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의 모습은 한없이 느긋하고 태만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기색을 품고 있었다.평소의 금욕적이고 고고한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대체… 왜 저런 차림으로 온 거야? 난 그냥 치수만 재려던 건데, 샤워까지 하고 나온 건 또 무슨 심보람.’멀쩡하고 진지해야 할 일마저 괜히 이상한 분위기로 변해 버렸다.“우선 똑바로 서 있으세요.”온유란은 줄자를 쥔 채 그의 뒤로 다가갔다. 어깨너비를 재고, 수치를 적어 내려갔다.목둘레, 가슴둘레, 소매 길이, 그리고 허리둘레까지.하이석은 목욕 가운 차림에 허리끈까지 묶고 있어 정확한 치수를 재기 어려웠다. 온유란은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허리끈 좀 푸세요.”하이석이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봤다.그가 내쉬는 숨결이 얼굴 위로 떨어졌다. 뜨겁고 짙은 온기였다.그 바람에 온유란의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이어 입술이 가까워지더니,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천천히 감쌌다.“당신이 풀어줘요.”온유란은 얼굴을 붉힌 채 손안의 줄자를 마구 구겨 댔다.아직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하이석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허리끈 위에 올려놓았다.그녀가 살짝 잡아당기자 허리끈이 스르르 풀렸다.안에는 바지만 걸친 상태였다. 느슨하게 걸쳐진 바지 위로 단단한 허리와 복근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근육선까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온유란은 손을 뻗어 줄자를 그의 허리 뒤로 둘러보려 했다.자연스럽게 끌어안는 듯한 자세가 되었고, 그녀의 얼굴은 거의 그의 가슴팍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막 샤워를 마친 하이석의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온유란의 차가운 손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하이석의 몸이 순간 굳었다.온유란은 겨우 허리 치수를 재고 몸을 돌려 기록하려 했다. 그런데 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단숨에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뜨거운 입술이 귓가에 내려앉더니, 다음 순간 귓불을 가볍게 머금었다.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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