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831 - Chapter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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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두 남자는 온창섭을 결박한 뒤 고개를 돌려 온유란을 바라보았다.“걱정 마십시오. 이제 더 이상 이웃들까지 시끄럽게 만들 일은 없을 겁니다.”온창섭은 눈을 부릅뜨며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당장 덤벼! 내가 돈까지 줬는데, 지금 이 꼴을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하지만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고, 문밖의 양아치들도 얼어붙은 얼굴이었다.저 둘은… 자기들보다 훨씬 전문적이었다.밑바닥 세계에서 오래 굴러먹은 놈들은 본능적으로 위험한 상대를 알아본다.한눈에 봐도 저 두 사람은 건드려선 안 될 부류였다.결국 온창섭이 끌고 온 오합지졸들은 우르르 뒤돌아 도망쳐 버렸다.젠장!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처리해 버릴까요?”1호가 온유란에게 물었다.처리. 그 단어 하나에 온유란뿐 아니라 온창섭까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사람을 쓰레기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처리해 버린다고?그는 입 안의 천 때문에 웅얼거리며 몸부림쳤다.온유란은 이미 양아치들이 달아난 걸 확인했고, 곁에는 경호원들도 있었다. 마음이 조금 놓인 그녀는 두 남자에게 입을 막고 있던 천을 빼 달라고 했다.온창섭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팍은 아까 걷어차인 충격으로 아직도 욱신거렸다.“온유란! 난 네 아버지야! 감히 사람을 시켜 나한테 이딴 짓을 해? 경호원까지 두고?”“아버지도 양아치들을 데려오셨잖아요.”“너…”온창섭은 분에 못 이겨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맞은 쪽 얼굴은 벌써 퉁퉁 부어 있었다.“요즘 아주 날개를 달았구나. 잘 들어. 세상에 경찰 부르는 게 너만 되는 줄 알아? 죽일 거면 죽여 봐! 안 그럴 거면 나도 바로 신고할 거야. 폭행에 납치까지, 전부 고소해 버릴 테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남자가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말 곱게 하시죠.”“내가 내 딸이랑 얘기하는데 네가 뭔데 끼어들어! 죽일 거면 죽여 보라니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누가 감히!”온창섭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원래는 온유란에게 본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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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온창섭의 ‘심야 수영 사건’은 순식간에 상류층 사이에 퍼져 나갔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육강민 일행은 단번에 상황을 눈치챘다. 심지어 방주헌은 단체 채팅방에서 하이석을 직접 태그하기까지 했다.[그래도 장인어른인데, 나이도 있는 사람을 강에 뛰어들게 만들다니. 너 진짜 대단하다?]그러자 하이석이 바로 답했다.[본인이 자발적으로 들어간 거야.][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그럼 증거라도 있어?]방주헌은 그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음흉한 데다 뻔뻔하기까지 했다.[듣자 하니 병원에서 고열에 헛소리까지 한다던데. 대체 뭘 했길래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 놨대?][아마 나랑 유란이 관계를 알고 너무 충격받은 모양이지.]그 한마디에 모두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온창섭이 연달아 사고를 치면서 사람들은 점점 온씨 가문 경영진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이미 휘청이던 회사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주가는 계속 떨어졌고, 이미 계약된 협업들까지 줄줄이 취소되기 시작했다.회사 임원진은 번갈아 병문안을 오며 온창섭에게 정신 차리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병상 위의 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계속 헛소리만 중얼거렸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세요...”같은 말들뿐이었다.정신과 검사 결과에는 이상이 없었다.의사는 단지 단기간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으니 한동안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말했다.온유정은 완전히 혼란에 빠져 해외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돌아오라고 했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그녀는 아버지의 손을 붙잡았다.“설마 온유란이 아빠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날 밤 나간 이유가 온유란 때문이라는 걸.온창섭은 원래 야밤에 강물에 뛰어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모든 건 그 계집애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정말 이상한 건, 온유란 이름만 나오면 온창섭의 몸이 눈에 띄게 떨렸다는 점이었다. 