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Kabanata 281 - Kabanata 290

644 Kabanata

제281화

“우리가 경성으로 널 보러 갈까 하는데, 어때?”서은주의 눈가가 뜨거워졌다.따뜻한 기운이 한순간에 온몸으로 퍼져 나가, 전신을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이었다.강정한과 통화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 쪽에서 차량 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들이 돌아온 모양이었다.서은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하나 걸쳤다.그때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침실 문이 벌컥 열렸다.육강민은 찬바람과 피로를 그대로 뒤집어쓴 모습이었다.“왔어요?”서은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강민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를 품에 가뒀다.배에 닿을까 조심스럽게 품었지만, 등 뒤를 감싼 팔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마치 손을 놓는 순간, 그녀가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은주야...”“네?”서은주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왜 그래요?”“네가 계속 통화 중이던데...연락이 안 돼서.”육강민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도망간 줄 알았어.”서은주는 웃음을 터뜨렸다.“리정이와 오빠랑 잠깐 통화했어요. 제가 배가 이렇게 불러서 어디를 가겠어요?”“어딜 가든, 난 널 찾아낼 거야.”육강민은 그녀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그리고 나 양이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알아요.”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하는 서은주에 육강민은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그 정도로 날 믿어?”“할머니랑 아버님, 어머님도 다 같이 계셨잖아요. 설마 세 분이 같이 연막을 쳐겠어요? 정말로 무언가가 있었다면, 조용한 호텔부터 갔겠죠.”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기댄 채 한동안 따뜻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그때, 침대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고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이불 속에 파묻힌 육민찬이 눈만 내놓은 채, 가만히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서은주는 얼굴이 화끈거려 헛기침을 하며 육강민의 품에서 빠져나왔다.“아빠, 나도 안아줘요.”녀석은 이불을 박차고 나와 육강민에게 매달렸다.다음 날 아침.식사 자리에서 식구들의 시선은 자꾸만 서은주에게로 향했다.전날 밤 기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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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양이나는 서은주를 보자,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언니가 여기엔 웬일이세요?”서은주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내 남편 회사에 웬일이라니?“오후에 성세에서 홍보 촬영이 있어서요. 미리 와서 동선도 익혀볼 겸 들렀어요. 원래는 강민 오빠랑 점심 먹으려고 했는데, 이미 사랑 가득한 도시락이 있더라고요.”양이나는 자연스럽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서은주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마치 자기 집에 온 사람처럼 익숙한 태도였다.며칠 전 스캔들 때문에, 성세 직원들은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 걸 보고 은근히 손에 땀을 쥐었다.“언니가 참 부러워요. 직접 요리할 시간도 있잖아요. 전 매일 스케줄에 치여서 숨 돌릴 틈도 없어요. 그래도 전 커리어를 더 쌓고 싶어요.”양이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언니는 굳이 그렇게 애쓸 필요 없잖아요. 강민 오빠가 다 책임져 주는데, 그냥 편하게 사모님으로 지내시면 되니까요.”서은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리고 요즘 회사에 자주 들르신다던데 강민 오빠가 못 미더워서 일부러 출근 체크하러 오시는 건 아니죠?”은근히 신경을 긁는 말에도 서은주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전 믿어요.”“그럼, 다행이네요. 전에 찍힌 사진 때문에 혹시 오해하실까 봐 조금 걱정했거든요.”양이나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었다.“오해한 적 없어요.”부부 사이에는 신뢰가 기본이다.서은주는 육강민과 양이나 사이에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다만 이 여자의 말투가 지나치게 얄미울 뿐이었다.양이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연예계는 정말 복잡하죠. 자리는 한정돼 있고, 올라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고…저를 끌어내리려고 없는 말 지어내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기자들이 늘 과장해서 기사를 써요.”“저도 그런 기사가 날 줄은 몰랐어요. 