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421 - Chapter 430

644 Chapters

제421화

요 며칠 괜히 기뻐했네.이것이 친지들이 내내 품고 있던 의문이기도 했다.솔직히 말해, 서은주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정말 소름 끼칠 만큼 섬뜩했다.“왜 죽지도 않았으면서 장례식을 열었냐고!”양이나의 외침에 서은주는 그저 차갑게 웃었다.눈동자 깊은 곳에서 싸늘한 기운이 번뜩이더니, 곧장 노태철에게로 향했다. 서은주는 빈소 앞에 놓인 자신의 영정 앞으로 걸어갔다.흑백 영정 옆에 바로 그녀의 실제 얼굴이 있었다.살아 있는 얼굴과 죽은 얼굴이 나란히 놓인 그 장면은 기묘하게도 음산했다.서은주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영정을 내리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두 장의 사진을 꺼냈다.그 사진 속 인물은 서은주의 부모였다.오늘의 장례식은 애초에 서은주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그녀의 부모를 위한 자리였다.노태철의 다리가 순간 힘을 잃었다.“여… 여진?” 양홍철이 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그는 비틀거리듯 다가가더니, 체면도, 주위 시선도 잊은 채 그대로 사진 앞에 무릎을 꿇었고, 손을 뻗어 액자를 어루만졌다.“여진… 정말 너 맞아?”“아빠?”양이나는 아직도 서은주가 살아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더 멘붕이 왔다. 그녀는 사진 속 여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단아하고 고운 얼굴, 사진임에도 우아한 기품이 묻어났다.분명 훌륭한 가문의 자식임이 한눈에 보였다.그 순간, 직감처럼 깨달았다.이 여자는 바로 어머니가 평생 이를 갈며 말하던 그 여자였다.부모님의 사이를 갈라놓고, 아버지의 마음을 빼앗아, 자신과 어머니가 버려질 뻔했던 장본인이다.“저 두 분은 누구죠?” 누군가가 물었다.“서은주 부모님인 것 같아요? 예전에 신문에 난 사람들과도 좀 닮았네요.”양이나의 머릿속이 망치로 얻어맞은 듯 울렸다.서은주의 어머니가 바로 예전에 그녀의 가정을 망치려 했던 그 사람인가?그래서 노설연은 세상의 못된 년들은 똑같이 생겼다고 늘 말했던 건가!노태철은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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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서은주의 미소가 부처처럼 온화해 보여도,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특히 되살아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망령처럼 보였다.부모의 원수를 갚으러, 노태철의 영혼을 거두러 존재처럼 말이다.“말하기 싫으시다면…”서은주가 무릎 꿇은 노학준을 내려다봤다.“당신이 말해봐.”노학준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머리를 반이 희어 있었고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었다.그러면서도 끝내 입은 열지 않았다.오히려 이를 악물고 서은주를 노려보다가, 이어 강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감히 나를 납치해요? 미친 거 아닙니까?”고향에 있던 노학준은 영문도 모른 채 차에 실려 왔다.빈소에 내던져졌을 때, 서은주의 영정을 보는 순간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입이 참 무겁군요.”서은주가 미소 지었다.“그럼, 내가 먼저 말하죠.”육강민이 육지성에게 눈짓했다.곧 장문이 끌려 나왔다.“이 사람, 아십니까?”노학준은 장문을 보는 순간, 얼굴이 새하얘졌다.왜 저자가 여기 있어?“모릅니다!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정말 모릅니까?” 육강민이 낮게 되물었다.“모른다니까요!”그 순간 육강민이 두툼한 돈다발을 꺼내 그대로 그의 얼굴에 내던졌다.“누군가 돈을 주고 장문에게 사주해 술에 취한 척 위장해선 제 아내를 치려 했습니다. 장문이 가지고 있던 현금을 추적해 보니 여러 차례에 걸쳐 그쪽이 은행에서 인출했더 군요.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맞아요! 저를 고용한 자가 보낸 돈입니다! 전 시킨 대로 한 거예요!”장문이 다급히 외쳤다.“계좌 이체를 안 하고 현금으로 움직이면 내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할 건가요?”육강민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자, 노학준은 몸을 움찔했다.현금을 파고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미 영정을 보고 겁에 질린 상태였는데, 이젠 정신까지 아득해졌다.무의식적으로 노태철을 힐끗 바라봤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눈빛이었다.“그 돈을 제가 인출했더라도, 그게 왜 저랑 관련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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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노학준이 변명이라도 해보려고 입을 열려는데 노태철의 손바닥이 그대로 날아들었다.눈앞이 번쩍이며 별이 튀었다.“이렇게 실망시킬 줄은 몰랐다! 너 자신이 아니더라도 처자식은 생각해야지! 앞으로 걔들은 어떻게 살라고!”노태철을 오래 따라다니다 보니 그의 수법을 익히 알고 있었다.