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간 사육된 강요나, 금주를 차버렸다: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장

“조용히 해!”강요나는 이혁에게 한마디 호통을 들었다. 꽤 거칠고 매서운 말투였다. 그는 원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누가 그를 건드린 걸까? 설마 나? 그런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강요나는 그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는데 힘이 꽤 세서 아플 정도였다. 이혁은 그녀를 데리고 곧장 이가 집안 거실로 들어갔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안이 아주 조용했고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다들 어디 계셔?” 이혁이 곧바로 물었다. 주방에서 나온 가정부가 답했다. “도련님, 회장님과 아가씨는 회사에 가셨고 부인께서는 방에서 쉬고 계세요.”“어머니 좀 불러 주세요.”이혁은 강요나를 이끌고 소파에 앉았다. 가정부는 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서둘러 안방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강요나는 지난번과 같은 소파에 앉게 됐다. 하지만 기분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이혁의 어두운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러지 마. 무서워.”이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요나는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오늘 이혁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이 부인은 다 자기가 부추긴 거라고 생각할 게 뻔했다. 이미 악당을 그녀 몫이다. 그냥 이혁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한결 편해졌다.곧 이 부인이 방에서 나왔다. 머리를 정리하며 걸어오는 모습이 아직 잠이 덜 깬 듯했다. 그녀는 먼저 강요나를 날카롭게 째려본 뒤 이혁을 향했다. “잠도 편하게 못 자게 하네.”“할 말이 있어서요. 듣고 나서 주무셔도 늦지 않아요.” 이혁의 말투는 다소 거칠었다.이 부인은 이미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듯 다가와 앉았다. “왜? 이 여자 때문에 이 엄마를 잡아먹을 셈이야? 뭐 어쩌겠다는 거야?”엄마라는 말을 강조하며 이혁을 눌러버리려는 식이다. 강요나는 슬쩍 이혁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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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강요나는 듣다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건 무슨 대놓고 헛소리 하는 건 가? 이혁이 언제 자기를 내팽개치려 했다고? 전화기 너머에서 이혁의 아버지가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이 부인은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강요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슬쩍 이혁을 바라봤다. 그는 자리를 뜰 생각도 어머니를 달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아버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가? 그럼 잠시 후 부자 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그 순간 강요나의 마음에 문득 죄책감이 스쳤다. 원래는 화목했던 가족일 텐데 자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것 같아서 죄짓는 기분이었다.자책할 시간도 없이 이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역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어. 여자 생기면 엄마는 잊는다더니. 고작 이런 여자 하나 때문에 엄마도 버리겠다는 거야? 내 이게 무슨 팔자냐. 진짜…”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탓에 이 부인 혼자 분통만 터뜨리는 셈이 됐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강요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너 말이야.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그냥 평범하게 사람 만나 살면 될 걸 왜 굳이 우리 혁이한테 매달리는 거야? 돈 때문이면 이미 받을 만큼 받았잖아. 이제 좀 떨어질 때도 된 거 아니니?”강요나는 정말 입을 열고 싶지 않았다. 그냥 공기처럼 조용히 있고 싶었는데 불똥이 자기한테 튄 이상 더는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이 부인, 저는 이혁 씨랑 돈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결혼하니 마니도 저한테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혁 씨가 저를 내쫓지 않는 한 저는 떠날 생각 없어요.”말을 마친 강요나는 깊은 눈빛으로 이혁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그의 곁으로 몸을 기댔다.그는 그녀를 위해 어머니까지 울렸는데 자신도 어느 정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부인은 화가 치밀어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강요나를 노려봤다.그때 마당 쪽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이 돌아왔다는 걸 눈치챈 그녀는 곧장 다시 눈물을 떨궜다.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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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이창림은 쉰 살이 넘었다. 오랜 시간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답게 그의 분위기와 존재감은 범상치 않았다.강요나는 TV에서 그를 자주 봤지만 사적으로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난번에 임솔의 부모와 함께 그녀 집에 왔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강요나는 이혁과 7년이나 만났다. 이창림은 그녀의 존재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던 건 그저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다.이창림이 묵직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걸음 하나하나에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 지난번 강요나의 집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혁의 어머니가 전화로 한바탕 고자질을 한 탓에 확실히 화가 난 기색이었다.