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211 - Chapter 220

640 Chapters

제211화

한주미는 그 모습을 보며 살짝 감회에 젖었다.“젊음이 참 좋군.”이 말을 들은 육진국이 못마땅하게 얼굴을 찌푸렸다.“내가 부족해?”“감정이 없는 남자.” 한주미가 콧방귀를 뀌자, 모두의 시선이 서은주에게 집중된 틈을 타, 육진국은 슬쩍 아내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민망해진 한주미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의 어깨를 툭 쳤다.“다 늙어서 부끄럽지도 않나!”한편, 한명숙은 서은주의 손을 잡으며 평안을 비는 부적 하나를 쥐여 주었다.“나이가 들다 보니, 병원에 가서 네 얼굴 보면 눈물이 나서 널 괴롭게 할까 봐 일부러 가지 못했단다. 이건 며칠 전 산에 올라 너를 위해 빌었던 거야. 항상 지니고 다니면 너와 아이 모두 무사히 지낼 거다.”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이후, 서은주는 이렇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많이 힘들었지?” 한명숙은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서은주는 목이 메었다.그때 육민찬이 냉장고에서 디저트를 꺼내 들었다.“이모, 봐봐요! 이모 퇴원 축하하려고, 큰아버지가 특별히 사 온 디저트예요!” 서은주는 육남혁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고맙습니다.”육남혁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육민찬과 놀러 나갔고, 녀석이 문득 서은주가 퇴원하니까 축하 좀 해야 하지 않냐며 물었다.“어떻게 축하할까?”“음… 예를 들어, 디저트 같은 거요!”“…”육분명 자신이 먹고 싶었던 건데, 서은주를 핑계로 삼고 있었다. 퇴원 후 첫 주말, 방주헌이 선물을 들고 육씨 가문에 찾아와 서은주를 초대했다.“퇴원을 축하하려고, 친구들과 함께 식사 준비했어요.”방주헌의 열정에 서은주는 거절할 수 없었다.심지어 한명숙도 거들었다.“집에만 있지 말고, 가끔 밖에도 나가 좀 돌아다니는 게 좋겠구나.”“리정이랑 그 선배도 불러. 입원한 동안 둘 다 많이 챙겨줬잖아.”손리정을 부르는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엄명한까지 부른다는 건 좀 놀라웠다. 얼굴을 보기만 해도 마치 원수 만나는 것 같던 사이였는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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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사방은 먹물처럼 깜깜했고 매미 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순식간에 서은주를 끔찍했던 창고로 데려갔다.“강민 오빠!”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킨 서은주는 육강민을 부르며, 테이블 위 휴대폰을 더듬어 플래시를 켜려 했다.다음 순간, 그녀의 손이 누군가에게 잡혔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이어 “펑—” 하고 하늘에 화려한 불꽃 하나가 터지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그 불꽃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서은주는 어느새 따뜻한 품속에 안겨 있었다.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 익숙한 향기만으로 알 수 있었다. 육강민이었다.방금까지 불안으로 떨리던 마음이, 그 순간 거짓말처럼 안정을 되찾았다.그녀의 목선에 부드러운 입술이 살짝 닿았고, 하늘을 수놓은 불꽃이 밤하늘 전체를 밝히고 있었다.“예뻐?”귓가에 내려앉은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간지럽혔다.“예쁘네요.”“서은주, 나랑 결혼해 줄래?”그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도 더 깊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서은주는 가슴이 먹먹해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러다 그의 손에 이끌려 몸이 돌아가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불꽃이 그의 눈동자에 내려앉아,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왜 그래? 나랑 결혼하기 싫어?” 육강민이 웃으며 되물었고, 서은주는 입술을 조용히 깨물었다.“저도 하고 싶…”그녀가 말을 채 잇지도 못했는데 커다란 손이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입술을 훔쳤다. 초가을의 부드러움이 섞인 육강민의 숨결이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불길처럼 번져가는 열기 속에서 그녀의 작은 얼굴은 유난히 붉게 물들어 더욱 매혹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서은주는 이미 그의 뜨거운 숨결에 잠식되었다.화려한 불꽃 아래,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은밀하고도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이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전부 그의 것이었다. 서은주는 육강민을 좋아했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결혼하고 싶었다.