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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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어서야 서은주와 강희진은 겨우 잠이 들었다.갑자기 서은주의 휴대전화가 가볍게 진동했다. 그녀가 꺼내 보니, 육강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자?][아직요.][나와서 좀 걸을래?]이 시간에?겉옷을 걸치고 살금살금 텐트를 빠져나와 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육강민이 보였다. 다가가자마자 육강민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러자 몸이 그대로 힘없이 육강민의 품에 안겼다. “왜 아직 안 잤어요?”“네가 옆에 없으니까 잠이 안 와.”두 사람은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밤하늘은 달빛이 쏟아지고 은하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서은주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육강민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서은주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입술이 맞닿았다.밤바람은 서늘했지만, 두 사람의 입술이 얽히고 숨결이 뒤섞이자, 공기마저 뜨겁게 달아올랐다.“누가 보면 어떡해요.”사방이 트인 야외였다. 혹여 누가 갑자기 깨어나 이 장면을 보게 될까, 서은주는 괜히 마음이 쓰였다.“이 시간엔 다들 자고 있어.”육강민은 그녀를 안은 채, 부드럽게 입술을 머금고 천천히, 뜨겁게 입 맞췄다.긴장을 풀어주듯 다정한 키스가 입술 위에 머물다, 이내 귓가로 옮겨갔다.“시간 내서 온천 가자.”서은주는 예전에 온천에 갔던 일을 떠올렸다. 드넓은 하늘 아래, 맨땅을 침대 삼아, 결국 열까지 났던 기억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알기에, 얼굴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한편, 그 시각, 문득 잠에서 깬 강희진은 텐트 안에 혼자란 것을 알게 되었다.서은주가 화장실에 갔나 싶어 십여 분을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자, 밖으로 나가 찾아보기로 했다.그러다 우연히, 아주 뜨겁게 입을 맞추고 있는 서은주와 육강민을 목격했다.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강희진은 얼른 자리를 뜨려 했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그 사람이 더 빨랐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손바닥이 콧등 아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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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캠핑을 마친 뒤, 일행은 레이싱장으로 향했다.방주헌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기세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차는 질풍처럼 트랙을 질주했다. 연속된 코너 구간을 깔끔하게 빠져나온 뒤, 의기양양한 얼굴로 관중석을 향해 시선을 던졌는데, 강희진은 보이지 않았다. 서은주와 함께 햇볕이 너무 뜨겁다며 실내로 들어간 뒤였다.방주헌은 괜히 속이 부글거렸지만, 자신의 화려한 운전 실력을 못 본 건 그녀의 손해라며 애써 스스로를 진정시켰다.한편, 육민찬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육강민은 아들을 데리고 승마도 하고 활쏘기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고, 인형 뽑기에서 인형을 몇 개나 연달아 건져 올렸다.녀석은 인형들을 꼭 끌어안고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했다.모두 육수린 거라는 녀석의 얼굴에는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돌아온 뒤,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졌다.서은주는 작년에 박사 시험을 놓쳤기에, 다시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에 매달렸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서은주의 어머니 기일이 다가오고 있었고, 강지택이 직접 가겠다고 약속했다.게다가 경성에 사업 기반이 있어 오래 머문다고 해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그 사이 서은주는 의대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그러다 우연히 양홍철을 마주쳤다.두 사람은 카페에 마주 앉았다. 양홍철은 처음엔 제법 부드러운 말투였다.“아내와 딸을 위해 선처를 구하러 오셨다면 헛수고입니다. 저는 합의할 생각도, 고소를 취하할 생각도 없습니다.”아내와 딸이 사건에 연루된 일은 그의 평판에 큰 타격이었다.가족은 한 몸과도 같아, 하나가 무너지면 함께 무너지고, 하나가 빛나면 함께 빛난다.두 사람이 못마땅해도 양홍철은 결국 그들을 지켜야 하는 처지였다. “저는 은주 양이 그토록 무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나는 얼굴이 망가져 이미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평판도 완전히 무너졌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벌받은 것이 아닙니까? 정말 끝까지 몰아붙이실 겁니까?”“저를 너무 좋게 보시네요. 