은 넓었고 고아라는 한눈에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발견했다.“나윤아, 지난번에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고아라는 어색하게 사과하면서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냈다.“이 케이크는 내가 직접 만든 건데, 너...한번 먹어볼래?”지나윤은 잠시 멈칫했다.고아라가 이렇게 수줍고 조심스럽게 구는 모습은 예상하지 못했다.“무슨 소리야? 아라야, 네가 직접 구운 케이크인데 내가 왜 안 먹겠어?”“그럼 다행이다...”고아라는 억지로 웃어서 그런지 입꼬리가 약간 굳어 있었다.“아, 미안 나윤아, 케이크가 이렇게 큰데 내가 칼이랑 포크, 접시를 준비하는 걸 깜빡했어...”“괜찮아, 내가 준비할게.”지나윤은 자연스럽게 내선 전화를 눌렀다.비서인 유시진이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장우영을 부르려고 했다.그러나 내선 전화를 걸기도 전에 고아라가 갑자기 전화를 빼앗아 끊어버렸다.이에 지나윤은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왜 그래? 아라야?”“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고아라의 눈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말자. 나윤아, 네가 직접 접시 몇 개만 가져와 줘! 나 이번에 회사 몰래 나온 거라서 혹시 누가 보면 좀 곤란해...”고아라의 걱정은 지나윤에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설령 장우영에게 칼과 포크, 접시를 준비해 달라고 해도, 고아라를 봤다고 해서 그 회사에 가서 일러바칠 일은 없을 터였다.지나윤은 고아라를 바라보며 오늘따라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고아라가 신경 쓰인다고 하니 접시를 가져오는 일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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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아라야, 너 무슨 짓 한 거야?”지나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고아라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나윤아, 나...”고아라는 몸을 돌려 지나윤을 마주 봤다.지나윤은 손에 나이프와 포크, 접시를 들고 있었고, 경계하는 시선은 먼저 고아라의 얼굴에 닿았다가 곧 뒤쪽에 있는 노트북으로 향했다.지나윤은 원래 자신의 노트북에 없던 USB를 발견하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래서 곧장 달려가 USB를 뽑아낸 뒤 노트북 화면을 확인했다.화면에는 빼곡한 코드가 여전히 실행되고 있자, 지나윤은 곧바로 정보관리팀 책임자를 불러냈다.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발신자는 이원호였다.지나윤은 전화받지 않고 바로 끊었으나 방금 끊은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발신자는 여전히 이원호였다.이에 지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전화를 끊었다.지금은 이원호의 전화를 받을 때가 아니었다.이씨 집안에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HF그룹보다 급한 일은 아니었다.‘어차피 나는 더 이상 이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낮에서 밤으로 바뀌었다.경찰서.경찰 이호진은 지나윤과 고아라 모두에게 진술받았다.“나윤아, 나, 나도 몰랐어. 진짜 몰랐어. 그 USB 안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줄은...”“고진수가 말하길, 이걸로 너희가 개발한 AI 보조 진료 시스템을 끌 수 있다고 했어. 그 시스템에 결함이 있어서 계속 사용하면 환자한테 위험하다고 했고...”“나, 난...”고아라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고 지나윤 앞에서 혀가 굳어버린 듯했다.USB를 지나윤의 노트북에 꽂는 순간 경보음이 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리고 그 안의 프로그램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는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 바이러스는 HF그룹 기밀 시스템의 방화벽을 직접 공격해, FZZL 시스템의 모든 고객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순식간에 FZZL프로그램을 도입해 사용하던 의료 기관들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이 사건은 곧바로 인터넷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하지만 단순히 온라인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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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나윤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미안해. 그런데, 그런데 나 진짜 너를 해치려고 한 건 아니야.”고아라는 지나윤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지나윤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고, 고아라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굳어 있는 것과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지나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아라는 계속해서 변명했다.“고진수 때문이야. 고진수가 말했어. 네가 돈을 벌고 나서부터는 이익만 생각하고 환자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고.”“나는 그 시스템에 진짜 결함이 있을까 봐 걱정됐어. 맞아, 나도 인정해. 고진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 사람을 돕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어.”“하지만 나도 네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건 원치 않았어. 나는 내가 몰래 시스템만 꺼버리면, 너는 그냥 조금 돈만 잃고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적어도 사람 목숨이 오가는 일은 안 생길 거라고, 그리고 고진수도 도울 수 있고...”고아라는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말을 멈출 수 없었다.어두운 밤, 두 사람은 흰색 BMW 3시리즈 옆에 서 있었다.한 사람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고 다른 한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 이제 축하해. 