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극 로맨스 / 부군의 형님 / Chapter 801 - Chapter 810

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801 - Chapter 810

874 Chapters

제801화

이토록 노골적인 위협을 마주하자 유소영은 문득 무력감이 밀려왔다.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어르신께서도 고준형의 성정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가 한 번 결정한 일은 누구도 말릴 수 없습니다.”사씨 가주는 마치 자애로운 어른처럼 그녀의 머리를 틀어 올려 주며 말했다. “네가 남겠다고만 한다면, 어쩌면 그 아이도 기꺼이 남으려 할지도 모르지.”유소영은 갈수록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는 선나라 사람이 아닙니다. 선나라에 남을 수는 없습니다.”하물며 그녀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었다.아버지와 송씨 가문 군사들이 억울하게 죽었고, 배후의 진범인 신왕은 법망을 피해 버젓이 살아 있었으며, 어머니마저 불길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몰아붙였다……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했다.사씨 가주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서렸다.그녀는 청동 거울 속에 비친 젊고 고운 얼굴을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어째서 남으려 하지 않느냐?”“사씨 가문에 시집와 사씨 가문의 맏며느리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나는 이미 한발 물러나 조상의 규칙까지 어기면서까지 너를 문안으로 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너는 대체 무엇이 더 불만이냐? 네가 선나라에 남아 고준형의 곁에 있기만 한다면, 사씨 가문의 모든 것을 너도 누릴 수 있거늘…….”유소영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이윽고 그녀가 마침내 반박했다.“어르신과 같은 사씨 가문의 맏며느리가 되라는 말씀입니까? 저는 원치 않습니다.”“어르신은 전혀 고준형의 조모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명을 재촉하는 존재 같습니다.”사씨 가주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네가 지금 무어라 했느냐?”다음 순간, 그녀는 유소영을 세차게 잡아끌어 일으켰다.유소영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허리를 화장대 가장자리에 부딪쳤고, 밀려오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눈앞의 이 늙은 여인에게 이토록 큰 힘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소영은 아픔을 참으며 맞섰다.“어르신께서 듣기 싫어
Read more

제802화

고준형이 사씨 저택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유소영이 조모에게 이끌려 이곳으로 왔다는 말을 듣고 곧장 달려왔다.앞채 안.조손 사이에는 그 어떤 온기도 없었고, 오직 공무를 처리하듯 딱딱한 소원함만 감돌았다.고준형이 물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사씨 가주는 차분히 차를 마시며 말했다. “사람은 뒤채에 있으니, 가 보면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게 될 게다.”고준형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곧장 뒤채로 향했다.하인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자,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방문은 바깥에서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문밖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아민은 고준형을 보자 곧 고개를 숙여 예를 올렸다.저택의 하인이 자물쇠를 열어 고준형을 들여보냈다.그리고 다시 문을 닫았다.방 안.유소영은 고준형을 보며 눈가에 몇 줄기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순조롭게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고준형은 성큼 다가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별일 없었소? 조모님께서 그대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으셨소?”그에게는 오직 걱정뿐이었다.이곳으로 오는 길 내내 그의 마음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유소영이 그를 밀어냈다. “저는 괜찮습니다.”고준형이 곧이어 물었다. “그대 곁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어찌하여 조모님께 붙잡힌 것이오?"유소영이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스스로 따라온 것입니다.”그녀는 고준형에게 신왕을 조사하던 일과 사씨 조모의 위협에 대해 설명했다.“사람 하나 죽이는 것쯤 어렵지 않소. 내가 그대를 밖으로 내보내 주겠소.” 고준형이 이렇게 말한 것은 그녀를 도와 이 일을 처리해 주려는 뜻이었다.그러나 유소영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당신의 조모님께서는 제가 당신을 설득해 남기기를 바라십니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셨으니, 아마 저를 쉽게 보내 주지는 않으실 것입니다.”고준형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다.“개의치 마시오.”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막 문가에 이르렀을 때, 사씨 가주가
Read more

