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육민찬은 원래부터 밝고 활달한 성격이었고, 육수린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반면, 연우진은 선물을 받아 들고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괜히 시크한 척 굴고 있었다.“원래 저래요.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연주가 웃으며 대신 설명했다.나중에 집에 돌아온 육남혁은 그 이야기를 듣고 아들을 불러 물었다.“오늘 집에서 괜히 폼 잡고 사람 무시했다며?”“안 그랬거든요.”연우진은 입을 꾹 다문 채 버텼다.“말은 안 걸면서 계속 몰래 쳐다보던데?”연주가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연우진의 귀 끝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저 안 봤어요!”육남혁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이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온유란은 정말 눈에 띄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할머니와 한주미조차 볼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아름다운 사람에게 시선이 가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어머니에게 마음을 들켜 버리자 연우진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괜히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다.그런 아들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육남혁은 일부러 더 놀렸다.“나중에 하이석 삼촌 집에 유란 이모 닮은 예쁜 딸 태어나면, 아빠가 네 색시로 데려와 줄까?”그 말 한마디에 연우진은 그대로 폭발했다.홱 몸을 돌려 도망치더니 입으로는 연신 투덜거렸다.“아빠 미워!”연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육남혁을 흘겨보며 타박했다.“애를 왜 그렇게 놀려요.”“나이도 어린 게 괜히 점잖은 척하길래 그냥 좀 놀린 거지.”육남혁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연주는 그런 아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전 저런 성격이 조금 걱정돼요. 가을이면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친구들이랑 잘 못 어울릴까 봐서요.”“민찬이도 있잖아. 둘이 같은 학교 다니면 서로 챙겨 줄 거야.”하지만 훗날 밝혀진 건, 연주의 걱정이 전부 쓸데없었다는 사실이었다.육민찬과 연우진은 학교에서 거의 무법자처럼 굴며 아주 학교를 제집처럼 휘젓고 다녔다.나중엔 교내 양대 산맥이라는 소리까
양수진이 사모님의 자리에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건, 남자의 마음을 다루는 데 누구보다 능했기 때문이었다.부드럽게 달래듯 이어지는 말 몇 마디에 온창섭의 분노도 어느새 절반 이상 가라앉았다.양수진은 국을 떠 그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나중에 유정이는 제가 따로 혼낼게요. 너무 화내지 말아요.”“내가 좋아서 사과하러 가는 줄 알아?” 온창섭이 미간을 짚었다. “회사 상황이 이 지경인데,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런 거야.”“당신 생각엔… 하이석 쪽에서 손쓴 것 같아요?”온창섭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양수진이 옅게 웃었다.“창섭 씨… 회사 사정은 몇 년째 계속 안 좋았잖아요. 그런데 온유란이 하이석한테 시집간 후 옆에서 계속 말은 얹는다면 우리 집은 더 어려워질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경성 쪽에서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지도 몰라요.”“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국내에서 하씨 가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없잖아요. 게다가 하이석은 육강민이랑 방주헌하고도 가깝고요. 그런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집 정도는 순식간이에요.”양수진은 그의 팔에 몸을 기대며 목소리를 낮췄다.“그러니까… 재산을 조금씩 해외로 옮겨두는 건 어떨까 싶어요.”온창섭의 눈썹이 꿈틀했다.“뭐라고?”“일단 진정해요.” 양수진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라도 정말 일이 잘못됐을 때를 대비해서 퇴로 하나쯤 만들어 두자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 아들도 외국에 있잖아요. 요즘은 말도 잘 듣고, 자리도 꽤 잡아가고 있어요. 나중에 걔가 거기서 정착하고 손주라도 생기면, 우리도 결국 가서 손주 봐줘야 하지 않겠어요?”온창섭의 표정이 조금씩 흔들렸다.“하지만 지금 회사 사람들이나 주주들, 투자자들한테 내가 재산 빼돌리는 게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이야.”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몰래 하면 되죠.” 양수진은 그의 팔을 더욱 끌어안았다. “특수한 경로로 조용히 처리하면 아무도 몰라요.”“특수한 경로?”양수진이 피식 웃었다.“아니면 부패한 권력자들이 해외
