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안, 온가네의 변호사단은 온유란을 둘러싸고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으며 회유하려 애썼다.한가족이니, 그저 좋게 좋게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보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온유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어찌 됐든 낳아주신 아버님이신데, 굳이 이렇게까지 파국으로 몰고 가셔야 하겠습니까?” 변호사가 난처한 기색으로 말하자 온유란은 엷은 실소를 터뜨렸다. “상황을 이토록 파국으로 몰고 간 사람은, 단 한 번도 제가 아니었어요.”온가네 그 추잡하고 뒤틀린 내막은 변호사들도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기에, 부녀간의 정 따위를 들먹이며 합의를 권하는 것은 애초에 씨가 먹히지 않을 짓이었다.얌전한 토끼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무는 법이다. 하물며 온유란은 감정을 가진 엄연한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온창섭이 아무리 돈이 많다 한들, 경찰의 공권력 집행까지 제멋대로 주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온유란은 본래 그저 가족관계등록부와 서류들만 챙겨 나온 후 온씨 가문과 영영 인연을 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처참하게 짓밟힌 자신의 물건들을 목도한 순간, 마음 깊이 뼈저리게 깨달았다. 온가네 사람들은 단 한 순간도 자신을 인간으로 대접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어차피 남남이 될 마당에 정까지 버렸으니, 그녀 역시 도리를 지킬 이유는 없었다.과거에는 도정숙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죽은 듯 숨을 죽이며 참아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온창섭이 자신을 향해 어떤 저주를 퍼붓든 신경쓰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슴속이 뻥 뚫린 듯 지독하게 통쾌했으니까!그간 쌓인 울화가 단숨에 씻겨 내려가는 듯, 오늘은 살면서 가장 기쁜 날이었다. 지구대 문을 나선 그녀는 차를 몰고 곧장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생닭을 파는 가판대 앞에 선 그녀가 활기차게 외쳤다. “사장님, 여기 있는 닭 중에 제일 크고 실한 놈으로 한 마리 주세요.”집으로 돌아가, 뜨끈한 백숙을 고아 먹을 작정이었다!*한편, 온씨 저택에서 벌어진 이 전대미문의 소동은 순식간에 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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