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달리는 도중, 온유란이 불쑥 입을 열었다.“앞에 편의점에서 좀 세워줘요.”“뭐 필요한 거 있어요? 내가 사다 줄게요.”“아니예요. 제가 직접 갈게요.”온유란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요거트 두 병과 감자칩 몇 봉지를 집어 들었다. 계산대에 다다르자, 그녀는 재빨리 콘돔 한 갑을 집어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알바생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다가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웃어 보였다.온유란은 봉투를 품에 안고 돌아서려다, 유리문 너머에 서 있는 하이석을 발견했다.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하이석은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린 채 웃고 있었다.그러자 온유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이런 걸 직접 사니 꼭 자기가 엄청 적극적이고, 잔뜩 원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온유란은 생각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였고, 그렇다면 대비는 해둬야 한다고. 그래서 용기 내어 사러 들어간 거였다.차를 다시 출발시키며 하이석이 물었다.“편의점에 간 이유가 그거 사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그런 건 집에도 있어요. 원래부터 준비해 두고 있었거든요.”그 말에 온유란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그녀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진짜 창피해 죽겠네. 이 사람은 안 민망한가.’“근데 당신이 이렇게 급할 줄은 몰랐죠.”하이석이 웃으며 말하자 온유란은 그대로 귀까지 붉게 달아올랐다.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다. 순간 홧김에 저지르고 나면, 뒤늦게 정신이 돌아오는 법이었다. 지금의 온유란이 딱 그랬다.차는 조용히 헤이엘로 향했고 두 사람은 가는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뒤 하이석은 자연스럽게 쇼핑백을 받아 들었고, 온유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꼭 새색시라도 된 사람처럼 행동했다.지금 그녀는 당장 방으로 숨어들어 어디 구석에라도 몸을 감추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하이석은 그런 틈조차 주지 않았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온유란을 거의 반쯤 안아올린 후 집 안으로 들어갔고, 편의점 봉투는 그대로 바닥에 내던져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