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Bab 111 - Bab 120

151 Bab

제111화

권지헌은 주저 없이 걸어갔다.시간을 들은 허설아는 그만 멈칫했다."……얼마나 걸릴지 몰라요. 아마 꽤 오래 걸릴 거예요."심장 우회술은 몇 시간에서 십여 시간이 필요했고 디테일한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었다.만약 중간에 특별한 상황이라도 생기면……허설아는 감히 더 상상할 수 없었다. 권지헌이 잡고 있는 손이 떨렸다.권지헌은 잡고있던 손을 내려놓고 다른 손으로 바꿔 잡더니 방금 놓은 손을 뒤로 가져가 허설아의 마른 어깨를 감쌌다.허설아를 품에 안고 짧게 대답했다."응."갑자기 따뜻한 품에 안긴 허설아는 몸이 확 녹는 기분이었다.다른 일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었다. 오직 엄마의 생사만 걱정되었다. 권지헌의 손이 허설아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시간이 흘러 벽에 걸린 시계가 새로운 시간을 가리켰다.허설아는 점점 긴장했다.권지헌이 입을 열었다."아버님 돌아가셨을 때도 네가 혼자 보내드렸어?""네. 엄마도 아팠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나도…… 아빠도 내가 혼자 다 했어요."허설아 자신의 일은 말하지 않았다.그때 이미 임신했다는 걸 권지헌이 알게 해선 안 되었다.남자는 무심한 듯 말을 이어가며 허설아의 주의를 분산시켰다."앞으로 연희한테 동생 하나 더 낳아줄 생각 없어? 적어도 앞으로 연희가 이런 일 겪을 때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잖아."앞으로 연희가 자라서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허설아는 심장이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허설아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그러다 권지헌 팔에 남은 선명한 이빨 자국을 발견했다.힘이 꽤 들어가 보여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데 권지헌이 전혀 화내지 않았다니?허설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광견병 백신 안 맞아도 돼요? 사람한테 물려도 위험하다던데……"권지헌은 팔을 안쪽으로 감싸 허설아를 더 세게 꼭 껴안았다. 허설아가 불편하거나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권지헌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말했다."주사 맞으러 가서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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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노교수 말투도 홀가분했다. 어젯밤 한밤중에 전화를 건 권지헌은 환자가 있다는 말만 하고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약해 주었다. 얼마나 까다로운 수술일까 싶었는데 아주 간단한 심장 우회술이었다. 위험은 있었지만 모두 통제 가능한 범위 내였다."센트럴 병원 의사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인데 괜히 나를 부르느라 수고했네.""수고하셨어요, 은석 아저씨."권지헌은 손을 내밀어 노교수와 악수하며 공손하게 말했다.노교수가 이번에 온 건 권지헌이 부탁한 환자 수술 외에도 권지헌이 막내딸에게 관심있을지 알아보고 소개할 생각이었다.계속 허설아를 감싸고 있는 권지헌을 본 노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우리 막내가 아직 자네를 기다리는데 내가 너무 늦게 온 모양이군.""그런 말씀 마세요."권지헌이 가볍게 웃었다.권지헌은 허설아 어깨를 살짝 잡고 고개를 숙이며 다정하게 바라보았다."병실 가서 어머님 보고 와. 여기는 내가 있을 테니 걱정 마."권지헌은 말하며 다정하게 허설아 등을 톡톡 두드렸다.허설아는 그 길로 병실로 향했다. 복도 끝에서 허설아의 모습이 사라져서야 권지헌은 시선을 거뒀다.미련 섞인 눈빛을 노교수는 모두 보고 있었다.노교수가 어찌 모를 수 있을까?노교수가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 "내가 일찍 찾아왔어야 했어. 몇 달만 일찍 왔어도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잖아.""그래도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권지헌이 웃으며 말했다."열여덟 살 때부터 사귀었거든요."노교수는 놀라며 말했다."전엔 그런 말 들어본 적 없는데."없는 게 당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학교 동기들 말고는 권씨 가문과 관련된 사람 중 누구도 권지헌한테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걸 몰랐다.권서진조차 몰랐다.권지헌은 허설아를 숨겨서 권씨 가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게 지켜주는 거라 생각했다.그래서 소개한 적이 없었다.휴대폰에 박희수의 전화가 걸려왔다.