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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탕수육
“데려가다니? 울지 말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말해보거라.”

소하는 흐느끼며 방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고유린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나빠졌다.

“내가 여러 번 경고했지 않느냐? 후원 사람들과 충돌하지 말라고, 왜 이렇게 경솔한 것이냐?”

소하의 흐느끼는 소리는 조금 줄어들었고 쭈뼛쭈뼛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유린은 소하의 낭패한 모습을 보며 차마 계속 꾸짖을 수가 없었다.

“상자의 돈을 꺼내서 의원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아먹거라. 그리고 요 며칠은 시중들지 않아도 된다.”

소하를 내보낸 후, 고유린은 직접 양채평의 벽수각에 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말을 전하러 나온 하녀는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

“봉 주인은 우리 아씨의 옷을 재어주고 바로 떠났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후작나리님을 찾아가십시오.”

고유린은 즉시 알아챘다. 봉사림은 그녀를 만나지 못한 이상 자기 발로 나갔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분명 누군가가 그녀를 내쫓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양채평의 성격상, 체면이 구겨지기 싫어서라도 더 이상 봉사림을 후부로 들여 고유린을 찾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

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날이 어두워지면 직접 나가기로 결정했다.

밤이 되자, 고유린은 하인의 옷을 갈아입고 긴 면사 모자를 쓰고 옆문으로 몰래 나갔다.

사각문에서 하녀 한 명이 고개를 내밀고 고유린이 떠난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벽수각으로 돌아가서 양채평에게 말했다.

“주인님, 제가 정확하게 봤습니다. 하인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분명 고유린이었습니다.”

양채평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옷을 만드는 것뿐인데 채운헌의 주인이 직접 올 리가 없다고. 고유린처럼 소심한 사람이 나에게 사람을 요구할 리가 없어. 그러니 이 안에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그러자 하녀도 맞장구를 쳤다.

“설마 남자를 만나러 간 건 아니겠지요?”

양채평은 들을수록 더욱 흥분했다.

“사람을 보내 주시하라고 해. 나는 후작나리를 찾아가서 같이 현장을 덮칠 테니까. 그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간에, 난 반드시 현장에서 증인과 증거물을 모두 잡을 것이야.”

두 사람은 흩어졌고 양채평은 이율이 서재에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달려갔지만 문 앞에서 가로막혔다.

머슴이 들어가서 통보를 했지만 나온 사람은 육진이었다.

“후작나리께서 쉬고 계십니다. 무슨 일입니까?”

양채평은 손수건으로 은자를 싸서 조심스럽게 건네며 말했다.

“후부에 내적이 생겨 내가 특별히 후작나리께 아뢰러 온 것입니다. 그러니 육 시위께서 통보해 주십시오.”

육진은 은자를 보지도 않고 바닥에 뒤엎었다.

“고작 이 은자로 후작나리를 귀찮게 하려고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습니까?”

양채평은 그가 들어가려는 것을 보자 황급히 설명했다.

“육시위, 방금 한 말 모두 사실입니다. 그 내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고유린입니다. 후원의 여자가 그런 더러운 일을 저질렀는데 후작나리께서 속아 넘어가면 안 되지 않습니까?”

“방금 누구라고 했습니까?”

양채평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고… 고유린입니다.”

그러자 육진은 동작을 멈추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율을 따라다녔고, 이 세상에서 이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고유린이 이율의 마음속에 어떤 위치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이는 그도 감히 이율을 방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인 만큼 소홀히 대할 수는 없었다.

육진은 돌아서서 말했다.

“먼저 나와 가봅시다.”

양채평은 잠시 망설이다가 즉시 육진을 데리고 나섰다.

육진은 이율의 심복이니, 그가 가는 건 이율이 가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양채평은 반드시 고유린 그 천한 년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채운헌에 도착하자, 감시하고 있던 하녀가 즉시 다가왔다.

“주인님, 고유린이 안에 있는데 오자마자 주인과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꽉 닫고 안에서 무슨 부끄러운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양채평이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

“육시위, 당신도 봤지요?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는 게 아니라면 왜 문을 잠그는 것입니까?”

