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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apítulo 1311 - Capítulo 1320

1321 Capítulos

제1311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송지아는 고맙다며 백화점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 몇 장까지 박윤희의 손에 쥐여 주었다.웬만한 부유층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물건이었다. 하지만 박윤희에게는 달랐다.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자란 데다 남편을 잃은 뒤로는 아들 하이준이 돈 쓰는 일까지 엄격하게 관리했다. 밖에서 자선가로 이름을 쌓고 있는 아들이 어머니의 호화로운 소비를 달가워할 리 없었다.그래서 송지아가 준 보석과 상품권은 박윤희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목걸이를 걸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 보았다. 아름다운 빛깔에 한참 눈을 두다가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고작 이 정도로 제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역시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몰랐다. 제 발로 찾아와 귀한 물건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다만 송지아는 정말로 딸의 행방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알고 있었다면 보석을 건네며 사정할 게 아니라, 하채린이 어디 있는지로 자신을 협박했을 테니까. 그래도 필요할 때 돈을 얻어 낼 상대가 생긴 건 나쁘지 않았다.그렇다고 송지아를 그냥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허경빈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과 딸을 모욕하지만 않았어도, 하채린이 먼 나라로 떠났다가 실종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박윤희는 목걸이를 쥔 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허씨 집안을 경성의 웃음거리로 만들 작정이었다. 송지아의 일을 폭로하려면 때만 잘 고르면 됐다.허경빈이 모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많은 사람 앞에서 그 집안을 망신 주고 싶었다. 다시는 경성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만큼.*박윤희와 헤어진 송지아는 곧장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는 허경빈이 기다리고 있었다.“어땠어?”“잘됐어.”송지아가 옅게 웃었다. 박윤희에게 협박받는 일을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았지만, 허경빈에게는 미리 털어놓고 상의했다. 갑자기 하채린에 대해 묻기 시작한 이상, 그가 알아보면 박윤희와 만난 사실도 금세 드러날 터였다.허경빈은 더 캐묻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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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약혼 이야기를 다시 꺼내자 송씨 집안도 흔쾌히 동의했다. 송민정이 경성에 도착한 뒤 두 집안이 함께 식사했고, 지난번처럼 뜻밖의 일이 생기기 전에 날짜를 잡자는 데에도 의견이 모였다. 약혼식은 바로 다음 주말이었다.그사이 몸을 완전히 회복한 허경빈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단체 채팅방에 연달아 돈을 뿌리듯 선물을 보내더니, 이번에는 사랑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방주헌: [약혼 한 번 하는 걸로 이렇게 난리야? 난 연말에 결혼하는데, 너처럼 유난 떨었냐?]허경빈: [주헌아, 넌 몰라. 지아랑 내가 여기까지 온 게 얼마나 어려웠는데. 나도 신기해. 지아 만나기 전에는 결혼이 귀찮기만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허경빈: [이게 사랑 아니겠냐?]방주헌: [경빈아, 적당히 좀 해라. 학교 다닐 땐 작문 한 줄도 못 쓰더니 이제 말이 술술 나오네.]허경빈: [사랑은 밀려오는 홍수야. 막으려 해도 못 막아!]그 말에 채팅방이 조용해졌다. 허경빈은 사나흘만 지나면 사랑을 주제로 긴 글을 하나씩 올렸고, 이미 결혼한 사람들조차 그의 애정 표현에 질릴 지경이었다.방주헌은 대화를 캡처해 SNS에 올리고 송지아까지 태그했다.[네 남자 친구 좀 말려 줘. 나 진짜 미치겠다!]곧 육강민과 육남혁, 하이석 등이 차례로 ‘좋아요’를 눌렀다. 누군가 그 게시물을 다시 캡처해 퍼뜨리는 바람에, 허경빈이 연애하는 걸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는 농담까지 돌았다.허경빈은 대수롭지 않았다. 서로 좋아해서 만나는 건데 숨길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온 세상이 알아줬으면 싶었다.하지만 약혼 준비가 시작되자 정작 송지아와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송지아는 날마다 어머니와 형수에게 붙들려 필요한 물건을 사러 다녔다. 둘이 데이트하기도 어려워졌으니, 밖에서 함께 밤을 보내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허경빈이 집에서 한숨만 쉬고 있으면 아버지는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봤다.“이제 약혼하고 결혼할 사람인데, 언제까지 애처럼 굴 거냐? 