그래도 남자가 자기 아내를 감싸는 건 맞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강요나는 이창림을 좋게 생각했다. 이부인은 남편을 보자 다시 억울함이 북받쳤다.이청은 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나서 계속 어머니의 등을 쓸어주며 진정시켰다.이창림은 자리에 앉았다. 아내를 한 번 힐끗 보더니 곧 시선을 이혁에게 옮겼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천천히 강요나에게로 향했다. “강요나 씨.” 그가 낮게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할 말은 당신이 듣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정중한 말투로 아주 깔끔하게 선을 그어버렸다. 여긴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강요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솔직히 창피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그녀는 자기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손목이 잡혔다.“요나는 제 사람이에요.” 이혁이었다.“못 들을 말은 없어요. 아버지께서 정말 그녀가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차라리 말씀 안 하시는 게 낫겠지요.” 정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버지 앞에서도. 이창림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 순간 강요나는 괜히 몸 둘 바를 몰랐다.이혁의 어머니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창림 앞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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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그날 밤 이후로 강요나는 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했다.엄마는 실망한 나머지 아버지를 떠났고 그 집을 떠났으며 심지어 그녀마저 버렸다.처음에는 엄마는 왜 그걸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이혁과 함께 있으면서 알게 됐다.그가 매번 자신을 감싸줄 때마다 얼마나 좋았는지. 비록 그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기 위한 연기일지라도.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이창림이 조금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강요나는 결국 이혁이 어머니에게 사과했는지 듣지 못했다.그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이혁의 차 쪽으로 향했다.이 집 마당은 참 좋았다. 강요나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하이힐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그리고 이혁이 입을 열었다.“어머니… 죄송합니다.”그 한마디에 이혁의 어머니는 진심으로 마음이 무너졌다. 눈물이 쏟아졌고 목이 메인 채로 말했다.“혁아… 넌 내 아들이야…난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정말 날 위해서라면 제발 내 일에 간섭 좀 하지 마세요.” 이혁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향한 말이었다.“이혁.”이창림이 낮게 말했다.“네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면 네 배우자가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알 것 아니야!” 이혁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재산과 가업을 지키려고 정략 결혼해서 정도 없는 사람이랑 같은 침대 쓰는 거. 아버지는 할 수 있어도 저는 못 해요.”그 한마디에 이창림과 이 부인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두 사람은 정략 결혼이었다. 이십 년 넘게 부부로 살았지만 서로를 존중할 뿐 남녀 간의 사랑은 없었다. 이혁은 정확히 그들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이혁! 무슨 그런 말을!” 이 부인이 날카롭게 외쳤다.“아닌가요?” 이혁은 코끝을 가볍게 문질렀다. 그의 손에는 아직도 강요나의 향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이혁, 철없이 굴지마. 계속 고집 부리면, 그럼 … 그럼…” 이창림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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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강요나도 이 타이밍에 주진석을 마주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정면으로.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따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날 그가 그녀를 구해줬을 때조차도. 강요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손으로 향했다. 아직도 흰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날 칼을 움켜쥔 채 피를 흘리던 모습이 떠올라 목이 순간 조여왔다.“손은 좀 괜찮아요?”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별다른 문제는 없어요.”주진석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묵직한 울림이 있는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그는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좋기로 유명했다. 대학교에서 교수로 있을 때 학생들이 방송 쪽으로 가볼 생각 없냐고 물을 정도였으니.“그때…감사했어요. 교수님.” 인사가 좀 늦었다. 며칠 동안 계속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직접 만나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못했던 것이다.주진석의 시선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강요나는 가볍게 웃었지만 무슨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사실 당시 둘 사이에는 스승과 제자의 선을 넘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학교를 떠났다. 강요나는 지금도 그가 떠난 이유가 그 소문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요즘…”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잠시 눈을 마주보다가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먼저 말해.”주진석이 부드럽게 양보했다.강요나도 사양하지 않았다.“그때 학교를 떠나신 이유는 그 소문 때문인가요?”주진석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런 거 아니야. 집안 사정으로 이민을 가서 그만둔 거야.”“그렇군요.” 