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경고였다.육강민과 서은주가 판을 키운 이상, 이번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지금 노태철은 노학준을 방패로 세우려는 것이다.노학준이 뒤집어쓰지 않는 다면 아내와 아들이 끝장날 수도 있었다. 노학준은 이를 악물었지만 선택지가 없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육강민과 서은주를 바라봤다.“백일잔치 때 너무 선을 넘으셨잖습니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서은주가 낮게 웃었다.“노씨 가문에는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 참 많네요. 노설연이 제 아이에게 독극물을 먹였을 땐, 집안 하녀가 대신 화풀이했다고 하셨죠? 이번엔 집사가 이억으로 타지에서 사람을 사주해 살인까지 시도하고, 노씨 가문 하인들은 충성심만 대단한 게 아니라, 재력도 어마어마하네요.”노태철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빈소를 찾은 사람들 사이로 억눌린 비웃음이 번졌다.노설연 독극물 사건 때도 몸통을 살리려 꼬리를 잘라냈다.같은 수법이라면, 바보도 눈치챈다.육씨 가문을 상대로 청부 살인을 꾸밀 만큼의 판을, 집사 혼자 벌였다고 누가 믿겠는가!“나도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 몰랐어. 나는 몰랐다고 하지만, 우리 집사람이니 내 불찰이야.”노태철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척했다.“할아버지, 이러지 마세요. 이건 할아버지 잘못이 아니에요.”양이나가 달려와 노태철을 다독였다.“내가 무능해서 집안에 이런 일이 연달아 터지는구나…”말을 마치자마자 노태철은 다시 노학준을 세차게 걷어찼다.그러고는 서은주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 나는 절대 감싸지 않겠다!”서은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리고 눈동자에 깊숙한 서늘한 빛이 스쳤다.“그렇게 말씀하시면, 본인은 깨끗이 빠져나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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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육광진이 직접 나선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겉으로 보기엔 이 일과 아무 연관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그는 말 대신 휴대전화를 꺼냈다.그리고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성세가 흔들리면… 대주주들과 손잡고 올라설 수 있겠나? 육씨 가문의 판을 통째로 가져올 수 있겠어? 사람을 무너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걸 빼앗는 것이지. 서은주만 죽으면, 육강민은 회사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거야. 육씨 가문도 자연히 혼란에 빠지겠지…”뚝뚝 끊기긴 했지만, 노태철과 육광진의 대화임은 분명했다.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노태철을 바라보는 그 눈빛엔 충격을 넘어, 두려움까지 서려 있었다.이건 살인이다.닭이나 돼지를 잡자는 이야기도 아닌데, 어찌 저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그리고 무엇보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 건, 그 한마디였다.“애초에 저 아이는 이 세상에 살아 있을 사람이 아니었어. 나는 그저… 한 번 더 죽이려는 것뿐이야.”‘한 번 더’ 라는 한 단어,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육광진, 너…”노태철은 그가 녹음까지 해둘 줄은 몰랐다.육광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날 뭘로 보고 당신의 그 몇 마디에 넘어가 함께 더러운 물에 발 담글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당신이 나를 찾았을 때,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설마 진짜로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죠. 당신은 사람도 아닙니다.”“헛소리 집어치워!”노태철이 버럭 소리쳤다.그는 육광진의 배신에 충격을 받아 숨이 턱 막혔다.오늘 벌어진 일은 단 하나도 그의 계산 안에 없었다.“가짜야! 이건 조작된 거라고!”육강민이 차분히 말했다.“전문 감정까지 끝냈습니다. 우리가 확신도 없이 이런 판을 벌였을 것 같습니까?”사실관계는 이미 분명했다.노태철이 배후였다.지금 노태철은 그저 발버둥 치는 중일 뿐이었다.“몰래 녹음한 증거는 법정에서 쓸 수 없어!”노태철이 숨을 고르며 악을 쓰자, 육광진이 눈살을 찌푸렸다.“몰래 녹음 한 거 아니고 당신 눈앞에서 녹음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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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참견이라니?”강지택이 용 문양 지팡이를 짚은 채 웃었다.“감히 우리 강씨 가문을 괴롭혔는데, 내가 가만히 있겠냐? 강씨 가문이 만만하게 보여?”강지택의 눈빛은 날카롭고, 목소리는 우뢰와 같았다. 양이나가 작게 중얼거렸다.“누가 감히 강씨 가문을 건드려요. 늘 그쪽에서 거들먹거리고 남을 얕봤잖아요…”주든에 주문 하나 넣으려면 하늘의 별 따기라 했으니, 오만하다는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안 건드렸다고?”