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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291 - Capítulo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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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1화

허진강은 물을 마시다 말고 아내를 한 번, 아들을 한 번 바라봤다.“아들, 송지아가 정말 널 싫다는 거야?”“그게…”“차인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어? 평생 결혼 안 하겠다는 소리까지 하는 걸 보니, 상처받아서 연애도 결혼도 하기 싫어진 거냐?”“아버지, 그런 게 아니에요.” 허경빈이 멋쩍게 대답했다.아버지와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려 할 때마다, 왜 엉뚱한 데서 실마리를 찾으시는 걸까.“그럼 뭔데? 설마 실연당했다고 출가라도 하려고?” 허진강이 혀를 찼다. “전에도 말했지. 네가 중이 되겠다면 내가 산 하나 사서 절 지어 줄 테니, 주지나 하라고.”“좀 진지하게 들어 주세요. 농담할 때가 아니에요.”허경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농담 아닌데.” 허진강도 아들을 똑바로 바라봤다. “요즘은 혼자 살겠다는 사람도 많아. 부모 때문에 결혼한들, 결국 자기 뜻대로 이혼할 수도 있는 거고. 네 성격에 우리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지는 않을 테지.”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결혼할 나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야.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거지. 우리한테 아들은 너 하나뿐이다. 네 결혼을 무슨 거래처럼 생각하고 싶지 않아.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면 좋겠어.”아버지가 이런 마음을 털어놓은 건 처음이었다. 평소엔 마주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었다. 진심 어린 말에 허경빈의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아버지, 어머니…”목이 메어 그 뒤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허진강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부모라면 자식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나도 이 나이가 되니 네 육씨 삼촌이 손주들에 둘러싸인 걸 보면 부러워. 그렇다고 네 마음보다 그게 앞설 수는 없어.”“저를 그렇게 사랑하시는 줄은 몰랐어요.”“내 아들인데 널 사랑하지 않으면 누굴 사랑하겠냐?”허진강은 어이가 없었다. 이 녀석 눈에는 제가 부성애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였단 말인가.그가 콧방귀를 뀌었다.“솔직히 말해 봐. 송지아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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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네.”“부모라고 늘 옳은 선택만 하는 건 아니야. 우리도 잘못 판단하고 엉뚱한 길로 들어설 때가 있지.”허진강이 아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하지만 넌 이미 혼자서도 잘 해내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분히 고민했을 거라고 믿는다. 네가 마음만 확실히 정하면 돼. 나중에 다른 집 아이들을 보면서 후회할 일은 없을지.”허경빈은 아버지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이런 일은 적당히 타협해서 넘길 수 없어.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언젠가 너희 결혼 생활에 그게 걸림돌이 될 거야.”허경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송지아의 사정을 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허진강이라고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지아는 갑자기 떠났고, 경빈을 대하는 송씨 집안의 태도도 그 무렵부터 미묘하게 달라졌다. 분명 아들을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 일이 뒤집힌 걸 보면, 그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으리라고는 짐작했다. 그 사정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을 뿐이다.“그 애도 참 마음이 아프겠구나…”허진강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역시 부모였고, 지아를 아끼는 마음도 컸다. 불과 몇 달 사이 그 아이에게 닥친 일들을 생각하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부자는 서재에서 한동안 더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가 음식이 다 됐다고 부르고 나서야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경빈은 먹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음은 벌써 송지아에게 가 있었다. 그는 차 키를 집어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잠깐만. 