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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281 - Capítulo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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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집으로 돌아온 송윤재를 본 송현근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어쩌다 너 같은 쓸모없는 아들을 키웠을까.”송윤재가 헛웃음을 쳤다.“아빠는 그렇게 능력 있으시면 직접 해 보세요.”*다음 날, 송현근은 허진강에게 낚시를 가자고 제안했다.육진국과 하정현도 함께했다.예전부터 네 사람이 함께 낚시를 다니던 구성은 변하지 않았다.달라진 것은 과거에는 허진강이 송씨 집안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송현근이 허진강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었다.그러나 송현근도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그사이 허경빈이 중병에 걸렸다는 소문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송지아의 불안도 날이 갈수록 커져 갔다.한여름이었지만 밤이 되면 산바람은 서늘했다.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송지아는 옷을 단단히 여미고 사찰 안을 거닐었다.법당 앞에 이르자 희미한 불빛에 비친 부처의 얼굴이 한없이 자비로워 보였다.송지아는 본래 신이나 부처를 믿지 않았다.그러나 그날만큼은 법당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허경빈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었다.“마음에 품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까?”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뒤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지아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숙였다.“묘법 스님.”묘법은 이 사찰의 주지로, 나이가 일흔이 넘은 노승이었다.그는 온화하고 자비로운 인상을 지닌 사람이었다.송씨 집안은 그동안 사찰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낡은 건물을 보수해 주었다. 그런 인연이 있었기에 묘법도 송지아가 산속 후원에 머물며 요양하는 것을 허락했다.“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한 사람을 잊고 싶다고 했지요.”묘법이 온화하게 말했다.“하지만 마음 깊이 들어온 사람을 어찌 그리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저와 그 사람은 어쩌면 애초부터 인연이 아니었나 봐요.”묘법이 빙그레 웃었다.“수많은 사람 가운데 서로 만났다는 것부터가 이미 인연입니다. 두 사람은 만나 서로를 알고, 끝내 사랑하게 되었는데 어찌 인연이 없다고 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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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한여름이었다.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릴까 봐 송지아는 자동차의 시동을 완전히 껐다.금세 차 안의 온도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 송지아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그녀는 한낮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기다렸다.달이 떠오르고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펼쳐질 때까지도 허경빈은 나타나지 않았다.송지아는 점점 기운이 빠졌다.서은주에게 연락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은주라면 분명 허경빈의 근황을 알고 있을 테니까.그러나 연락했다가 자신의 행방이 드러날까 두려웠다.자정이 가까워지자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기다림에 지친 송지아에게도 서서히 졸음이 밀려왔다.바로 그때, 갑자기 자동차 엔진음이 들렸다.송지아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허씨 집안 저택에서 허경빈의 스포츠카가 나오고 있었다.허진강 부부가 아들의 스포츠카를 몰고 나올 리는 없을 터.형언하기 힘든 흥분과 기쁨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졌다.차 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송지아는 일단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미행 경험이 전혀 없던 그녀는 상대에게 들킬까 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따라갔다.스포츠카는 한 고급 클럽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허경빈은 친구들과 모일 때마다 이곳을 자주 찾았다.늘 이용하는 전용 룸도 있었다.송지아는 십 분쯤 기다린 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허경빈이 자주 이용하던 룸 근처로 향한 그녀는 그곳에서 정말로 허경빈을 발견했다.그는 복도에 서 있었다.회백색 계열의 옷을 입고, 예전보다 훨씬 짧아진 머리카락을 한 채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있었다.단정하고 산뜻한 모습이었다.셔츠는 목깃 아래로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 선명한 쇄골선이 드러났다.허경빈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입꼬리를 가볍게 올려 웃는 순간, 특유의 소년 같은 분위기 속에 이전에는 없던 성숙함까지 느껴졌다.곁에 있는 사람들은 송지아가 모르는 이들이었다.그를 바라보는 순간, 수많은 기억이 머릿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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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백 미터 남짓 떨어진 복도 끝에서 허경빈은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이 룸 안으로 들어가고 두꺼운 문이 닫히자, 시끌벅적한 목소리도 순식간에 끊어졌다. 방금 전까지 웃음소리가 가득하던 복도에는 차가운 냉기와 고요만 남았다.송지아는 벽에 몸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핏기가 가신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마침 곁을 지나던 직원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송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직원은 더 묻지 않고 그들이 들어간 룸의 문을 열었다. 문틈 사이로 환한 조명과 함께 남녀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흘러나왔다.목소리만 들어도 모두 무척 즐거워 보였다.