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261 - Chapter 270

644 Chapters

제261화

하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서은주도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조권이 서 있었다.육가희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조권이 이미 그녀 앞으로 달려가며 외쳤다.“가희 씨,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내가 호빠 선수라서, 그래서 나를 버린 겁니까! 우리 좋았잖아요. 나랑 평생 살자더니, 나를 속였던 겁니까?”짙은 서러움으로 어두워진 그 표정은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람 그 자체였다.육가희는 완전히 멘붕 상태였다.‘이 죽일 놈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손님들도 어안이 벙벙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서은주 역시 어리둥절했다.그때, 육강민이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드디어 하이라이트네.”“너… 너 뭐 하는 거야?”육가희는 혀가 꼬인 듯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완전히 당황했다.옆에서 술잔을 들고 서 있던 진백현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과거 육가희의 호빠 선수 사건은 큰 논란이 되어, 조권의 얼굴 또한 노출됐었기에 그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주변에서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가희 씨, 나예요? 당신의 귀염둥이 권이잖아요.”조권은 육가희의 어깨를 부여잡고 애처로운 얼굴로 말했다.“풉—”방주헌은 음료를 마시다가 그대로 뿜어버렸다.“와, 씨... 진짜 역겹다.”“너 정말 미쳤어!”육가희는 몸부림치며 벗어나려 했지만, 조권은 멈추지 않았다.“내 직업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 알아요. 나 이제 손 씻었어요. 난 진심으로 가희 씨를 사랑하고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란 걸 알아요. 그게 아니었다면 함께 호텔로 가지 않았을 테고, 침대에서도 가희 씨가 그토록 적극적이지 않았을 거잖아요...”조권은 미친 듯이 감정을 쏟아냈다.진백현의 얼굴에는 이미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주변 손님들은 각자 다른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한편, 육광진은 강정한을 챙기기에 바빴다.혹시 서은주가 먼저 그와 접촉해 입이라도 맞출까 봐 일부러 멀리 떨어뜨려 놓고 있었는데, 딸에게 또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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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사람들은 모두 조권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고, 박명숙을 비롯한 육씨 가문의 친척들 역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구경만 할 뿐, 나서서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아이의 아빠가 진백현이 아니라니?”“이거 진짜 최악이다.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으니, 제대로 바람맞은 거네. 하마터면 남의 애를 키울 뻔했잖아.”“육가희 진짜 독하다. 이 정도면 진백현이 전생에 죽을죄라도 지은 거 아니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육가희는 조권의 품에서 벗어나려 힘껏 몸부림쳤다.“너 또 헛소리하면, 그 입을 찢어버릴 줄 알아!”“가희 씨...”조권은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다.“이제 나 안 사랑해요?”“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육가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순간, 결혼식장은 모두 얼어붙었다.“당신이 때리고 욕하고 무시한다 해도,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조권은 여전히 지독히도 감정에 취한 얼굴이었다. 육가희가 기가 막혀 기절할 즈음, 다행히 육광진이 나타나 조권을 향해 발을 날렸다.“어디서 굴러먹던 개자식이 감히 여기서 난동을 부려!”그런데 조권은 그대로 육광진의 발치에 달라붙더니 외쳤다. “아버님...”육광진은 완전히 멘붕에 빠졌다.“제발 아이를 생각해서 저랑 가희 씨를 허락해 주세요. 저희 진심으로 사랑합니다.”육광진 얼굴은 순식간에 파래졌고, 수치심에 고개를 차마 들 수 없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갈피를 잃은 듯했다.방주헌은 웃다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미친 이게 무슨 전개지?방주헌이 상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또 헛소리하면 진짜로 죽여버릴 줄 알아!”육가희는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차라리 죽여요.”조권은 전혀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사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는 듯 말했다.“당신 없인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목숨이 뭐 대수겠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내 전부를 다 줄 수 있어요. 당신 손에 죽어도 난 아무런 후회가 없어요.”