쉬이 놓아주지 않을 달콤한 키스에 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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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서은주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런 그녀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손리정은 진심으로 기뻐했다.엄명한은 미소를 지으며, 육강민과 서은주에게 잔을 들어 올렸다.“두 분 결혼하실 때 할 꼭 저한테도 술 한잔 대접하셔야 합니다.” “그럼요.” 육강민은 잔을 단숨에 비웠다.**한주미는 이 소식을 들은 한주미는 아들이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 싶은 마음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불꽃놀이까지 하면서 소란을 피웠군.”반면 옆에서 육진국은 혀를 찼다.원래부터 조용한 성격이었던 그는 이런 과한 연출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주미가 코웃음을 쳤다.“당신은 청혼도 안 하고 바로 혼인신고부터 했지요. 그땐 내가 참 어려서 당신한테 홀랑 속았던 거죠.”육진국은 그저 당황스러웠다.그 시절엔 지금처럼 개방적이지 않았다. 몇 번 얼굴만 보고 곧바로 결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밖에서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것만 해도 이미 꽤 과감한 행동이라 요즘 젊은이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요 며칠 유난히 기분이 좋았던 한주미는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고 있는 서은주를 보고는 바람도 쐴 겸 밖에 나가자고 했고, 옷도 잔뜩 사 주어 서은주는 괜히 민망해졌다. “어머니, 옷은 충분해요.”“알아.” 한주미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냥 사 주고 싶었어. 임신했어도, 스스로를 예쁘게 꾸며야 하는 거야.”그러다 어느 한 웨딩숍 앞을 지나가던 중, 쇼윈도에 전시된 긴 드레스가 단정하면서도 아름다워 서은주의 눈에 들어왔다.그저 한 번 더 쳐다봤을 뿐인데, 한주미는 곧바로 그녀를 이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원래라면 맞춤 드레스를 주문해야 하는데, 치수 재고, 제작하려면 꽤 걸리거든. 혹시 시간이 촉박할까 봐, 일단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먼저 한번 봐.”드레스는 혼자 입기 어려워 스태프 한 명이 그녀와 함께 피팅 룸으로 들어갔다.커다란 전신 거울 앞, 새하얀 드레스가 바닥까지 흘러내리고 긴 스커트 자락에는 손수 꿰맨 레이스와 진주가 촘촘히 장식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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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한주미도 아들의 말이 맞다고 여겼다.서은주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기에 결혼을 앞두고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다.그것은 곧 서은주에 대한 존중이기도 했다. 한주미는 두 사람의 모습을 몰래 찍어 보내주었고, 서은주는 조용히 저장했다. 그것은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첫 번째 사진이었다.육강민이 회사 업무를 어느 정도 정리한 뒤, 나흘 후 두 사람은 강성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청산묘로 가는 길, 서은주는 좀처럼 먼저 꺼내지 않았던 부모님 이야기를 했다.“사실…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엄마가 자신의 목숨으로 보호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그때 엄마와 저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사고가 나자, 엄마가 몸으로 저를 감싸 주셨거든요. 병원에 있을 때는, 차라리 저도 함께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혼자 남겨진다는 게, 정말 버거웠거든요.”육강민은 손에 노란 국화꽃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야.”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육강민은 서은주의 부모님을 처음으로 뵈었다.사실 그녀는 두 사람을 그리 닮지 않았다.다만 눈매만은 어머니를 꼭 빼닮았다.“아빠는 늘 제가 유전자를 못 물려받았다며 엄마만큼 예쁘지 않다고 했지만, 눈은 닮았다고 했었죠.”서은주는 부모님 사진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육강민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눈은 정말로 예뻐.”두 사람은 잠시 함께 서 있다가, 잠시 부모님께 할 말이 있다는 서은주의 말에 육강민은 조금 떨어진 측백나무 아래에서 기다렸다.이유 없이 마음이 조금 불안해진 육강민은 담배가 몹시 당겼다.한편,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서은주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배를 쓰다듬었다.“엄마, 아빠… 저 임신했어요. 그 사람도 좋은 분이라,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저는 행복해요.”서진우 부부는 서은주가 퇴원한 후, 겉치레로 한 번 동행했을 뿐, 그 이후로는 혼자 부모님을 보러 다녀야 했다.하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함께 있어 주니, 그 느낌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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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훔치기 시작하던 서진우는 서은주의 약지에 낀 다이아 반지를 보고 한참 동안 얼어붙었다.