눈까지 크게 뜬 채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행동했다.“아빠, 진짜 그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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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그런 그의 모습은 한없이 느긋하고 태만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기색을 품고 있었다.평소의 금욕적이고 고고한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대체… 왜 저런 차림으로 온 거야? 난 그냥 치수만 재려던 건데, 샤워까지 하고 나온 건 또 무슨 심보람.’멀쩡하고 진지해야 할 일마저 괜히 이상한 분위기로 변해 버렸다.“우선 똑바로 서 있으세요.”온유란은 줄자를 쥔 채 그의 뒤로 다가갔다. 어깨너비를 재고, 수치를 적어 내려갔다.목둘레, 가슴둘레, 소매 길이, 그리고 허리둘레까지.하이석은 목욕 가운 차림에 허리끈까지 묶고 있어 정확한 치수를 재기 어려웠다. 온유란은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허리끈 좀 푸세요.”하이석이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봤다.그가 내쉬는 숨결이 얼굴 위로 떨어졌다. 뜨겁고 짙은 온기였다.그 바람에 온유란의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이어 입술이 가까워지더니,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천천히 감쌌다.“당신이 풀어줘요.”온유란은 얼굴을 붉힌 채 손안의 줄자를 마구 구겨 댔다.아직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하이석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허리끈 위에 올려놓았다.그녀가 살짝 잡아당기자 허리끈이 스르르 풀렸다.안에는 바지만 걸친 상태였다. 느슨하게 걸쳐진 바지 위로 단단한 허리와 복근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근육선까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온유란은 손을 뻗어 줄자를 그의 허리 뒤로 둘러보려 했다.자연스럽게 끌어안는 듯한 자세가 되었고, 그녀의 얼굴은 거의 그의 가슴팍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막 샤워를 마친 하이석의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온유란의 차가운 손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하이석의 몸이 순간 굳었다.온유란은 겨우 허리 치수를 재고 몸을 돌려 기록하려 했다. 그런데 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단숨에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뜨거운 입술이 귓가에 내려앉더니, 다음 순간 귓불을 가볍게 머금었다.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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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온유란이 눈을 떴을 때, 하랑이는 침대맡에 앉아 앞발을 핥으며 야옹야옹 울고 있었다.그 시각, 하이석은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기척이 느껴지자 그는 고개를 돌려 온유란을 바라봤다.“깼어요?”그는 아직도 어젯밤의 온유란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뒤로 갈수록 그녀의 목소리에는 울먹이는 기색이 짙게 배어들었다. 하이석이 욕실에서 따뜻한 수건을 적셔 와 그녀의 다리를 닦아 주었을 때에는 눈가에 물기까지 어려 있었다.억울한 듯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그의 목덜미를 붙잡고 살짝 깨물기까지 했다.하지만 온유란은 워낙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하이석이 낮게 신음하자 금세 입을 떼어냈다. 결과 그의 목덜미에는 옅은 붉은 자국 하나만 남게 되었다.온유란은 이불 속에 얼굴 절반을 묻은 채 웅얼거리듯 대답했다.어젯밤 일이 떠오르자 다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하이석이 의외로 능숙하고 능글맞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자신에게 그런 걸 시킬 줄은 몰랐다.온유란은 숨까지 멈춘 채 얼굴을 붉혔다.하이석은 아침을 먹고 회사로 향했고, 그가 떠난 뒤에야 온유란은 문득 중요한 걸 빼먹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어젯밤 재기로 했던 허리 치수.분명 제대로 일을 하려던 거였는데, 어쩌다 마지막엔 그런 분위기가 되어 버린 건지.병원으로 가는 길, 온유란은 예전에 도정숙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나이 든 남자는 사람을 잘 챙겨 준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했다.나이 든 남자는 아는 게 너무 많다!온유란은 다리에 자꾸 힘이 풀리는 기분이라 걷는 것조차 어색했다.*삼정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유주만이 회진을 돌고 있었다.그런데 그의 곁에는 뜻밖에도 서은주가 함께 있었다.머리를 단정히 묶고 흰 가운을 걸친 채, 손에는 메모장과 펜까지 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실습 따라다니는 분위기였다.서은주는 온유란을 발견하자 슬쩍 눈짓하며 웃어 보였다.온유란은 그 모습이 괜히 신기했다.