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간 사육된 강요나, 금주를 차버렸다: Chapter 31 - Chapter 40

100 Chapters

제31장

강요나가 이혁과 함께한 지 2년째 되던 해, 한 여자가 이혁의 아이를 가졌다며 다짜고짜 찾아와 결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그 이후로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그때 강요나는 어리고 겁이 없었던 터라 그 여자에 대해 이혁한테 직접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자기는 그렇게 쉽게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고 모든 건 그 여자는 자초한 일이라고. 그때 그 말은 강요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녀 역시 자기 본분을 잘 지켜야 한다는 걸 알았다.그런데 그때 무슨 생각으로 아이를 낳아버린 걸까?지금의 강요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낳아버린 아이를 다시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유일한 방법은 하나다. 이혁이 이 모든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아주 멀리 도망치는 것. 그가 절대 찾지 못하는 곳으로.하지만 그를 떠나면 또 어디서 그만큼 돈을 아낌없이 쥐여줄 큰손을 찾을까?강요의 머릿속은 엉망으로 뒤엉켰다. 머리가 아파왔다. 손에 든 술만이 그나마 그녀에게는 위로가 되었다.그녀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마지막에는 수현 이모가 그녀를 부축해 방으로 갔다. 수현 이모의 한숨 섞인 소리도 들렸던 것 같다. 술은 참 좋다. 모든 걸 잊게 해주니까.강요나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머릿속에는 무언가가 계속 맴돌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뒤척이다가 손이 무언가에 세게 부딪혔다. 짜증이 난 그녀는 욕을 내뱉었지만 다음 순간 턱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그녀가 눈을 조금 떠보니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너무 잘생겨서 말문이 막힐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그가 왜 여기 있는 거지?아직 화가 덜 풀려서 또 따지려는 건가?강요나는 술기운이 올라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정신 못 차릴 정도는 아니었다.이혁과 함께한 이후 그녀는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술을 마셔도 절대 취하지 않으려 했다. 괜히 실수로 말을 잘못해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오늘은 목숨까지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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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그녀는 입을 살짝 내밀더니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 너랑 있으면서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어?”그녀의 억울한 표정은 마치 이혁이 정말로 그녀의 목을 조르기라도 한 것 같았다. 사실 그는 목을 조르지 않았다. 그저 겁만 주려 했을 뿐이다. 이렇게까지 서러워하다니.이건 그가 버릇을 잘못 들여놓아서 그런가? 이제는 그 어떤 억울함도 못 견디는 건가?“이혁,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너 떠나면 아무도 안 받아줄 거라 생각하지? 말하는데 나 인기 많거든.” 강요나는 말하다가 트림이 올라왔다. “너 감성재 알지? 걔 올해 초에도 나한테 전화 왔어. 언제든 자기한테 오라고.”“그래?” 이혁의 다문 입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는 몰랐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인기 있는 줄은. 그 감성재라는 놈은 7년 전부터 그녀를 쫓아다녔다.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니! 강요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니까 내가 너 없으면 못 산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나한테 좀 잘해. 맨날 죽이네 마네 그러지 말고. 나 진짜 도망가면 나 같은 여자 다시는 못 만나.”이혁은 피식 웃었다. 정말 자신감 넘치네.“말 다 했어?” 그의 목소리는 서늘했다.강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저었다. 하지만 이혁은 그녀에게 더 말할 기회는 주지 않았다. 이혁은 그녀를 확 잡아끌어 일으켰다.“그럼 지금 당장 나가.” 장난끼는 전혀 없었다. 술기운이 조금 가라앉았다. 강요나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망했다. 연기가 너무 과했다!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끝까지 밀고 나갈 수밖에. “가면 되잖아!”강요나는 말하고 나서 침대에서 기어 내려왔다. 하지만 다름 아닌 이혁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어떻게 진짜 여기에서 나가겠는가? 나갈 수도 없거니와 결국은 그에게 매달려야 할 상황이다.