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Kabanata 291 - Kabanata 300

644 Kabanata

제291화

“두 집안의 인연을 봐서 이미 충분히 참아줬다.”양이나는 씁쓸하게 웃었다.“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요?”“그건 네 알바가 아니야.”“난 그렇게 오랜 시간 좋아했는데 정말 아무 느낌도 없었던 거예요?”육강민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지. 그렇다고 일일이 받아줄 필요는 없지.”“하지만…”양이나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고운 이목구비에는 서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내가 뭐가 부족해서요? 집안도, 외모도, 능력도 내가 훨씬 나은데! 심지어 제가 그 여자보다 훨씬 더 오빠를 사랑한다고요!”떨리는 입술로, 그녀는 육강민을 똑바로 바라봤다.애처로운 눈빛으로 간절히 호소하고 있었다. 서은주는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다가갈 생각은 없었던 서은주가 막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양이나는 갑자기 두 팔로 육강민을 끌어안으며, 까치발을 들어 그의 입술에 닿으려 했다.저절로 낚인 고기를 거절할 어부는 세상에 없다고, 그녀는 믿었다.하지만 육강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단번에 그녀를 밀쳐냈다.그 힘이 너무 세서 양이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시선 끝에 복도 저편에 서 있는 서은주가 들어왔다.양이나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악의가 심장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자신이 가질 수 없는 남자라면, 그 누구에게도 허락할 수 없었다.“오빤 서은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 아니잖아요!”“뭐라고?”육강민의 얼굴이 굳어졌다.“너 선 넘었어.”“그 여자를 선택한 이유, 그 눈동자 때문이잖아요? 예전에 나도 그 사람이랑 눈동자가 많이 닮았으니, 다시 고치면 돼요. 오빠가 원하는 대로 다 맞출 수 있다고요!”양이나는 악에 받친 듯 말했다.“그 여자보다 더 얌전하게 말도 잘 들을게요.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저를 봐주면 안 돼요?”바닥에서 일어선 그녀는 광기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오빠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난 누군가의 대역이라도 상관없는데 서은주는 누군가의 대체품이라는 걸 알고도 오빠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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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서은주의 얼굴을 여지없이 후려쳤다.바람은 날이 선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한 치 한 치 베어내는 듯했다.과거의 모든 아름다움은 거짓으로 변했고, 급기야 숨통을 조여와 그녀를 옥죄었다.어쩌면 이 모든 건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서은주는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더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그때,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돌려 배를 감싸 쥐고, 천천히,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임신 중이기에 감정이 크게 요동치면 안 되기에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들었다.아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버텨야 했다.연회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서은주는 호텔 뒤편의 정원으로 발길을 돌렸다.며칠 전 내린 눈은 아직 다 녹지 않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났다.마치 조각나 버린 그녀의 마음이 밟히는 소리 같았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육강민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서은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전화를 받았다.“어디야?”늘 그렇듯, 강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에 서은주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든다.“안이 좀 답답해서 잠깐 바람 쐬러 나왔어요.”“내가 찾으러 갈게.”“아니에요. 곧 들어갈 거예요.”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몸 전체가 떨릴 만큼 시렸다. 연회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가를 지나치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을 보며 서은주는 살짝 웃어 보였다.하지만 굳어버린 너무나 어색한 미소였다.‘서은주, 이런 얼굴 하지 마... 너무 흉하잖아.’다시 홀로 돌아왔을 때 육강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대신 손리정이 그녀의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급히 다가왔다.“은주야,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아니면 배가 불편한 거야?”“아니야.”서은주는 억지로 웃었다.“괜찮아.”“너… 설마 울었어?”“밖에 바람이 너무 차서 눈이 좀 아픈 거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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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대리운전 기사가 있는 상황이라 육강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육민찬을 먼저 재우고 침실로 돌아왔는데, 서은주는 등을 돌린 채 누워 있었다.이미 잠든 것처럼 보였다.육강민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러다 그녀의 눈가에 멈췄다.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그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샤워실 문이 닫히자, 서은주의 눈가에서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몸을 가늘게 떨렸다.서은주는 자신이 너무 비겁하다고 느꼈다.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단지 누군가를 닮은 눈동자가 좋았던 건지 그에게 묻고 싶었지만, 그 질문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이 관계는 완전히 끝나버릴 것이다.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만 모르는 척 눈을 감아 버리면 그 사랑을 평생 누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 서은주는 배 위에 손을 얹었다.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엄마, 이제 어떡해?”