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간 사육된 강요나, 금주를 차버렸다: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장

아니다!이건 대놓고 망신 주려는 거다!체면 따위는 이미 오래 전에 내려놓은 강요나였지만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개자식!속으로 한마디 욕을 한 뒤 그녀는 그대로 이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강요나 씨.”몇 걸음 가지도 못했는데 누군가 앞을 막아섰다. 고개를 들자 화려한 인상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입꼬리에 걸린 비웃는 듯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요염하면서도 위험한 느낌.감성재!얼마 전까지 얘기했던 인물인데 이렇게 빨리 마주칠 줄은 몰랐다. “감성재 씨, 어떻게 여기서 보네요.” 강요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했다. 어떤 여자들처럼 큰 스폰서를 등에 업었다고 갑자기 태도가 변하거나 하늘을 찌를 듯 거만해지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녀에게 예의를 갖추는 이유는 반은 이혁에 대한 두려움이고 반은 강요나 본인이 쌓은 이미지 때문이다. 감성재의 눈이 강요나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강요나 씨, 평소에 뭐 드세요?” 뜬금없는 질문에 강요나는 살짝 당황했다.“네?”“방부제라도 드셨어요?” 그는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 눈빛은 은근히 야릇했다. “이렇게 오랜만인데도 여전히 이렇게 젊고 예쁘네요.” 말로 사람 녹이는 타입이다. 강요나는 옅게 웃었지만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감성재가 혀를 차며 말했다. “너무 예뻐서 오늘 집에 가서도 생각날 것 같아요. 보고 싶어서 병이 나면 어떡하죠?”예전이나 지금이나 입만 열면 작업 멘트. 하지만 7년 전에도 지금도 그가 강요나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그녀는 그런 말들을 그냥 흘려 들었다. 어쩌면 이혁이 내뱉는 달콤한 말에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른다.이혁이 연기하듯 하는 달콤한 말을 하도 들어서 그런지 강요나는 남자들의 달콤한 말은 자동으로 다 개소리로 분류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예쁜 건 부모님 덕이죠. 저를 그렇게 몰아가시면 제가 감당 못해요.”감성재는 크게 웃었다. 웃으니 그의 잘생긴 얼굴은 더 빛나 보였고 거기에 묘한 매력과 위험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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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나 밥은 실은데...” 감성재는 강요나가 대충 넘기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감사도 필요 없고… 난 그냥 너 갖고 싶은데.” 그는 애초부터 그녀에 대한 욕망을 숨긴 적이 없었다. 이혁 앞에서도 그랬고 지금 이혁이 없으니 더 대담해졌다.“성재 씨 농담도 참… 저는 이혁 사람이에요.”“하하…” 감성재가 웃음을 터뜨렸다.“너 눈 멀었어? 옆에 누가 있는지 못 봤어? 여대생이야. 열여덟! 한창 물 오른 나이지.”열여덟?!그녀도 한때는 열여덟이었다. 그리고 이혁이 그녀를 처음 본 것도 그 나이였다.남자들은 어린 여자 좋아하지. 어쩜 이혁도 취향도 그쪽이겠지.강요나가 잠깐 멍해있던 사이 감성재의 손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고개를 돌리자 둘 다 멈칫했다.이혁이 언제 왔는지 이미 그들 뒤에 서 있었다. “얘 눈이 멀긴 했지. 눈앞에 있는 게 인간인지 아닌지도 못 알아보니까.”감성재는 웃으며 손을 들어 둘 사이를 가볍게 가리키며 말했다. “이혁 씨, 지금 본인 얘기 하는 거죠?”강요나는 감성재처럼 여유롭지 못했다. 등골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감성재는 일부러 더 세게 잡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왜 혼자 왔어? 그 어린 애는 어디 갔어?”이혁은 혼자였다. 아까 붙어 있던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내 사람은 지금 네 품에 있지 않나?”이혁의 시선이 강요나를 향했다. 아무 감정도 없어 보이는 눈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감성재를 한 대 차버릴까?아니면 뺨이라도 때려서 상황을 정리해버릴까? 이렇게 도망칠 구실을 고민하던 순간.갑자기 이혁이 그녀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몸이 앞으로 쏠리며 순식간에 끌려나갔다.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이혁의 품 안에 있었다.감성재에게서 벗어났지만 오히려 더 긴장됐다. 이혁 손에 들어온 이상 더는 도망칠 데가 없다.감성재는 팔을 벌린 채 서 있다가 피식 웃었다.“역시 손 하나는 빠르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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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예전에 강요나가 클럽에서 일한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비록 그녀와 이혁 사이가 깨끗하다고 해도 사람들의 입은 막을 수 없는 법이다.임 부인의 이 한마디는 오히려 상상의 여지를 더 크게 만들어버렸다.