강민 오빠와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고,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성세 모델도 그래서 하게 된 거고 자주 만나는 게 이상할 건 없잖아요.”그리고 서은주를 보며 정중하게 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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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하필이면 평판이 엉망인 입양아였다.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양이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늘 사람들 손에 떠받들리며 살아온 그녀로서는, 이런 굴욕을 삼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서은주, 이 여자, 생각보다 훨씬 만만치 않았다.육가희가 서은주에게 크게 덴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양이나에게 뭐 마실지 물었다.분노로 속 시끄러운 양이나에게 그럴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대신 서은주가 웃으며 답했다.“양이나 씨께 녹차 한 잔 타 주세요. 정신도 맑아지고, 체지방 배출에도 좋다잖아요. 딱 어울리네요.”녹차가… 양이나에게 어울린다고?어떻게 들어도 거슬리는 말이었다.‘이건 대놓고 빈정대는 거잖아!’양이나는 원래 서은주를 자극해서, 육강민과의 사이를 흔들 생각이었다.그런데 되려 자신이 된통 당해버렸다.사무실을 나서던 직원은 문을 닫기도 전에 외쳤다.“대표님!”육강민이 돌아왔다.서은주가 회사에 왔다는 말에 회의를 일찍 끝내고 돌아온 것이다.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양이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강민 오빠…”목소리가 살짝 떨렸고, 눈가엔 금세 붉은 기가 번졌다.그 광경에 서은주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육가희 하나 치우나 싶더니, 이번엔 양이나라니. 어쩜 이렇게 다들 연기력이 출중한지.’하나는 진백현의 지긋지긋한 악연이고, 다른 하나는 육강민의 성가신 인연이었다. 요즘 들어 자꾸만 이런 골칫거리들이 생겨 서은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마치 벌집을 건드린 기분이었다.“왜 그래? 울었어?”육강민이 담담하게 묻는다.“아무것도 아니에요.”양이나는 숨을 고르며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절대 오해하시면 안 돼요. 언니가 절 괴롭힌 건 아니에요.”육강민의 시선이 서은주에게로 옮겨갔다.서은주는 찻잔을 들고, 세상 무해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아까 기사 얘길 하다가... 그만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아요.”양이나가 쓴웃음을 지었다.“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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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양이나는 원래 불쌍한 척하며 이간질을 해볼 생각이었다.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괜히 판을 키웠다가, 자기 몸에 불을 지른 꼴이 된 것이다.달리 방법이 없었던 양이나는 이를 악물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차를 들고 들어왔던 직원은 양이나가 나가려는 걸 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녹차 괜히 탔네.’값비싼, 구하기도 어려운 명차였는데 너무 아까웠다. 직원이 찻잔을 들고 나가려는 순간, 육강민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내 사무실 청소 좀 다시 해.”직원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육강민의 사무실은 매일 출근 전 한 번씩 정리됐고 지금 봐도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청소 끝나면 소독도 하도록. 특히 저 사람이 만진 곳 전부.”세균이 있을 수 있으니까, 제대로 소독하라는 뜻이었다.입술을 꽉 깨문 양이나는 얼굴빛이 잿빛으로 굳어 있었다.사무실을 나서는 그녀는 눈가가 여전히 붉었고, 발걸음은 지나치게 빨랐다.마침, 퇴근 시간이었고 이를 본 성세 직원들이 하나둘 수군대기 시작했다.“양이나가 왜 울면서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와?”“오늘 사모님 오셨다던데…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야? 전에 대표님이랑 같이 공연 보러 간 거 찍혔잖아.”“남편이 스캔들 나면 사모님이 속상해야지, 왜 저 사람이 울어?”사무실을 청소하고 소독해야 했기에, 육강민은 도시락을 들고 서은주와 함께 휴게실로 이동했다.서은주는 단순히 밥만 전해주러 오는 게 아니었다.대부분은 이렇게 함께 식사를 했다.업무 보고를 위해 직원이 들어와 오후 일정과 향후 스케줄을 설명했다.서은주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라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녀는 조금 전, 육강민이 ‘눈병은 전염된다’며 진지하게 몰아붙이던 장면이 떠올라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삼켰다.기분이 날아갈 듯했다.연말이라 육강민은 특히 바빴다.몸이 하나로는 모자랄 정도라, 식사 중에도 보고를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오후에 조 사장과 전화 회의가 있고, 저녁엔 ‘태풍 그룹’의 황 사장과 식사 자리가 잡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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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서은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역시 방주헌이 악덕 자본가라던 말이 맞았다. 