쓸데없는 생각 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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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멀쩡한 애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어머니는 송지아의 이마에 손을 대 봤다. 열은 없었다.“어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왜 꼬집어 달라고 해?”“엄마, 방금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딸의 말을 끝까지 들은 어머니가 눈을 크게 떴다. 송지아의 얼굴을 빤히 보던 그녀는 잠시 뒤 손을 내밀었다.“지아야, 네가 나 좀 꼬집어 봐.”송지아는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송지아의 전화를 받은 허경빈은 라비엘 레지던스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니 그녀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평소에는 좀처럼 주방에 서지 않는 사람이라 그 모습부터 의외였다.“오늘 무슨 좋은 일 있어?”허경빈이 뒤에서 그녀를 안고 뺨에 입을 맞추려 했다.“네가 직접 요리까지 하고.”“이따 말해 줄게. 지금은 비켜 줘. 요리하는데 방해돼.”“그전에 한 번만.”허경빈은 물러서기는커녕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줬다. 송지아가 고개를 피했지만, 그는 기어이 몸을 돌려 세워 입을 맞췄다. 어느새 그녀는 싱크대 위에 앉아 있었다.차가운 상판이 몸에 닿자 송지아가 살짝 떨었다. 저도 모르게 허경빈의 목을 끌어안고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웃었다.“이렇게 꼭 안으면서 싫은 척하기는.”뻔뻔한 말에 대꾸할 틈도 없이 다시 입술이 닿았다. 고요한 주방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가까웠다. 숨이 차오른 송지아가 겨우 입술을 떼고 그의 어깨에 기대자, 허경빈이 이번에는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자국 남기지 마.”며칠 뒤면 약혼식이었다. 목에 흔적이 남으면 입을 옷부터 걱정해야 했다.“알았어.”허경빈은 대답하면서도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놓아주지 않았다. 다시 입을 맞추는 사이 손끝이 바지 허리께로 내려왔다. 그가 손을 더 움직이려 하자 송지아가 급히 붙잡았다.“안 돼. 밥부터 먹자.”“나는 너부터.”허경빈은 그녀가 부끄러워 거절하는 줄 알았다. 맹장 수술을 받은 뒤로는 이렇게 가까이 있지도 못했으니, 쉽게 물러날 마음이 없었다. 귓가로 닿는 숨결이 뜨거웠다.“지아야, 오늘은 나 좀…”낮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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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초음파 검사 결과, 송지아는 임신한 지 두 달 가까이 된 상태였다. 시기를 따져 보면 허경빈이 수술받기 전에 생긴 아이였다.그동안 속이 메스껍고 쉽게 지쳤으며, 생리도 늦어졌다. 하지만 지난 일을 겪은 뒤로 몸 상태가 줄곧 일정하지 않았던 터라, 지아는 그 모든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랑이가 유난히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송현근은 당장이라도 온 세상에 소식을 알리고 싶은 얼굴이었다. 아내가 들뜬 남편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직 석 달도 안 됐어요. 벌써부터 그렇게 좋아하면 어떡해요? 곧 외할아버지가 되실 분이 어린애 같으시네.”“그러니까 내 말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유주만 선생님께서도 지아가 먹은 독이 워낙 특이해서 임신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다고요.”임신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진단이었다면, 어머니도 지아를 데리고 몸을 돌보러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일이 정말로 일어난 셈이었다.*그 시각 지아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경빈은 주방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가 또 주방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지아야, 너 정말 임신한 거 맞지?”“지난 삼십 분 동안 일곱 번째 묻는 거야. 검사 결과도 봤으면서 왜 자꾸 못 믿어?”“못 믿는 게 아니라…”경빈이 실실 웃더니 제법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그렇게 대단한가 싶어서.”지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손을 내려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는 배를 가만히 쓸었다. 경빈의 말을 핀잔하면서도, 그녀 역시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지난 일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은 이미 약혼하거나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찾아온 이 작은 생명이 지아에게는 하늘이 준 선물처럼 느껴졌다.아가야, 부디 무사히 자라 줘.“참, 지아야.” 