뭘 그렇게 급하게 가?”어머니가 그를 불러 세웠다. 허경빈이 돌아보자 포장해 둔 보온 도시락이 그의 앞에 내밀어졌다.“이거 가져가.”“저 배 안 고픈데요.”“누가 너 먹으래? 지아 만나러 가는 거잖아. 지아 주라고.”어머니가 아들을 흘겨봤다.“혼자 김칫국 마시기는.”부모는 알고도 묻지 않는 일이 있었다. 아들이 이 늦은 시간에 어디로 가려는지도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허경빈은 도시락을 받아 들었다. 손에 전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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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허경빈의 목소리가 송지아의 귓가에 낮게 스며들었다. 가까이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다.송지아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무슨 결정을 한 건지, 정말 알고 있어?”“나 아이들 좋아해. 민찬이나 수린이, 우진이를 볼 때마다 생각했어. 나중에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얼굴일까. 널 더 닮을까, 날 더 닮을까 하고.”허경빈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그런데 지아야, 그건 전부 너와 함께할 때의 이야기야.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싶었던 건, 그 상대가 너였기 때문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상대가 송지아가 아니라면 그는 원하지 않았다. 그가 그려 온 미래에는 처음부터 지아가 있었다. 그녀가 빠진다면 그 모든 상상도 의미를 잃었다.송지아는 그가 자신을 위해 여기까지 마음을 정해 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기뻤다. 그런데 그만큼 가슴도 아렸다.그녀도 그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닮은 아이만큼은 낳아 줄 수 없었다. 굳게 다잡았던 마음이 다시 흔들렸다.“허경빈…”“송지아, 넌 정말 이제 내가 싫어?”쉰 듯 낮은 목소리에는 평소의 자신감이 없었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사람처럼 들렸다.그 한마디에 송지아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허경빈, 이러면 안 되잖아…”그는 당당한 사람이었다. 자신 때문에 이렇게까지 애원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왜 네가 울어.”허경빈이 그녀를 돌려 세워 마주 보게 했다. 손끝으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며 애써 웃었다.“버림받을 처지인 나도 안 우는데 네가 먼저 울면 어떡해. 울지 마. 네가 울면 나도 마음 아파.”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서두르지 않고, 눈물 자국을 따라 조심스레 입술을 옮겼다. 송지아가 눈을 감자 그의 입맞춤이 입술로 내려왔다.처음에는 부드러웠던 키스가 점차 깊어졌다. 허경빈의 손이 그녀의 목덜미를 받쳤다. 송지아는 잠시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다가 천천히 입맞춤에 응했다. 그러자 허경빈이 기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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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그렇게 허경빈은 또다시 송지아를 울리고 말았다.그는 미안해하기는커녕 뻔뻔하게 속삭였다.“네가 떠난 뒤로 계속 생각했어. 다시 만나면 꼭 한 번 울리고 말겠다고.”평소의 허경빈에게서는 상상도 못 할 말이었다. 침대에 올라 옷을 벗은 그는 말투부터 눈빛까지 딴사람 같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감격에 겨워 울던 송지아는 이제 그를 침대 밖으로 걷어차고 싶었다. 결국 고개를 들어 그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너 뭐야? 왜 그렇게 사람을 잘 물어?”허경빈은 아픈 기색도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지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몇 번이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을 걱정해 그만두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밤새 한숨도 못 잤을 것이다.“넌 안 피곤해?”송지아는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지 않았다.“요즘 운동한 보람이 있나 봐. 예전보다 더 잘하지 않았어?”허경빈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그녀의 몸을 닦아 주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송지아는 그제야 낮부터 마음에 걸리던 일이 떠올랐다.“다들 네가 큰 병에 걸렸다고 했잖아. 우리 오빠가 유주만 선생님한테도 물어봤는데… 선생님도 너랑 같이 우릴 속이신 거야?”“선생님은 거짓말 안 하셨어. 수술받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고. 다만 그렇게 심각한 병은 아니야.”“무슨 수술인데?”느슨하게 풀렸던 송지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뭘 그렇게 걱정해. 작은 수술이야.”“수술에 작고 큰 게 어디 있어?”그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불안이 슬며시 되살아났다. 