친삼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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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그럼, 노설연의 독극물 사건은요?” 서은주가 다시 물었다.“노설연은 집안 하인이 한 짓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하인도 인정했고요. 노설연이 육씨 가문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걸 알고 화가 나서 대신 복수하려고 독을 탔다고 합니다. 노설연은 그때 양이나에게 계속 추궁을 받다 보니 귀찮아서 인정했을 뿐이라고 번복했고요.”서은주는 코웃음을 쳤다.‘하인이 주인 대신 분풀이로 독극물을 탄다? 충성심도 참 지극하군.’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권세 있는 사람을 빼내는 데 능한 변호사들이 있다는 걸 서은주도 알고 있었다.노씨 가문에서 이미 희생양까지 준비해 두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 사람을 지켜낼 것이다. 등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말이다.그 무렵, 골칫거리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서은주를 피식 웃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발단은 방주헌이었다.그가 정말로 강희진의 맞선을 주선하기 시작한 것이다.심지어 직접 자리를 알아보고 일정을 잡았다.강희진의 휴대폰에는 어느 순간 방주헌은 [중매쟁이]로 되어 있었다.방주헌은 생애 처음으로 중매를 맡은 터라, 괜히 더 열을 올렸다.강희진이 맞선을 보러 나가면, 그는 어김없이 따라나섰다. 그는 멀찍이 숨어 앉아 상대를 관찰했다.첫 번째 상대는 서른을 조금 넘었고, 차분하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인물이었다.하지만 그는 대놓고 결혼 후에는 아내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내조와 육아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했다.강희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방주헌이 튀어나왔다.“결혼하면 여자는 꼭 직장 그만둬야 한다고 누가 그래? 결혼했다고 일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밥하고 애 낳아줄 사람 찾는 거면, 차라리 가정부를 구하지 그래!”남자는 겁에 질려 도망가버렸다.두 번째 상대는 점잖은 분위기의 변호사였다.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결혼 후 재산 분할 문제를 꺼냈다. 혹여 나중에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돈을 나눠 가져갈까 봐 걱정된다는 식이었다.그 말에 방주헌의 속이 완전히 뒤집혔다.그래서 결국 또 불쑥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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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노태철의 눈빛은 잔혹할 만큼 음산했다.이 모든 일의 발단이 서은주라면 그녀만 없애면 된다.그는 육강민이 그토록 서은주를 사랑할 줄은 미처 몰랐다.양씨 가문과 노씨 가문을 동시에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말이다.딸과 외손녀가 저 지경이 된 걸 떠올리면, 노태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육씨 가문도 함께 건드려 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했다.육씨 가문이라는 거목도, 이제는 누군가 흙을 뒤집어놓을 때가 됐다.모두 경성의 명문가였기에 그들은 얽힐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노태철은 한때, 딸 노설연을 육진국에게 시집보낼 생각을 한 적이 있다.그러나 이미 세상을 떠난 육한용은 육진국이 무뚝뚝한 나무토막 같은 놈이라 일밖에 몰라서 연애니, 결혼이니 할 마음이 없다며 노설연이 괜히 상처받을 것 같다며 완곡히 거절했었다.그런데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육진국은 한씨 가문의 딸과 혼인했다.그제야 노태철을 그 모든 이유는 변명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육씨 가문은 노설연이 눈에 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그 일은 오랫동안 그의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지만, 한 도시에서 얼굴을 마주쳐야 했기에, 이를 악물고 삼켜왔을 뿐이다.그런데 이제는 육강민이 외손녀마저 철저히 짓밟았다. 명예를 더럽히고, 얼굴까지 망가뜨렸다.예전 일까지 들춰지니, 이제는 절대 삼킬 수 없는 분노가 되었다.그는 곧장 육광진에게 연락했다.육기현이 미쳐버리고, 육가희가 실종된 뒤로 육광진은 예전의 기백을 잃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귀한 걸음 하셨군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지난번 봤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노태철은 찻잔을 들고 그를 찬찬히 훑었다.육광진은 씁쓸하게 웃었다.“먹고살 만큼 벌면 됐지요. 제 인생에 더는 기대할 게 없습니다.”“자네 아들과 딸 일을 누가 벌였는지, 모르고 있는 건 아니지?”육광진은 찻잔을 천천히 문질렀다.“안다고 달라집니까? 증거도 없고, 그 사람을 어찌할 수도 없는데. 됐습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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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어쩌면…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육강민까지 함께 치워버릴 수도 있겠지.”