경빈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뭘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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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단체 대화방에서 주헌을 뺀 사람들은 모두 아이가 있었다. 초음파 사진도 익숙하니 진짜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지아의 몸 상태를 아는 경빈이 이런 일로 장난칠 리도 없었다.결국 혼자 놀림감이 된 건 방주헌뿐이었다. 하필 회사에서 야근 중이던 그는 책상이라도 뒤엎고 싶었다. 경빈이 자신보다 먼저 아빠가 된다니, 이렇게 앞질러 갈 줄은 몰랐다.그래도 허경빈이 기쁜 마음에 대화방에 축하금을 뿌리자, 가장 먼저 챙긴 사람은 방주헌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려면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한편 허경빈은 송지아가 임신한 동안 자신이 뭘 해 주면 좋을지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물었다. 평소 말수가 적은 하이석까지 주의할 점을 길게 알려 주자, 방주헌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너희 내 기분은 조금도 생각 안 해 주냐?]허경빈이 곧장 답했다.[좀 참아.][못 참겠는데?][그럼 대화방 나가.]그날 밤 허경빈과 송지아는 라비엘 레지던스에서 잤다. 허경빈은 송지아가 걸을 때마다 넘어지거나 어디에 부딪힐까 봐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기쁜 웃음은 내내 감추지 못했다.결국 송지아가 그를 방 밖으로 내보냈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곁에 남겠다고 버텼을 허경빈이 이번에는 베개를 챙겨 순순히 나갔다. 문을 닫기 전에는 한 번 더 당부했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하지만 허경빈은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밤새 아이 이름을 이리저리 떠올리다가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검게 그늘진 눈으로 출근해서도 사람만 만나면 웃자, 장 비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장님이 기쁜 건 알겠는데, 정말 괜찮으신 걸까 싶었다.*그 뒤로 허경빈은 툭하면 일을 제쳐 두고 송지아를 보러 갔다. 예전 같으면 호통을 쳤을 허진강도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아들의 일까지 맡았다.송지아가 먹고 싶거나 마시고 싶다는 게 생기면 허경빈은 곧장 가져다주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하루 종일 그녀 곁에 붙어 있고 싶었다.그 모습을 보던 송윤재가 한마디 했다.“아무리 그래도 너무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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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송윤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육민찬이 자기 딸과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두 아이가 언제 밖으로 빠져나갔는지는 몰랐다.다들 놀라 한참을 찾아다닌 끝에, 밖에서 아이들을 발견했다. 육민찬과 송민정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나무 그늘 아래 나란히 앉아 있었다. 햇볕은 잘도 피했지만, 송민정은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혀 꼭 아기 고양이 같은 얼굴이었다.집으로 돌아온 육민찬은 육강민에게 꾸중을 들었다.“다음부터 민정이 데리고 나갈 땐 꼭 말하고 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지면 윤재 삼촌이 걱정하시잖아.”“알았어요.”육민찬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돌아서자마자 아버지의 당부를 까맣게 잊었다.방학 동안 육민찬은 학원에 가는 시간을 빼면 수시로 송씨 집안을 찾았다. 송민정이 경성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거라는 말을 듣고는 더욱 신이 났다.처음에는 연우진도 함께 데려가려고 했지만, 연우진이 내켜 하지 않았다. 그러자 육민찬은 온유란의 배 속 아이에게 관심을 돌렸다. 방주헌은 그 모습을 보고 하이석에게 육민찬을 양아들로 삼으라고 농담까지 했다.연우진도 자랄수록 외삼촌인 연위성을 닮아 갔다. 하이석에게 연위성은 연적이나 다름없는데, 또 다른 ‘어린 연적’을 양아들로 들일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허경빈과 송지아의 약혼식 날이 다가왔다.임신 초기 석 달은 조심해야 할 시기라는 말에, 두 사람은 송지아의 임신 소식을 아직 밖에 알리지 않았다. 약혼에 아기 소식까지 겹친 경사였지만, 처음에는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 조촐하게 약혼식을 치를 생각이었다.그러나 허진강과 송현근이 만나 의논한 끝에 일이 커졌다. 급하게 초대받은 손님들도 흔쾌히 참석했고, 양가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약혼식이 아니라 결혼식인 줄 알 정도였다. 이제 결혼식 날짜도 정해야 할 때였다.그 바람에 또 한 번 고달파진 사람은 방주헌이었다. 허경빈은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의 결혼식은 이미 한두 해 전 일이라며, 최근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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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그래도 허 대표가 방 대표보다 먼저 결혼할 줄은 몰랐어.”