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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탕수육
날이 밝아왔지만 남거리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고, 채소 상인들은 이슬을 머금은 채소를 하나하나 늘어놓았다. 아침 식사 가게는 시루를 열었고 주인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은 조금씩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아침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왕래하는 상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율은 2층 다락방에 서 있었는데, 얼굴색이 매우 어두웠다.

육진도 죽을 맛이었다. 그들은 이미 한 시진 동안 서 있었는데 다리가 저려 죽을 지경이었다.

한 시진 전, 그는 후부로 돌아왔고, 이 일로 인해 이율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율이 꿈속에서 고유린의 이름을 중얼거려, 하인이 고유린을 모시러 갔다가 허탕을 친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있었던 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율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안 좋아져서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단지 한마디만 물었다.

“그래서 고유린 혼자 거기에 남겨두고 온 것이냐?”

육진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이율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게 질투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게 싫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고유린을 데리고 오지 않아서 화가 난 것이었다.

육진이 의하해서 대답하기도 전에 이율은 이미 말을 타고 채운헌으로 달려갔고 그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율은 말을 타고 남거리에 도착한 후, 오히려 서두르지 않고 채운헌 맞은 편의 2층으로 올라가 시야가 좋은 곳을 찾아 바라보기만 했다.

들어가지도 않고 그저 한순간도 시선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시진 동안 서있자 아침 시장까지 열렸다.

육진은 조용히 발을 옮겼다. 그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몰랐다. 왜냐하면 남거리의 가게는 아침 시장이 끝나서야 문을 열었는데 수십 년 동안 그래왔다.

육진이 손목을 움직이려고 할 때 채운헌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이때 마른 체구에 긴 면사 모자를 쓴 사람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의 소리와 함께 나타난 하얀 면사모자를 쓴 사람은 유난히 눈에 띄어 상인들은 하나둘씩 곁눈질을 했다.

육진은 한눈에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 바로 고유린이 어젯밤에 입은 옷이라는 걸 알아챘다.

“후작나리?”

그러자 이율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멈추고 아래의 양채평을 바라보았다.

양채평과 하녀는 마차 안에서 졸고 있었는데, 하녀가 먼저 발견하고 양채평을 흔들어 깨웠다.

“주인님, 고유린이 나왔습니다.”

양채평은 몸을 곧게 펴고 밖으로 동전 한 움큼을 던졌다.

“얼른 가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것이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여자의 면사 모자를 벗기고 모든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이게 해야 한다.”

그러자 몇 명의 거지가 몰려들어 바닥에 떨어진 돈을 모두 주운 후, 면사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 면사를 벗기려고 했다.

면사 모자를 쓰고 있던 사람은 모자를 움켜쥐고 이리저리 피하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더러운 거지의 손이 모자를 쓴 사람의 엉덩이에 닿으려고 하자 육진은 급해서 땀을 흘리며 말했다.

“주군, 고 아씨께서…….”

그러자 이율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말했다.

“누가 저 사람이 고유린이라고 하던가?”

육진은 놀라서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내밀고 보았다.

조롱을 당하던 사람이 모자를 벗자 곰보가 가득한 젊은 머슴이었다.

양채평은 그를 보고 놀라서 입을 떡 벌렸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타나서 그들의 마차를 사람들 가운데로 끌고 갔다.

이때 여유만만하던 곰보 머슴이 갑자기 마차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귀인님, 제발 선심을 써주십시오. 영신후부의 세력이 크시니 저희 같은 천한 사람과 따지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는 작은 장사를 하고 있는 백성일뿐이니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면 곤란합니다. 제발 넓은 아량으로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시장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행인들도 걸음을 멈추고 마차 위에 걸려 있는 영신후부의 등롱을 가리키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양채평은 주위를 둘러보며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내가 언제 당신들을 괴롭혔다는 거야? 헛소리하지 마.”