“서은주가 정말로 죽기 전까지는, 난 손잡지 않겠습니다.”육광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한 번만 삐끗해도 끝이다.육씨 가문에서 역공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육광진은 살아남지 못한다.노태철이 미소를 지으며 차를 들었다. “그래, 서은주가 죽으면, 그때 움직이게.”“확신이 있으십니까?” 육광진의 눈빛이 의심으로 번뜩였다. “사람을 죽이는 일입니다.”노태철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 애는 애초에 이 세상에 살아 있을 사람이 아니었네. 나는 그저… 한 번 더 죽이려는 것뿐이야.”깊게 패인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얼굴에 음습한 기운이 고여 있는 듯했다.육광진의 등골이 서늘해졌다.‘한 번 더’라니?“설마 예전에 이미 손을 쓰신 적이 있다는 뜻입니까?”노태철의 눈빛이 번뜩였다.“그건 자네가 알 바가 아니야.”노태철의 차가운 눈빛은 더 묻지 말라는 경고였다.육광진은 잔을 들어 올렸다.“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두 사람의 찻잔이 가볍게 부딪혔다.말없이 맺어진 공모였다.*요 며칠 경성은 장마철에 접어들었고, 하늘은 늘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서은주는 강성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며 짐을 꾸렸고 한주미가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주었다.“어머니, 며칠 다녀오는 건데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서은주가 웃으며 말했다.“혹시 모르잖니. 준비해 두면 나쁠 건 없지.”한주미는 부드럽게 웃었다.“수린이는 내가 잘 돌볼 테니 걱정 말고. 민찬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요.”“무슨 소리니, 우리는 가족인데 당연한 거지.”한주미는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가서 너무 마음 아파하지는 말아라.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그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 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웃어 보였다.출발 이틀 전,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서은주는 육강민의 오래된 허리 통증이 걱정되어 파스를 챙길까 고민하던 참이었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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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강지택이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예정됐던 일정은 미뤄졌다.며칠째 이어진 장대비로 항공편까지 줄줄이 결항됐다.결국 육강민과 서은주는 하루 먼저 차로 이동하기로 했고, 강씨 가문은 기일 당일에 도착하기로 했다.경성을 벗어나자,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와이퍼가 규칙적으로 좌우로 흔들렸다.빗물에 번진 풍경은 또렷해졌다가, 이내 흐릿해지기를 반복했다.“앞 휴게소에서 제가 바꿔 줄게요.”서은주는 고개를 돌려 육강민을 살폈다.요즘 비가 계속 오면서 그의 오래된 허리 통증이 다시 도졌다.게다가 장거리 운전은 요추에 가장 무리가 가는 법이었다.“괜찮아. 요즘 외할아버지 때문에 너도 제대로 못 잤으니, 좀 자둬. 강성 도착하면 깨울게.”“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바로 말해요.”“알겠어.”서은주는 피곤이 몰려왔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금세 잠이 쏟아졌다.꿈속에서, 한 소년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환하게 웃으며 탄산음료를 하나 건넸다. 그리고 뚜껑을 따는 순간,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던 그날로 바뀌었다. 숨이 막히는 굉음과 함께 꿈속이 뒤틀렸다.서은주는 잠든 채로 불안하게 몸을 뒤척였다.누군가 얼굴을 어루만지는 감촉에 번쩍 눈을 떴다.차는 이미 멈춰 있었다.육강민이 다정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은주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그의 품에 안기고 싶어 몸을 앞으로 기울인 순간, 안전벨트가 그녀를 다시 잡아당겼다. 잠시 멍하니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육강민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운전석을 뒤로 젖힌 뒤 그녀를 조심스레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조용히 끌어안았다.서은주는 말없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그의 손이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나, 부모님 꿈꿨어요.”육강민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내일 가서 인사드리자.”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더 기대어 있다가 물었다.“강성에 도착했어요?”“응. 도착했어.”차는 이미 위미든에 멈춰 있었다.두 사람이 한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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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물건 찾으러 나왔어요. 