“그럼 아이는 누가 먼저 낳을까?”사람들이 웃으며 주고받은 이야기가 박윤희의 귀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비웃음을 흘렸다.“아이? 송지아는 임신도 못 하는데 무슨.”결혼을 서두르는 것도 아마 송씨 집안의 뜻일 거라고 여겼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혼인부터 성사시키려는 게 분명했다.“그런 집안끼리 결혼하면 이혼도 쉽지 않잖아. 겉으로만 부부인 척하고 각자 따로 사는 사람도 많고.”박윤희는 진작부터 허경빈에게 앙갚음하고 싶었다. 허씨 집안이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좋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약혼식이 생각보다 빨리 잡힌 데다,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한다던 행사마저 크게 열리게 됐다.하객이 늘어난 만큼 자신도 눈에 띄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박윤희는 마치 하늘이 자기 편을 들어 주는 듯했다.허경빈의 중요한 날, 사람들 앞에서 그의 약혼녀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밝힌다면 어떨까. 이미 알고 있더라도 그런 일을 공개적으로 들추는 건 견디기 힘들 것이다. 모르고 있었다면 송지아를 버릴지, 끝까지 지극한 사랑을 연기할지도 궁금했다.그 장면을 떠올릴수록 박윤희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약혼식 날에도 더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뜨거운 햇볕 아래 나무들마저 잎을 늘어뜨렸지만, 호텔 안은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화사하게 꾸민 연회장으로 하객들이 속속 들어섰다.송지아가 지칠까 봐 양가에서는 손님을 맞는 일을 맡기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로 붐비는 연회장을 벗어나 대기실에서 쉬고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온 허경빈이 곧바로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몸은 좀 어때?”아침에 송지아가 음식을 먹다 토할 뻔했다는 말을 들은 참이었다.“괜찮아.”“조금 있다가 손님들한테 인사만 하고 들어와. 힘들면 바로 쉬어야 해.”허경빈에게도 임신한 사람을 돌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막상 송지아가 불편해 보이면 어떻게 해 줘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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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붉은 장식으로 꾸며진 연회장에서는 아이들이 풍선을 들고 뛰어다녔다. 이미 자리에 앉은 하객들 사이에는 송지아에 관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두세 명씩 고개를 맞대고 속삭였다. 송씨 집안과 허씨 집안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은근한 호기심이 서렸다.“정말이야? 송지아가 아이를 못 가진다고?”“사진 보니까 그 대학병원 생식의학과에 간 건 맞더라. 우리 친척도 거기서 시험관 시술 받았어.”“허씨 집안은 알고 있을까?”그때 자리로 돌아온 방주헌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소문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그의 표정에 더욱 의심을 키웠다.강희진이 가까이 몸을 기울여 목소리를 낮췄다.“왜 그런 얼굴이에요? 오늘 약혼식이잖아요. 좀 웃어요.”“웃음이 나오겠어요?”“무슨 일인데요?”“소문 듣고 지아가 상처받을까 봐 바로 두 사람한테 알려 줬거든요. 그랬더니 이미 알고 있대요. 심지어 소문 퍼뜨린 사람이 오늘 여기까지 왔다더라고요.”방주헌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알면서 들여보낸 거잖아요. 나만 걱정했네요.”강희진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했다.“오늘 보안이 허술할 리는 없잖아요. 그 사람이 들어오게 뒀다면… 잡으려고 기다리는 걸 수도 있죠.”구경거리를 놓치지 않는 방주헌은 그제야 눈빛이 달라졌다. 연회장을 둘러봤지만, 누가 그 소문의 주인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허경빈이 송지아의 손을 잡고 들어서자 하객들이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소문은 처음부터 없었던 일인 양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마음속 생각을 감추는 데 익숙했다.송지아는 화장을 하지 않아 얼굴에 핏기가 옅었다. 그 창백한 낯빛을 본 하객들은 두 사람이 혹시 다툰 건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겉으로는 다정한 말만 건넸다.약혼식은 결혼식만큼 절차가 복잡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객들에게 인사를 돌 차례가 됐다. 허경빈이 송지아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힘들면 먼저 들어가 쉬어.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송지아가 잔을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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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세요. 