이혁은 화가 많이 나서 그녀를 밀어내려 손을 들었지만 강요나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일어나려는 척하면서 쓰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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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너무 큰 돈이다!천 번이고 몸을 내줘도 그만한 값은 안된다. 강요나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말을 꺼내 봤다. 이혁은 인색한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돈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의 말대로 그는 돈이 넘치듯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돈을 쥐여주는 사람은 아니다.“맞아. 내가 어디 봐서 150억 하겠어?” 강요나는 피식 웃었다. 웃다가 결국 울어버렸다. 고개를 젖히자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예전에 아빠가 죽었을 때도 그녀는 울지 못했다. 너무 무서워서 울 생각조차 못 했으니까.그 후로 8년, 괴로워도 아파도 다 참고 버텼다. 그런데 오늘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눈물이 쏟아져 나와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면서 이혁의 몸을 툭툭 쳤다.“그동안 네가 나한테 준 돈, 나 한 푼도 없는 거 알아?”“그 돈 다 어디다 썼는데?”이혁은 몰랐던 게 아니다. 그냥 귀찮아서 묻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준 돈을 그녀가 어떻게 쓰든 상관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한마디 물어본 것뿐이었다. 강요나는 감정이 격해져 속에 있던 술이 뒤집히듯 올라와 토할 것 같았다.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아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때 이혁이 비웃듯이 물었다. “설마 밖에서 남자 키우고 있냐?”강요나는 간신히 올라오는 구역질을 눌러 참았다. “내가 무슨 돈으로 남자를 키워? 내 돈은 다 빚 갚는 데 썼어.”“빚?” 이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빚? 불법 대출이라도 썼어?”강요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녀는 신용불량자가 된지 오래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제대로 말해.”이혁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강요나는 술기운을 빌려 그를 한 번 흘겨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참아왔던 것을 다 풀어버리기로 했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내려와 그와 마주 앉았다. 다리를 꼬고 입을 열었다.“잘 들어. 전에 우리 아빠는 지인이랑 사업하다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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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감성재는 그때 그녀를 눈여겨봤고 스폰을 제안해 왔다. 사실 그녀도 잠깐 흔들리긴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혁을 만났다. 외모든 재력이든 감성재보다 위였으니까 결국 그녀는 이혁을 선택했다.“나한테 150억 빚이 있어.” 강요는 자기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난 매일같이 빚쟁이들한테 쫓겨.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아?”그와 함께한 7년 동안 이런 얘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다 털어놨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사실 그에게 받은 돈으로 빚을 갚을 때마다 혹시라도 그가 갑자기 그 돈을 어디다 썼냐고 따지기라도 할까 봐 며칠씩 불안에 떨었다.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편히 못 잤다. 그런데 이제 비밀을 털어놓았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물론 앞으로 일은 모른다. 오늘 지우의 협박을 받고 나니 그녀는 점점 확신이 들었다. 자신이 곧 이혁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취한 척 감정에 휩쓸린 척하며 지금까지 감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전부 쏟아낸 것이다.만약 그가 그녀를 짐짝 취급하거나 욕심 많은 여자라고 여기고 내쫓는다면 적어도 유나의 존재만큼은 들키지 않을 테니까.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그의 차가운 시선. 솔직히 두려웠다.강요나는 그의 눈을 감히 보지 못했다. 대신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 위에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혁, 네가 날 죽일까 봐 무서워서 못했지만 너 몰래 남자 몇 명 더 만나고 싶었어.”말이 떨어지자마자 목덜미가 싸하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그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먹물처럼 짙은 검은 눈동자. 마치 얼어붙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 시선에 닿는 순간, 몸속의 온기마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무서웠다. 