권지헌은 노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지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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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엄마, 두 살 때 일을 진짜로 받아들여요?""왜 안 돼?"권지헌은 손에 들린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시선을 깔고 어두운 복도를 바라봤다."전 양다리 걸칠 생각 없어요."박희수는 다급해졌다."양다리라니? 넌 한 명도 없잖아! 한 다리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아들이 혹시 바보가 된 건가?권지헌은 침묵했다.담배를 피우기 위해 밑으로 더 걸음을 옮겨 그림자 속에 멈춰섰다.비상구가 다시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죄송해요. 저희 어머니가 맞선 동의하셨다는데 전 몰랐어요. 번거롭게 해드렸네요."허설아는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젊은 남자를 봤다.상대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전 우리 엄마 잘 알아요. 예쁘신 걸 보고 또 저한테 소개시켜주려고 했을 거예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간호사 데스크의 간호사들도 다 알게 됐어요!"모르는 사람이 보면 변태인 줄 알 것 같았다.부드럽고 유머러스한 상대 태도에 허설아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허민정이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술 직전에 허설아한테 맞선을 주선할 생각까지 하다니.방금 2인 병실로 돌아가 짐 정리하는 사이 병실에 있는 젊은 남자를 마주쳤고 남자의 엄마는 열정적이기 그지없었다.입만 열면 아가라고 하는 통에 허설아는 너무 버거웠다.그래서 남자를 끌고 나와서 먼저 입장을 똑똑히 얘기하기로 했다.상대가 순박하게 말했다."그럼 sns 추가할까요? 나중에 엄마들한테 보고하기 좋게요. 나중에 제가 너무 재미없고 대화가 안 통한다고 하면 되고 전 당신이 절 안 좋아했다고 하면 되고요."소개팅 대처에 익숙한 듯했다.딱 봐도 경험이 많아 보였다.허설아는 QR코드 스캔해서 상대 sns를 추가했다.자기 소개를 하고 보니 상대는 조승현이라 하고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어 앞길이 창창해 보였다.조승현이 비상구 문을 열어 허설아를 먼저 보내려 했다.뒤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허설아."권지헌이 입을 열자 복도 센서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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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허설아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박희수도 상대를 놀라게 할까 싶어 조금 마음을 가라앉혔다. 게다가 상대가 정말 아가씨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아가씨? 어떻게 생각해요?"아주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허설아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쥐어짜며 말했다."……사모님,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랑 대표님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권지헌은 히죽 웃었다. 약간 뜬금없지만 귀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나랑 몇 시간 손 잡고 있다가 이제 와서 아무 사이도 아니래?"허설아는 민망함에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전화기 너머 박희수는 입을 틀어막았다. '잘못 들은 건가?'박희수가 권지헌한테 맞선 주선하려 안간힘을 쓰는데 권지헌은 이미 손까지 잡았다고?박희수의 숨을 들이키는 소리에 허설아는 왠지 난처해져 약간 화가 났다. 권지헌이 일부러 곤란하게 만드는 거였다."권지헌 씨, 이건 너무 하잖아요."말하자마자 허설아는 후회가 되었다.권지헌은 허설아가 화내고 짜증 내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깜빡했다.허설아가 화낼 때 권지헌은 제일 기뻐했다.역시나 허설아가 이름을 부르자 권지헌은 환하게 웃었다."이거 봐, 내 이름은 알고 있잖아? 하도 대표님, 대표님 하길래 우리가 사귀었던 것도 잊은 줄 알았네.""예전 얘기는 안 하기로 약속했잖아요……"그날 허설아는 전에 사긔었던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고 권지헌은 그러겠노라 답했었다. 그런데 지금 약속을 어기고 있었다.권지헌을 바라보는 허설아 눈빛에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정작 본인은 지금 자기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랐다. 