**다음 날.성세 연회가 끝난 뒤, 전 직원에게 이틀간 휴가가 주어진 덕분에 육강민 역시 모처럼 쉴 수 있었다.전날 술을 꽤 마셨음에도 몸에 밴 생체 리듬 덕분에 그는 이른 아침 눈을 떴고 무의식중에 옆자리를 더듬었다.하지만 아무도 없었고 이부자리마저 차갑게 식어 있었다.육강민은 서은주의 이름을 불렀다.“은주야?”대답이 없자 가슴이 급격히 내려앉았다.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나간 그는 주방에서 요리 중인 서은주를 보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육강민은 뒤에서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잠이 안 와서요.”서은주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꼬물이가 또 괴롭혔어?”“장난치지 마요. 어르신들이 곧 깨실 텐데 이러고 안고 있으면 보기 안 좋아요.”서은주는 팔꿈치로 그를 살짝 밀었다.“부부끼리 안고 있는 게 뭐가 어때서?”육강민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려 했다.그런데 서은주가 몸을 피했다.그의 눈빛이 순간 가라앉았다.“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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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양이나가 떠난 뒤,서은주는 서재 한쪽에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 둔 책은 오래도록 한 페이지도 넘어가지 않았다.해가 저물 무렵, 육강민이 돌아왔다.오늘 양이나가 다녀간 뒤, 서은주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눴다는 말을 들은 그는 이유 없는 불안이 가슴을 파고들었다.서재 문을 열었을 때, 서은주는 배 위에 얇은 담요를 덮고 그를 향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부드럽고 온화한 그녀의 미소에 육강민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요즘 들어 육강민은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삶에서 조용히 사라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자주 사로잡혔다.그날 밤, 두 사람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육강민은 평소보다 훨씬 거칠게 그녀를 탐한 탓에 그녀의 입술이 금세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임신 중인 그녀를 끝까지 안을 수는 없어도, 그녀의 눈가가 붉어질 때까지 몰아붙이는 것쯤은 육강민에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의 몸 아래에서 서은주가 낮은 숨소리로 애원해서야 육강민은 옆으로 돌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촉촉이 붉어진 눈, 열기에 젖은 얼굴, 앙탈 섞인 숨소리는 자꾸만 괴롭히고 싶어지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 그가 몸을 빼려는 순간, 서은주가 갑자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은주야, 그만…”그는 배를 건드릴까 봐,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하지만 서은주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입술이 그의 목울대를 더듬었다.너무나 위험한 유혹이었다.참고 있던 그의 숨이 거칠어지자, 서은주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도와줄게요.”그녀의 입술이 다시 육강민의 입술에 닿았다.가볍게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육강민의 온몸에 열기가 치솟기 시작했다.게다가 서은주가 이렇게 적극적인 것도 아주 드문 일이었다.실내는 난방으로 후끈했고, 숨이 막힐 만큼 더워서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엉킨 숨결 속에서 그녀의 향이 더욱 달콤하게 퍼졌다.여전히 서툰 움직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의 심장을 세차게 흔들기에 충분했다.오늘의 서은주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불처럼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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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육강민은 그녀를 안아주며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목은 바짝 말라 숨 쉴 때마다 따끔거렸다. “은주야…”“미안해요. 나 지금 많이 못생겼죠?”서은주는 담담하게 웃었다.“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이제 더는 못 견디겠어요.”서은주도 한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르는 척하고 이대로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게다가 요즘 특히나 너무나도 행복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양이나의 등장은 그녀가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그 환상을 단숨에 산산이 부숴버렸다. 훔쳐 온 행복은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이제는 더 이상 감출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이나가 뭐라고 했어?”육강민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나랑 결혼한 게 정말 이 눈동자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육강민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창밖에서는 눈이 거세게 흩날리고 있었다.오랜 침묵 끝에,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것 때문만은 아니야.”서은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는 그의 심장을 바늘로 찌르듯 아프게 했다.“지금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아이도 가지지 않았더라도 저랑 결혼했을 거예요?”자기 자신을 해치는 것처럼 끈질기게 물었다.육강민은 부정할 수 없었다.서은주를 곁에 두게 된 이유에는 그녀가 순수하다는 점도 있었으며, 그 눈동자 역시 분명한 이유 중 하나였다.그의 침묵에 서은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더 짙게 번졌다.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육강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는 관심 없는 사람과 일에 대해 언제나 솔직했고 감추는 법도 거짓말을 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대답하지 않는 건 곧 인정과 다름없었다.육강민은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말은 한 적 있었지만 사랑한다고 고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청혼할 때조차도 서은주는 끝내 듣지 못했다.“은주야, 우리 차분하게 얘기해 보자.”