그런데도 겉으로는 애써 웃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그렇게 보지 마. 그냥 말해본 거야. 그런 일은 없었어.”“네가 감히?” 지옥에서 울리는 듯한 낮은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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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이 질문 강요나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답은 하나다.당연히 떠나는 것이었다. 그냥 도망칠 것이다. 그녀는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유나랑 같이 소소하게 하루 세 끼 해 먹으면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말을 절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됐다. 이혁이 돈을 주든 안 주든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다.강요나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코끝을 장난스럽게 부비며 취기가 묻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혁, 난 한 번도 널 떠날 생각 안해 봤어.” 그리고 살짝 웃으며 덧붙였다. “이렇게 물어보는 건 날 버리겠다는 거야?” 질문을 그대로 돌려줬다. 울어서 촉촉해진 눈, 거기에 일부러 섞은 애교까지. 사람을 홀리기 딱 좋은 표정이었다.이혁은 이게 다 연기라는 것도 알고 일부러 자신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런데도 매번 넘어가고 만다. “버리는 거 아니야.” 그가 그녀의 팔을 떼어내려 했다. 강요나는 더 꽉 끌어안으며 놓지 않았다.“가려고?” 이혁은 짧게 대답했다. “응. 난 술 취한 사람이랑은 안 해.”강요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나 이후로는 술 안 마실게.”순순히 손을 놓았다.이혁은 손등으로 그녀의 볼을 가볍게 쓸었다. 그리고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의 차가 마당을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고 강요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그대로 침대에 털썩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머릿속은 방금 전 이혁과의 대화로 가득했다. 생각하다 보니 그가 말한150억은 진짜가 아니라 환청처럼 느껴졌다.150만도 아니고150억이다! 한 번에 15억을 준다는 것도 상상 못 해봤는데 하물며 150억이라니.“요나야, 요나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야. 괜히 믿지 마… 믿으면 안 돼…” 스스로를 달래며 몸을 한 바퀴 굴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술기운도 완전히 올라 그대로 몽롱하게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다음 날 정오였다. 침대 머리맡에는 새 휴대폰 하나와 따뜻한 헛개차가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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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차를 보고 나서 강요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혁이 아니었다. 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강요나는 이 부인이 내리는 것을 봤다. 하이힐이 너무 높았던 걸까 내리자마자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다행이 운전기사가 재빨리 부축했다.강요나는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걸 봤다. 욕을 했을 거라고 짐작했다. “이 부인!”소리를 듣고 수현 이모는 급히 나와서 맞이했다. 이 부인은 기세등등하게 물었다. “그 여자 어디 있어?”“부인, 아가씨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수현 이모가 말했다. “몇 시인데 아직도 안 일어나? 참 편하게도 사네.” 이 부인은 코웃음을 쳤다. 그때 수현 이모가 덧붙였다.“어젯밤에 이 사장님이 다녀가셨거든요.” 이 부인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걸음을 멈추고 수현 이모를 노려봤다. “당신 월급은 우리 혁이가 주는 건 맞지만 그 돈은 결국엔 우리 집안 돈이야. 알겠어?” 수현 이모는 이 씨 가문의 사람이며 자기 편에 서야 한다는 경고였다.수현 이모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인.”“얼른 가서 깨워. 할 말 있어.”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 강요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이 부인이 집 안으로 들어올 때 그녀는 이미 계단 위에 서 있었다.손에는 수현 이모가 준비해 준 차를 들고 몸에는 실크 잠옷을 걸쳐 입었다. 굴곡진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웨이브진 긴 머리가 흐트러져 내려와 나른하면서도 묘하게 매혹적이다. 누가 봐도 방금 막 잠에서 깬 모습이었다. 그리고 뭔가 있었던 듯한…성인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이 부인은 이를 꽉 물었다. “낯짝도 두꺼워.”강요는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 부인, 그건 잘못된 말씀이에요.”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래봐도 제 얼굴 꽤 비싸요. 