딸과 이혁의 약혼을 임가에서 파기한 걸로 체면은 살렸지만 임가 입장에서는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이혁에게는 감히 뭐라고 하지 못하고 결국 화풀이를 강요나에게 한다.강요나는 웬만한 상황은 다 겪어본 사람이다. 임 부인의 이런 수는 그저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하지만 아이 얘기만 나오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흔들렸다. 혹시 이 여자가 뒤에서 조사해서 유나의 존재를 알아낸 건 아닐까?게다가 지금 그녀는 품에 아기를 안고 있다. 큰 소리를 낼 수도 없고 크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기가 놀랄까 봐 두려웠다.그녀가 침묵하는 모습은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시선들이 하나 둘 이혁한테로 향했다. 이혁 아이라면 세상 사람 모를 리가 없다. 임 부인 말대로라면 강요나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았다는 뜻이다. 즉, 이혁이 바람 맞았다는 얘기가 된다.임 부인은 말 한마디로 두 사람을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참 대단했다!강요나는 어떻게 받아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혁이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임 부인, 아직도 우리 사이를 이간질할 생각이에요? 다시 따님을 시집 보낼 계획인가요?”짧지만 임 부인한테 아주 세게 한 대를 날렸다.“이혁, 네가 대단한 줄 아나 보는데. 같은 부류들끼리 만나고 있는 거잖아.”임 부인의 시선은 강요나를 향했다. 같은 부류의 사람이 그녀라는 뜻이었다. 강요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옅게 웃으며 임솔을 바라봤다. “어떤 사람은 그 부류가 되고 싶어도 못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임솔 씨?”임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애처로웠다. “이혁 씨, 우리 일은 다 끝났잖아요. 이제 와서 다시 꺼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 어머니께 물어봐야지.” 이혁은 강요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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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이제야 좀 어른스럽네.” 윤가의 어르신은 이혁을 꽤 편하게 대했다. 손자를 이혁한테 제일 먼저 안게 하는 걸 봐도 알 수 있었다.윤가는 성경에서 유서 깊은 집안으로 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앞에 계시는 이 어르신도 한때는 높은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었다. 지금은 사업도 정치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오늘 모인 사람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둘이 약속했다? 얼른 애 낳아. 애가 딸이면 우리 손자 며느리 하고 아들이면 의형제 맺고.”윤가의 어르신은 꽤 진지했다.“좋아요.”이혁은 망설임 없이 바로 받아쳤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아기 볼을 톡 건드렸다.“아기야 들었지? 아내랑 형제 걱정은 없겠네.”주변에서 웃음이 터졌고 강요나도 따라 웃었지만 속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연회가 시작되자 윤가의 어르신은 손자를 안고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다.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무대로 향했지만 강요나는 조심스럽게 이혁을 살폈다.지금은 웃고 있지만 좀 전의 감성재 일은 아직 안 끝났다. 축사가 거의 끝날 때까지도 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화가 난 건지, 아닌 건지.참다 기다릴 수 없었던 강요나는 먼저 움직였다. 주변을 살피며 그의 품에 조금 더 기대며 작게 속삭였다.“이혁 씨, 아까 감성재는 일부러 그런 는 거야. 저랑은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야.”이혁은 아무 대답도 없이 무대만 보고 있었다. 강요나는 그가 다 듣고 있다는 걸 안다.이혁은 지금 참고 있는 거다. 오늘 이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감성재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그녀를 건드린 걸 다들 봤다. 이건 이혁의 체면을 건드린 일이다.게다가 그는 오늘 어린 여자까지 데리고 왔다. 뒤에서는 다들 분명 강요나가 일부러 다른 남자랑 썸 탄 거라고 소문이 돌 것이다. 결국 문제의 시작은 그 미친 감성재다. 감성재는 어디에 가고 보이지 않았다. “이혁 씨, 말 좀 해 봐. 화 그만 내고.” 강요나는 몸을 살짝 비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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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임 부인의 이간질이 결국 먹혔나 보다.강요나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에 원을 그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내가 애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는 이혁 씨가 더 잘 알잖아. 열여덟 살에 만나 지금까지 쭉 감시 밑에 있었는데 나한테 그럴 틈이 있었을까?”