이제 돌아갈게요.” 서은주가 말했다.“왜 안 깨웠어. 같이 갔을 텐데.”“괜찮아요. 백현이랑 같이 있어요.”“진백현?”서은주는 휴대전화를 스피커로 돌리자, 진백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형수님 어디로 데려가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곧 무사히 모셔다드릴게요.”“네가 유혹해도 은주는 넘어가지 않을 거야.”육강민의 확신에 찬 한마디에 진백현은 말문이 막혔다.‘그래, 너 잘났다. 너가 제일 대단해. 둘 사이 좋은 거 다 아니까 그만 좀 하지!’전화를 끊고 신호 대기 중이던 그는 한숨을 쉬었다.“서은주, 네 남편 좀 말려라. 말이 너무 세.”서은주는 웃으며 말했다.“그거 유전이야. 큰형님도 그래. 못 고쳐.”“넌 어떻게 참고 살아.”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록불이 켜졌다.진백현이 엑셀을 밟았다.교차로를 막 통과하려는 그때, 오른쪽에서 대형 화물차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신호를 무시한 채, 곧장 그들에게 돌진했다.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진백현이 급히 핸들을 꺾었지만, 화물차는 이미 차량 뒤쪽 측면을 들이받았다.차는 몇 미터나 밀려났고, 타이어가 길을 긁는 소리가 귀를 찢듯 울렸다.서은주의 몸이 거칠게 한쪽으로 쏠리고 차체에 부딪힌 반신은 순식간에 감각을 잃었다. 이어 에어백이 터지며 얼굴과 머리를 감쌌다.진백현 역시 충격에 정신이 아찔했다.귀에서는 이명이 울렸고, 머리가 윙윙거렸다.하지만 정신을 가다듬으며 백미러로 뒤쪽을 확인했다.그런데 화물차는 멈추지 않았고, 그들을 향해 재차 돌진해 오고 있었다.“젠장!”진백현은 욕설을 내뱉었다.차는 충격과 진동으로 시동은 완전히 꺼진 상태였고 아무리 키를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그는 이를 악문 채 서은주의 안전벨트를 풀었다.“내려! 빨리 내려!”하지만 차 문은 충격으로 뒤틀려 꿈쩍도 하지 않았다.서은주는 다시 달려드는 화물차를 보았다.“엎드려!”진백현이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그리고 운전석에서 몸을 던지듯 넘어와 그녀를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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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서은주와 진백현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전화를 받은 육강민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늘 침착하던 육강민은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눈빛이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고 현장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두 사람을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육강민은 그들 앞에서 깊이 허리를 숙였다.“누구라도 도와줬을 겁니다. 가해 운전자가 술에 취해 신호를 어겼어요. 거의 미친 사람 같았죠. 차에서 끌어낼 때도 술 냄새가 진동했어요.”목격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그는 대략 상황을 파악했다.하지만 지금은 겨우 오전 아홉 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아침부터 음주?게다가 2차 충돌까지 있었다고 했다.이건 단순 사고가 아니다.사고를 가장한 살인일 가능성이 컸다.그는 즉시 강씨 가문에 연락했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차로 내려오는 중이었고, 소식을 듣는 순간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서은주는 현재 수술 중이고 생사가 불분명했다.강씨 가문에서 그동안 서은주와 공개적으로 혈연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런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그 배후가 예전에 작은 고모를 죽인 자일 가능성은?”강정한의 목소리가 잠겼다.주먹을 쥔 육강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두 교통사고고, 시점도 비슷한 건 너무 공교롭지 않습니까?”상대는 이미 그들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상대의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상대가 언제 칼을 빼 들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들이 이토록 대범하게 일을 벌일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출동한 경찰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화물차가 들이받은 충격이 상당히 컸다고 했다.“차량이 워낙 견고해서 버틴 겁니다. 2차 충돌까지 있었는데, 차체가 약했다면 그대로 전복됐거나 두 분 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큽니다.”가해 운전자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울며불며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생긴 단순 음주 사고일 뿐이라고 했다.“단순 음주 사고라고요?”