육진은 그녀를 무시하고 바로 벽을 넘어 불이 켜진 유일한 방을 찾아 조용히 다가가 귀를 칸막이 문에 대고 엿들었다.

그의 경공은 아주 뛰어나서 보통 사람은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방에는 두 여인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였고 나이가 많은 여자와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씨, 그건 곤란합니다. 만약에 후부의 사람에게 들키면 저는 죽습니다. 제발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마십시오.”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모든 뒷감당은 내가 하겠다고 하지 않느냐? 내 말만 들어…….”

육진은 숨을 내쉬며 허리춤의 비수를 꽉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사람을 죽일 기세였다.

이때 고유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봉주인, 내가 양채평이 준 가격보다 두 배를 더 줄 테니 그녀의 옷에 특수 재료를 넣어 온몸이 근질근질하게만 하면 된다니까. 화라도 좀 풀게 말이야.”

아무 표정 없이 듣고 있던 육진의 얼굴은 더욱 차가워졌다.

‘내적에 내통이라더니. 그저 두 여자가 질투하는 수작에 불과한 것이었잖아. 한밤중에 바보 같은 여자가 누굴 가지고 노는 거야 뭐야?’

그는 몸을 돌려 2층에서 뛰어내려 더 이상 양채평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떠났다.

양채평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러자 하녀가 옆에서 추측했다.

“혹시… 고유린의 추악한 짓을 보고 후작나리께 보고 드리러 가는 거 아닐까요?”

양채평은 문득 깨달은 듯이 말했다.

“분명 그럴 거야. 우리는 여기서 고유린의 처참한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

“주인님, 그런데 만약에 아무 일도 없어 육시위가 귀찮아서 돌아가는 거면 어떡합니까?”

“닥치거라.”

양치평은 입으로는 꾸짖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당황했다. 한밤중에 육진을 불러왔는데, 만약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괜히 그에게 미움만 사게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서 더러운 거지 몇 명을 찾아 문 앞을 막고, 고유린이 나오면 덤비라고 하거라. 사람은 많을수록 좋고, 아무 일도 없다고 해도 고유린이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떠나게 해서는 안 돼.”

한편, 육진이 떠난 후, 고유린은 문을 열고 자세히 점검한 후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봉사림을 칠흑 같은 다락방으로 데려가 얘기를 했다.

봉사림은 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께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을 알아차렸기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 들통났을 것입니다.”

고유린은 그녀에게 잡담은 삼가라고 손짓했다.

봉사림은 다리를 치며 말했다.

“며칠 전에 소주 분점에서 우리에게 원단을 보내왔습니다. 수로로 운수를 했는데 글쎄 중간에서 물적 떼를 만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금전의 손해도 손해지만…….”

그녀는 걱정스러워 주먹을 움켜쥐고 말했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공작 깃털실이 한 통 있는데, 공주부에서 보름 전부터 예약을 해서 공주의 정부에게 망토를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다음 달이면 물건을 납부해야 하는데 지금 소주에서 화물을 다시 보낸다고 해도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공주부의 미움을 살 순 없지 않습니까?”

“공주? 무양 공주 말인가?”

봉사림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고유린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무양 공주는 폐하의 어린 딸로, 어릴 때부터 오만하며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겼다. 고유린은 그녀가 경성에서 사람을 죽게 만든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그런 괴팍한 귀인은 얻을 수 없는 물건도, 감히 죽이지 못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었다.

봉사림은 초조해하며 말했다.

“주인님, 어서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건 정말로 머리가 날아갈 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고유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다락방의 창을 열고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한 계집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대여섯 명을 데리고 어둠 속에 숨어서 계속 채운헌 입구를 주시하고 있는 걸 보았다.

“봉주인, 걱정하지 마.”

고유린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주인과 하녀를 쳐다보더니 냉소했다.

“저기 두 마리의 희생양이 있지 않는가?”

남자를 빼앗는 건 괜찮지만 그녀의 돈줄을 끊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양채평이 자신을 해치려고 하니, 자신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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