그러니까 일단 이 손부터 놔요.”송지아가 붙잡힌 손을 힘껏 빼내려는데,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송지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지는 것을 보고 박윤희는 오히려 의기양양해졌다.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박윤희는 갑자기 손을 놓고 제풀에 바닥으로 주저앉았다.마침 지나가던 하객 두 사람이 그 모습을 보았다.“아가씨, 난 좋은 마음으로 축하하러 왔는데 어떻게 날 밀어요?”한때 무대에서 노래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던 박윤희였다. 어떻게 해야 주목받고 동정을 얻을 수 있는지도 잘 알았다. 박윤희가 바닥에 앉아 울며 소란을 피우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하이석과 온유란까지 나타나자 박윤희는 얼른 일어섰다. 조금 전과 달리 쩔쩔매는 표정으로 하이석을 불렀다.“이것아…”“여긴 왜 오셨습니까?”하이석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전에 허씨 집안과 오해가 좀 있었잖니. 오늘 경빈이가 약혼한다기에 축하해 주러 왔어. 그런데 송 아가씨가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 괜찮으냐고 물었더니…”박윤희는 말을 잇지 못하는 척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저렇게 화를 내며 나를 밀 줄은 몰랐어. 내가 변변찮은 집안 출신이라 다들 무시하는 거 알아. 그래도 태어난 집안을 내가 고를 수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러는 건 너무하잖니.”“그래서 어떻게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하이석이 묻자 박윤희는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아가씨가 사과만 하면 돼.”사람을 밀었다면 사과하는 게 맞을 터였다. 그러나 송지아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리어 냉소하며 말했다.“계속해 보세요. 어디까지 연기하시나 보게.”박윤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이석이 얼굴을 봐서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그게 무슨 태도예요? 정말 사람을 우습게 보시네요.”“당신 눈에는 나 같은 사람이 천하게 태어난 사람으로 보이겠죠. 그래도 나는 적어도 여자 구실은 해요. 누구와는 다르게…”“그게 무슨 말이에요?”소란을 듣고 달려온 송지아의 어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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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송지아의 어머니가 내뱉은 말은 하나같이 박윤희의 아픈 곳을 찔렀다. 무엇보다 틀린 말이 없어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박윤희는 분에 겨워 이를 악물었지만, 떨리는 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주변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 그녀를 거들지 않았다. 결국 박윤희는 하이석에게 시선을 돌렸다.“이석아, 그래도 내가 네 큰어머니잖니. 사람들 앞에서 밀려 넘어지고 뺨까지 맞았는데, 넌 보고만 있을 거야?”하이석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방금 하신 말씀은 지나치셨습니다.”“내가 지나쳤다고?”박윤희는 화끈거리는 뺨을 문질렀다.“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좋아, 당신들이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더는 봐주지 않겠어.”박윤희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송지아가 자신을 밀쳐 다치게 했다며 고소할 생각이었다.처음부터 박윤희가 바란 건 소동이 커지는 것이었다. 하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경찰까지 오면 송씨와 허씨, 두 집안 모두 난처해질 터였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억지로 자기 입을 막을 수도 없을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허씨 집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허경빈은 송지아를 건드리는 사람은 자신을 적으로 돌리는 셈이라고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조용했다.박윤희는 그 태도에 자신감을 얻었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다정하게 하객들에게 인사를 돌던 모습도 남들 보라고 꾸민 연기였던 모양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다. 박윤희는 뺨 한쪽이 벌겋게 부어오른 채 경찰관에게 달려가, 눈물을 훔치며 송지아 모녀에게 당한 일을 늘어놓았다. 듣고 있으면 영문도 모른 채 괴롭힘을 당한 사람 같았다.“경찰관님, 저도 일을 이렇게 키우고 싶진 않았어요. 제 얼굴 좀 보세요. 저 사람들이 너무한 거 아닙니까?”경찰관이 미간을 좁혔다.“박윤희 씨 맞으십니까?”“네, 맞아요.”“신분증 좀 보여 주시겠어요?”박윤희는 얼른 가방을 뒤져 신분증을 내밀었다. 경찰관이 확인을 마치고 물었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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