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희가 서은주를 밀어버린 건, 말 그대로 이성이 날아간 순간의 충동 때문이었기에, 조금만 냉정했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서은주만 아니었으면, 그녀는 여전히 모두가 떠받드는 육씨 가문의 아가씨였다.그런데 지금은?자신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려 놓은 장본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게다가 강정한의 사촌일 가능성까지 거론되었다.DNA 감정 결과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날 이후 강정한이 서은주와 부쩍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답은 뻔했다.그래서 육가희는 더 이상 서은주를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녀는 이제 봉황이었고, 자신은 진창에 처박힌 진흙에 불과해 비루한 늙은 남자의 곁에 붙어 연명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왜?도대체 왜 나만 이렇게 되어야 하지?분노가 심장을 찔렀고, 억울함이 이성을 집어삼켰다.악의가 이성을 앞질렀고, 결국 밀어 버렸다!‘죽어 버려! 다 망해 버려! 어차피 내가 지옥이면, 너도 지옥이어야 공평하지 않겠어?’그런데 사고를 치고 나서야, 진짜 공포가 몰려왔다.그녀는 곧장 도망쳤다.카드 기록이 남을까 봐 일부러 현금을 뽑았고, 차를 하나 빌려 숨어 다니다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에야 경성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차가 도로에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백미러에 두 대의 차가 나타났다.한 대는 육남혁의 차였고 다른 한 대는 방주헌의 차라는 것을 육가희는 단번에 알아봤다.방주헌은 레이싱카와 바이크를 수집하는 걸로 유명했다.보유한 차량 대부분이 최상급 한정판이었고, 구입할 때마다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게다가 그 차들은 전부 특별 튜닝이 되어 있어,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안정감이 남달랐다.방주헌이 경적을 울렸다.그 소리에 육가희는 혼이 빠져나갔다.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등 뒤에서 악귀가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액셀을 끝까지 밟았고 차는 미친 듯이 튀어 나갔다.“제대로 미쳤구나, 육가희?”방주헌은 육남혁과 통화하며 욕을 내뱉었다.“형 차로는 안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