“육강민과 결혼했구나?”서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진우는 또 한참 멍하니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은주야… 아무리 뭐라 해도 내가 너 키워준 건 사실이고 난 네 친삼촌이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줄 수 없겠니?”“겨우 이 말 하려고 일부러 변호사까지 끌어들인 거예요?”“내가 비밀 하나 말해 주면, 용서해 줄 수 있겠니? 형량만이라도 좀 줄여 줘도 돼.”서진우도 나이가 적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십 년 이상을 더 복역해야 한다면, 이번 생은 끝장나는 거였다.서은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지금 당신은 나한테 조건을 논할 자격조차 없어요.”“알아… 하지만…” 서진우는 머뭇거렸다.“말할 생각 없으면, 전 가볼게요.”서은주가 몸을 돌리려 하자, 서진우가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네 부모님 교통사고에 관한 일이다.”서은주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충격과 의심이 뒤섞인 눈빛.그녀의 눈에는 수많은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당신들 가족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꼭 우리 부모님을 끌어들이네요. 어머니 유품으로 연회에 불러내고, 부모님 유산 문제로 거래를 하려 들더니, 이제 또 뭐가 남았나요? 서진우, 당신은 정말 구제 불능이군요.”서은주의 날 선 질책 앞에서 서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가 다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서진우가 외쳤다.“차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어.”서은주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그녀의 눈동자에 너무도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거짓말 아니야. 그때 경찰이 사고가 좀 이상하다면서 부검을 신청할지, 차량을 다시 정밀 건사할지 물었어. 그런데 그러면 번거로울 거라고 그냥 일반 교통사고 처리하면 내가 네 후견인으로 모든 유산을 처리할 수 있다고 누군가가 말해 주더라…”오랫동안 묻어둔 이야기를 꺼내는 서진우는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그래서 부검을 포기한 거군요?” 서은주는 그를 똑바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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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초가을 바람의 서늘함조차 서은주의 마음속 한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서진우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때 그녀는 너무 어렸고, 부모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토록 잔혹할 수 있단 말인가!이미 십 년이 넘은 사건이고, 배후에 정말 누군가 있었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그날 밤, 서은주는 편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부모님과 함께한 사소한 순간들이 꿈속에 스치고 한 소년이 했다. 소년은 손을 잡아주고, 가끔 음료수를 건네주기도 했다.그러다 기억이 뒤섞이고, 화면이 갑자기 바뀌며 사고 당시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악몽에서 깨어난 서은주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은주야?”육강민이 불을 켰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악몽 꿨어?”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육강민이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컵을 따라주었다.“물 좀 마시고, 진정해.”손을 내밀어 컵을 받으려는데 꿈속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굴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손의 온기가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조심스럽게 물을 마시는 그녀는 마치 순한 고양이 같았다.“오늘 서진우를 만났는데 교통사고가 우연이 아니라고 했어요.”서은주는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믿어?”육강민은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다만 이미 오래전 일이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해요.”서은주가 더 이상 물을 마시지 않자, 육강민이 컵을 받아 손에 쥔 채 그녀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그리고 아기 다루듯 등을 살짝 토닥이며 안심시켰다.그러다 갑자기 주제를 바꿨다.“결혼식은 어떤 스타일로 하고 싶어?”“클래식하게 해요.” 서은주는 화려함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 좋았다.“지금부터 준비하려면 시간 충분할까요?”그녀는 배를 쓰다듬었다.