제803화

사씨 가주는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유소영에게 들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제 그녀는 빌미를 잡혔고, 약점까지 드러낸 셈이었다.결국 그녀가 방심한 탓이었다.그녀의 말투는 전처럼 강경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유소영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밤이 이리 깊었으니, 이만 일찍 쉬거라.”그 말만 남기고 사씨 조모는 그곳을 떠났다.유소영과 고준형은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은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고준형은 유소영의 손을 잡고 침상 곁에 앉히며 말했다. “조모를 위한 다른 의원을 알아보겠소. 그대가 이 일에 얽힐 필요는 없소.”유소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얼굴을 굳혔다.“함부로 손대지 마십시오. 전 아직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고준형의 얼굴에 한결 편안한 미소가 떠올랐고, 눈빛도 더없이 부드러워졌다.“알겠소. 내가 경솔했소.”유소영은 곧이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조모님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고준형은 몹시 지쳐 있었다. 그저 그녀를 안고 잠시 눕고 싶을 뿐이었다.“밤이 깊었소. 우선 좀 쉬시오.”“제 생각에는 대를 잇는 일에 다른 방도가 있을 듯합니다.”“무슨 방도 말이오?” 고준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씨 가문의 대를 이어 가는 일은 실로 중대한 일이었고, 조모 역시 진심이었다.유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오늘 조모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데려오실 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방은 본래 당신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곳인데, 당신은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다고요.”고준형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소. 그대에게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나 역시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오.”유소영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러셨습니까?”고준형은 태연히 시선을 돌렸다. “나는 처음부터 사씨 가문에 남을 생각이 없었소. 그러니 조모와 지나치게 가까워질 필요도 없었지.”“정이 깊어지면 당신은 떠나기 어려워지고, 그분도 당신을 보내기 어려워질까 봐
Read more

제804화

고준형은 사람을 살피는 데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도 능했다.하지만 때로는 그가 헤아리는 것이 유소영만큼 세심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유소영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사씨 가주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보면, 그분도 그저 평범한 여인이자 손자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할머님일 뿐입니다.”“오늘 저와 명문대가에 관해 이야기하실 때 쓰신 단어들을 보면, 대부분 사씨나 그들이라고 지칭하셨지, 우리 사씨 가문이라는 표현은 거의 쓰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사씨 가문이라는 신분에 대해 그리 유대감을 느끼지 않으시는 듯했고, 심지어 거부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이는 명문대가의 부인들에게서 실로 보기 드문 일이지요.”“사씨 가문 같은 명문가는 고사하고, 평범한 대갓집만 해도 여인들은 시댁의 성씨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걸핏하면 입에 올리기 마련이니까요.”“조모님께서는 틀림없이 과거에 이를 혐오하고 기피하셨을 겁니다…… 물론 이는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 반드시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유소영은 말을 마친 뒤 고준형이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했다.고준형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그의 눈빛이 차츰 무겁게 가라앉았다.“내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오.”“나는 줄곧 사씨 가문의 사내들이 떠난 후, 조모님께서 홀로 사씨 가문을 지탱해 오셨고 심지어 사씨 가문의 가주까지 맡으셨으니 그분이 사씨 가문을 그 무엇보다 중하게 여기신다고만 생각했소. 사씨 가문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이오.”“이제 그대에게 이런 세세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조모님을 지나치게 강인하고 냉혈한 사람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소.”“당년의 그 멸족의 참화 속에서 가장 참혹하게 죽어간 이들은 모두 그분의 핏줄이자 가족들이었지.”“그분이 이를 어찌 내려놓을 수 있겠소.”“한 명의 평범한 여인으로서, 사씨 가문의 명성이 어떠한들 그분이 어찌 마음을 쓰겠소. 그분은 그저
Read more