“몇 시예요?”온유란의 목소리는 바짝 잠겨 있었다. 어젯밤 얼마나 시달렸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목소리였다.“일곱 시 좀 넘었어요. 오늘 육강민이랑 사업 얘기가 잡혀 있어서 전 먼저 나가 봐야 해요. 당신은 좀 더 자요. 도정숙 아주머니한테도 말해 놨어요. 오늘 병원 안 간다고. 유 아주머니한테도 잘 좀 챙겨 달라고 했고요.”하이석은 몸을 숙여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설마 그런 이야기까지 도정숙 아주머니한테 직접 했단 말인가?온유란은 당장이라도 얼굴을 이불 속에 묻고 싶었다.이제 병원에 어떻게 나가라는 건지.“조금 더 자요.”하이석은 이불을 단정히 덮어 준 뒤에야 방을 나섰다.온유란은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뒤적였다.최근 들어 그녀는 유독 하이석과 하씨 가문의 소식에 민감해져 있었다.경제 뉴스에는 하씨 그룹과 성세 그룹이 3년 규모의 대형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계약 규모만 수백억.그리고 바로 이어진 기사엔 온씨 그룹 임원진의 연이은 퇴사 소식이 실려 있었다. 내부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두 달째 월급조차 밀리고 있다고 했다.온유란은 하품을 한 번 하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날 육강민은 하이석을 보자마자 뭔가 달라졌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보네?”하이석은 낮게 웃었다.“어떻게 알았어?”“얼굴에 다 써 있잖아. 꼭 오래된 나무에 봄이 온 것 같은 표정이네.”양측은 협력 자체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조율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이익 문제에서 쉽게 양보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조항 하나 제대로 합의된 게 없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육지성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저 둘 협상하는 속도면 올해 안에 프로젝트 시작도 못 하겠다 싶었다.‘내 연말 성과급은 어떡하지... 두 사람 싸움에 왜 내 분윳값까지 걸어야 하는 건데.’“점심 같이 먹을래?”육강민이 앞에 놓인 서류를 덮으며 물었다.“난 됐어. 집에 가야 해. 네 형수 기다
온유란은 여전히 청첩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하이석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물 마실래요?”한참이나 울먹이며 숨을 삼켰으니 분명 목이 마를 터였다.온유란은 그 말뜻을 알아듣고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이석이 물을 가지러 간 사이, 온유란은 서둘러 잠옷을 걸쳐 입었다.침대에 앉아 물을 마시던 그녀는 하이석이 현관 앞에 놓인 쇼핑백을 정리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러다 그가 자신이 샀던 콘돔을 집어 들어 유심히 들여다보는 순간, 온유란은 편의점에서 그걸 집어 들던 장면이 떠올라 괜히 다시 민망해졌다. 그때 하이석은 밖에서 다 보고 있었으니까.그녀는 애써 시선을 돌린 채 물만 들이켰다.“이런 건 다음부터 제가 살게요.”“네.”온유란은 작게 웅얼거리며 계속 물을 마셨다.그런데 하이석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사이즈가 안 맞더라고요.”…뭐? 사이즈? 이런 것도 크기가 나뉘는 거였나?온유란은 그런 걸 전혀 몰랐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데, 하이석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당신이 산 건 좀 작았어요.”온유란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하이석은 그녀가 사 온 콘돔을 태연하게 서랍 맨 아래 칸에 밀어 넣었다.물 한 잔을 다 비운 온유란은 괜히 다시 물을 뜨러 가겠다며 컵을 들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런데 막상 발을 디디자마자 허리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휘청거렸다.그러자 하이석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몸을 받쳐 주었다. 순간, 뜨거운 체온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하이석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댄 채 낮게 속삭였다.“다리 아파요?”“안 아파요.”온유란은 괜히 버티듯 말했다.“진짜요?”온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이석이 웃듯 물었다.“그럼 한 번 더 해도 되겠네요?”온유란은 그대로 눈을 크게 떴다.방금 끝난 거 아니었나?거절할 틈도 없이 하이석은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하게 만들었다.그가 아랫입술을 물고 가볍게 깨무는 순간, 몸 한쪽이 그대로 녹