하얀 얼굴에 화를 내서 얼굴이 노을처럼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고 동그랗게 뜬 눈에는 눈물이 차올라 몽롱한 안개가 한 층 낀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똑똑히 보고 싶기도 했고 그 안개 속에 자기 모습을 새겨넣고 싶었다.권지헌은 휴대폰을 들고 무심하게 둘러댔다. "엄마, 끊을게요. 여기 볼 일이 좀 있어요."박희수는 어느새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아들 연애 방해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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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허설아도 그제야 생각났다.권지헌 사촌누나인 유혜원도 이혼 문제로 발이 묶여 있었다."……잊어버렸어요, 불쾌한 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대표님, 이제 가도 되죠?""아직 대답 안 했잖아."뜬금없는 말에 허설아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권지헌 시선과 마주치자 감전된 것처럼 황급히 시선을 거뒀다.권지헌이 손으로 비상구 문을 막아 허설아가 나가지 못하게 했다."나랑 소개팅 할 거냐고."허설아의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손바닥에선 주체할 수 없이 식은땀이 났고 꽉 쥔 두 손은 땀으로 미끌거렸다.권지헌의 목소리가 허설아의 예민한 신경을 하나하나 건드렸다."대표님, 농담하는 거예요?"권지헌이 그저 순간적인 충동으로 한 말인지 허설아는 확신할 수 없었다.권지헌은 어색한 듯 바닥을 쳐다봤다.고개를 숙여 얼굴에 스친 미묘한 홍조를 감췄다."집에서 심하게 재촉하거든. 마침 너랑은 익숙하기도 하고."익숙해서?허설아 마음 한켠, 황량하고 적막한 그곳으로부터 한숨 같은 숨결이 흘러나왔다.진작 알았어야 했다.마음 속으로 아직도 뭘 기대한 건지 몰랐다. "그럼 다른 여자들과 익숙해지면 되죠. 볼 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할게요."권지헌 손이 여전히 문을 가로막고 허설아를 가지 못하게 했다.허설아는 고개를 들어 권지헌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공손하고 조심스러움 따위는 없고 날이 서고 고집스러운 말투였다. "직접적인 대답을 원하는 거라면 거절할게요.""저는 그쪽과 소개팅 안 해요, 권지헌 씨."권지헌의 손을 아등바등 떼어난 허설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비상구를 열고 나갔다.전혀 돌아볼 생각이 없는 단호함이었다.-다음 날, 허민정은 2인실로 옮겼다.노교수가 회진을 와서 환한 얼굴로 컨디션을 체크하고 수술 후 주의사항을 자세히 당부했다.허설아는 너무 고마웠다."선생님 수술비용을 어디서 지불해야 하는지 못 찾았어요."노교수는 평소 서원시에서 상시 진료를 보았기에 이번에 건영시에 와서 진행한 원정 수술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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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심장 우회술 비용 자체는 높지 않았다.하지만 권지헌이 부른 건 국내 최고 권위자였고 사용한 수술 기구도 최상급이었다.그 부분 비용은 말하지 않아도 권지헌이 낸 거였다.그정도 돈은 권지헌한테 별것 아니었다.하지만 허설아는 권지헌한테 빚지고 싶지 않았다."회사가 주는 인도주의 지원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안 돼요."허설아는 고집스럽게 요구했다."대표님 개인적인 목적의 지원은 회사와 무관해요. 혼동하면 안 되죠."회사 배려라면 인도주의 지원이지만 권지헌은 무슨 목적인지 알 수 없었다.높은 곳에 있는 상위자의 베품일까?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건가?두 사람은 하얀 타일 여러 장을 사이 두고 있었다. 닦여서 반질반질한 병원 바닥에 비친 늘씬한 여자의 실루엣이 문 앞에서부터 침대 옆으로 이동했다. 권지헌과 한 뼘 떨어진 곳에 멈춰섰다.권지헌은 곁눈질로 그 그림자를 슬쩍 보고 눈치채지 못하게 옆으로 살짝 자리를 옮겼다. 바닥 그림자로 보면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몸은 영원히 만날 일 없는 것처럼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을 피하기에 급급했다.마치 권지헌이 무슨 맹수라도 되는 양 허설아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한없이 경계했다. 그러면서 다른 남자는 경계도 하지 않고 결혼까지 할 수 있다니. "돈 좀 낸 것 뿐이야. 작은 부탁 하나 들어주면 돼."허설아는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그냥 대표님께 송금할게요."권지헌은 목이 좀 간질거렸다.하지만 병실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었다.허설아를 볼 때마다, 허설아 말을 들을 때마다 권지헌 마음속엔 불꽃 하나가 꺼질 듯 말 듯 짜증스럽게 다시 타올랐다.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권지헌은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다시 눈을 떴다. 