육강민의 목소리는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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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하지만 환자분은 원래도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점은 가족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의사의 말이 끝나자,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육강민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제가 한 번만 볼 수 있습니까?”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병실 밖에는 육씨 가문 사람들뿐 아니라, 소식을 캐려는 기자들도 숨어 있었다.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 충격에 빠졌다.잠시 후, 온몸이 흰 천으로 덮인 채 밀려 나오는 시신과 그 곁에 선 육강민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서 있었다.눈은 붉게 충혈됐고, 초점은 흐려졌다.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확신했다.서은주는… 정말 죽은 것이다.겨우 며칠 평온한 나날을 보냈을 뿐이고 육수린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았다.이 모든 것이 너무 가혹했다.강성 쪽 기자들은 서씨 가문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누군가는 서은주가 이번에 내려온 이유가,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같은 날, 같은 교통사고.마치 기이한 윤회처럼 맞물려 있었다.사고 현장에 피로 물든 향초와 국화들까지 퍼지자, 사람들 사이에 저주가 아니냐는 둥, 부모의 죽음이 딸에게까지 이어졌다는 둥, 괴이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소식은 곧 경성에도 전해졌다.서은주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하는 이도 있었고, 기구한 운명을 탄식하는 이도 있었다. 물론 그 소식에 쾌재를 부른 이도 있었다. “그 계집애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늘이 벌을 내린 거지!”양이나가 크게 웃었다.망가진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잘난 척하더니, 쌤통이야.”“양이나.”양홍철이 눈살을 찌푸렸다.“고인에 대한 예의는 지켜라.”“저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년한테 예의를 차려야 해요?”양이나는 정신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해진 상태였다.“얼굴도 망가지고, 감옥 갈 뻔까지 했는데… 그런데도 아빠는 걔가 불쌍해요?”“그래도 이미 죽은 사람이다.”양홍철은 뜻밖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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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병실.서은주는 느긋하게 국을 떠 마시고 있었다.그 맞은편에 선 육광진은 등이 따끔거릴 만큼 식은땀이 흘렀다.노태철이 거래를 제안했을 때만 해도 그는 비웃었다.딸과 외손녀 일로 충격을 받아 제정신이 아닌 줄로만 알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사람 죽이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울 리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그런데 뉴스를 통해 서은주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육광진은 통쾌함은커녕, 오히려 등골이 서늘해졌다.자식들이 망가졌을 때, 복수를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육가희와 진백현의 결혼식에서 벌어진 보석 소난 소동에서 강정한이 직접 강씨 가문의 작은 고모의 것이라 밝힌 것과 육수린의 백일잔치에 강씨 가문 사람들이 총출동했던 장면까지, 겉으로는 육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러 온 것처럼 보였지만, 육광진은 강씨 가문에서 이미 조용히 서은주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육광진이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런 서은주를 건드릴 만큼 무모하지는 않았다. 그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짓이다.게다가 노태철은 살인을 너무나 쉽게 말하고 있어 육광진은 애초에 믿지 않았다.그래서 뉴스가 뜨자마자 곧장 강성으로 내려와 육강민에게 이 일은 전부 노태철 짓이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모든 걸 털어놓았다.훗날 일이 뒤집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는 군병원 특실로 안내되었다.그곳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서은주를 마주한 순간, 벼락을 맞은 듯 굳어버렸다.강씨 가문 역시 이미 노씨 가문을 의심하고 있었다.노태철, 그 늙은 여우는 악독하기 그지없다.육광진은 그 배에 올라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은주는 그저 팔과 허벅지에 긁히고 멍이 든 것뿐 너무나 멀쩡했다.하지만 뉴스 속 사진은 피로 범벅이었고 처참하기 그지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단 말인가!그래서 마주치자마자,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 그것이었다.“어떻게 안 죽었죠?”서은주가 그를 바라봤다.입가에 미소는 걸렸지만,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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