육강민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혼자 있고 싶어요. 나가주세요.”이 상황에서도 서은주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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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육강민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서은주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서은주가 갑자기 손리정 집에 가서 며칠 지내겠다고 했다.“왜 갑자기 거기로 가겠다는 거니?”한주미가 미간을 찌푸렸다.이 추운 날씨에 배도 이렇게 불렀는데, 밖에서 지내게 하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곧 방학이라서 리정이가 강성으로 돌아간대요. 한동안 못 볼 것 같아서 아쉬워서요.”서은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럼 내가 리정이를 집으로 불러 며칠 머물게 하면 되잖아.”육강민이 제안했지만, 서은주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가고 싶어요.”그 말투는 고집에 가까울 정도로 단호했다.평소 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서은주가 가족들 앞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라 모두 숨을 죽였다. 이들 부부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임산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분 관리다.가족들은 두 사람 사이에 작은 마찰 정도가 생긴 거라고 생각했기에, 잠깐 기분 전환을 위해 외출하겠다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허락했다. 육강민은 직접 그녀를 뮨헨 빌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돌아서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서은주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점심은 내가 챙겨줄게.”그는 결국 손을 거두며 말했다.“괜찮아요. 리정이가 해 줄 거예요.”“먹을 수 있겠어?”두 사람 사이 분위기가 이상해 상황을 살피고 있던 손리정은 그 말에 바로 발끈했다.“제 요리요? 제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데요? 지성 씨는 올 때마다 밥솥 한 통 다 비운다니까요!”육강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식충인가?”“이 사람이 진짜!”손리정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독설이냐고!’결국 화가 난 손리정은 육강민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문을 쾅 닫고 돌아선 손리정은 서은주를 바라봤다.“은주야, 네 남편… 약 잘못 먹은 거 아니야?”“그럴수도.”서은주는 담담하게 답했다.“근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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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양이나는 심장이 격하게 떨려왔다.그녀가 자리를 떠나며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단 하나였다.‘육강민이 정말로 서은주를 사랑하게 된 걸까?’평소와 다른 육강민의 변화를 방주헌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도 모두 눈치채고 있었고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다들 연애 경험 없는 솔로들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결국 육남혁이 나섰다.“언제쯤 제수씨를 데려올 생각이야? 아직도 화해를 안 한 거야?”“내가 상처를 많이 줬어.”육강민이 씁쓸하게 웃었다.“나랑 좀 얘기해 볼래? 연애는 안 해봤어도 선생이라 학생들 상담은 많이 했거든. 도움을 줄 수도 있어.”잠시 망설이던 육강민이 입을 열었다.“처음에 은주에게 관심이 간 건, 눈동자가 누군가를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어. 곁에 두고 싶었던 것도, 그 이유가 없진 않았고.”육남혁이 멈칫했다.“설마… 대역이었던 거야?”육강민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럼, 넌 제수씨 사랑하니?”육남혁이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육강민은 확신할 수 있었다.서은주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이 감정은 순수하게 시작된 게 아니었고 너무 많은 것들이 섞여 있어 자신도 어느 지점부터가 사랑인지 가늠이 어려웠다. 그는 고개를 들어 형을 보았다.“형… 사랑이 뭐야?”육남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육강민, 지금, 이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쓰레기다.”**새해가 다가올수록 거리엔 연말 분위기가 짙어졌고, 서은주도 강정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며칠 뒤에 할아버지랑 부모님 모시고 경성에 올 거라고 강정한이 말했다.“잠깐만, 전화 좀 바꿔 줘.”전화기 너머로 낮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할아버지, 곧 보게 될 텐데 뭐가 그렇게 급하세요?”강정한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렇다, 왜.”“은주가 괜히 겁먹을까 봐 그래요.”“내가 무슨 괴물이라고 손녀를 겁주겠냐? 너 말버릇이 왜 그러냐! 난 네 할아버지란 말이다!”티격태격하는 소리에 서은주는 조용히 웃고 있던 그때 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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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쇼핑몰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서은주는 숨이 가빠졌고, 쉴 틈 없이 밀려오는 통증이 온몸을 집어삼켰다.의사인 그녀는 겨우 여섯 달 남짓 되는 아기는 설사 출산한다 해도 생존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서은주는 복부를 짓누르는 엄청난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만약 아이를 잃는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이 아이는 절대 잃을 수 없었다.육강민 때문도 아니고, 결혼생활을 위해서도 아니다.오직 하나, 뱃속의 아이를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은주야!”손리정 역시 심하게 부딪힌 탓에 어지럼증과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서둘러 서은주를 살폈다.“괜찮을 거야, 내가 꼭 지켜줄게.”손리정은 억지로라도 스스로를 진정시켰다.비록 아직 정식으로 병원에 근무한 적은 없었지만, 의대 출신인 만큼 기본적인 응급 판단은 할 수 있었다.그녀는 서은주의 자세를 조심스럽게 바꾸고, 주변을 향해 외쳤다.“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고에 주변 사람들은 얼어붙은 듯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제발요!