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혁의 시점.서해인이 떠난 지 2년. 나는 서아영과 결혼했지만, 신혼집으로 그녀가 고른 곳은 뜻밖에도 최 씨 가문의 본가였다. 결혼 초, 서아영은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최 씨 가문의 전통을 배우고 싶다”라고 공손하게 말했다. 부모님은 처음엔 놀랐지만, 스스로 나서겠다는 그녀의 태도에 감탄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나는 서아영이 최 씨 가문을 안에서부터 장악하려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아영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서해인이 집을 나간 사실을 내가 한동안 숨기고 있었던 탓에, 서해인의 아버지인 서 씨 가문 측에서 연락이 왔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는 체면을 구겼다며 격노했다. 그 이후로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깊은 균열이 생겼다. 아버지는 최 씨 가문의 명예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분이다. 서해인이 집을 떠난 이유가 다른 남자와의 불륜이라는 서아영의 말을 믿고, 그 사실을 숨긴 내 행동을 용서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내의 외도를 눈치채지도 못한 채 집을 나가게 만든 한심한 아들로 보였을 것이다.“최준혁, 네가 최 씨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려는 것이냐. 불리해지니 은폐하려 들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은 칼로 베이는 듯 아팠다. DNA 감정이 조작되었다는 사실도, 이때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차가운 시선이 늘 나를 따라다녔다. 식탁에서도, 서재에서도, 아버지는 나를 피하듯 서아영과만 대화를 나누었다. “아영아, 오늘 다과는 참 특별하구나. 어디서 구한 거야?” “아버님, 마음에 드셨나요? 며칠 전 다과 모임에서 알게 된 분께 특별히 나눔 받았어요. 아버님 취향이라고 들어서 준비해 봤어요.” 서아영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고,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는 데 능숙했다. 아침이면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가정부들과 함께 조식을 준비했고, 밤이면 늦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벗이 되었다. 평소에도 작은 선물을 챙겨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