육강민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한다.육강민도 양이나가 그저 둘러댄 병명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고, 서은주는 확신했다. 육강민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설마, 내가 양이나랑 계속 엮이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서은주는 잠시 멈칫했다.양이나 얘기를 먼저 꺼낸 적도 없는데, 그가 먼저 말할 줄은 몰랐다.어느 여자가 남편이 다른 여자와 가깝게 지내는 걸 반기겠는가!하물며 이미 노골적으로 도발까지 해온 양이나라면 더더욱 눈엣가시였다.“너도 싫잖아.”육강민의 진지한 눈이 서은주를 뚫어지게 응시했다.서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네가 나를 믿어주는데, 내가 그 신뢰를 저버릴 수는 없지.”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차분했다.잔잔한 빛이 어린 눈빛은 유난히 부드러워 그녀의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서은주는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연말 행사 경품은 뭐예요?”“현금도 있고.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전자제품, 상품들을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고, 유급휴가나 해외여행도 있지.”“어떻게 참여하는 건데요?”“추첨.”육강민이 웃으며 물었다.“관심 있어?”“리정이가 지성 씨랑 간다고 해서, 그냥 물어본 거예요.”“원하면 나랑 같이 가. 지난번 창립 기념식 때 너를 제대로 소개도 못 했잖아.”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병원.양이나는 끝까지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병원에 도착하자 입원 절차까지 밟고, 몇 가지 검사를 대충 받았다.혹시라도 육강민이 일부러 속였다고 의심할까 봐서였다.그런데 곧, 성세 광고 모델에서 교체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양이나의 얼굴이 시퍼렇게 굳었다.“멀쩡하던 걸 왜 바꿔?”그녀는 매니저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성세 쪽에서 전염성 질환 때문에 촬영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 다른 모델로 교체했다고 합니다.”양이나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분노했다.분명 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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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육민찬은 연말 행사에 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였다.작은 몸으로 집 안을 헤집고 다니며 옷장을 뒤지더니, 깊숙이 넣어두었던 예복까지 꺼내 몸에 대 보며 육강민에게 물었다.“아빠, 나 이 옷 입어도 돼요?”“그냥 밥 먹으러 가는 자리야.”예복이라니, 레드카펫이라도 밟으러 가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나 아빠 아들이잖아요. 옷 좀 제대로 입어야 아빠 체면도 살죠.”그 말에 육강민은 헛웃음을 삼켰다.한주미는 일부러 세 사람을 위한 패밀리룩을 준비해 두었다.서은주와 육민찬은 마음에 쏙 든다는 표정이었지만, 유독 육강민만 얼굴이 굳어 있었다.패밀리룩이라는 게 대체로 귀여운 요소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는 그게 자신의 이미지와 영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한주미가 혹시 불만이 있느냐고 묻자, 육강민이 급히 입을 열었다.“어머니, 저는...”“너의 의견은 안 중요해.”한주미가 단호하게 잘랐다.**성세 연말 행사를 며칠 앞두고, 경성에는 첫눈이 내렸다.남부에서 오래 살아온 서은주에게 눈은 여전히 신기한 풍경이었다.두툼하게 옷을 입고 마당에 서서,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송이를 손바닥으로 받아 보았다.솜털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금세 물방울로 녹아내린다.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육민찬이 눈놀이에 한창이었다.그때 외부 차 한 대가 마당으로 들어왔다.서은주가 고개를 들자, 차에서 내린 사람은 양홍철이었다.평생 무대에 섰던 사람답게, 몸가짐이 단정했고, 기품이 있었다.허리는 여전히 곧게 펴져 있었고, 풍채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서은주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이렇게 추운데, 왜 밖에 나와 계세요?”양홍철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눈이 와서 잠깐 구경하려고요.”“임신 중이시니 감기 걸리면 안 되죠.”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고, 시선 속에는 온화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유순하고 품위 있는 사람—첫인상만으로도 그렇게 느껴졌다.양이나는 영 탐탁지 않았지만, 양홍철에 대한 인상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이 정말 부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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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이 일은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정리되었다.