제805화

유소영은 하루 동안 지친 터라 그저 일찍 쉬고만 싶었다.그녀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준형이 방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즉시 다시 일어나 앉으며 옷을 걸쳐 입었다.“조모님을 뵈러 갔던 것입니까?”고준형은 침상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으나, 곧장 그녀에게 뿌리쳐졌다.“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시고 손대지 마십시오.”고준형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일 년 못 본 사이에 성깔이 제법 늘었소.”예전의 그녀였다면 결코 이러지 않았을 터였다.유소영은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혼인한 사이도 아닌데 한방에 있으니, 당연히 예의를 지켜야지요.”그러고는 다시 본론으로 화제를 돌렸다.“조모님께서는 좀 어떠십니까?”고준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에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그대의 일깨움 덕분이오. 내가 방금 일부러 조모님께 그대를 데려와 주어 매우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소. 아울러 이곳에 자주 들르겠다고 했더니, 조모님께서는 과연 이전처럼 엄하게 굴지 않으셨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나더러 그대에게 잘해 주며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까지 하셨소.”유소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효과가 이렇게 빠를 줄이야.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고준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벗고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유소영은 깜짝 놀라 즉시 침구를 끌어당겨 몸을 감쌌다. “뭐 하시는 겁니까!”고준형은 몸을 굽혀 한 손을 그녀의 머리맡에 짚고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연극을 하려면 끝까지 해야지. 조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내가 거짓을 고했소. 조모님께서 악역을 자처해 주신 덕분에 도리어 우리가 화해하게 되었고, 그대가 이미 나와 한 침상에 들기로 동의했다고 말이오. 조모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더니 과연 기뻐하셨소……”“뭐라고요?!”유소영의 안색이 새파래졌다가 다시 하얗게 질려갔다.어찌하여 자신까지 진흙탕 싸움에 끌어들인단 말인가?고준형이 침상 위로 올라오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즉시 저지했다. “안 됩니다, 올라오지 마십시오!”고준형이 갑자
Read more

제806화

다음 날.유소영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그녀는 사씨 조모의 처소로 가 맥을 짚고 독을 풀어주려 했다.몸종이 그녀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 얼핏 보기에 사씨 조모는 보이지 않았다.알고 보니 안쪽에 가려진 문이 하나 있었다.몸종이 가려진 문을 열자 문 뒤로 밀실이 하나 드러났다.사씨 조모는 바로 그 밀실 안에 있었다.문을 정면으로 마주한 벽에는 위패가 여러 줄로 놓여 있었고, 위패 앞에는 향이 피워져 있었다.사씨 조모는 향을 올리는 중이었는데, 그 뒷모습이 한없이 경건해 보였다.유소영은 눈앞의 광경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위패가 너무 많아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사씨 조모는 그녀를 등진 채 꽤 엄숙한 어조로 분부했다.“이리 와서 사씨 가문 선조들께 향을 올리거라.”곁에 있던 몸종이 향 한 대를 건넸다.유소영은 그것을 받아 향로 앞으로 다가가 한 번 절한 뒤 향을 꽂았다.사씨 조모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다.“네가 고준형과 비록 화리했으나, 한때 그가 정식으로 혼례를 올려 맞아들인 부인이니 사씨 가문의 사람이라 할 수 있지.”유소영이 고개를 숙였다.“예.”사씨 조모는 그 위패들을 바라보며 슬픈 눈빛을 띠었다.“이십여 년 전, 사씨 가문의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들의 위패를 세우는 것뿐이었지. 그들 중 많은 이들의 시신은 찾지도 못했다. 내 딸과 외손자의 시신을 포함해서 말이다.”“무창제는 일찍부터 흉포한 야심을 품고 사씨 가문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하려 했다. 그는 명문대가를 무너뜨려야 모든 대권을 자신의 손아귀에 쥘 수 있다고 여겼지.”“내 평생 가장 후회하는 것은 딸을 궁으로 시집보낸 일이다.”“내 딸은 황후가 되었고, 혼인하고 일 년 뒤에 장남을 낳았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딸이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무창제 역시 좋은 남편이라 여겼지.”“누가 알았겠느냐, 내 외손자 호연이가 고작 열다섯 나이에 황제를 핍박하고 반역을 꾸몄다는 누명을 쓸 줄을.”“무창제는 사씨 외
Read more

