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희는 완전히 혼이 빠져버린 상태였다.갑자기 차창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에 고개를 확 돌리자, 차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방주헌을 마주할 수 있었다.순간, 심장이 그대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사람은 어때?”육남혁이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아직 숨은 붙어 있어요.”방주헌은 여전히 차창을 두드리며 낮게 웃었다.“안 죽은 거 다 알고 있으니 그만 나오지? 내가 직접 끌어내리기 전에.”육가희는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하지만 사고 충격으로 잠금장치가 망가져 있었는지, 방주헌이 문을 잡아당기자, 차 문이 그대로 열려 버렸다.육가희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로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려왔다.조금 전까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던 탓에, 온몸에 힘이 풀려 그대로 눈 위에 주저앉았다.온몸이 떨렸다.“육가희.”육남혁이 위에서 내려다보았다.“대단하네. 대낮에, 그것도 백화점에서 사람을 밀어?”그는 안경을 벗어, 렌즈에 묻은 눈을 천천히 닦았다.안경을 벗는 순간,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주변의 공기마저 날카롭게 갈라졌다.안경은 그저 그를 억누르던 장치였다.지금의 육남혁은 차갑고, 무자비하고, 한 치의 여지도 없었다.육강민을 누를 수 있는 사람, 그는 결코 평범할 리 없었다.펜을 들고 사람을 가르칠 수도 있지만 필요하다면 냉혹하게 사람을 부술 수도 있는 남자였다. “큰, 큰 아빠… 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서…”육가희는 기어가듯 다가가 그의 바짓자락을 붙잡으려 했지만 육남혁은 망설임 없이 발로 걷어찼다.“퍽!”너무도 거센 힘에, 육가희는 그대로 차량에 부딪혔고, 고통에 숨이 턱 막혀 눈물이 반사적으로 터져 나왔다.“손대지 마.”육남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더러워.”방주헌은 혀를 차며 차에 기대선 채, 그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이건 육가희가 알던 육남혁이 아니었다.육남혁은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일어나.”차분한 그의 목소리에 담긴 압박감은 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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