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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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설마 남의 아이를 대신 키울 생각입니까?”조권이 계속해서 진백현을 자극했다.진백현을 바라보는 육가희도 왠지 마음이 불안했다.“그 사람 말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 배 속 아이는 분명히 당신 아이야. 함께 산부인과도 다녀왔는데, 벌써 잊은 거야?”조권이 아이 얘기를 꺼냈을 때, 육광진 부녀의 표정은 묘하게 굳어져 있었기에, 진백현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그 이상한 기류를 눈치챌 수가 있었다. 진백현은 냉소를 흘리며 육가희를 바라보았다.“나 갖고 노는 게 재밌었냐?”“잠깐 내 말 좀 들어봐...”“제기랄! 너한테 완전히 놀아난 내가 완전 병신이었네.”육가희 얼굴이 확 바뀌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이 결혼…나 안 해!”진백현은 넥타이를 잡아서 바닥에 내던졌다.그러자 아무 말없이 옆에 서 있는 진백현의 부친과 모친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결혼 안 한다고?” 육가희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나한테 매달리며 쫓아다닌 거 너잖아. 난 다 줬는데, 고작 남이 지껄이는 말에 파혼하겠다는 거야?”진백현은 냉소했다.“다 줬다고? 그래서 딴 놈이랑 호텔에 들락거렸어?”육가희가 막 해명하려는 순간, 조권이 또 끼어들었다.“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가희 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여자란 말이에요!”육가희는 완전 멘붕에 빠졌다.‘제발 그 입 좀 닥쳐!’결국 조권은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지만, 좀처럼 멈출 줄 모르고 폭주했다.“가희 씨, 나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뭘 하든 전 영원히 놓지 않을 거예요...”진백현은 파혼을 결심했고, 육가희는 당연히 반대했다.그러자 진백현이 DNA 검사를 꺼냈고, 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조급해졌다.결국 그 사건은 아주 난장판으로 끝났다.이 일로 인해 육광진 부녀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져, 앞으로 더는 고개를 다니기 어려운 신세가 되었다. 하객들은 한바탕 재미난 구경을 마치고 금세 자리를 떠났다. 멀어져가는 서은주를 발견한 육가희는 눈빛에 서늘한 살기를 띠었다.“서은주, 거기 서!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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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이미 하객 대부분이 떠났고, 호텔 직원들만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힐끔거리며 상황을 살폈다.육가희는 눈물범벅이 된 상태로, 여전히 온몸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러자 육강민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가족? 가족이라면서 뒤에서는 약물을 타고 음해하려 들어? 그것도 모자라 물건을 훔치고, 누명을 씌우더니, 이제 와서 순진한 척 쇼하고 있네? 내가 착한 사람은 아니란 것쯤은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육가희는 뺨 맞은 얼굴이 심하게 부어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은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저를 희생시킨 거예요? 오늘이 제 결혼식인데…”“희생이 아니라 정의를 바로 세운 거지!”육강민은 그녀를 같잖게 훑어보고는 덧붙였다.“게다가 너 따위를 짓밟는데 때를 가려야 하나?”방주헌도 콧방귀를 뀌었다.“너는 아무렇지 않게 남을 괴롭히면서, 네가 괴롭힘당하는 건 안 된다고? 그런 억지가 통할 거라고 생각했나?”육남혁도 안경을 밀며 고개를 끄덕였다.“일부 인간의 탈을 쓴 자에게 너의 기대가 너무 높을 수도 있지.” “그렇네요. 머리를 장식으로 하고 다니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박명숙과 육진국은 육가희와 말도 섞기 싫다는 듯, 그저 서은주만 챙기며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육가희가 그들을 막았다.“증조할머니는 그 보석들이 어디서 났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으세요? 틀림없이 훔친 게 아니라면, 강정한이 준 거예요. 둘 사이에 분명 뭔가가 있다고요. 제발 저 여자에게 속으시면 안 돼요!”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자, 육가희는 절망하며 소리쳤다.“서은주! 내가 너와 강정한 사이 일, 전부 떠벌릴 거야!”하지만 서은주는 여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바로 그때 강정한이 등장했다.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지금 무슨 말입니까?”그는 원래 휴게실에 머물고 있었다.육광진이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결국 여기로 온 것이다. “강정한, 당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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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방주헌은 말문이 막혔다.“이유도 모르고 오셨다는 겁니까?”“몰라요.”그는 당장이라도 한마디하고 싶었지만, 그저 속으로만 삼켰다.‘보통 아량이 아니시군.’