“먼저 씻을래요?”온유란은 여전히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이따가요.”하이석은 짧게 대답한 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손끝이 천천히 치맛자락 안으로 스며들었다.그의 손이 닿는 순간, 온유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힘이 빠진 사람처럼 몸에 맥이 풀려, 제대로 밀어낼 수도 없었다.서로의 몸이 빈틈없이 맞닿은 채였다. 그녀는 하이석의 강하고 빠른 심장 소리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선명한 박동이었다.그는 꽤 다급해 보였다. 온유란의 옷은 결국 그의 손에 찢겨 나갔다.괜히 아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제 위를 덮치고 있는 남자의 몸은 묵직했고, 숨결은 더욱 거칠었다.붉게 충혈된 눈빛엔 오래 참고 억눌러 온 욕망이 선연하게 어려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온유란이 버티지 못하고 작게 신음을 흘리자, 하이석은 그녀의 입술을 문 채 낮게 속삭였다.“소리 내지 마요.”온유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그러자 그가 다시 말했다.“당신 목소리 들으면… 나 진짜 못 참을 것 같아요.”억눌린 숨결 사이로 흥분이 짙게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그 말을 듣는 순간 온유란은 머리끝까지 저릿해졌다. 흐릿하게 눈을 뜬 채 정신이 점점 흐려지는 걸 느낀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그건 마치 무언의 허락 같았다.하이석은 그녀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리고 몇 분 뒤, 온유란은 곧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하이석이 조금도 봐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사납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온유란은 자신이 내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나 있을까 싶었다.*처음이라고 해서 생각했던 것만큼 아프진 않았다.다만 하이석에게 지나치게 휘말린 탓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허리는 욱신거렸다.온유란은 끝내 견디지 못해 눈가까지 붉어졌고, 거의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이 되어서야 하이석이 겨우 멈춰 주었다.“씻으러 갈까요?”하이석이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며 물었다.“힘
차가 달리는 도중, 온유란이 불쑥 입을 열었다.“앞에 편의점에서 좀 세워줘요.”“뭐 필요한 거 있어요? 내가 사다 줄게요.”“아니예요. 제가 직접 갈게요.”온유란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요거트 두 병과 감자칩 몇 봉지를 집어 들었다. 계산대에 다다르자, 그녀는 재빨리 콘돔 한 갑을 집어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알바생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다가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웃어 보였다.온유란은 봉투를 품에 안고 돌아서려다, 유리문 너머에 서 있는 하이석을 발견했다.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하이석은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린 채 웃고 있었다.그러자 온유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이런 걸 직접 사니 꼭 자기가 엄청 적극적이고, 잔뜩 원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온유란은 생각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였고, 그렇다면 대비는 해둬야 한다고. 그래서 용기 내어 사러 들어간 거였다.차를 다시 출발시키며 하이석이 물었다.“편의점에 간 이유가 그거 사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그런 건 집에도 있어요. 원래부터 준비해 두고 있었거든요.”그 말에 온유란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그녀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진짜 창피해 죽겠네. 이 사람은 안 민망한가.’“근데 당신이 이렇게 급할 줄은 몰랐죠.”하이석이 웃으며 말하자 온유란은 그대로 귀까지 붉게 달아올랐다.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다. 순간 홧김에 저지르고 나면, 뒤늦게 정신이 돌아오는 법이었다. 지금의 온유란이 딱 그랬다.차는 조용히 헤이엘로 향했고 두 사람은 가는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뒤 하이석은 자연스럽게 쇼핑백을 받아 들었고, 온유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꼭 새색시라도 된 사람처럼 행동했다.지금 그녀는 당장 방으로 숨어들어 어디 구석에라도 몸을 감추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하이석은 그런 틈조차 주지 않았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온유란을 거의 반쯤 안아올린 후 집 안으로 들어갔고, 편의점 봉투는 그대로 바닥에 내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