송지아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빨리 말해. 무슨 수술인데?”“맹장 수술.”송지아는 말없이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한동안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허경빈은 그런 그녀마저 사랑스러운 듯 품에 안고 누웠다. 송지아도 등을 돌린 채 버티다가 이내 그의 쪽으로 몸을 돌려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따뜻한 체온에 기대어 잠이 들려던 순간, 문득 생각이 스쳤다.오늘 밤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면서 한 번도 피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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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송지아가 이렇게 깊이 잠든 건 오랜만이었다. 눈을 떴을 때는 어느덧 한낮이었다.여름 나무의 그늘이 길게 드리우고, 땅에서는 눅눅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방 안은 고요했고, 창밖에서 매미가 목청껏 우는 소리만 들려왔다.송지아가 몸을 돌리자 온몸에 남은 뻐근함이 어젯밤 일을 일깨웠다. 꿈이 아니었다.허경빈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물러서야 한다고, 머리로는 여전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위해 내린 결정을 알고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언젠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허경빈이 자신을 떠나더라도, 그때는 받아들이기로 했다.어젯밤 귓가에 내려앉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했다.“네가 걱정하는 게 많다는 거 알아.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도 괜찮아. 그래도 한 가지만은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 난 널 사랑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그 말에 송지아의 마음도 움직였다.휴대전화를 집어 들자 도우미뿐 아니라 오빠에게서도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곧바로 다시 걸었더니 금세 연결됐다.“여보세요, 오빠. 무슨 일 있어?”“아니. 그냥 네 생각이 나서.”송지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지난 이틀 동안 있었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다른 말을 꺼냈다.“나 경성으로 돌아가려고.”“그래.”오빠라면 왜 갑자기 돌아오느냐고 놀라서 물을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 담담한 대답이 돌아오자 송지아는 도리어 당황했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돌아온 터라 더 캐물을 수도 없어 서둘러 통화를 끝내려는데, 송윤재가 먼저 물었다.“언제쯤 올 건데?”“그, 이틀 안에.”“내가 데리러 갈까?”“아니, 괜찮아. 나 어린애도 아니고.”거짓말을 할수록 목소리가 어색해졌다.“난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러지. 넌 별로 안 그런가 보네.”“그럴 리가. 나도 오빠 보고 싶고 빨리 만나고 싶어. 일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런 거야. 나 때문에 그동안 고생 많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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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6화

허경빈의 몸은 닿는 곳마다 뜨거웠고, 귓가에 쏟아지는 숨결에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열기가 실려 있었다.“겁내지 마. 만지기만 할게.”그의 말대로 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송지아는 결국 그에게 한참을 시달려야 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잠옷을 꺼내 들자 허경빈이 입지 말라고 막아섰다. 집에서는 잠옷이 제일 편한데, 왜 입지 말라는 걸까. 송지아는 의아해하면서도 원피스 한 벌을 꺼내 들었다.“이따 어디 나가?”허경빈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송지아는 의아한 채로 그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새끼 고양이가 케이지에 갇혀 있는 걸 발견했다. 하랑이는 제 집 안에 몸을 둥글게 말고 엎드려 있었다. 잔뜩 토라진 것처럼 보였다.“먹을 것 좀 만들어 올게.”허경빈이 주방으로 향하자 송지아가 그 뒤에 대고 물었다.“하랑이는 왜 가둬 놨어?”“누가 놀랄까 봐.”집에는 둘밖에 없는데 누가 고양이를 보고 놀란다는 걸까. 송지아는 케이지 문을 열어 하랑이를 꺼낸 뒤 한동안 품에 안고 쓰다듬었다. 허경빈이 무슨 말을 숨기고 있는지는 식사를 마친 다음에야 알게 됐다.“지아야, 너한테 말할 게 있어.”“뭔데?”갑자기 진지해진 얼굴에 가슴이 철렁했다. 송지아가 그를 바라보자 허경빈이 말했다.“오늘 아침에 오빠가 왔었어.”송지아는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지만, 혀가 꼬여 말까지 더듬었다.“우, 우리 오빠가 오늘 아침 여기 왔다고? 너랑 만났어?”“응.”“여긴 왜 왔는데?”“널 찾으러.”