벌써 임신 3개월 차였고 곧 배가 조금씩 나올 시점이었다.“조금 촉박할 거야.” 육강민이 솔직히 말했다.“할머니와 어머니께선 모든 걸 최고로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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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절차대로, 두 사람이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서명하고 도장을 찍고,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됐다.직원이 혼인신고서를 건네주는 순간에서야 서은주는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이 모든 게 꿈같아 믿기지 않았다.차에 올라서도 서은주는 혼인신고서를 손에 든 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왜 그래?”육강민이 웃으며 물었다.“꿈꾸는 것 같아요.”다음 순간, 육강민이 몸을 살짝 기울였다.얼굴을 가까이 다가오더니 코끝이 그녀와 닿았고 따뜻한 숨결이 그대로 전해졌다. 육강민은 애간장을 태우듯이 좀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그저 서로의 숨결이 얽히도록 그대로 있었다.서은주의 심장이 바짝 조여 왔다.끝내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먼저 다가가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남겼다.그 모습에 육강민은 낮게 웃었다.수없이 키스를 했지만, 서은주는 여전히 수줍고 서툴렀다.육강민은 그녀 턱에 얹고 살짝 들어 올리며 더욱 깊게 이어갔다.서은주의 호흡이 가빠져서야, 육강민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미소 지었다.“이제 좀 실감 나?”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서은주는 그 품에 기대 혼인신고서를 들여다보며, 눈부신 미소를 그렸다.혼인신고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 육강민은 서은주에게 한 장의 계약서를 내밀었다.그는 서은주에게 부동산 몇 채와 상가, 일부 주식과 펀드, 심지어 ‘성세’의 일부 지분까지 넘겨주었다.전부 합치면 상당한 금액이라 서은주는 적잖이 놀랐다.자신도 이제 경제적으로 자립한 상태였고, 돈은 그저 모자라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육강민이 먼저 내어준다는 건, 그 의미가 전혀 달랐다.그만큼 육강민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얼른 사인하지 않고 뭐 해?”한주미가 재촉했다.“결혼식은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시간 맞추기가 힘들 것 같다. 아이 낳고 나서 식을 올릴 수밖에 없겠지만, 절대 서운하게 하지 않을 거다.”서은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때 육남혁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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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회성 강 씨?주얼리로 유명한 그 집안?“이쪽은 제 아내, 서은주입니다.”육강민이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가 일어서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서은주와 비슷한 또래로, 웃을 때 눈가가 부드럽게 굽어지는 모습은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같이 여리여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임주라고 합니다.”서은주와 임주가 가볍게 악수를 하자, 그제야 그 옆에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조금 전까지 서은주를 불편하게 했던 시선을 거두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웠다.“강정한입니다.”묵직하면서도 매력적인 거친 목소리는 귀에 잘 감겼다.“대표님께서 정말 아끼시나 봐요. 직접 의뢰하셔서, 사모님과 꼭 어울리는 스타일로 제작해 달라고 하셨대요.”임주가 웃으며 말했다.그 말에 육강민을 슬쩍 쳐다보던 서은주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조금 더 얘기 나눌까요?”그렇게 세 사람은 서재로 갔고, 육강민은 육민찬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나갔다.간단한 대화 속에서, 서은주는 강씨 가문의 주얼리는 이미 여러 세대를 걸쳐 이어왔고 상당한 규모의 회사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정한은 강씨 가문의 어르신, 강학용의 손자였고, 그가 직접 키워낸 인물이었다. 디자인과 맞춤 제작 모두 젊은 세대에서 뛰어난 실력자로 꼽혔다.육강민의 의뢰였기에 강씨 가문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어 강정한이 직접 나선 것이다.평소라면, 강정한을 모시기란 쉽지 않았다.임주는 회사 직원으로, 주로 고객과의 상담과 소통을 담당하고 있었다. “특별히 마음에 두신 게 있으신가요?”임주가 서은주에게 책자를 내밀었다.거기에는 강씨 가문에서 그동안 제작했던 주얼리들이 담겨 있었다.“예를 들면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좋아하시는지, 아니면 에메랄드나 비취, 옥 같은 것도 제작해 드릴 수 있습니다.”임주는 차근차근 하나하나 설명했다.