강지택이 코웃음을 쳤다.“물에 빠뜨리려 하고, 독극물을 타고… 그 정도는 넘어간다 쳐도 이제는 아예 사람을 죽이려 들어? 감히 내 외손녀를 건드리다니, 아주 뻔뻔한 인간들이네? 제 정신이야?”강지택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그는 지팡이를 단단히 쥐고 바닥을 세게 내리쳐, 장례식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그는 차갑게 코웃음을 내뱉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씨 가문과 양씨 가문을 바라보았다.외... 외손녀?서은주가?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마치 얼음 창고에 갇힌 듯, 온몸이 싸늘하게 굳었다.방금전까지 강씨 가문에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했던 노태철은 서은주의 신분을 듣자, 충격으로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양이나는 서은주를 노려보며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부모도 없고, 남의 집에 얹혀살던 양녀에 소문도 좋지 않았고, 약혼자에게 오 년간 휘둘리다 버려진 여자가 강씨 가문의 외손녀라니?순간, 서은주의 신분이 완전히 달라졌다.감히 넘볼 수 없는 높은 위치로 변한 것이다.“그래서 백일잔치 때 강씨 가문이 총출동했구나.”“기품이 남다르다 했더니, 피가 달랐네.”“이제 진짜 볼만하겠는데?”자기와 상관없으니, 주변 사람들에겐 그저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기름을 들이붓기도 했다.“아까 강씨 가문과는 무관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럼, 이제 나서 보시죠.”“결백하다면서요. 설마 물러서시진 않겠죠?”모두가 구경하는 재미에 신나 있는 모습이었다.두 집안이 당장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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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헛소리 집어치워!”이성을 잃은 노태철이 노학준에게 달려들어 입을 막으려는 순간, 강지택이 더 빨랐다.그는 지팡이를 들어 그대로 노태철의 가슴팍을 짓누르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닥쳐! 가만히 있어!”지팡이 끝이 가슴에 닿자, 칼끝이 심장에 겨눠진 듯한 압박감에 노태철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강지택의 흐릿하던 눈빛이 번뜩였다.그는 발 아래 엎드린 노학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계속해. 내 딸은 어떻게 죽은 거냐.”노학준은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사람을 시켜 일부러 사고를 냈습니다. 그땐 기술도 지금 같지 않아 단순 사고로 처리됐습니다. 그리고 사건 이후에는 서진우를 시켜 재산까지 빼돌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서은주 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남의 집에 얹혀 지내며 고생한 겁니다.”순간, 빈소의 공기가 얼어붙었다.노태철은 멍해졌다.노학준까지 배신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노학준을 탓할 수도 없었다.만약 육씨 가문만이었다면 모르지만, 강씨 가문까지 나선 상황이었다,형세를 살펴보면, 바보라도 누가 우위인지, 알 수 있었다.노학준은 고개를 들어 노태철을 보았다.“원망 마십시오. 사람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겁니다. 저도 제 살길 찾아야지요.”강지택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네 말이 전부 사실이냐?”“예. 그 일, 제가 직접 했습니다. 가족을 해외로 빼돌려 주겠다고 약속했고, 저도 삼 년을 숨어 지냈습니다. 모든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하고 있으니, 궁금한 점 있으시면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노태철은 머리가 어지러워 눈앞이 핑 돌았다. 머릿속이 완전히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끝났다... 정말로 끝장이었다.노태철은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노학준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두 번의 교통사고 외에도 노태철의 추악한 실태를 옆에서 봐온 인물이라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강지택 어르신, 저 사람 말 믿지 마십시오! 전 억울합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궁지에 몰린 자의 발악이었다.오래 참아왔던 강지택은 지팡이를 들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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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양홍철은 강여진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았다.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래 묻어 두었던 진실을 겨우 꺼냈다.