본래 허경빈이 살아야 했던 삶은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북적이는 자리에서도 누구보다 잘 웃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송지아와 연애를 시작한 뒤로는 일할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고양이를 품에 안고 놀아 주거나, 그녀에게 새로운 요리를 해 주겠다며 조리법을 들여다보곤 했다.돌이켜 보면 어느 순간부터 허경빈은 예전의 자신답게 살지 못했다.이제 그는 그저 자신이 원래 걷던 길로 돌아간 것뿐이었다.어쩌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송지아가 경성으로 돌아온 뒤 자선 행사에서 다시 마주친 순간부터 잘못된 인연이었는지도 몰랐다.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면 이제라도 끝내는 것이 옳았다.한낮부터 차 안에서 에어컨조차 켜지 못한 채 기다린 탓에 송지아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데 클럽 안의 냉방은 지나치게 강했다.달아올랐던 피부에서 열기가 빠져나가자, 차가운 공기가 젖은 옷자락을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서늘해진 몸이 견디기 힘들 만큼 떨려 왔다.목소리만 들어도 그 여자는 분명 활발하고 밝은 사람일 것 같았다.잘 웃고, 애교도 많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할 줄 아는 사람.송지아는 허경빈이 그 여자와 함께 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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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왜… 왜 하필 자신이어야 했을까.자신이 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이토록 처참하게 망가뜨린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왜 어머니가 될 권리마저 빼앗아 간 것일까.송지아는 피가 배어 나올 만큼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악문 치아 사이로 억눌러 온 울음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그동안은 언제나 곁에 가족이나 가사도우미가 있었다.모두가 자신을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웃었고,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하지만 지금 이 집에는 자신밖에 없었다.이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무너져도 되었다.송지아는 피가 맺힌 입술을 천천히 놓았다.참아 왔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처절한 울음소리가 텅 빈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적막한 벽에 부딪혀 오래도록 메아리쳤다.*얼마나 오래 울었는지 알 수 없었다.기력이 다할 때까지 울던 송지아는 어느 순간 지쳐 잠들었다.희미한 휴대전화 진동음에 눈을 떴다.산속 사찰에서 자신을 돌봐 주던 가사도우미의 전화였다. 그녀는 송지아가 언제 돌아올 것인지 걱정스럽게 물었다.가족들 몰래 혼자 경성에 돌아간 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일이었다. 갑자기 몸이 나빠지거나 약물 부작용이 다시 발작하면, 혼자서는 견뎌 내기 힘들 터였다.“아가씨, 약 드시는 것 잊으시면 안 돼요.”가사도우미가 거듭 당부했다.“알고 있어요.”한약은 달인 뒤 한 번씩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팩에 나누어 포장해 두었다.송지아도 사찰을 떠날 때 몇 팩을 챙겨 왔다. 하지만 온통 허경빈에게만 정신이 팔려 약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그럼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저는 부모님께서 아시게 될까 봐 너무 걱정돼요…”“걱정하지 말아요.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갈게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알아차리지 못하실 거예요.”송지아는 쉰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혹시 알게 되시더라도 모든 책임은 나한테 돌려요. 내가 억지로 시켰다고 하면 돼요.”“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는 아가씨가 무사하시기만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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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송지아는 극심한 통증에 의식마저 흐릿해졌다.희미해지는 감각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몸을 받아 안는 것이 느껴졌다.맞닿은 몸은 뜨거웠다. 얼음처럼 식은 몸을 녹여 줄 만큼 따뜻한 온기가 얇은 옷감 너머로 스며들었다.무엇보다 그 사람에게서는 너무나 익숙한 향기가 났다.그 향을 맡는 순간, 고통과 두려움으로 날뛰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조금씩 가라앉았다.그가 송지아를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넓고 단단한 가슴에 몸을 웅크린 송지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에 손가락 마디가 푸르스름하게 질렸다. 어찌나 힘껏 붙잡았는지 매끄럽던 옷자락이 손안에서 여러 겹으로 구겨졌다.잠시 후 몸이 부드러운 침대 위에 내려앉았다.“착하지. 손에 힘을 조금만 풀어 봐.”목소리마저 한없이 다정하고 익숙했다.하지만 송지아는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놓을 수 없었다.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기와 향기, 다정한 목소리까지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송지아는 더욱 필사적으로 옷을 움켜쥐었다.그러나 어느 순간 손안이 갑자기 허전해졌다.옷자락은 붙잡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송지아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휘청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힘이 풀린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쿵!무거운 충돌음이 고요한 침실을 뒤흔들었다.곧바로 다급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지아야!”그 사람이 돌아왔다.그가 허리를 숙여 송지아를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몸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경빈아, 가지 마…”송지아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였다.“가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마…”“그래, 안 갈게.”“어디 가려고 했어? 가지 마…”송지아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가슴에 매달려 울었다.결국 그는 갓난아이를 안듯 그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따뜻한 품에 웅크린 송지아의 몸은 여전히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통증을 견디려 입술을 세게 깨물자 금세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네 입술 물지 마.”