서은주는 책자를 넘기면서도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눈을 들어보니, 강정한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착각이었을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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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서은주가 살짝 미소 지었다.“이러다 나 버릇만 나빠지는 거 아니에요?”“내 아내를 내가 챙겨야지, 그럼 누굴 챙겨?”서은주는 고개를 살짝 들어 그에게 살며시 입을 맞추자, 육강민은 더 깊숙이 이어갔다. 보통은 연애 후 결혼이지만, 그들은 잠자리를 가졌고, 아이를 가진 뒤에야 연애를 시작했다. 서은주는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보니 목이 뻐근했다.육강민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아 가볍게 들어 올려 책상 위에 내려놓았고, 엉덩이에 전해지는 차가움에 서은주는 몸이 흠칫 떨렸다.“내려줘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서은주가 몸을 빼려 했지만, 그의 눈빛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길게 뻗은 다리가 그녀의 다리 틈을 파고들며 자기 몸과 책상 사이에 그녀를 빈틈없이 가두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뭘 하겠어?”육강민이 웃으며, 뜨거운 숨을 그녀의 귓가에 불어 넣었다.“은주야, 나 좀 도와줘.”그의 손이 서은주의 손을 잡아 벨트로 이끌었다.서은주는 얼굴이 불에 덴 듯 달아올랐다.손을 거두고 싶었지만, 그의 손이 덮여 빠져나올 수 없었고 결국 그의 리듬에 맞춰야만 했다. 서은주는 이 광경이 너무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에도 그의 숨결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뜨거운 숨이 그녀의 피부를 어지럽게 스쳤고, 억눌린 욕망이 폭발했다.마치 한 여름으로 돌아간 듯,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몸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가을 매미가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육강민이 깊은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서은주는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묻었다.“아직 해도 안 졌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요.”그런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던 육강민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럼, 다음부턴 해가 지고 나서 하지.”서은주는 그를 밀치고는 황급히 손을 씻으러 갔다.그녀가 서재를 나간 뒤에야, 육강민은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서은주와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이제 막 맛 들인 뜨거움에도 손댈 수 없으니, 이성이 통제가 되지 않았다.포근한 그 온기가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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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이틀 뒤 이른 아침.육씨 가문 식구들은 한창 아침 식사 중이었다.그때 강정한이 보낸 전시회 초대장이 도착했다.“가고 싶으면, 내가 같이 가줄게.”남자의 직감 때문인지, 육강민은 강정한이 서은주에게 조금은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 같아 그녀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다.서은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좋아하는 찐만두 좀 먹어 봐.”육강민이 말하며 그녀의 접시에 만두 하나를 올려주자, 육민찬이 양손을 허리에 얹고 불만을 터뜨렸다.“아빠! 나도 먹을래요.”“그래, 너도 하나 줄게.”육강민이 어이없다는 듯 녀석에게 하나 더 집어 주었고, 그제야 녀석은 만족한 듯 환하게 웃었다. 그 광경에 한주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다가 곁눈질로 집안의 큰아들을 힐끗 보았다. 육남혁은 어머니의 시선을 감지하고 한주미를 바라봤지만, 돌아온 건 노골적인 눈총이었다.“큰아들, 요즘 많이 바빠?”한주미가 갑자기 물었다.“그럭저럭요.”“얼마 전, 알게 된 아줌마가 있는데, 조카딸이 올해 스물다섯이래. 은행에서 일하는데, 얼굴도 예쁘고, 시간 나면 한번 만나볼래?”모두가 궁금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육남혁을 바라봤다.“소개팅말 입니까?”육남혁은 코에 걸친 얇은 안경을 살짝 밀어 올렸다.“너 이제 나이도 적지 않아.”“알겠습니다.”한주미는 그동안 별별 수단을 다 써 가며 아들을 소개팅 자리에 내몰았지만, 그는 번번이 거절했다. 그런데 순순히 응하는 육남혁에, 오히려 한주미가 당황했다.하지만 이어진 말에, 한주미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하지만 하루에 한 명은 부족할 것 같네요. 나중에 제 시간표 보내드릴게요. 수업 없는 날이면 언제든 약속 잡으셔도 됩니다. 주말엔 쉬는 것도 포기하고, 두 시간에 한 명씩 보고, 저녁엔 야근까지 해서 데이트하면 하루에 최소 열 명은 볼 수 있겠네요.”육남혁은 일부러 한주미의 신경을 건드리는 듯 덧붙였다.“스케줄 조정하시려면 고생 많으시겠어요.”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한주미는 당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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