제807화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유소영은 사씨 조모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추궁하듯 물었다. “제 아버지의 일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사씨 조모의 어조는 평온했고, 그리 큰 감정의 파문이 일지 않았다.“고준형을 위해 내 일찍이 충용 후작부 안팎을 샅샅이 조사한 적이 있다. 후작부의 그 노부인, 그녀의 아비인 염만산이 바로 네 부친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운 자인 듯싶구나. 훗날 신왕이 송씨 가문 군사들의 누명을 벗겨주면서, 염만산 역시 죄를 물어 처벌받았다. 충신을 무고하여 해친 죄로 가문 전체가 멸문지화를 당했지.”유소영의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다.“정말 그렇단 말입니까……”염만산이 아버지를 무고했다고?아니…… 그럴리가 없다!그녀는 아버지와 송씨 가문 군사들의 사건에서 신왕이 바로 배후의 진범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렇다면 염만산의 신상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가 신왕의 명을 받들어 신왕을 위해 일하며 아버지를 무고했거나, 혹은 염만산 역시 누명을 쓴 것일 터였다!신왕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나니, 그녀는 후자 쪽으로 더 마음이 기울었다.신왕이 지금처럼 병권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은 단숨에 두 명의 무장을 제거했기 때문일 터였다…… 비록 마음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지만, 진상이 무엇인지는 결국 증거로 판단해야 했다.유소영은 다급하게 사씨 조모를 추궁했다. “그 사건에 대해 또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사씨 조모는 여전히 담담했다.“더는 없다. 이 사건은 조정의 기밀이기에 군심이 동요하는 것을 막고자 내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것이다.”“만약 일부러 조사하지 않았다면 염만산이라는 인물까지는 도저히 알아내지 못했을 게다.”윗사람이 감추려 드는 일은 아랫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알아낼 방도가 없는 법이다.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적어도 또 하나의 단서는 얻은 셈이었다.유소영은 눈앞의 사씨 조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자세히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황성.신왕부.몇몇 관원들이 이곳에서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Read more

제808화

신왕이 즉시 명령을 내렸다. “사람을 더 보내 군주를 데려오너라!”“예!”수하가 앞채를 막 나서기가 무섭게 장영 군주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녀는 친히 달인 약선을 받쳐 들고 있었다.“부왕, 요 며칠 자꾸 기침을 하시는 듯하여 열을 내리는 약선을 달여 왔습니다……”신왕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대혼례를 준비하라 한 일은 어찌 되어 가느냐?”장영 군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부왕, 이 딸은 그저 평생 부왕의 곁을 지키고 싶을 뿐, 시집가고 싶지 않습니다.”부왕에게 딸이 그리 많은데도 수양딸인 자신만 황성으로 데려온 것은, 부왕이 자신을 특별히 아껴서라고 믿어왔다.그런데 뜻밖에도 부왕은 그저 그녀를 다른 곳으로 치워버릴 셈이었다.신왕은 차가운 눈빛으로 장영 군주를 훑어보았다.“네 나이가 벌써 열아홉이다. 예전 양주에 있을 때 시집가지 않은 것은 네 어미를 보살피기 위함이었지. 이제 네 어미도 없거늘, 본왕이 너를 더 머물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장영 군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 역시 어머니가 살아있기를 바랐다.그 큰 화재를 떠올릴 때면 그녀는 여전히 몸이 부르르 떨렸다.이것은 분명 그녀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으나 부왕은 마치 그녀를 원망하는 듯했다. 어머니를 제대로 수발하지 못했다면서 말이다.이제는 심지어 왕부에서 내쫓으려 하다니......시집간 딸은 엎지른 물이라 했던가.하물며 그녀는 부왕의 친딸도 아니었으니, 일단 출가하면 왕부에 머물 때만큼 자유롭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게다가 부왕이 골라준 사내들은 과연 조정의 중신들이기는 했으나, 하나같이 나이가 지긋하여 그녀를 후처로 들이려는 자들이었다!신왕은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갑게 경고했다.“본왕이 너를 거둔 것은 아무 걱정 없이 복이나 누리게 하려 함이 아니다. 공주조차 화친을 떠나거늘, 하물며 왕부의 군주인 너는 오죽하겠느냐. 네가 출가하는 것은 본왕을 위함이요, 신왕부를 위함이다. 알겠느냐?”장영 군주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
Read more