박사 과정 진학까지 확정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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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유주만은 찻잔을 들고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후후 불어 식히며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문득 서은주를 바라봤다.“그 환자 보호자랑 많이 친한 모양입니다.”“원래는 안 친했는데, 최근에 가까워졌어요.”“인간관계가 꽤 좁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랑 알게 된 겁니까?” 유주만은 전부터 그게 꽤 궁금했다.“하이석 씨 아내예요.”“푸흡—”유주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차를 뿜어 버렸다.“뭐, 뭐라고요?”서은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입가를 가리켰다.“입에 찻잎 붙었어요.”“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방금 그 애가 하이석 부인이라고요?”“네. 혼인신고까지 끝낸 사이예요.”유주만은 급히 입가의 찻잎을 닦아 내며 연신 혀를 찼다.“세상 별일 다 있다더니, 올해는 유난히 더하네요. 육남혁이 갑자기 큰 애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도 기겁했는데, 설마 이것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 줄이야.”“하이석 씨 쪽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서은주가 묻자 유주만은 멋쩍게 웃기만 할 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서은주가 온유란을 찾아 나간 뒤에도 유주만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차를 마시다 혀를 데일 뻔할 정도였다.*온유란이 서은주를 찾은 건 도정숙의 상태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유주만이나 다른 전문의들 앞에만 서면 괜히 긴장됐지만, 조금 친한 의사에게는 좀 더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항암 반응은 꽤 좋아요. 몸 상태 지표도 대부분 안정적이고요. 아마 느끼셨을 거예요. 요즘은 통증도 전보다 훨씬 덜하잖아요.”서은주의 말에 온유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좀 걱정돼서요.”“수술 때문에요?”“네. 의사 선생님들이 신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냥…”두 사람은 입원동 뒤편 작은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한편, 병실 안에서는 유 아주머니가 도정숙의 몸을 뒤집어 주고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추가로 돈을 더 받게 된 덕에 일하는 손길에도 힘이 실렸다.그때였다.쾅—!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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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도정숙은 온유정의 저 노골적인 태도에 속이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말을 건넸다.“대표님은 요즘 어떠세요? 몸은 좀 괜찮으시고요?”그녀는 병원비를 아직도 온씨 가문에서 내주고 있다고 믿었기에, 자연스레 온창섭의 안부를 물은 것이었다.하지만 그 한마디가 온유정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 마치 일부러 비꼰다고 받아들인 것이다.온유정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아직도 우리 아빠 걱정할 낯이 남아 있어? 온유란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나 봐?”“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도정숙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하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겠지. 온유란이 빽 좋은 남자한테 붙어먹었으니 우리 온씨 가문을 눈에 넣기나 하겠어? 아빠까지 병원에 처넣고, 완전 배은망덕한 년이 따로 없다니까! 어디서 굴러먹던 남자 하나 붙잡았다고 평생 호강할 줄 아나 본데, 나중에 남자한테 실컷 놀아나다 버려지고 나면, 누가 그런 걸 다시 거들떠보겠냐고.”“당신!”원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도정숙이 저런 말을 듣고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숨도 거칠어졌다.“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온유란이 우리 아빠를 병원에 처넣지만 않았어도 내가 여기까지 왔겠냐고! 당신도 걔한테 엄마나 다름없는 존재잖아. 그럼 좀 말려. 밖에 나가 우리 집안 망신 좀 그만 시키라고. 잡종 같은 게.”온창섭에게 워낙 자주 듣던 말이라, 온유정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 내뱉었다.도정숙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혈압이 치솟았다.병상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녀는 온몸을 떨며 손을 들어 올렸다. 당장이라도 온유정을 때릴 듯한 기세였다.“진정하세요!”유 아주머니가 급히 그녀를 붙잡아 말렸다.온유정은 오히려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왜? 나 때리게? 