지난번에 임솔 씨가 저를 때렸을 때 이혁이 돈 많이 줬거든요.”그 말을 듣자 이 부인의 눈이 커졌다.“강요나! 너 정말 염치도 없지? 몸 팔아서 돈 버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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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아침 식사 자리에서 이창림한테서 돈 얘기를 듣고 이 부인은 화가 치밀었다.150억이라니! 1억 2억도 아니고 150억이라니! 물론 집에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돈을 강요나 같은 여자한테 그냥 줬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강요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돌려 달라고요? 그건…어려울 것 같네요.”강요나는 느릿느릿 묻지도 않았는데 덧붙였다. “제가 이미 써버렸거든요.”이 부인의 눈이 번쩍 커졌다. “몇 시간도 안 됐는데 다 썼다고? 누굴 애로 보냐!” 강요는 피식 웃었다. “아니요, 이 부인이 어린 애로 보이진 않지요.” 이 부인의 얼굴이 확 굳었다. 그녀는 그동안 얼굴 관리에 돈을 꽤 썼다. 그런데도 이렇게 대놓고 비꼬이니 더 화가 치밀었다.“강요나, 말 돌리지 마! 그 돈을 네가 다 썼을 리가 없잖아.” 아까 수현 이모는 그녀가 계속 자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면서 돈을 어떻게 썼단 말이냐? 강요나는 화에 질려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이 부인, 요즘 있잖아요. 핸드폰 하나 들고 손가락 한 번 누르면 돈이 ‘슉’ 하고 나가요. 모르셨어요?” 강요나는 손에 핸드폰을 쥔 시늉을 하며 일부러 더 얄밉게 굴었다. 이 부인의 얼굴이 완전히 파래졌다.마침 그때 수현 이모가 녹차를 들고 왔다.“이 부인, 차 드세요.”“차는 무슨 차야!”이 부인은 짜증을 수현 이모한테 쏟아냈다. 수현 이모가 움찔하며 잔을 내려놓다 물을 조금 쏟고 말았다. 강요나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말했다.“이모님, 이 부인 차 안 드신대요. 치워요.”이 부인은 안 마신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부인이 말하려는 순간 수현 이모는 이미 잔을 들고 돌아섰다.사실 이쯤 되니 이 부인도 목이 바짝 말라왔다. 화도 내고 말도 많이 해서 목이 마른 상황이었다.“강요나, 너 지금 무슨 뜻이야?” 이를 갈며 물었다. 강요나는 환하게 웃었다. “전 별 뜻 없는데요. 어떻게 들리셨나요?”이 부인의 혈압이 확 치솟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뭔가 집어 던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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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이혁이 그녀를 여러 해 동안 곁에 두면서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썼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이렇게 큰 돈을 요구하다니. 결혼해서 안 주인으로 이창림과 반평생을 함께했지만 주식 배당을 제외하면 그녀는 한 번도 이렇게 큰 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이 부인은 생각할수록 억울했고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강요나, 내가 다시 한 번 묻겠…”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요나가 받아쳤다. “열 번을 더 물어봐도 못 돌려줘요.”이 부인은 그 자리에 서서 강요나를 노려보며 꼬박 30초를 버티더니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돌아서서 나가버렸다.그녀가 나가자 수현 이모가 주방에서 나왔다. “분명 이 사장한테 가서 일러바칠 거예요.”강요나는 소파에 몸을 웅크려 앉으며 말했다. “가서 말하라 해요. 누구한테 말하든 상관없어요.”사실 강요나는 오히려 그녀가 가서 고자질하길 바랐다. 이 씨 집안에서 매번 소란이 일어날 때마다 결국 불어나는 건 늘 자기 지갑이었으니까. 차라리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났으면 했다. 이런 생각을 하던 강요나가 말했다. “이모님, 오늘 왜 쿠션을 세탁소에 맡겼어요? 돈을 많이 날렸잖아요.”이 부인이 물건을 던졌다면 이혁이 분명 돈으로 보상해줬을 것이다.수현 이모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네? 쿠션 안에 뭔가 들어 있었어요?”긴장한 표정을 보자 강요나는 킥킥 웃었다. “없어요, 농담이에요.”수현 이모는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했지만 강요나가 이렇게 웃는 걸 보니 어젯밤의 소동은 다 지나간 것 같았다. “아가씨, 아침 드실래요?”“응, 맑은 국수에 간단한 반찬 하나 그리고 거기에 계란 하나.”숙취 때문에 입맛이 없었는데 방금 이 부인과 한바탕 하고 나니 오히려 배가 고팠다.수현 이모도 안심하며 말했다. “알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강요나는 소파에 누워 기다리며 TV를 켰지만 신경은 온통 다른 데 가 있었다. 이 부인이 돈을 요구하러 온 이유 때문이었다.혹시 이혁이 일부러 어머니를 보낸 걸까? 아니야.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럼 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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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이혁이 만약 지금 이 일을 알게 되면 그의 전화 한 통으로 그녀는 경찰서에 갈 필요도 없어진다. 