제809화

장영 군주는 표정을 굳힌 채, 세차게 요동치는 심장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왕부 안의 무겁고 숨막히는 분위기는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사실, 처음 어머니가 큰불 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때, 신왕비와 몇몇 부인들은 속으로 한동안 쾌재를 불렀었다.나중에 황성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신왕비만 함께 따라오게 되자, 그분은 드디어 부왕과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되었다며 더욱 기뻐했다.그런데 그 후, 유소영이 나타났다.그녀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과 신왕비가 황성에 도착해 새 왕부로 발을 들였던 날.잔뜩 들뜬 마음으로 들어섰을 때, 부왕이 어머니의 생전 모습과 놀랍도록 닮은 젊은 여인을 데리고 있었다.그 순간, 신왕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리는 것이 눈에 역력했다.그 여인이 부왕이 새로 들인 수양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신왕비의 의심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부왕이 유소영에게 쏟는 것이 진심 어린 부성애라 할지라도, 그 얼굴 자체가 이미 말해주고 있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부왕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지난 일 년 동안, 신왕비는 양주에 있을 때보다 한층 더 말수가 줄고 바깥출입을 삼갔다.유소영을 대할 때는 특히나 더더욱 좋은 낯빛을 보인 적이 없었다……장영 군주는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움켜잡힌 듯 숨이 턱 막혔다.지금 신왕비가 자신에게 유소영을 처리하라 암시한 건, 분명 그녀를 앞세워 제 손은 더럽히지 않고 유소영을 신왕부에서 몰아내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유소영은 아무 잘못도 없었다.그저 우연히 어머니와 닮은 얼굴로 태어났을 뿐인데.장영 군주는 그런 짓을 할 마음이 없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늘 선한 사람으로 살아왔다.양주 백성들의 눈에 그녀는 하늘이 내려보낸 선녀였고, 굶주림과 고통 속에서 그들을 구해준 존재였다.그런 자신이 사사로운 욕심을 위해 유소영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었다.장영 군주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마음속에 싹튼 나쁜 생각을 애써 떨쳐냈다……선나라.사씨 저택
Read more

제810화

방으로 돌아온 후.고준형이 문을 닫고 돌아서자, 유소영이 질책과 원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그가 다가가 그녀를 살짝 품에 안았다.“춥소?”유소영은 바로 그를 밀쳐냈다. 살구 같은 두 눈이 동그래졌다.“길일을 고른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어째서 모르는 일이지요?”고준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눈가에는 기분 좋은 웃음이 번졌다.“언제든 그대를 다시 한 번 부인으로 맞이해야 할 테니, 길일은 당연히 세심히 골라야 하지 않겠소. 그대도 알고 있는 줄 알았소. 어쨌든……”그는 흘러내린 그녀의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온화하게 말했다.“어젯밤 내가 성대하게 그대를 맞이하겠다고 했을 때, 그대가 동의하지 않았소.”어젯밤의 다정했던 순간이 떠오르자 유소영의 얼굴에 묘한 기색이 스쳤다.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잘못 기억하신 겁니다! 전 결코 동의한 적 없어요. 그때 전……”“그때 어쨌다는 거요?”고준형이 바짝 다가서며 다정하게 물었다.유소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때 정신이 몽롱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그녀가 몸을 돌려 내실로 걸어가자, 고준형이 바짝 뒤따랐다.침상 앞에 이르자, 고준형이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으며 턱을 그녀의 목덜미에 묻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그렇다면 다시 한 번 똑똑히 말하겠소.”“유소영, 나는 반드시 그대를 다시 한 번 성대하게 부인으로 맞이할 것이오.”“모든 일을 다 정리하고 양나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유소영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당신 혼자 내내 북 치고 장구 친 것이지, 전 허락한 적 없습니다.”고준형이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좋소. 그대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기다리겠소.”말을 마치고 그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오늘 수고했소. 일찍 쉬시오.”고준형이 막 떠나려 하자, 유소영이 그의 옷소매를 붙잡았다.“잠깐
Read more
PREV
1
...
7980818283
...
8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