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 가주는 곧장 요구를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유소영을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너는 사씨 가문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유소영은 사실대로 답했다.“들은 바는 있지만, 안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선나라 사씨 일족은 한때 천하제일 세가였고, 백 년 넘게 이어져 온 가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반역을 꾀한 죄로 무창제에게 멸문당했지요.”사씨 가주가 차갑게 코웃음 쳤다.“반역이라…… 죄를 씌우려 들면 구실이야 어디 없겠느냐.”그녀의 얼굴에 문득 옅은 슬픔이 스쳤다.이윽고 그녀가 다시 물었다.“천하에 세가가 사씨만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사씨 가문이 제일이라 불렸는지 아느냐?”유소영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사씨 가주는 그녀가 모를 줄 알았다는 듯 냉담하게 말했다.“사씨가 수백 년 동안 쌓아 온 가학의 깊이와 인맥은 누가 황제가 되든, 설령 왕조가 바뀌어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사씨의 문하생과 옛 관리들은 조정과 민간 곳곳에 퍼져 있었지. 우리는 앞에 나서 다투지 않았고, 굳이 권력의 전면에 서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누가 설지는 대개 우리가 정했다.”“사씨는 제일의 가문으로 인정받았고, 사씨 집안의 딸에게는 백 가문이 구혼한다는 말까지 있었지. 새로 선 권력은 사씨와 혼인으로 얽혀 권력을 다지고자 했다. 하지만 나무가 크면 바람도 거센 법. 역대 왕조에도 무창제처럼 사씨를 뿌리 뽑으려 한 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멸족에 가까운 재앙을 겪어도, 사씨의 뿌리만큼은 결코 뽑히지 않았지.” “봄바람만 불면 다시 돋아나는 그 질긴 생명력이야말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사씨의 뿌리가 땅속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으니까.” “본래부터 강대한 힘을 지닌 데다, 같은 세가 명문들과 끊임없이 혼인을 맺고 인맥을 넓혀 세력을 다졌다. 그렇게 무너지지 않는 벽을 세워, 사씨의 명맥을 대대로 지켜 온 것이다.” “무창제가 사씨 일족을 멸했다 해도, 지금 사씨 잔당이라 불리는 자들은 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