그녀는 일부러 감시라는 말을 꺼냈다. 이혁이 그녀 몸에 칩을 심어 놓은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멀쩡한 몸에 이상한 거 심어 놓아서 분명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 없이 자랐고 거액의 빚까지 떠안아 삶이 엉망이긴 하지만 그녀는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그 누구보다도 자기 목숨을 아꼈다.이혁은 눈동자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강요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먼저 움직이면 지는 거다.한참 뒤, 강요나가 버티기 힘들어질 즈음 그가 낮게 비웃듯 말했다.“낳고 싶어?”떠보는 질문이란 걸 알면서도 강요나는 홀린 듯 되물었다.“그럼 이혁 씨는… 내가 낳길 바라는 가?”이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닿으려다 화장이 번질까 싶은지 멈췄다. 대신 그녀의 귀를 잡아 귓불을 살짝 비틀며 웃었다.“영악하긴.” 속내를 들킨 강요나는 더 숨기지 않았다. “아까 우리 유전자가 좋다고 했잖아.” 이혁의 시선이 미묘하게 좁혀지더니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이 귓불에서 떨어져 시술한 그녀의 팔을 스쳐 내려왔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강요나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역시 아까 했던 말은 다 농담이었다. 이혁은 그녀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대부분의 손님이 자리에 앉았다.“어디 앉을래?”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직원이 다가와 윤가에서 따로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며 말해 주었다.강요나가 그쪽을 보니 거기에는 정계, 재계 거물들이 모여 있었다. “이혁 씨는 그쪽으로 가고 난 아무 데나 앉을게. 저기 앉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아서.”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해.”강요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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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지우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강요나… 나 벌써 도착했어.”빠르다!강요나는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곧이어 명령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공항이니까 데리러 와. 아니면 주소를 주든가.”강요나는 어느 것도 들어줄 수 없지만 대비책은 이미 세워뒀다.“강요나, 왜 말이 없어? 설마 나 부른 걸 후회하나?” 침묵이 길어지자 지우가 따져 물었다.“그렇다고 하면 어쩔 건데?” 강요나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지우 쪽이 잠시 조용해졌다. 얌전해졌나 싶던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강요나는 번개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 설마 유나까지 데리고 온 건가?“언니, 이제 우리 데리러 올 수 있지?” 지우의 목소리엔 여유가 묻어났다.강요나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주변을 둘러본 뒤 세면대에 몸을 기대며 낮게 말했다.“지우 너 죽고 싶지?”지우가 웃었다. “난 죽든 말든 상관없어. 근데 넌… 네 딸이 어린 나이에…”“입 닥쳐!” 강요나가 말을 끊었다.“거기서 기다려.” “난 신도 공항이야.” 지우는 전화를 끊기 직전에 일부러 덧붙였다. 강요나의 손이 떨렸다. 지우한테 오라고 했을 때는 어느 정도 대비는 해 뒀지만 아이까지 데려올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완전히 계획이 틀어졌다. 지우는 분명 유나를 협박 카드로 쓰려는 것이다. 여기서 잘못 대응하면 그 여자는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몇 초 고민한 뒤 강요나는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연결되었다.“여보세요.”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강요나는 굳어버렸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진석 씨 찾으세요?” 전화 속 인물은 주진석이 아니라 이청이었다.강요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원래는 주진석에게 부탁해 지우를 잠시 맡기려 했지만 이젠 그것도 불가능했다. 지우가 지금 아이까지 데리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떡하지? 이혁의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 당장 갈 수도 없었다.무력감과 초조함에 강요나는 세면대를 세게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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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그러게 말이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혁이 찾아왔다. 그러니 공항에 데리러 가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감성재를 찾기 잘했다. 