강요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럼 제가 죄책감 느낄 필요는 없겠네요.”주진석은 밝게 웃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 장난스럽게 말했다. “요즘 대학은 다들 연애도 맘대로 해. 스승과 제자라도 괜찮아.”그 말에 강요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교수님도 농담할 줄 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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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내가 둘만의 시간을 방해한 건가?” 이혁은 질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강요나는 속으로 숨을 한번 고르며 생각했다. 망했다. 이따가 또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그냥 이것저것 얘기하고 있었어요.” 주진석이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상처를 걱정해 주길래요.”뒤에 덧붙인 말은 상황상 지극히 맞는 말이었다. 그가 다친 건 강요나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 말은 묘하게 다른 의미로 들렸다.강요나의 심장이 다시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주진석, 원래 말이 없는 사람 아니었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지?“그렇긴 하네.”이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느슨하게 서 있었다. “그나저나 임가에서 주진석 씨한테 건네라는 돈이 있는데 아직 못 드렸네요.”“저는 필요 없어요.” 주진석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강요나를 바라봤다.“진짜 피해자는 강요나 씨니까요.” 다시 말해 주려면 그녀한테 주라는 뜻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니 또 느낌이 전혀 달랐다.강요나는 발밑에 가시를 밟은 듯했다. 가기도 애매하고 안 가기도 애매했다.“하.” 이혁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내 여자를 남의 돈으로 키울 생각은 없어요.”“저도 안 받을게요.” 강요나가 급히 말을 받으며 이혁에게 몸을 바짝 붙였다. 그리고 이미 다시 낯선 사이로 돌아간 주진석을 보며 말했다. “임가에서 주는 건 교수님 치료비에 대한 보상이에요. 받으셔야죠.”겉으로는 자연스러워 보였지만 그녀의 불안은 숨길 수 없었다. 주진석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그녀가 힘들어하는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혁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강요나 앞에서 돈을 보냈다. 그 순간 강요나는 문득 생각이 났다. 자기 몫의 보상금은? 보낼 거면 왜 같이 안 보내지?주진석의 휴대폰에서 입금 알림이 울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말 마치고 주진석이 돌아서려 하자 이혁이 또 다시 말했다.“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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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그가 목을 조르려 했든 아니든 그녀의 이런 반응은 분명 이상했다.강요나가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혁, 나는……”이혁이 낮게 비웃었다. “내가 손 댈까 봐 무서워?”안 해본 것도 아니면서! 그때 정말 목을 조른 건 아니었지만 그 느낌을 떠올릴 때마다 목이 서늘해질 정도였다.“나 진짜 그 사람이랑 아무 말도 안 했어. 할 말도 별로 없고. 그냥 상처는 괜찮은지 물어본 거뿐이야.”강요나는 그가 신경 쓰는 게 뭔지 알아서 서둘러 설명했다.“내가 너한테 뭘 얘기했는지 물어봤어?” 느긋한 그의 말투에 강요나의 숨이 턱 막혔다. 그렇다. 그는 아무 말도 안 했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괜히 본인이 찔려서 혼자 허둥댄 것뿐이다. 그런데 사람을 쫄게 만든 건 이혁이 아닌가?겉으로 묻지 않아도 속으로는 분명 알고 싶어하면서.이혁의 손이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왔다. 놀랍도록 부드러운 손길이었다.반쯤 굽힌 손가락으로 한 곳을 문지르며 시선도 그곳에 두었다.“뭔가 묻었어.”진짜 얼굴에 뭔가 묻은 줄 알겠어! 이혁이 일부러 이러는 걸 강요나는 잘 안다.강요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혁은 몇 번 문지르다 손을 거두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빚 다 갚았다고 이제 도망칠 생각이야?”담담한 말투였지만 강요나의 등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원래는 빚만 갚으면 편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숨이 막혔다.강요나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니야… 예전에도 아니고… 지금도 아니야…”이혁의 눈에는 웃음이 맺혀 있었지만 그 웃음에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강요나.”평소에도 풀네임을 부르긴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았다. “혁……”“이리 와.”이미 바로 앞에 서 있었지만 강요나는 그의 말에 따라 반 걸음 더 다가갔다.그는 갑자기 몸을 숙였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귀 옆에 닿았다.“나 배신하면 너 죽일 수도 있어. 알겠지?”강요나는 굳어버렸다. 뭐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이혁은 이미 차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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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장

강요나는 수현 이모 앞에서는 편해 질 수 있었기에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어떻게 도망칠지 생각했어요.”수현 이모의 표정이 굳었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낮게 말했다. “아가씨,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강요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이모, 저 느낌이 안 좋아요. 지금 도망 안 가면 여기서 이혁한테 죽을 것 같아요.”요즘 강요는 꽤 살만했다. 이혁의 약혼녀를 쫓아냈으며 그의 어머니도 화병 나게 했다. 심지어 그의 전 연인까지 아무 반항 못하게 만들어버렸다.겉으로 보면 그녀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건드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잘 알고 있다.그 여자들 중 누구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자신은 크게 다칠 수 있다.이혁이 그녀를 절벽 앞에 세워둔 셈이었다. 그가 한순간이라도 등을 돌리면 그녀는 끝이다.