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손리정은 급기야 울먹이기 시작했고,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식은땀에 젖은 서은주의 몸을 닦아 주며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경험 부족 탓에손끝은 떨리고 마음은 점점 무너져 갔다.그때 서은주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리정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나 하나도 안 무서워.”손리정은 애써 이를 악물었다. 구급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두 사람과 연락이 되지 않자 불안해진 육지성이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 눈앞의 광경을 보는 순간 육지성은 머리가 핑 돌았고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누군가 고의로 서은주를 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젠장…”대낮에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육강민이 분명히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육지성은 신변을 잘 지키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설마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대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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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육남혁이 육강민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병원에 있어. 육가희는 내가 잡을게.”육남혁의 눈매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병원 복도의 형광등 아래에서 빛나는 콧등에 걸린 금속 테 안경이 차가운 기세를 띠었다. “더는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경찰에게 넘겨? 그렇게 쉽게 끝나면 안 되지.”육남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병원을 빠져나가며 방주헌과 하이석에게 전화를 돌려 사람을 찾으라 지시했다.소식을 들은 육씨 가문 사람들도 하나둘 병원으로 모여들었다.모두 얼굴에 초조함이 역력했다.유주만은 일부러 병원에 달려와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급히 수술실에 들어갔다.의학계에서 손꼽는 권위자로서 그의 등장만으로도 마치 닻을 내린 듯, 모든 사람들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기 시작했다. 육강민은 얼마나 오랜 시간 수술실 앞을 지켰는지 모른다.이토록 초조하고, 불안하고, 심장이 허공에 매달린 듯한 공포에 휩싸인 순간은 처음이었다.군시절 전우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적은 있었지만 이토록 무력함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생명이란 너무나 연약했다.사람은 늘 잃게 되어서야 상대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후회가 미친 듯이 밀려왔다.그날 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사랑한다고 답했더라면, 그녀가 방에서 나가 달라고 했을 때 방을 나서는 대신 다가가서 안아줬다면...만약에…그러나 이 세상에 ‘만약’은 없다.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밖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펑펑 쏟아지는 눈송이는 무언가를 묻어 버리는 것 같기도, 무언가를 애도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때, 수술실 문이 마침내 열렸다.육강민은 황급히 달려갔다.“의사 선생님, 제 아내는 괜찮습니까?”몇 초의 기다림이 마치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의사는 마스크를 벗고는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산모는... 큰 이상 없습니다.”육강민은 겨우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그럼, 아이는요?”“아이도 운이 좋았습니다. 강한 충격을 받았지만, 주된 부상은 등과 머리 쪽이었고,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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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육가희가 서은주를 밀어버린 건, 말 그대로 이성이 날아간 순간의 충동 때문이었기에, 조금만 냉정했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서은주만 아니었으면, 그녀는 여전히 모두가 떠받드는 육씨 가문의 아가씨였다.그런데 지금은?자신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려 놓은 장본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게다가 강정한의 사촌일 가능성까지 거론되었다.DNA 감정 결과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날 이후 강정한이 서은주와 부쩍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답은 뻔했다.그래서 육가희는 더 이상 서은주를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녀는 이제 봉황이었고, 자신은 진창에 처박힌 진흙에 불과해 비루한 늙은 남자의 곁에 붙어 연명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왜?도대체 왜 나만 이렇게 되어야 하지?분노가 심장을 찔렀고, 억울함이 이성을 집어삼켰다.악의가 이성을 앞질렀고, 결국 밀어 버렸다!‘죽어 버려! 다 망해 버려! 어차피 내가 지옥이면, 너도 지옥이어야 공평하지 않겠어?’그런데 사고를 치고 나서야, 진짜 공포가 몰려왔다.그녀는 곧장 도망쳤다.카드 기록이 남을까 봐 일부러 현금을 뽑았고, 차를 하나 빌려 숨어 다니다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에야 경성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차가 도로에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백미러에 두 대의 차가 나타났다.한 대는 육남혁의 차였고 다른 한 대는 방주헌의 차라는 것을 육가희는 단번에 알아봤다.방주헌은 레이싱카와 바이크를 수집하는 걸로 유명했다.보유한 차량 대부분이 최상급 한정판이었고, 구입할 때마다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게다가 그 차들은 전부 특별 튜닝이 되어 있어,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안정감이 남달랐다.방주헌이 경적을 울렸다.그 소리에 육가희는 혼이 빠져나갔다.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등 뒤에서 악귀가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액셀을 끝까지 밟았고 차는 미친 듯이 튀어 나갔다.“제대로 미쳤구나, 육가희?”방주헌은 육남혁과 통화하며 욕을 내뱉었다.“형 차로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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