당신은 원래 우리 집 가정부일 뿐이었잖아. 늙어 죽지도 못한 게.”지난번 온유란이 맞춤 목걸이를 빼앗아 가고, 아버지까지 유치장에 넣어 버린 일로 온유정은 속에 한가득 화가 쌓여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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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온유정은 그 모습에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하지만 온유란은 오히려 그녀를 향해 느긋하게 웃어 보였다.“경찰 부르고 싶어? 그래, 불러. 전에 네가 내 목걸이 훔쳤을 때 난 그냥 돌려받는 걸로 끝냈지, 따로 고소는 안 했어. 근데 경찰까지 부르게 옛날 일까지 전부 제대로 따져물을 거야.”“너… 그 일은 이미 끝난 거 아니었어?”“누가 끝났대?”온유정의 얼굴에 순간 두려움이 스쳤다.“난 한 번도 네 절도 건이 끝났다고 말한 적 없어. 너에게 책임을 물을지 말지는 아직도 나에게 달렸고, 내가 고개 끄덕이기 전까진 그 일 절대 안 끝나.”온유란의 표정은 지나치게 태연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어디 한번 해봐.’온유정은 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얻어맞고도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하는 처지가 될 줄은 몰랐다.“온유란,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온유정이 분에 못 이겨 발을 구르자 온유란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꺼져.”“뭐?”“나가라고.”“네가 감히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해?”온유정은 악에 받쳐 소리쳤다.“난 네 부모 아니야. 네 버릇까지 받아줄 이유도 없고. 계속 안 나가면 사람 불러서 끌어내게 할 거야.”원래는 온유란에게 따져 묻고, 아버지 대신 분풀이를 해줄 생각으로 왔던 온유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꼴만 우스워진 채 씩씩거리며 병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때,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잠깐.”온유정은 돌아서며 이를 갈았다.“또 뭐!”온유란은 그녀의 구두와 가방을 집어 병실 밖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 아주머니를 바라봤다.“전 아주머니 모시고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병실 청소 좀 부탁드려요. 소독약도 좀 뿌리고요. 공기가 너무 더럽네요.”온유정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자기가 더럽다는 소리인가?유 아주머니는 오히려 민망한 얼굴이었다.“유란 씨, 죄송해요.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네요.”“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놀라기도 하셨고 괜히 마음고생도 하셨잖아요. 월급 더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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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온유정은 온창섭에게 신발로 몇 대 얻어맞은 뒤 눈이 시뻘게진 채 어머니 품에 매달려 흐느껴 울었다.양수진은 딸을 끌어안고 남편을 타박했다.“여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우리 딸이 저렇게 당하고 왔는데 대신 화를 내주진 못할망정 왜 애를 때려요?”“내가 진작부터 온유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말을 안 들으니까 그렇지. 난 때리는 걸로도 모자라, 아주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야!”양수진은 눈치 빠른 여자였다.남편 얼굴을 가만히 살피던 그녀는 조심스레 물었다.“온유란 뒤에 있는 남자… 우리 쪽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인 거예요?”온창섭은 이를 악물었다.“안 되는 정도가 아니야!”온유정은 눈물을 닦으며 작게 중얼거렸다.“그래 봤자 남자 하나 붙잡은 거잖아요. 그 잡종 같은 게! 사람한테 실컷 놀아나다 버려지면, 그때도 지금처럼 저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나 보자고요.”“온유정, 이리 와봐.”온창섭은 갑자기 웃으며 딸을 불렀다.온유정은 아버지가 자신을 달래 주려는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온창섭의 손이 그대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짝!온유정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아빠?”“잡종? 누가 그런 말 쓰랬어!”“그건 아빠가 평소에…”“입 다물어!”온창섭은 버럭 소리쳤다.“앞으로 다시는 잡종이니, 굴러먹은 남자니 그런 말 입에 담지 마. 알아들었어?”“여보, 왜 애한테까지 이래요.”양수진은 급히 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도대체 온유란이 누구를 등에 업은 거길래 그래요?”이토록 겁먹은 남편 모습은 처음이었다.온창섭은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이석이야.”온유정은 오늘 하루 내내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고만 있다고 생각했다.당장이라도 떼를 쓰며 난리를 치고 싶었지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입술까지 떨며 중얼거렸다.