수현 이모가 한숨을 쉬었다. “이 사장은 너무 종잡을 수가 없어요. 마음 좀 잡고 얌전히 지내면 얼마나 좋아요.”강요나는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이모, 저는 한 번도 그런 걸 바란 적 없어요. 유나를 낳긴 했지만 이혁이랑 오래 갈 생각은 없어요.”수현 이모는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문제예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떻게든 그의 마음 붙잡으려 했을 텐데…”강요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현 이모가 덧붙였다. “근데 잘 생각해요. 떠나는 건 쉽지만… 다시 돌아오려면…”“가면 왜 다시 돌아와요? 제가 미쳤어요?”강요나가 웃으며 수현 이모의 팔을 감았다. “그래도 이모랑 헤어지는 건 좀 아쉽네요.”수현 이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강요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이모도 나랑 같이 도망갈까요?”수현 이모는 농담인 걸 알아채고 그녀를 가볍게 툭 쳤다.“이 와중에 장난칠 기분이 나요?”그렇다. 강요나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웃고 넘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점은 스스로도 인정했다.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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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이혁 심야 성경대에 등장, 새 연인은 대학교 1학년 여대생"강요나는 일주일째 이혁을 보지 못했다. 대신 그의 스캔들은 매일 갱신되고 있었다. 어젯밤엔 여대생 그 전날엔 인터넷 유명 임플루언서 그 전에는 여가수, 노래방 아가씨, 심지어 삼십대 유부녀까지 있었다. 요즘 강요나는 다음 날 눈 뜨면 볼 이혁의 뉴스를 은근 기대한다. 마치 랜덤 박스를 여는 것처럼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혁의 이런 모습 때문에 강요나의 생각은 더 확실해졌다. 자신은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빚도 다 갚았다. 몸은 가벼워져서 쫓겨나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다만… 그가 입을 열지 않는 한 감히 떠날 수가 없었다. 이 일주일 동안 강요나 역시 이혁처럼 가만히 있지 않았다.그에게서 벗어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유나를 어떻게 데리고 갈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렇게 방치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여기서 한 시간만 벗어나도 그는 정확히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예전에 한 번 미행당한 적이 있어서 이혁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는 정확하게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아냈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처음엔 휴대폰에 뭔가 설치한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새 휴대폰으로 바꿔 봤는데도 여전히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때 추적 장치는 휴대폰이 아니라 자기 몸에 있다는 걸 알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인체에 심는 추적칩이 실제로 있었다.강요나는 그 칩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팔이다. 반년 전, 이혁이 그녀를 데리고 가서 피임 시술을 받게 했는데 그때 위치 추적칩도 함께 넣어둔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그가 그녀의 빚을 전부 갚아주고도 그녀가 도망갈까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다.“아가씨, 오늘 안색이 참 좋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수현 이모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강요나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어디 안색뿐만 아니라 기분도 좋아 보였다.강요는 자신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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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돌잔치? 아니면 장례식?“지금이요?” 강요나가 물었다.“네.”강요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졸린 눈을 억지로 떴다.“좀 격식 있는 자리예요? 옷차림에 요구하는 게 있나요?” 강요나의 눈꼬리는 길고 살짝 올라갔다. 이런 눈매는 워낙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어서 예전부터 남자 잘 꼬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아뇨, 그냥 자연스럽게 입으시면 됩니다.”비서는 말하면서 강요나의 차림을 한 번 훑어봤다. 편한 스타일의 옷에 화장도 안 한 얼굴, 머리는 위로 둥글게 말아 올려 풋풋하고 청순한 분위기였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어쩜 어젯밤 이혁의 스캔들에 등장한 여대생보다도 훨씬 더 어려 보이고 생기가 넘쳤다.그녀는 흔들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옷 갈아입고 화장 하고 올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듯 덧붙였다.“강요나 씨, 너무 꾸미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연회 자리입니다.”지난 7년 동안 그는 종종 이혁의 말을 대신 전해왔다. 가끔 강요나가 뭔가를 원할 때 이혁이 직접 상대해주지 않으면 그녀는 늘 박 비서를 통해 해결했다. 그래서 강요나는 박 비서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렸다.약 20분 후 강요나가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비서는 그녀를 보자마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몸에 딱 붙는 롱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에 붉은 입술과 웨이브 진 머리까지 더해져 매우 요염한 분위기를 풍겼다.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어딘가 과한 느낌. 박 비서는 아까의 청순한 모습이 더 낫다고 느꼈다. 그렇게까지 말해 줬는데도 이렇게 꾸밀 줄은 정말 몰랐다. “왜요? 제가 이렇게 입으면 안 어울리나요?”강요나가 일부러 물었다. 그녀는 그의 실망한 눈빛을 봤다. 그녀는 박 비서의 말은 제대로 이해했지만 일부러 반대로 하고 싶었다.이혁과 여대생의 스캔들이 인터넷에 도배된 상황이다. 댓글은 전부 “청순하다”, “풋풋하다”는 말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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