“나는 평생 무대 위에서 이야기속 사랑을 연기하며 살아서 사랑이란 건 허망한 거라고, 강여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적당한 사람 만나 결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이해했고, 저 또한 그녀를 잘 알아 우리는 서로 마음이 통했어요. 그때 저는 설연과 이미 약혼한 상태였습니다. 그 사실을 여진에게 숨겼습니다. 그녀는 순수했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죠.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일이 노씨 가문에 알려졌고 설연이 극장으로 들이닥쳐 여진을 때렸습니다. 자신이 임신했다며 손목까지 긋는 바람에 저는 설연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여진이 저를 따로 불러내 뺨을 후려치고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과거를 떠올리는 양홍철는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그 뒤로 한 번도 못 봤습니까?” 서은주가 미간을 찌푸렸다.“몇 년 뒤, 경성에서 우연히 한 번 마주쳤지만, 그때는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었어요. 세 식구가 여행을 온 듯 보였고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나를 보며 옅게 웃더군요. 낯선 사람을 대하듯 했지요.”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서은주를 바라보았다.“사실 은주 양이 어릴 적,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아마 기억 못 할 거예요.”부모를 잃었을 때 서은주는 아직 너무 어려서 그 시절의 기억은 흐릿했고, 경성에 갔던 일조차 또렷하지 않았다.그때, 강정한이 갑자기 물었다.“그런데 왜 당시 일은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까?”양홍철은 씁쓸하게 웃었다.“스캔들이었고 그 시절 노씨 가문의 권세로 소문을 눌러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이십여 년 전엔 정보망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한 사람의 흔적을 지우는 건 지금보다 훨씬 쉬웠습니다.”양홍철은 강여진에게 자신의 상황을 숨겼고 그녀 역시 자신이 회성 강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만약 강여진이 말했더라면 그들의 결말은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모두가 다시 노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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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그 한마디로, 서은주는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 한가운데에 섰다.노태철은 맥 빠진 싸움닭처럼 고개를 떨구었다.피를 닦아 보려 손으로 얼굴을 훔쳤지만, 손바닥에 잔뜩 묻은 피는 끈적거려 옷에 문질러 보아도 지워낼 수는 없었다.한번 손에 피가 묻으면,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노태철은 이제야 실감했다.빈소 안의 시선이 서은주와 양홍철 사이를 오갔다.모두가 같은 결론에 다다른 듯했다.서은주의 출생 자체에 놀라는 이는 많지 않았다.다만, 예전 양이나와 노설연이 그녀를 죽이려 들었을 때, 양홍철이 아내와 딸을 감싸며 서은주에게 너그럽게 용서하라고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이미 충분히 파렴치한 일이었는데 서은주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양홍철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다.빈소는 고요했고, 산바람만 서늘하게 스쳤다.서은주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씁쓸하게 웃었다.예전에 강씨 가문에서 왜 부모님의 결혼을 반대했는지 물었을 때, 외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서은주의 생년월일을 물었다.그때 이미, 자신의 친부가 양홍철은 아닐지 어렴풋이 의심했었다.역시나 강지택의 표정엔 놀람이 없었다.노태철이 모녀를 없애려 한 이유는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양이나와 닮은 눈매는 같은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진다.하지만 양이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는 노태철의 팔에 매달렸다.“할아버지, 아니죠? 제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죠? 말해 보세요! 저 여자랑 우리 아빠, 아무 관계 없죠?”격한 움직임에 얼굴을 가리던 검은 베일이 떨어지고 상처로 일그러진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누렇게 뜬 피부, 깊게 패인 흉터. 예전의 여배우 모습은 절대 찾아볼 수 없었다.양이나는 광기에 찬 표정으로 노태철을 흔들었다.사람들은 숨을 삼켰다.훼손되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말해 보세요! 제가 어떻게 저 여자랑 같은 아버지를 둔 자매란 거예요!”노태철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이나야, 진정해.”“어떻게 진정해요!”