경찰서는 안가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강요나는 남자를 다루며 살아온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를 제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부인이 그녀를 경찰서에 보내려 했다면 그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이혁이 수현 이모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왼손에 펜을 들고 회의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옆에 앉은 이창림만이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노트를 보면 볼수록 얼굴이 점점 굳어져갔다.오늘은 고위층 회의라 휴대폰은 모두 무음으로 해야 했는데 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 때문에 발표 중이던 이청의 말이 끊어졌다.이청은 외국에서 돌아와 이혁과 마찬가지로 부사장으로 임명되었다. 모든 사람이 이혁을 쳐다봤다. 그는 담담하게 펜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휴대폰을 꺼냈다. 옆에서 이창림의 얼굴이 굳어가고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말해… 그래. 알았어.”통화는 길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이혁!”이창림이 날카롭게 불렀다. “지금 회의 중이야. 급한 일이 아니면 뒤로 좀 미루지 그래?”이청은 방금 입사 소감 발언 중에 방해를 받아 이미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이젠 아예 나가겠다고 하니 더 민망한 상황이었다.그녀가 부사장 자리에 올라 이혁이 자신을 못마땅해 한다고 생각했다. “제 말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릴 수 없을까요?”“못 기다려요.” 이혁은 단호하게 말했다.“요나 쪽에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해요.”그의 “요나” 한마디에 이청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가 강요나를 아끼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아는 건 아는 것이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또 전혀 다른 문제다. 이건 공개 선언이 아닌가? 강요나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모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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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그녀는 그의 말을 받아주듯 말했다. “응, 괜찮아… 그냥 오해야. 설명 잘하면 돼.” 신고한 사람은 그의 어머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는 이길 수 없다. “가자.” 이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요나는 자연스럽게 일어나 얌전히 그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경찰서를 나설 때 짧은 머리의 남자가 안에서 함께 나왔다. 강요나는 그를 알아봤다. 이름은 차무진, 이혁이 데리고 있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지만 일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인물이다. 오늘 이 사람까지 데리고 온 건 조금 의외였다. 차무진은 강요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이혁을 보며 말했다.“절차는 다 끝났습니다.”이혁은 짧게 알았다고 답한 뒤 강요나를 데리고 떠났다.그가 직접 운전했다. 강요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아 말이 없었고, 강요나는 그의 속을 알 수 없어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러다 결국 강요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근데 왜 그렇게 큰 돈을 보낸 거야? 너무 많아… 너희 어머니가 오해할 만도 해. 그냥…다시 돌려줄까?”말을 마치자 이혁이 차갑게 그녀를 힐끗 보았다. “정말 돌려줄 생각이 있었으면 경찰서까지 오지 않았겠지.”그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7년 동안 괜히 같이 지낸 게 아니었다. 그녀의 속셈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강요나는 그냥 해본 말이었다. 그 돈을 돌려줄 리가!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어서 결국 핑계를 댔다. “돌려주기 싫은 게 아니라… 그게… 일부는 빚 갚는 데 썼어. 상대가 너무 독촉해서 내가…”“준 건 준 거야.” 이혁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강요나는 속으로 몰래 브이자를 그렸다. 겉으로는 감동한 듯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젯밤 일을 덧붙였다. “나 어제 술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믿는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연기라는 걸 아는 건지.어쨌든 그는 그녀를 탓하지 않았고 돈도 돌려받지 않았다. 강요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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