그가 부드러운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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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그 입맞춤은 더없이 다정하고 경건했다.어떠한 욕망도 섞이지 않은, 오직 애정만을 담은 입맞춤이었다.*송지아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문득 눈을 떴을 때, 에어컨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에 얇은 커튼이 가볍게 일렁이고 있었다.해 질 녘의 노을빛이 하얀 커튼을 통과해 방 안을 따스한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까지 금빛으로 반짝였다.송지아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설마 다음 날 저녁까지 계속 잠들어 있었던 걸까?고개를 돌리자 침대 머리맡에 자신이 주문한 진통제와 이미 차갑게 식은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그제야 송지아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았다.침대 옆에는 실내화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눈앞의 모든 흔적이 한 가지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이 집에는 자신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설마… 허경빈이었을까?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고통 때문에 본 환각이나 꿈이 아니었던 걸까?송지아는 다급히 이불을 걷어 내고 침실 문을 열었다. 실내화를 신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맨발로 거실을 향해 달렸다.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발작의 여파가 남은 몸이 비명을 질렀다.온몸의 근육은 무겁게 욱신거렸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두 다리는 몇 번이나 휘청였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지만, 송지아는 벽과 난간을 짚으며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그러나 아무도 없었다.그렇다면 어젯밤 자신을 안아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가사도우미가 가족에게 연락한 걸까?혹시 오빠가 다녀간 것일까?송지아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였다.힘이 풀린 두 다리로는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차가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자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허경빈의 삶은 이미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니 어젯밤의 사람이 그일 리 없었다.결국 자신은 정말로 꿈을 꾼 모양이었다.깊은 상실감이 밀려와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다.송지아는 스스로를 끌어안은 채 차가운 타일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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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송지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는 순간, 깊숙한 소파에 파묻혔다. 허경빈은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두 팔 사이에 가두었다.최근 꾸준히 운동한 덕분인지 그의 몸은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송지아가 가슴을 밀어내려 해도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거세게 쏟아지는 입맞춤을 그대로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발작을 겪은 몸에는 아직 힘이 없었다.온몸이 축 늘어진 채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고 괴로워하자, 허경빈은 그제야 입술을 놓아주었다.그는 소파에 깊숙이 앉으며 송지아의 허리를 붙잡아 끌어당겼다.송지아는 얼떨결에 그의 몸 위에 마주 앉게 되었다.허경빈이 짓궂게 물었다.“아까는 불편했어? 그럼 이 자세는 좀 나아?”하지만 지금의 자세에서는 다리 사이에 닿아 있는 무언가가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송지아의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는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감각을 견디며 허경빈의 옷자락을 세게 움켜쥐었다.허경빈은 한 손으로 허리를 단단히 감싼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입술을 맞대고, 머금고, 때로는 가볍게 깨물었다. 뜨거운 입맞춤은 입가에서 시작해 귓불을 스치고 귀 뒤의 여린 피부까지 천천히 번졌다.조금 잠긴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 때마다 신경이 온통 그에게 사로잡히는 듯했다.심장이 거칠게 뛰고 온몸에 떨림이 번졌다.송지아가 가까스로 내뱉은 첫마디는 이것이었다.“이제 그만 키스해…”허경빈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내가 키스를 못해서 불편해?”두 사람의 이마가 맞닿았다.코끝이 가볍게 스칠 때마다 뜨겁고 가빠진 숨결이 서로의 입가에 얽혔다.허경빈은 송지아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이제도 내가 가짜 같아?”송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그제야 허경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송지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잃어버린 온기를 확인하듯 가만히 뺨을 비볐다.“송지아, 너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목소리에는 깊은 체념과 애정이 뒤섞여 있었다.“나는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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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송지아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말끝에는 감추지 못한 떨림까지 배어 나왔다.“일할 때는 나도 충분히 독해.”허경빈은 송지아를 바라보다가 씁쓸하게 웃었다.“그런데 유독 너한테만은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가 없어.”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고개를 기울여 송지아의 귓불을 깨물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송지아는 따끔한 통증에 짧은 비명을 질렀다.“아파!”허경빈은 곧바로 이를 놓았다.하지만 입술은 여전히 그녀의 귓가에 닿아 있었다. 뜨거운 숨결과 함께 낮게 잠긴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오히려 독한 사람은 너야.”