서은주는 원래 뒤에서 사람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양이나와 자신 사이에 있었던 일도, 육강민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양홍철이 돌아간 뒤, 박명숙이 일부러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서은주는 그저 웃으며 넘겼을 뿐이다.**양홍철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양이나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왔다.“아빠, 어땠어요? 그 사람이 허락했어요?”“응.”양홍철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다행이다. 고마워요, 아빠!”양이나는 들뜬 얼굴로 벌써부터 그날 입을 옷을 고민하기 시작했다.외모와 몸매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하고 있었고 이 세상에 자신을 거부할 수 있는 남자는 없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아직도 육강민에게 미련이 남은 거냐?”양홍철은 딸을 바라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그 사람은 너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 예전 같았으면 네가 뭘 하든 상관 안 했겠지만, 지금은 결혼까지 했다.”“결혼이 대수예요?”양이나는 냉소적으로 말을 이었다.“그건 아이 때문에 한 결혼이에요. 강민 오빠는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요.”“너 정도면 마음대로 골라 만날 수 있는데 왜 굳이 한 나무에 매달리려고 하니.”“난 그 사람이 좋아요.”양이나는 이를 악물었다.연예계에서 지내는 동안,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오직 육강민만이, 그녀에게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손에 넣는 게 얼마나 짜릿한 건지 아빠는 모를 거예요.”양이나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정복욕은 남자만의 것이 아니었다.“설령 그 사람을 얻는다 해도, 넌 결국 상간녀 소리 들을 거다. 남의 가정을 망가뜨린 년이라고 손가락질 할 거란 말이다. 내가 어떻게 너같이 천박한 딸을 낳았는지 모르겠다!”양홍철은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우리 딸이 천박하다니요?”계단 위에서 한 귀분이 내려왔다.양이나의 어머니, 노설연이다.“양홍철, 당신이 과거에 무슨 짓을 했는지 잊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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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성세 연말 행사가 열리는 날이 되자, 날씨가 모처럼 화창해져 있었다.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햇살은 따뜻했으며, 쌓였던 눈도 서서히 녹아내렸다.행사 장소는 성세 그룹 산하의 한 특급 호텔.서은주가 도착하기도 전에 손리정에게서 몇 장의 사진이 연달아 날아왔다.연회장은 숨이 멎을 만큼 화려했다.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화려한 빛을 뿌리고, 그 아래로는 샴페인 타워가 반짝였으며, 디저트 테이블마다 정교한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쪽에 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어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고 있었다.손리정이 감탄 섞인 메시지를 보냈다.[은주야, 네 남편… 진짜 돈 쓰는 스케일이 다르네.][오늘 양이나도 온대.][회사 연말 행사에 톱 여배우를 부르다니, 역시 성세야.]서은주는 미소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며, 곧 도착하겠다고 답했다.실내는 난방이 잘 되어 있어, 그녀는 붉은색 드레스 하나만 걸치고 홀에 들어섰다.풍성한 실루엣의 드레스는 살짝 불러온 배를 자연스럽게 가려 주었다.서은주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청아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보는 이들의 시선을 편안하게 사로잡았다.그 옆에는 육강민과 육민찬이 있었다.세 사람이 함께 등장하자,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특히 육민찬은 앙증맞은 슈트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포켓에는 귀여운 캐릭터 인형까지 달려 있었다.걸음걸이는 어찌나 당당한지. 애어른처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손리정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마치 딸을 잘 시집보낸 친정엄마 같은 얼굴이었다.육강민은 서은주를 주요 주주들과 임원들에게 소개했다.그러다가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 쉬라며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룩 아주 괜찮던데?”손리정이 바로 다가와 속삭였다.“강민 씨 룩에 하트 달린 거 좀 촌스럽긴 한데… 얼굴이 다 했네요.”“지성 씨는…”“하아, 역시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군.”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육지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서은주는 웃으며 손리정의 옆구리를 살짝 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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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근데 얼굴에 뭐 묻은 거야?”