허경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송지아는 눈앞이 아찔했다. 오빠가 자신을 찾으러 왔다면 경성 돌아온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 통화에서는 모르는 척했다. 그녀가 직접 말하는지 보려고 일부러 떠본 걸까?“오빠한테 뭐라고 했어? 언제 갔는데?”“네가 자고 있으니까 점심때 다시 오시라고 했어.”“뭐, 뭐라고?”“그런데 안 가시더라고.”송지아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질렀다. 허경빈과 함께한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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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송지아는 오빠의 빈정거림에 말문이 막혔다. 품에 안긴 고양이만 애써 쓰다듬는 그녀의 모습이 몹시 난처해 보였다.송윤재가 깊이 숨을 들이켰다.“우리 지아, 참 많이 컸네. 연애할 때도 집안에 숨기더니, 아버지가 우연히 못 보셨으면 이 녀석이 우리 집에 몰래 들어와 사는 줄도 몰랐겠지. 이젠 경성에 돌아와 놓고도…”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쏘아붙였다.“집에는 얼굴 한 번 안 비치고 이 녀석이랑 좋은 시간 보내느라 바빴어? 엄마 아빠가 아시면 얼마나 서운하시겠냐. 딸 키워 봐야 소용없다더니.”오빠의 비꼬는 말에는 도무지 대꾸할 틈이 없었다. 송지아는 고개를 숙인 채 곁에 앉은 허경빈을 흘끗 봤다. 정작 이 일을 벌인 사람은 느긋하게 구경만 하고 있었다. 자기도 같이 듣고 있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걔는 왜 봐? 나 봐.”송윤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송지아가 움찔했다.“하나만 묻자. 너희 둘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다시 만나기로 했어?”송지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송윤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생각은 충분히 해 봤고?”“오빠는 반대해?”“송지아, 나 너 때문에 언젠가 속 터져 죽을 거야.”그가 벌떡 일어서자 송지아는 숨을 삼켰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말은 예상과 달랐다.“처음에 네가 떠난다고 했을 때, 내가 경빈이한테 솔직히 말하라고 했잖아. 아무 말 없이 사라지지 말라고. 그런데 넌 끝내 듣지 않고 떠났지. 그래, 네 뜻이 그렇게 확고하니까 나도 도와줬어.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만난다고?”송윤재는 기가 막힌 듯 웃었다.“나 혼자 바보 된 기분이야. 내가 연애할 때도 이렇게 마음고생은 안 했어. 내 허락이 무슨 소용이겠냐. 어차피 내 말 안 들을 거면서.”그는 씩씩거리며 현관으로 향했다. 송지아가 고양이를 안은 채 황급히 뒤따랐다.“오빠, 어디 가?”“거기 서.”송윤재는 그녀의 품에 안긴 고양이를 보고 얼른 손을 뻗어 막았다. 가까이 오기라도 할까 봐 경계하는 얼굴이었다.“멀리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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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8화

허진강 부부도 두 사람을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하고 싶어 했다.송지아는 자기 일로 허경빈의 부모님까지 마음고생을 시켰다는 생각에 얼굴을 뵙기가 민망했다. 가는 내내 허경빈이 긴장하지 말라고 말해 줬지만, 차가 허씨 집안의 마당으로 들어설 무렵에는 다시 손끝이 굳었다.차 소리를 듣고 허진강이 밖으로 나왔다. 송지아는 차에서 내려 얌전히 인사했다.“삼촌, 안녕하세요.”“나는 영 안녕하지 못한데.”무슨 뜻인지 몰라 송지아가 눈을 깜빡이자, 허진강이 기다렸다는 듯 하소연을 시작했다.“네가 떠나고 나서 이 녀석이 일을 죄다 나한테 떠넘겼어. 회사 가면 매일 정신없이 바쁘다니까. 네 아버지는 벌써 은퇴해서 쉬고 계신데, 난 비슷한 나이에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어. 이게 말이 되니?”송지아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허경빈의 부모님이 자신을 차갑게 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허진강은 만나자마자 아들 흉부터 보고 있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허경빈의 어머니가 웃으며 맞아 주었다.“밖에 많이 덥지?”“괜찮아요.”“찬 건 먹어도 돼?”송지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시원하게 식힌 양매를 내왔다.“양매 좀 준비했어. 맛만 봐. 너무 많이 먹으면 저녁 못 먹으니까.”송지아는 가만히 앉아 대접받기가 미안해 주방 일을 거들려고 했다. 하지만 허경빈의 어머니는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넌 여기서 먹고 있어. 경빈이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돼.”허경빈이 주방에 들어가자 허진강은 이번에는 맹장 수술 이야기를 꺼냈다. 송지아가 대답할 틈도 없이 그의 말이 이어졌다.“맹장 떼는 게 무슨 큰 수술이라고. 얘는 수술받으라고 하면 꼭 목숨이라도 잃을 사람처럼 군다니까.”“이제 나도 감당 못 하겠어. 네가 좀 말려 줘. 저런 아들 키우다가 내가 먼저 속 터져 죽지.”허진강은 혀를 차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내가 편히 노후를 보내려면 이제 너만 믿어야겠다.”송지아는 그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말은 쉴 새 없이 쏟아졌지만, 허경빈의 부모님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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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9화