“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던 겁니까?”“보수가 상당해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주변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다.육광진은 급히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모시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하지만 강정한은 받아주지 않았고, 육광진의 손은 허공에 머물러, 민망한 정적만이 흘렀다.“죄송합니다. 악수가 익숙하지 않아서요. 제 손이 좀 귀하거든요.”그 말에 서은주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고, 방주헌도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역시 양손에 수백억 단위 보험 든 남자답게 포스가 장난 아니네.’육광진은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사실 오늘 모신 건, 좀 여쭤볼 게 있어서요.”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육가희가 끼어들었다.“당신 서은주 좋아하죠!”그 한마디에 강정한은 뭔가 깨달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육가희 양? 음식은 마음껏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게다가 이렇게 무례했던 것도 처음 아니죠? 이제 성인인데, 이런 말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육광진은 딸에게 입 다물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강정한을 향해 애써 웃으며 말했다.“애가 아직 철이 없어서 폐를 끼쳤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제가 왜 용서해야 하죠?” 강정한이 반문했다.“저와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쉽게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앞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제 명예를 훼손하면 어느 누가 저를 데려가려 하겠습니까?”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육광진과 육가희는 강정한을 불러 서은주를 궁지로 몰 작정이었는데 결국 자신들이 민망해졌다.육가희는 억울함을 쌓아두고 있었고, 강정한에게 두 번째로 직격을 당하자,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닌 척 연기하면 당신과 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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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당신이 선물했다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이제 좀 그만 연기하시죠?”육가희가 비아냥거렸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정한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째려봤다.“육가희 양, 남의 말을 끊는 건 정말 교양 없는 행동이에요.”“저…” 육가희가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닥쳐!”하지만 이내 들리는 강정한의 단호한 한마디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하지만 그 시선이 서은주에게 향하자, 눈빛은 금세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했다.“이 목걸이가 은주 씨 거란 말이죠?”장인 정신으로 보석과 옥을 다루는 강정한은 평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서은주는 조금 불안했다.“네…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거예요.”“혹시 ‘고’ 씨인가요?”“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고여진입니다.”그러자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씁쓸해진 미소와 눈가에 어느새 붉은 기가 맴돌기 시작했다.지금 서은주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감격과 충격, 그리고 슬픔.그런 그의 얼굴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서은주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대표님…?” “저의 작은고모 이름도 여진이죠. 그녀는 강여진입나다.”손에 든 목걸이를 살며시 만지는 강정한의 눈가에 한없이 부드러운 애정이 담겨 있었다.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육강민과 서은주는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강정한은 일전에 서은주에게 이미 세상을 떠난 그 사람을 똑 닮았다고 한 적 있었다. 서은주는 몸이 얼어붙었고 어느새 목이 메었다.뇌리에 무언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가에 뜨거운 이슬이 맺혔다.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켜 버리고 말았다.강정한은 손에 든 목걸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작은고모가 성인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목걸이죠. 