“에? 제 얼굴에요?”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 사람들이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구나 싶었다.“응. 이모가 닦아줄까?”양이나는 새하얀 진주 장식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어 피부는 더 맑아 보였고 은근히 드러난 몸 선은 관능적이었다. 그녀는 몸을 살짝 숙여 아이의 볼에 남은 립스틱 자국을 닦아주려 했지만, 육민찬이 재빨리 몸을 피했다.허공에 멈춰버린 그녀의 손이 어색하게 굳어버렸다.“괜찮아요. 엄마한테 갈래요!”녀석은 그렇게 말하곤 곧장 서은주 쪽으로 달려갔다.양이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어색하게 손을 거둔 양이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감탄과 부러움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받으며, 여유로운 걸음으로 육강민을 향해 걸어갔다.“양이나 진짜 예쁘다.”손리정이 감탄하듯 말했다.“이나 이모요?”육민찬이 양이나를 힐끗 보더니, 서은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래도 난 엄마가 제일 예쁜데.”“어? 너 이나 이모 안 좋아해?”손리정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그 사람이 돈도 아닌데, 왜 무조건 좋아해야 해요?”손리정이 빵 터졌다.“야, 그 말은 누구한테 배운 거야?”“주헌 삼촌이요. 삼촌이 항상 그렇게 말해요.”육민찬은 괜히 어깨에 힘을 주며 뿌듯해했다.“그럼 너는 왜 싫은데?”손리정이 집요하게 묻자, 녀석은 콧방귀를 뀌듯 말했다.“그냥 싫은 거죠. 싫은 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해요?”손리정은 서은주를 향해 눈짓했다.그녀는 육민찬이 재벌 총수감이라고 생각했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육강민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연설을 했다.한 해의 성과를 간단히 정리하는 자리였지만, 정장 차림의 그는 침착하고 단정했으며, 키가 훤칠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듯한 냉정한 아우라를 풍겼다.이후 각 부서의 공연과 추첨 이벤트가 번갈아 이어졌다.양이나가 무대에 오르자, 직원들의 반응은 단연 가장 뜨거웠다.“당첨됐어?”육강민은 서은주 바로 옆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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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양이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회장이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고, 이내 적지 않은 시선이 자연스럽게 육강민에게로 향했다.두 사람의 스캔들 사진이 워낙 크게 떠들썩했던 터라 의심이 눈길이 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손리정도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양이나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전부 온라인 기사와 영상 속 이미지뿐이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화면 속 모습과는 꽤 달랐다.예쁘긴 했지만 전반적인 인상은 좋지 않았다. 특히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이 오해할 만한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것 또한 전혀 ‘톱스타’답지 않은 태도였다.너무 경솔했고, 너무 무례했다.그런데도 양이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다들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말한 ‘특별한 사람’은, 여기 계신 여러분이에요. 모두 각자 하나뿐인 존재니까, 당연히 특별하죠.”그렇게 말을 매끄럽게 수습하긴 했지만, 한 번 흐트러진 공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홀에는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다행히도 뒤이어 이어진 공연이 그 어색함을 빠르게 깨뜨렸다.양이나는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연회장을 떠났다.육강민은 몇몇 주주들에게 붙잡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오늘은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자리였기에 서은주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그저 접시에 음식을 담아 천천히 먹으며,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서 뛰노는 육민찬을 따라갔다.옆에 앉아 있던 손리정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근데 양이나, 대체 뭐야? 설마 강민 씨한테 마음 있는 건 아니지?”“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담담하게 말하며 음식을 계속 먹고 있는 서은주의 모습에 세계관이 산산조각 난 손리정은 한참 후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임자 있는 남자를 노리는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나도 모르지.”“근데 너는 왜 이렇게 태평해? 이 상황에서도 밥이 넘어가냐고!”“그럼, 쟤 때문에 굶기라도 해야 해?”서은주가 웃으며 되물었다.“남편 빼앗길 수도 있는데 불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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