눈빛엔 상위자의 위엄이 더해졌고 말투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은석 선생님은 국제적인 심장 전문의야. 그 신세를 네가 나한테 어떻게 갚을 건데?"허설아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확실히 맞는 얘기였다. 허설아도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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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말랑하고 향긋하고 부드러운 작은 케이크 같았다.허설아는 연일 쌓인 피곤이 싹 사라진 듯 연희를 안아 올리고 얼굴을 비볐다.아무리 안아봐도 부족한 기분이었다. "엄마, 이거 초희 이모가 사준 원피스인데 예쁘지?"연희는 엘사 공주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파란색 치마에 자그마한 스팽글이 가득 박혀 있었고 세트로 맞춘 크리스털 구두도 반짝반짝 빛났다.꼭 작은 공주님 같았다."예뻐. 초희 이모한테 고맙다고 했어?""했지! 초희 이모한테 뽀뽀도 엄청 많이 했어!"품 안에서 연희가 눈이 초승달처럼 휜 채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본 허설아는 그제야 안초희가 음성 메시지로 몇 번이고 연희가 아쉽다고 한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안초희는 이미 어떻게 남한테서 아이 양육권을 다툴지 알아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애 낳는 것보다는 빼앗는 게 빠르다더니.안초희는 벌써 둘째로 연희를 찜한 것이다!겨우 이틀 만에 안초희 머릿속은 온통 연희뿐이었다. 허설아한테 동의 받고는 SNS에 글 하나 올렸는데 자기 두 아이라고 쓰기도 했다.연희가 허설아 목을 안으며 물었다."할머니 좀 나아졌어?""많이 나았어. 지금 엄마랑 같이 할머니 보러 가자."이틀을 못 본 탓에 연희도 허민정이 보고 싶었다.연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서준이도 같이 데려가도 돼?""서준이도 안 갔어?"허설아가 온 건 이미 좀 늦은 시간이었다.그런데 전서준도 아직 데려간 사람이 없다니. 연희가 허설아 품에서 내려와 허설아 손을 잡고 교실 밖으로 뛰어갔다.텅 빈 교실 안엔 전서준 혼자뿐이었다.전서준은 손에 어린이 그림책을 들고 미간을 찌푸린 채 읽고 있었다.이따금 영어 단어 몇 개가 튀어나왔다.'이렇게 어린 아이가 벌써 영어 그림책을 보다니?''권씨 집안 아이는 진짜 빡세게 키우는구나.'연희가 나지막하게 불렀다."서준아."소리에 고개를 돌린 전서준은 허설아도 서 있는 걸 보고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전서준은 바로 눈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허설아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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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다행히 전서준은 먹는 걸 좋아하고 가리는 게 없었다. 허설아는 유치원 맞은편 소고기 전골집을 찾았다.가게가 작지 않았는데도 사람이 많아서 문 앞에서 대기해야 했다.가게 주인은 허설아가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온 걸 보고 시원하게 막 치운 자리를 내주었다.주문을 마치자 주인은 두 아이한테 과일도 갖다주었다.음식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허설아는 권지헌한테 식당 주소를 전송했다.두 아이는 그림책을 보며 아주 조용히 기다렸다.아이들을 보고 있던 허설아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허설아는 기다리는 동안 백그라운드 메시지를 처리했다.전에 완성한 그림 말고도 아직 그려야 할 의뢰가 쌓여 있었다.마감이 다가오는 그림들을 골라 의뢰인과 구도랑 요소를 소통하고 나자 전골 속 소고기가 알맞게 익어있었다. 식당에 도착한 권지헌이 밖에 차를 세우고 들어왔다.비즈니스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았다.전골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손님들 얼굴엔 만족과 행복이 가득했다.권지헌은 잠시 멈춰 서서 전골집 안을 훑으며 허설아를 찾았다. 주인이 다가와 물었다. "손님, 몇 분이세요?"이미 허설아를 발견한 권지헌은 목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분위기 탓인지 얼음장 같은 기운도 한결 줄어든 듯했다. 권지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기다리는 사람 있어요.""아, 저 테이블이시군요. 아내분께서 손님 오시면 식사 시작하신다고 하셨는데 나머지 음식 지금 가져다드릴까요?"주인의 아내라는 호칭에 권지헌은 잠깐 멈칫했다.하지만 해명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네."몇 걸음만에 식탁 앞에 도착한 권지헌은 한 손으로 단추를 풀어 값비싼 정장을 벗어 옆에 내려놓았다.전서준은 권지헌을 보자 눈이 반짝이며 전골 속 소고기를 보며 말했다. "삼촌 드디어 왔네요! 저 배고파 죽을 뻔했어요! 