하지만 방금 전에 감성재와는 엮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또 들켜버렸으니 어떡하지?강요나는 몰래 숨을 고르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이혁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 늦게 온 걸 타박하는 말투였다. 마치 그녀는 감성재와 얽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듯이.“조금만 더 늦었으면 내가 데려갈 수 있었는데.” 감성재는 사람은 좀 거칠어도 이런 상황에서 눈치는 빠르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말했다. “이혁, 얼마면 돼? 얼마면 이 여자를 나한테 넘길 거야?”“그럼 넌, 얼마로 생각하는데?” 이혁이 되물었다. 이 건 예전에 내가가 임솔한테 했던 말이 아닌가? 이런 말투까지 다 닮아가네. 이 두 인간은 나를 뭐로 보는 거지? 내가 상품이라도 된 것처럼 막 대놓고 흥정한다고?감성재는 그 특유의 눈웃음으로 강요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 눈에 이 여자는 값을 매길 수가 없어.”이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감성재는 강요나에게 윙크를 던지며 말했다. “요나야, 오빠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나중에 또 보자.”그리고 그는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화장실엔 이혁과 강요나 둘만 남았다. 공기가 확 가라앉았다. 강요나는 그에게 몸을 기대었지만 이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평소에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혁은 화가 났다. 강요나는 서둘러 말했다.“그 사람이 화장실까지 따라온 거야… 계속 달라붙으니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너한테 전화하려고 했던 거 봐.” 마침 들고 있던 휴대폰을 그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하지만 이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감성재가 아까 뭘 갚으라고 했어?” 강요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들었다.하지만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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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이혁이 믿지 않는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하지만 강요나는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야. 돈이면 돈, 외모면 외모… 이혁 씨한테서 난 최고를 다 가졌어. 앞으로 다른 남자는 눈에 안 들어올 거야.”그가 들으라고 한 말이기도 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녀는 이혁보다 더 나은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이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이 강요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안 믿는 거야? 나 진짜로 맹세…”그녀가 막 손을 들려던 순간 이혁이 갑자기 고개를 숙여 내려왔다. 그는 그녀의 아래 입술을 살짝 물었다. 조금 따끔했지만 그것도 잠깐. 그는 금세 그녀를 놓았다. 그의 입술엔 이미 그녀의 립스틱이 묻어 있었다.강요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고는 손을 들어 그의 입가를 닦아주며 물었다. “이혁 씨, 나 버릴 거야?”그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가락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더 먹을 거야?”지금 그녀에게 무슨 입맛이 있겠는가? 지우라는 인간 때문에 기분이 완전히 망가졌다.“아니. 배불러.”강요나는 그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주며 말했다.“우리 갈까?”“응.” 이혁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녀를 데리고 나왔다. 강요나의 긴장도 조금은 풀렸다.하지만 연회장에 막 들어서자마자 윤씨 집안 사람이 다가와 이혁을 불렀다. 어르신이 그를 찾는다고 했다.“다녀와. 나는 저기 앉아서 기다릴게.”강요나는 얌전히 말하며 아까 앉았던 자리를 가리켰다. “이번엔 어디도 안 갈 거야. 저기서 기다릴게.”이혁이 떠나고 나서야 강요나는 완전히 긴장이 풀렸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감성재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아마 공항으로 간 듯했다.자리에 돌아와 막 앉으려는 순간 이상한 걸 느껴졌다. 낯선 얼굴 하나가 더 있었다. 자세히 보니 조금 전 이혁을 따라다니던 그 어린 여자였다.이미 돌려보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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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장

