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라고……”유소영은 목에 가시가 박힌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고준형을 바라보았다.화리?화리를 하자고?!고준형이 지극히 엄숙한 어조로 말을 되풀이했다.“나와 화리해 주시오. 미안하오, 그대를 이용했소.”유소영의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이용……했다고요?”“그대는 늘 내가 왜 그대와 혼인했는지 궁금해했소. 이제야 사실을 말할 수 있게 되었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언젠가는 떠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오. 내 명의로 된 재산이 흥청망청 탕진될까 걱정되어, 후작부를 위해 적당한 안주인을 찾아 재산을 지키게 하려 한 것이오. 그대와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던 것은, 모든 것을 고씨 가문의 혈육에게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오. 그들이 나를 길러주었으니, 이는 그들에 대한 보답이오.”고준형이 느긋하게 그 말을 마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소영의 눈빛은 온통 허무로 가득했다.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굴었다“화리서는 서재 탁자 위에 있소. 유씨, 그대와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아니오.”유소영의 마음이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졌다.눈앞의 사람이 낯설게만 느껴졌다.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 그란 말인가.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믿고 싶었다……유소영은 애써 참았지만,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고준형의 팔을 붙잡았다.“부군이 어쩔 수 없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포기할 셈인가요?”자신을 포기하고 버려두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조금의 믿음도 기대도 없이 그 어떤 계획에도 자신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렇게 떠나 버리겠다는 말인가……고준형의 눈빛이 순간 복잡하게 흔들렸다.그 순간, 그는 차마 대답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유소영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는 더 모질어져야 했다.하지만 그녀의 눈을 마주하자,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마치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 남은 마지막 실 같았다. 한 번 끊어 버리면 다시는 이어 붙일 수 없을 것만 같은 실......고준형은 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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