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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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왜 우리 아빠를 때려요!” 양이나가 양홍철을 감싸며 외쳤다.강준석의 눈이 핏빛으로 달아올랐다.“점잖은 척은 다 하더니, 내 여동생 인생을 망쳐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순정남 행세냐!”강준석은 양홍철의 멱살을 잡고 손을 한 번 풀었다가 다시 꽉 움켜쥐었다.그리고 곧장 주먹을 휘둘렀다.거침없이 날아드는 그 힘에 뼈까지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렸다.평생 무대 위에 서던 양홍철은 세련된 외모에 점잖은 인상이었지만 강준석에게 붙들려 마치 병든 닭처럼 반격할 힘조차 없어 보였다. “너 같은 쓰레기가 감히 내 동생 인생을 망쳐 놔? 그러고도 이름을 불러? 다시 한번 그 더러운 입에 내 동생 이름을 올리면 내가 너 진짜 죽여버린다!”준수하던 양홍철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양이나는 겁에 질려 다가서지도 못했다.“아버지, 그만하세요.” 강정한이 말렸다.“큰 아빠!” 서은주도 조심스레 부르자, 강준석이 고개를 비틀어 그녀를 보았다.“이놈을 걱정하는 거야?”양홍철의 눈에 순간 기대가 스쳤다.그러나 서은주의 음성은 싸늘했다.“말도 안 돼요. 큰 아빠가 다치실까 봐 걱정하는 거죠.”강준석이 코웃음을 쳤다.손을 놓자, 양홍철은 뼈가 다 부서진 사람처럼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하지만 강준석의 분은 가라앉지 않았다.강씨 가문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여동생을 짓밟아 놓았다는 생각에 속이 뒤집혔다.그는 다가가 복부를 몇 차례 더 걷어찼다.양홍철은 몸을 웅크린 채 신음했다.그를 내려다보는 강준석의 눈빛에는 증오와 경멸이 서려 있었다. 그 날카로운 눈썹과 서늘한 눈매는 겨울날 뼛속까지 스며드는 칼바람 같았고, 검은 눈동자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음산했다.“아버지…” 강정한이 다시 말렸다.“걱정 마라. 죽이지는 않는다.”“차라리 죽여주세요… 다 내 잘못입니다…”양홍철의 목소리는 갈라졌다.“여진이 떠난 뒤로 난 산송장처럼 살았어요. 그녀에게도, 우리 아이에게도… 다 죄인입니다.”“죽여 달라?” 강준석이 비웃었다.“네 더러운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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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곧바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노태철과 노학준, 장문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일제히 연행되었다.육광진 역시 조사 대상자로,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노태철만 끝까지 발뺌했을 뿐, 나머지는 대부분 범행을 시인했다.특히 노학준은 노태철이 수년간 사업을 하며 어떻게 탈세해 왔는지,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중소기업을 어떻게 집어삼켰는지 낱낱이 털어놓았다.결코 드러낼 수 없는 더러운 수법도 수두룩했다.다만 노태철은 신중했기에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거의 없었다.모두가 그가 배후임을 알지만, 법정은 증거로 말한다.“증거 없이는 노씨 가문을 무너뜨릴 수 없겠죠?”서은주가 육강민을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한 군데만 찢어지면 나머지는 쉽게 무너지지.”육강민은 미소를 지었다.“게다가 대비책도 준비해 두었지.”그의 ‘대비책’은 빠르게 현실이 되었다.노태철이 두 건의 차량 사고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노씨 그룹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육강민은 곧바로 주식을 싹쓸이하며 저가로 인수했다. 회사 내부는 순식간에 동요했고 곧 망할 거라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노태철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을 선출하려 했다.이 소식을 들은 노태철은 인맥을 총동원해 보석을 받아 풀려났고, 회사에 막 도착했을 때, 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육강민이었다.“네가… 왜 거기 있지?”노태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육강민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여유롭게 답했다.“절 보고 그렇게 놀랐습니까? 예전에 성세를 삼키겠다고 짜 두신 계획, 아주 훌륭하더군요. 오늘은 제가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바로 상대의 수법으로 다시 돌려주는 법이죠.”육강민은 주가 폭락을 틈타 대량 지분을 확보했고, 이사들의 원주도 함께 매입해 단숨에 노씨 그룹 최대 주주가 되었다.그리고 노태철을 단숨에 쫓아냈다.노씨 가문 몇 대에 걸쳐 쌓아 온 기반은 한순간에 무너졌다.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노태철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깨어났을 때는 전신 마비 상태였고 눈동자만 간신히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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