설아 이모가 기어이 삼촌이 오면 같이 먹어야 한대요=."허설아가 그렇게 말한 건 전서준이 너무 참을성이 없어서였다.고기를 전골 냄비에 넣자마자 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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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고마워, 설아야."아마 수증기가 올라온 탓인지 허설아는 얼굴이 좀 뜨거운 것 같았다.전서준이 말했다."손잡기도 해야 해요. 그럼 아까 일은 넘어갈게요."밥을 좀 먹더니 목소리가 아까보다 더 높아졌다.허설아와 권지헌이 협조하지 않으면 목청이 지붕을 뚫을 기세였다.허설아는 억지로 손을 내밀어 권지헌 손가락 끝을 잡았다.그런데 권지헌 손바닥을 뒤집으며 손쉽게 허설아와 깍지를 꼈다.손을 빼려 하자 권지헌은 허설아 손을 잡아당겨 빼지 못하게 했다.전서준은 그제야 됐다고 말했다. 권지헌은 천천히 손을 떼면서도 여전히 허설아 손끝을 잡고 다른 손으론 냅킨 몇 장을 뽑아 허설아 손등에 튄 국물을 닦았다.권지헌은 아주 세심하게 정교한 예술품을 닦듯 닦았다. 먼지가 내려 앉은 곳을 닦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남자의 건조한 손바닥에서 느껴진 온기가 손바닥이 맞닿은 곳으로 전해지며 전류처럼 연약한 신경들을 하나하나를 타고 흘렀다.허설아는 손가락이 좀 저릿하기 시작했다. 권지헌이 다 닦아주자 허설아는 그제야 손을 거뒀다.그때 연희가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허설아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서준이 삼촌 고마워요."똑같이 질서 유지기인 연희도 만족하지 못했다."엄마, 삼촌은 이름이 없어요?"전서준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요! 우리 삼촌 이름 진짜 멋있어요! 설아 이모, 우리 삼촌 이름 몰라요? 제가 알려드릴게요!"허설아는 처음으로 똑같이 질서 유지기인 아이 둘을 데리고 밥 먹으러 나온 건 고문이라는 걸 느꼈다.연희 입술이 삐죽 나온 걸 본 허설아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고마워요…… 지헌 씨."마지막 말은 거의 기어들어갈 듯한 소리였다.연희와 전서준은 이내 기뻐하며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권지헌 입가의 미소는 사라질 줄 몰랐다. "오늘 서준이 데리러 가는 걸 깜빡했어. 고마워."고유민은 유혜원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에 갔고 박희수는 권지헌이 전서준을 데리러 갔다고 생각해서 권지헌한테 연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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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아이들은 고기튀김을 먹겠다고 떠들었다.권지헌이 벌떡 일어나더니 두 개를 가져와 아이들 그릇에 하나씩 놓고 자연스럽게 말했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설아 이모 밥 먹게 해드려."허설아는 잠깐 멈칫했다.엄마로서 허설아는 사실 밥 먹을 때 온 신경을 아이한테 쏟는 게 익숙했다.집에서 밥 먹을 땐 허설아와 허민정이 번갈아 먹었다.밖에 나가면 허설아는 대부분 아이를 돌보다가 아이가 배부르면 그제야 급하게 몇 입 먹곤 했다. 항상 자기 자신을 돌볼 겨를은 없었다.권지헌이 그걸 눈치챘을 줄이야.허설아는 고개를 숙여 밥을 먹으며 곁눈질로 권지헌이 인내심 있게 아이들한테 고기를 잘라주고 국을 떠주고 동물 모양 호빵을 가져다주는 걸 보았다.그리고 냅킨으로 부드럽게 연희 입가의 국물을 닦아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더 먹을래?"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다시 저었다."안 먹을래요, 배불러요. 삼촌이 드세요."말하면서 그릇에 있던 국물이 좀 묻은 돼지 모양 호빵을 들어 권지헌한테 먹여주었다.허설아가 막 말리려던 찰나 권지헌이 입을 벌리고 호빵을 받아먹었다. 무척 인내심 있고 심지어 애지중지하는 것 같기까지 했다.허설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권지헌은 나중에 분명 아주 좋은 아빠가 될 것이다.권지헌과 집안도 걸맞는 서로 존중하는 아내와 평생을 함께 할 것이다. 허설아가 일어나서 계산하러 가자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어머, 남편 분이 벌써 계산하셨어요! 가족들이 다 너무 예쁘고 잘생겼네요!"네 사람의 외모는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가게 안 손님들이 자꾸 몰래 이쪽을 쳐다보았다.식당이 유치원 맞은편이라 연희와 전서준 반 학부모도 있었다.나갈 때 한 테이블과 마주치기도 했다. 아이가 벌떡 일어나 두 아이한테 인사했고 학부모도 웃으며 눈인사를 나눴다.상대 학부모 시선이 허설아와 권지헌을 번갈아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연희 엄마, 연희 엄마랑 서준이 아빠 가족이에요?"허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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