디자인 초안부터, 알맞은 보석을 고르고, 세심하게 깎고 다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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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그 충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육광진은 피를 토하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아빠… 아빠!”육가희는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 매달리며 주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빨리 구급차 좀 불러줘요!”주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고 곧 방에는 육씨 가문 식구들과 강정한, 그리고 끝까지 떠나지 않으려 한 방주헌과 진백현이 남았다. 진백현은 눈이 충혈된 채로 서은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만약 서은주가 진짜 강씨 가문 사람이라면, 육가희를 위해 아부하며 그녀를 버린 자신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겉치레뿐인 가짜에 눈이 멀어 진정한 보석을 잃었다는 사실은 그의 마음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마치 수많은 칼날이 한순간에 심장을 난도질하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저…”강정한은 목걸이를 손에 쥔 채 서은주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렸고,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나야, 네 사촌오빠.”약간 흥분한 듯한 강정한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다. 그는 어떤 표정으로 서은주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서은주 또한 목이 바짝 말랐다.자신이 고아인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가족이 나타나니, 마음이 복잡해지는 게 당연했다.그들과 반면, 육강민은 침착했다.그는 강정한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으로선 모든 게 추측일 뿐입니다. DNA 검사를 해보는 게 가장 확실하지 않을까요?”“네. 확인이 필요하지요.”강정한은 순간 정신이 든 듯했다.섣불리 단정 지었다가, 나중에 혈연이 아니라면 허탈함만 남을 것이다.비록 많은 증거가 서은주가 그의 사촌임을 가리키지만, 직접 확인해야 했다.강정한은 서은주의 머리카락을 손수건에 소중히 담더니, 마치 진귀한 보물을 다루며 서은주를 바라보았다.“잠깐 안아봐도 될까?”서은주는 잠시 멈칫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강정한이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지만, 포옹은 하지 못했고 그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을 뿐이었다.그 손길은 너무나도 조심스럽고도 따뜻했다.“내가 늦었구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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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그날 밤,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서은주는 잠이 오지 않아 한밤중에 정원으로 나왔다.이미 늦가을이라 바람이 차가웠지만, 그녀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이때 휴대전화가 계속 울려서 확인해보니, 손리정이 보낸 메시지였다.[쓰레기보다도 못한 진백현에게 드디어 이런 날이 오네. 바람맞은 것도 모자라, 남의 아이를 키울 뻔하다니.][육가희 아버지가 그 일로 피를 토하며 입원했다던데.][속이 다 시원하다, 진짜!]조권이 결혼식에서 소동을 일으킨 이야기는 이미 경성 전역에 퍼졌다.육가희가 목걸이를 훔치고, 강정한과 서은주가 혈연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육강민은 이미 입단속을 해둔 덕에 감히 밖으로 떠드는 이는 없었다.서은주는 가족을 찾고 싶으면서도 기대가 커질수록 아닐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날도 쌀쌀한데 뭐라도 걸치지 않고...”멍하니 서 있던 그녀의 어깨 위로 외투 하나가 내려앉았다.육강민은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언제 깬 거예요?”“너 일어나는 소리에 나도 깼어.”육강민이 그녀 목덜미에 얼굴을 문질렀다.턱에 난 수염이 살짝 거슬려, 서은주는 몸을 움츠리며 피하려 했지만, 그만 턱을 잡혔고, 육강민은 고개를 기울여 그녀에게 키스했다.느리고도 다정한 입맞춤은 공기마저 태우는 듯했고, 가을밤의 찬바람이 온몸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서은주는 힘없이 그의 품에 내려앉아, 낮은 신음을 뱉어냈다.“가족과의 재회 때문에 생각이 많은 거야?”육강민은 그녀 이마에 키스하며 낮게 물었고, 서은주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정말로 강씨 가문과 혈연관계라면 좋은 일일 테지만, 아니라고 해도 지금 너한텐 나도 있고 민찬이도 있잖아. 그뿐이야?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할머니까지... 은주 넌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육강민이 그녀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마음이 따뜻해진 서은주는 얼굴을 들어 그의 입술을 찾았다.그 순간, 시야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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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서은주는 문득 호기심이 생겨 육강민에게 물었다.“근데 육가희는 왜 조권을 못 찾는 거예요?”“본명으로 바꾸고 내가 해외로 보내버렸어.”“본명이 뭐였는데요?”