“그, 그럴 리가 없어…”“지난번 집에 와서 그렇게 막 나갔던 거, 대체 누가 뒤를 봐주니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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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온유란은 병원 식당에 밥을 가지러 내려갔고, 병실에는 유 아주머니만 남아 도정숙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그때 문이 열리며 하이석이 들어왔다.유 아주머니는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하이석 대표님, 오셨네요.”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아이고, 그런 말씀을 다. 저는 밖에 나가 뜨거운 물 좀 받아 올게요.”유 아주머니는 눈치 빠른 사람이었다.곧바로 보온병을 들고 병실을 나가며 두 사람만 남겨 두었다.도정숙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하이석은 재빨리 다가가 베개를 집어 그녀의 등을 받쳐 주었다.오늘 병실에 와서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냈던 온유정과는 너무도 다른 태도였다.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도정숙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이석 씨랑 유란이 일은 다 들었어요. 저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하씨 가문 사람이었다는 걸. 첫인상부터 기품이 남다르다 싶긴 했어요.”병원비가 온창섭 쪽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다른 일들도 더는 숨길 수 없었다.경성에 하씨 성을 가진 집안이 한둘도 아니니 처음에는 연결 짓지 못했지만, 하이석이 바로 그 집안 사람이라는 걸 듣고는 꽤 놀랐다.처음엔 온유란이 호랑이 굴로 들어간 건 아닌가 걱정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함부로 그녀를 괴롭힐 사람은 없을 테니까.“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제 몸 상태도 남 일 깊게 신경 쓸 처지는 아니고… 그래도 한 가지만 묻고 싶네요. 그 마음, 진심인가요?”하이석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도정숙은 작게 웃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암이 전염되는 병은 아니라지만, 사람들 시선이라는 게 있잖아요. 다들 은근히 꺼리고, 최대한 멀리하려 들죠. 근데 당신은 이런 저를 조금도 싫어하지 않더군요. 아마도 유란이 때문이겠죠.”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온유란의 처지와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답이 나온다. 단순히 사람이나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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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유주만은 오후에 수술 일정이 있어 집에 가지 못한 채 사무실에서 식판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그때 문을 두드리며 하이석이 들어왔다.그 얼굴을 보자마자 유주만은 그대로 사레가 들렸다.“절 보자마자 이렇게까지 놀라실 필요 있습니까?”하이석은 웃으며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은주한테 들었는데, 너 혼인신고 했다며?”“네.”“집에서는 알아?”“어머니는 아십니다.”“그럼 네 아버지 쪽은…”하이석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제 일은 그 사람과 상관없습니다.”유주만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너희 집안 사정까지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세상이 참 달라졌어. 우리 때는 남녀가 손만 잡아도 얼굴 빨개졌는데, 요즘 애들은 두 번 만나고도 혼인신고를 하네.”하이석은 옅게 웃었다.“몇 번 만났느냐는 중요하지 않죠. 어떤 사람은 처음 보는 순간부터 알게 되거든요. 평생 그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걸.”유주만은 도시락 속 감자채볶음을 씹었지만 도무지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이 망할 놈이 사람 앞에서 뭘 그렇게 유난스럽게 구는 건지. 무슨 순정남 흉내라도 내는 듯했다.그런데 이어진 하이석의 말은 거의 사람 뒷목 잡게 만들 수준이었다.“뭐, 이런 얘기 해봤자 박사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요. 결혼을 안 해보셨으니까.”유주만은 멍하니 두어 초 굳어 있다가 결국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내가 결혼 안 한 건, 내 인생을 위대한 의학 발전에 바쳤기 때문이야!”“정말 위대하시네요.”유주만은 진짜로 혈압이 오르는 기분이었다.“그래서! 무슨 일로 왔는데!”“도정숙 아주머니 하루 정도 외출 좀 시켜드리고 싶어서요.”“최근 몸 상태는 괜찮은 편이니까 하루 정도는 가능해. 대신 밤에는 꼭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유주만은 못마땅한 얼굴로 툭 내뱉었다.“감사합니다. 다음에 답례로 청첩장 돌리겠습니다.”“당장 꺼져!”유주만은 정말 저 젊은 것들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육강민도 똑같았다. 평소엔 코빼기도 안 비치다가 꼭 볼일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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