그 한마디에 송지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내가 다른 여자와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봤으면서 어떻게 아무런 반응도 없을 수 있어?”송지아는 목을 뻣뻣하게 굳힌 채 그를 바라보았다.눈동자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당혹감이 가득했다.마치 눈앞의 허경빈을 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내가… 너를 따라간 걸 알고 있었어?”송지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내가 경성에 돌아온 건 언제 알았는데?”“네가 라비엘 레지던스에 들어간 순간부터.”허경빈은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웃었다.“송지아, 요즘 지문 인식 도어록은 휴대전화와 연결되는 거 몰랐어? 누군가 문을 열면 바로 알림이 와.”“네가 우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허경빈은 조금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처음에는 일부러 좀 더 기다리게 할 생각이었어. 네가 나를 버리고 갔으니, 적어도 사흘 밤낮 정도는 기다리게 해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그러나 곧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그런데 네가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파서 더는 못 기다리게 하겠더라. 그래서 급하게 차를 몰고 나갔지.”허경빈이 자조적으로 웃었다.“우리 아빠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뭐라고 하셨는데?”“너한테 달려가려고 안달 난 꼴이 자존심도 없어 보인대.”송지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허진강은 여전히 아들의 체면 따위는 조금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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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한 정적이었다.그때 하랑이가 야옹 소리를 내며 울었다. 배가 고픈지 송지아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챘다.그제야 송지아는 허경빈의 무릎에서 내려왔다.그녀는 몸을 숙여 하랑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등을 쓸어 주었다.“먹을 게 있는지 찾아보자. 우리 하랑이를 굶길 수는 없잖아.”송지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행동했다.헐렁한 잠옷 아래로 드러난 몸은 눈에 띄게 가늘었다. 휘청일 만큼 야위었지만, 가느다란 버드나무처럼 단단한 생명력만큼은 잃지 않았다.삶이 제멋대로 꺾고 구부려도 끝내 부러지지 않는 사람 같았다.하랑이는 예전에 허경빈과 함께 이곳에서 지낸 적이 있어 집 안에는 아직 고양이 사료가 남아 있었다.송지아는 그릇에 사료를 담아 주었다.하랑이 고개를 숙이고 사료를 먹기 시작하자, 허경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현관을 향하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송지아는 고양이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허경빈의 움직임을 좇고 있었다.이제 정말 떠나는 모양이었다.그런데 허경빈은 현관문을 열지 않았다.문 앞에 내려놓았던 장바구니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어젯밤에 발작했으니 아직 몸에 힘이 없을 거야.”허경빈은 장바구니에서 식재료를 하나씩 꺼내며 말했다.“갈비를 좀 샀어. 푹 끓여서 국을 만들어 줄게. 저녁에는 새우도 삶고…”말을 마친 그는 벌써 소매를 걷고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송지아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했다.그러나 허경빈의 머릿속에는 그 사실보다 진실을 말하던 그녀의 표정이 계속해서 맴돌았다.송지아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했다.분명 웃고 있었지만, 차라리 우는 얼굴보다 더 처연해 보였다.그녀가 울기라도 했다면 품에 안고 마음껏 달래 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송지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었다.그 모습이 오히려 허경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저녁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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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지아의 몸 상태가 어떤지는 알고 계시죠?”송지아가 앓았던 병의 주치의는 유주만이었다.그녀가 먼저 허경빈과 헤어지겠다고 했을 때, 유주만은 이미 그 이유를 짐작했다.하지만 송씨 집안에서 간곡히 부탁한 데다 환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난 아무것도 몰라.”유주만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목말라 죽겠으니 일단 물부터 한 잔 마시자.”그는 탁자 위의 물병을 집어 컵에 물을 따랐다.막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허경빈이 잽싸게 컵을 가로챘다.유주만은 황당하고 화가 나 눈을 부릅떴다.“이 녀석아,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늙은이를 목말라 죽일 셈이냐?”“지아가 정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건가요?”“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어?”“지아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확인하러 온 거예요.”그제야 유주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본인에게 직접 들었다면서 나한테 뭘 더 확인하려는 거냐. 어떤 여자가 그런 일을 가지고 농담하겠어.”“약물 때문인가요?”유주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아이도 참 가엾지. 부족한 것 하나 없이 귀하게 자란 아이가 어쩌다 그런 일을 겪었는지…”그는 안타까운 듯 한동안 침묵했다.“애초에 그 약 자체가 워낙 독하고 기이한 물건이야. 그래도 몸을 꾸준히 치료하고 잘 회복하면 훗날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알겠습니다.”허경빈은 빼앗아 들었던 물컵을 유주만의 손에 쥐여 주었다.그러고는 대답을 듣자마자 거센 바람처럼 방을 빠져나갔다.온유란은 할아버지가 허경빈에게 억지로 끌려갔다는 말을 듣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왔다.그러나 허경빈은 이미 떠난 뒤였다.방 안에서는 화가 난 유주만의 목소리만 끊임없이 들려왔다.“망할 녀석! 그 천방지축 같은 놈 때문에 하마터면 허리를 다칠 뻔했어.”“경빈 씨가 할아버지는 왜 찾았대요?”온유란이 궁금한 듯 물었다.송지아가 떠난 뒤로 허경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요즘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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