강요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순간 모든 걸 눈치챘다. 강요나는 주스를 머금은 채 삼키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하고는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그대로 다 뱉어냈다.“미안, 목에 걸렸어.” 소녀는 당황한 듯 옆에 있던 물컵에 물을 부었다. 이 정도 연기력으로 여기까지 보낸 걸 보면 감독 수준도 별로 높은 것 같지 않았다.잠시 후, 강요나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소녀가 다급하게 물었다. “언니, 어디 불편하세요?”“좀… 어지럽네.” 강요나는 베테랑 배우였다. 이혁 곁에서 7년, 안 해본 역할이 없다.“언니, 제가 쉴 수 있는 곳으로 모실게요.” 소녀는 지나치게 친절했다.그제야 강요나는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일부러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고마워… 근데 자기는 이름이 뭐야?”“언니, 저 소지은이라고 해요.” 소녀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강요나는 일부러 몸을 더 무겁게 실었다. 마른 체구의 소녀가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지은… 좋은 이름이네. 너랑 잘 어울려.” 그 말에 소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긴장 때문인지 칭찬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연회장을 나서며 소녀가 말했다. “언니, 위층에서 잠깐 쉬세요. 이 사장님 곧 오실 거예요.”강요나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완전히 기운 없는 연기를 이어갔다. “위층에… 이혁이 잡아 준 방이 있어?”소녀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언니,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아까 몸이 좀 안 좋아서 올라가서 쉬…”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요나가 끊었다.“이혁이랑 잤어?” 너무 직설적인 질문에 소녀는 순간 굳었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 진짜.”“자도 이상할 건 없지.” 강요나는 몸을 그녀에게 기대며 말했다.“내가 이혁이면 너 같은 애를 그냥 안 뒀어. 이렇게 순수하고 예쁜데.”말하며 손을 들어 소녀의 뺨을 살짝 만졌다. 속으로는 피식 웃었다. 자기가 여자라 참 다행이지 남자였으면 아마 이혁보다 더 날라리일지도. 역시 스무 살 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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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그렇구나. 너 꽤 말 잘 듣네.”강요나는 그녀의 휴대폰을 굳이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품에 돌려줬다. 물론, 자신의 휴대폰 녹화는 계속되고 있었다.“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이 사장님한테는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소녀가 울먹이며 다가와 강요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번엔 강요나가 몸을 피했다.침대 옆 수납장에 기대 선 그녀의 몸선은 그 자체로 요염했다. “이봐요. 날 해칠 생각까지 해놓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강요나가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소지은은 떨고 있었다. 강요나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녀는 순순히 다가왔다.강요나는 몸을 살짝 숙여 그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말을 듣자마자 소지은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눈을 크게 떴다.그 모습을 본 강요나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못 하겠어? 그럼 어쩔 수 없지.”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지금 이혁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하지. 이혁 오면 누가 잘못했는지 물어볼까?”소지은은 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할게요. 대신…제발 이 사장님한테는 비밀로 해 주세요.”강요나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소지은은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그녀가 방을 나서자마자 강요나는 곧장 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전화를 바로 받았다.“벌써 못 기다리겠어? 금방 갈게.”“혁… 나 너무 힘들어…” 그 한마디에 이혁의 미간이 좁혀졌다.“제대로 말해.”“3층 3188방으로 와. 재밌는 거 보여줄게.” 강요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빨리 와. 늦으면 못 봐.”이혁은 더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했다.그가 문을 열자 그녀가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에게 닿았고 힘없이 흐르는 손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이혁의 손이 강요나의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쥐었다. “이게 네가 말한 재밌는 일이냐?”“별로야?” 강요나는 요염하게 눈을 흘겼다.“너무 더워. 너무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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