맹장 수술일 뿐인데도 허경빈은 꽤 긴장한 눈치였다.그는 수술 전날 입원해 필요한 검사를 받았다. 유주만은 이런 작은 수술을 집도하지 않았고, 담당 의사가 병실에 들어왔을 때는 허씨와 송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와 있었다.“수술은 내일 오전 아홉 시입니다.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술 당일 퇴원하는 분도 있어요.”의사의 설명을 듣던 송지아가 물었다.“음식은 언제부터 먹을 수 있나요?”“가스가 나오고 나서요.”허경빈이 미간을 찌푸렸다.“가스요?”“방귀요.”병실이 일순 조용해졌다.허경빈이 수술을 받기로 한 건 송지아가 내내 곁에 있어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설마 그 앞에서 방귀까지 뀌어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의사가 뒤이어 무슨 설명을 했는지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허경빈은 침대에 누워 세상이 끝난 사람처럼 천장만 바라봤다.수술을 마친 뒤에는 송지아에게 자꾸 집에 가라고 했다. 그녀가 곁에 남겠다고 버티자, 급기야 허경빈이 말했다.“네가 안 가면 내가 갈 거야.”“알았어, 갈게. 너는 푹 쉬어.”나중에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을 때, 방주헌은 송지아가 없는 걸 보고 의아해했다.“지아는?”“갔어.”허경빈의 대답에는 서운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그것 때문이 아니야.”“그럼 뭔데?”“왜 아직도 방귀가 안 나오나 생각 중이야.”“뭐?”방주헌이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이자, 곁에 있던 서은주가 작은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해 줬다. 사정을 들은 방주헌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난 또 무슨 일이라고. 방귀쯤은 기다리면 나오겠지. 뭘 그렇게 조급해해?”“네가 뭘 알아.”허경빈이 툴툴거리자 방주헌은 더 놀리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퇴원하면 지아랑 같이 나와. 다 같이 밥이나 먹자. 우리 모여서 식사한 지도 오래됐잖아. 나도 결혼 준비하느라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어.”허경빈은 그러자고 했다.송지아가 경성으로 돌아온 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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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병원을 나와 차에 탔는데도 속이 영 편치 않았다. 송지아는 좌석에 몸을 기대고 아랫배를 천천히 문질렀다. 그런 딸의 안색을 살피던 어머니가 걱정스레 물었다.“지아야, 어디가 아파?”“아랫배요. 곧 생리할 것처럼 뻐근해요.”“그럼 집에 가서 쉬자.”“아니요. 경빈이 보러 병원에 갈래요.”“그래, 가는 동안 눈 좀 붙여. 많이 아프면 바로 말하고.”송지아는 눈을 감고도 아랫배를 천천히 문질렀다. 이런 통증은 며칠 전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전에 복용한 진통제와 진정제 때문인지, 일을 겪은 뒤 몇 달 동안은 생리 주기도 불규칙했다. 아랫배가 아파도 생리가 시작되지 않는 날이 있었다.어머니는 쉬고 있는 딸을 곁눈질했다. 무슨 말을 더 묻기도 조심스러워, 걱정스러운 눈길만 잠시 머물렀다.두 사람이 시립 제3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육남혁네 가족과 마주쳤다. 네 식구는 외식하러 나온 길에 병원에 들러 허경빈을 보고 가려던 참이었다.허진강은 아이를 안고 있었다. 품에 안긴 아이는 까맣고 반짝이는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얼굴도 예쁘고 잘 울지도 않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였다.“남혁 오빠, 형수님, 안녕하세요.”송지아가 육남혁과 연주에게 인사했다. 허경빈과 가까운 친구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결혼했고, 아이들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함께 모이면 임신이나 아이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송지아는 그런 이야기가 마음에 걸리지 않는 듯 웃으며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 아이도 그녀를 보며 까르르 웃더니 안아 달라는 듯 두 팔을 뻗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과 낳을 수 없는 것은 달랐다. 서은주와 온유란을 비롯해 주변에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아이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될 텐데, 딸이 매번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아아!”아이는 송지아의 품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연주가 아이를 데려가려 하자 입을 삐죽 내밀며 싫은 기색을 보였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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