네 목적은 이뤄졌네, 나 확실히 많이 잃었거든...”“나윤아...”고아라는 지나윤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렇게 느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지금 고아라가 끼친 피해는 단순히 돈을 조금 잃은 수준이 아니었다.고객 정보 유출, 그것도 건강과 관련된 극도로 민감한 정보였다.이는 어느 업계에서든 중대한 사고였다.지금 HF그룹의 주가는 폭락했고,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으며,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그리고 이 모든 일은 고아라가 지나윤의 노트북에 그 USB를 꽂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고아라는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지나윤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아라는 지나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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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또한 좋은 일을 하는 데에는 확인이 필요 없다고 믿었다.특히 그 좋은 일이 고진수의 감사와 인정을 더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랬다.고아라는 속마음을 숨기는 타입이 아니었다.그랬기에 지나윤은 고아라의 표정만 보고도 이미 그 마음을 다 읽어냈다.“우리 이렇게 오래된 우정이 네 남자친구가 한 말 몇 마디 보다도 못하네.”이게 바로 지나윤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부분이었다.하지만 지나윤은 고아라를 연애에 눈먼 사람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자신 역시 한때 그런 사람이었으니까.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특히 그 사람이 너무나도 뛰어난 사람이라면, 스스로 점점 더 작아지고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고 싶어지게 됐다.그렇게 해서라도 그 사랑을 얻고 싶어지기 때문이다.지나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휴지를 꺼내 고아라에게 건넸다.“됐어, 울지 마. 이제 밤도 늦었으니까 얼른 집에 가.”그 말을 끝으로 지나윤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흰색 BMW 3시리즈가 고아라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고아라는 눈물을 닦으면서 휴지를 쥔 채, 휴대폰을 꺼내 고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이미 형사님에게서 분명히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진수가 어떤 이유로 그랬든, 고아라는 고진수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혹시라도 고진수에게 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그래서 다시 한번 직접 만나 본인의 입으로 설명을 듣고 싶었다.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고아라는 고진수에게 50번 넘게 전화를 걸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뿐이었다.삼호거리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지나윤은 차를 주차한 뒤, 휴지를 꺼내 눈가를 닦았다.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 번져 있었다.지나윤은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운전석에 앉은 채 감정을 가라앉혔다.오늘 벌어진 일들은 너무나도 많았고 전부 예상 밖이었다.무엇보다 가장 가까웠던 고아라가 산업 스파이의 손에 들린 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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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곧이어 지나윤은 전화받았다.“유시진?”지나윤이 막 말을 꺼내자 수화기 너머로 유시진의 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맞아. 내가 아니면 누구일 거라고 생각했어?]유시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고 자신감이 넘쳤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나윤은 유시진이 이경성에게 감금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지금 어디야?”[비밀이야.]뜸을 들이는 유시진의 태도에 지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하루 무단결근했지? 내일 회사 나오면 인사팀을 통해서 바로 해고할 거야.”지나윤의 말은 단호했고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원래도 유시진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내보낼 구실이 되었다.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지금은 나를 해고할 때가 아니지 않나?”그 말은 곧 HF그룹에 문제가 생긴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래서 전화한 이유가 뭐야? 불난 집에 기름 부으려고?”[내가 꼭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사람이어야 해?][도와주려고 전화한 걸 수도 있잖아.]유시진의 말에 지나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지나윤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근처 벤치에 앉아 남자의 말을 차분히 들었다.[HF그룹 지금 스캔들 터져서 주가 폭락한 거 알지? 세이만 테크놀러지라는 회사 조심해.][개인 투자자랑 소액 주주들한테서 주식을 계속해서 그리고 은밀하게 사들이고 있어.]“그 회사는 나도 확인했어. EYSG 그룹이 지배하고 있더라고. 근데 EYSG그룹은 H섬에 등록된 회사라서 지분 구조를 확인할 수가 없어.”[그래 EYSG그룹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회사는 K섬에 있는 리셸컴퍼니라는 회사야.”유시진의 말에 지나윤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런 식으로 여러 단계로 얽혀 있는 회사 구조는 한편으로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법적인 사업이나 실체를 숨기기 위해 사용되었다.또한 유시진이 찾아낸 K섬의 리셸컴퍼니 역시 본부가 아닐 가능성이 컸다.“누가 HF그룹 공매도를 걸고 그 틈을 타서 적대적 인수를 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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