이때 봉사림이 손에 화려한 상자를 들고 가게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말했다.

“귀인님께서 이 공작 깃털실로 만든 망토를 원하신다면 가져가시면 그만인 것을, 굳이 사람을 데리고 가게로 와서 소란을 피우실 필요 없습니다. 저 같은 과부가 실직해서 작은 가게를 여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거리의 행인들은 손가락질하기 시작했고, 후부의 사람이 망토 한 벌을 위해 사람을 고용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채평은 처음에 반박할 마음이 있었지만 망토를 본 순간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상자 안의 망토는 자수가 화려하고, 아침 햇살에 비취자 빛이 나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양채평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져보려고 했지만 봉사림은 재빨리 상자를 닫고 그녀 옆에 있는 하녀의 손에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

“이 망토는 공작 깃털로 만든 것이라 햇볕을 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가져가셔서 천천히 보십시오.”

말을 마치자 마부는 즉시 마차를 몰고 두 사람을 끌고 후부로 돌아갔다.

이 모든 것이 끝난 후, 하녀 차림의 고유린이 왔고, 그 뒤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두 남자가 뒤따랐다.

고유린은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말했다.

“주인님, 방금 일어난 일은 저도 봤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 공주부의 귀인이 망토를 가지러 왔다가 부딪힐 뻔했습니다.”

봉사림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망토가 완성되자마자 후부의 사람들에게 빼앗겼습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남자가 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뭡니까? 공주님께서 원하는 물건을 감히 다른 사람에게 줬다는 말입니까?”

봉사림은 즉시 무릎을 꿇고 울며 하소연했다.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영신후부의 양아씨께서 사람들을 데리고 저희 가게의 동료에게 손찌검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어찌 감히 반항을 하겠습니까?”

고유린은 비틀거리는 머슴들의 연기가 너무 실감 나서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그녀는 놀란 척하며 물었다.

“세상에, 어떻게 사람을 이 지경까지 때릴 수가 있습니까?”

그녀는 난처한 척하며 말했다.

“두 분께서도 보셨겠지만, 저희가 공주님을 존경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양아씨께서 후부의 사람이라 저희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고유린은 향낭에서 금전을 두 개 꺼내 두 남자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두 분께서 저희를 대신해 공주님 앞에서 얘기를 잘해 주십시오.”

두 사람은 금전의 무게를 가늠한 뒤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떠났다.

고유린과 봉사림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몸을 돌리자 순간 웃음이 얼굴에 굳어졌다.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이율이 비단옷을 입고 차갑고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고유린은 그가 언제 왔는지 몰랐고, 어디서부터 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율은 한눈에 그녀가 고의로 양채평을 모함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하필이면 사건의 전말을 그에게 들려줄 수도 없고, 말한다고 해도 이율이 그녀의 억울함을 들어줄 만큼 인내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비록 이 일을 양채평에게 뒤집어씌웠지만, 양채평은 결국 후부의 사람이니 후부가 연루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고유린은 그가 조정에서의 잔인한 수단들을 떠올리며 후부에서 들려 나간 시체들을 생각하니 얼굴의 핏기가 조금씩 가셨다.

이율은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고, 매 걸음마다 그녀의 마음을 밟는 것 같았다.

고유린은 마중 나가 겁을 먹은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나리님.”

이율은 그녀의 오른손을 들어 몸에 지니고 있던 손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주며 말했다.

“누가 그 더러운 두 남자를 만지라고 했느냐?”

고유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리님, 혹시 다 보셨습니까?”

“그래.”

고유린은 긴장해서 그의 손가락을 잡고 말했다.

“그럼 나리님께서는 저를 잡으러 오신 겁니까?”

이율은 강제로 그녀와 깍지를 끼우고 말했다.

“아니다. 난 너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왔다.”

날이 훤히 밝아, 따뜻한 햇볕이 사람을 따스하게 비췄다.

고유린의 심장은 한 박자를 놓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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