“조영웅.”“...”확실히 누군가를 모시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곧 강정한에게서 연락이 왔고, DNA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그날, 서은주는 단정하면서도 우아하게 차려입었고 육강민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녀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장소는 경성의 한 카페였고 강정한은 이미 도착해 있었지만, 여전히 차갑고 냉랭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러나 서은주가 들어서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그러더니 옆에 있는 육강민을 흘깃 바라보며 물었다.“어쩐 일로 같이 왔죠? 평일인데, 회사는 안 나가도 되나요?”육강민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내 아내랑 함께 온 건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지?’서은주가 자리에 앉자, 강정한은 그녀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 주문해 주었다.육강민이 뭘 마실지는 묻지도 않고, 대신 종이봉투에 담긴 검사 결과를 내밀었다.봉투는 가벼웠지만, 건네받은 순간,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보고서를 펼치는 사이, 그녀의 손바닥엔 어느새 땀이 배어 있었다.서은주의 시선은 맨 아래 DNA 유사도 수치를 빠르게 확인했다.“생각보다 낮게?”육강민이 머리를 기울이며 보고서를 들여다봤다.이런 검사 결과는 0이거나, 99.99%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유전학에서는 친형제라도 유사도가 높지 않고, 사촌지간이면 더 낮아요.”서은주가 조용히 설명했다.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강정한은 육강민을 흘겨봤다.“이 정도 기본적인 것도 모릅니까? 만약 99.99였으면 나한테 아버님이라고 불러야 했을 테죠.”강정한의 눈빛엔 ‘무식함이 정말 무서운 거구나’하고 노골적으로 적혀 있었다.“……”결과는 서은주와 강정한 사이에 혈연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결과를 움켜쥔 서은주는 마음속에 걸려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드디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그동안…” 강정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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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화장실에서 돌아온 서은주는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두 사람, 무슨 일 있었어요?”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아니라고 답했다.강정한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너무 제한적이었다.경성에는 지방 출신 양녀, 서은주가 의도적으로 육강민에게 접근해 아이까지 가져선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와 임신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육강민과의 관계는 냉랭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하여 강정한은 그 이유를 묻고 싶었고 그 결과 사촌 여동생이 술에 취해 먼저 육강민을 유혹한 것으로 두 사람이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는 말에 그만 충격을 받은 것이다.이미 마음을 가다듬은 서은주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물었다.“그때 작은고모는 한 남자와 교제 중이었는데, 할아버지께서 못마땅해하셔서 집에 데려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지. 그러다 나중에 임신까지 했는데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허락하지 않으셨대. 그래서 그대로 집을 떠났지.”“왜 그렇게까지 반대하신 거예요?”서은주는 눈살을 찌푸렸다.“정확한 이유는 나도 몰라. 그 후로 소식이 완전히 끊겼지.”강정한도 그때는 어렸기에,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할아버지는 수년간 작은고모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아무 소식도 없었고 나중에서야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슬하에 딸 하나 있다는 소문만 들었어. 하지만 세상은 너무 넓고 성을 바꿨으니 찾을 길이 없었지.” 강정한이 서은주를 향해 미소 지었다.“처음 만났을 때, 이상하게 정이 갔고 하나도 낯설지가 않았어.”서은주는 그제야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면서, 이제 기쁨만이 조용히 차올랐다.“은주야…”강정한은 어느새 호칭을 바꿨다.“함께 회성에 가자.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도 널 보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지금 몸 상태로는 장거리 이동이 어렵습니다.”육강민이 단호하게 말했다.서은주는 이미 눈에 띄게 배가 불러 있었다.“내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래도 저는 걱정됩니다.”“그럼, 같이 가든지!”강정한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육강민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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