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사육된 강요나, 금주를 차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100 챕터

제81장

강요나는 부딪힌 머리를 감싸 쥔 채 밖을 내다봤다.아니나 다를까 차 한 대가 그대로 그들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대체 누구지?임솔? 아니면…그녀가 맞추기도 전에 그 차는 미친 듯이 다시 들이받으려 달려들었다.강요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운전기사도 급히 핸들을 꺾었다. 차가 크게 흔들리며 강요나는 어지러움을 느꼈다.옆에서는 수현 이모가 그녀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쾅—!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렸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요나는 차가 크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개를 들어 보니 자신들을 들이받으려던 차는 검은색 SUV 한 대가 가로막고 있었다.운전기사는 길게 숨을 내쉬며 욕설을 내뱉으며 차를 멈췄다.수현 이모는 온몸을 떨며 강요나를 붙잡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강요나 역시 놀라긴 했지만 곧바로 뒤를 돌아봤다.자신들을 들이받으려던 차와 그걸 막아선 차가 서로 엉켜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다.“저, 저기… 이혁 씨한테 얼른 전화해요.”수현 이모는 겁에 질렸지만 아직 이성은 잃지 않았다. 다만 휴대폰을 들 힘조차 없어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운전기사가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강요나는 수현 이모의 손을 떼어내고 차에서 내렸다.“아가씨!”수현 이모가 다급히 불렀다.“가서 보고 올게.” 부딪힌 충격에 아직 머리가 멍했지만 두려움과는 별개로 그녀는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았다.수현 이모가 다시 붙잡으려 했지만 잡지 못했다. “아가씨, 가지 마요! 위험해요!”상황은 이미 끝난 거 아닌가? 강요나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부딪힌 두 대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가까이 가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요나, 가만 안 둬!”아. 그녀의 감이 맞았다. 임솔이었다.다만 지금 그녀는 차 안에 끼여 나오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충돌로 운전석 쪽 문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 강요나의 발걸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그녀는 차 앞까지 가서 유리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며 휘파람을 불었다.임솔은 분에 못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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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장

“이젠 입으로만 떠들 수밖에 없지.”이혁이 말을 하다 말고 대문 쪽으로 들어오는 차를 보았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무진에게 말했다.“남은 건 알아서 처리해.”전화를 끊자마자 차에서 사람이 내렸다. 이청이었다. 손에는 클러치를 들고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회사에서 막 돌아온 게 분명했다.“혁아, 왜 혼자 여기 있어?” 이청이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그냥 정원을 보고 있었어.” 이혁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손끝으로 잎사귀를 빙글빙글 돌렸다. 여유롭고 한가로운 모습이었다.이청은 마당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정원, 우리 부모님이 참 잘 가꾸셨어.”“우리”라니. 한때는 이혁한테 자신이 이 씨 성을 갖는 게 끔찍하게 싫다고 말했다.이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 분들이 뭘 했다는 거지? 꽃 한 번 다듬은 적 있나? 물 한 번 준 적이 있나?”말투가 싸늘했다. 이청은 그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일 있었어? 기분이 왜 안 좋은 건데? 걔 때문에?”그가 40억 썼다는 뉴스도 이미 봤다. 그 일로 이창림도 이혁에게 회사 맡기면 언젠가 말아먹을 거라고 크게 화를 냈다.“걔?” 이혁이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봤다. 그 시선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이청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걔 말고 누가 널 이렇게 화나게 하겠어?”“내가 챙기는 사람이 걔 하나뿐인 줄 알아?” 이혁은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최근에 임 씨 집안 사람들이랑 만난 적 있지?”이청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곧바로 부정했다. “없어. 너…”“임솔이 강요나한테 계속 나쁜 짓을 하는데 뒤에 누가 있는 게 분명해.”이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게 네가 아니길 바란다.”그 말에 이청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나라고 생각해?”이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잠시 후, 이청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혁… 아직도 그때 일을 원망하는 거야?” 그녀의 말과 함께 눈물이 뚝 떨어졌다.“그때 내가 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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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장

강요나는 집에 돌아와 약을 먹고 나니 배는 한결 편해졌지만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사고 자체는 큰 탈 없이 넘겼지만 찜찜한 기분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임솔은 뒤에서 꾸미던 걸 넘어서 이제는 대놓고 나서기 시작했다. 그녀의 증오는 극에 달해 이제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수준까지 치달았다.임가의 힘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그녀는 별일 없이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다음엔 또 어떤 수로 자신을 몰아붙일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이혁이 매번 이렇게 정확하게 사람을 붙여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까?만약 한 번이라도 막지 못한다면 그땐 정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특히 딸을 보고 나니 더더욱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결국 이혁을 떠나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주위의 위험은 전부 그 때문에 생겼으니까.이런 생각을 하다 잠에 든 강요나는 꿈을 꾸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겁에 질린 그녀는 이혁을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화가 난 그녀는 욕을 내뱉었다. “이혁 나쁜 자식!”마침 방에 들어온 이혁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은은한 조명 아래 잠든 여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잠결에도 욕을 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원망이 깊은 거지?몽롱한 잠결에 강요나는 무언가가 잠옷 안으로 파고드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반응하지 못했지만 몇 초 뒤 흠칫하며 옷 속에 파고든 손을 붙잡으며 눈을 떴다.이혁의 얼굴을 본 순간, 꿈속의 냉정한 그와 겹쳐지며 분노가 확 치밀어 올라 그녀는 그를 세게 밀쳤냈다.“욕하는 걸로 모자라 이젠 밀기까지?”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날 안 구해줬잖아.”완전히 정신이 든 강요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눈이 붉어졌고 이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조금 전의 사나운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부드럽게 변했다.“나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나 구해줄거지?”이혁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아했다. 방금 전까지는 이를 갈더니 이제는 애교를 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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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이전에 그에게 스캔들이 돌 때도 그녀는 일부러 그를 자극하곤 했다. 그가 질투하는 거냐고 물으면 그녀는 늘 아니라고 했다.“40억이라니…” 강요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랑 이렇게 오래 만났으면서도 나한테는 그렇게까지 후하게 쓴 적 없잖아?”이혁은 입술 끝을 핥았다. 자기가 준150억은 개나 준 셈인가?“누가 전화를 안 받으래?”이혁의 말을 듣고 나서 강요나는 정말 후회가 막심했다.40억이라니. 그게 진짜 자기한테 들어왔으면 그대로 도망쳐도 앞으로 먹고사는 데 걱정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다시 또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나 오늘 그 여자 봤는데… 솔직히 40억은 아니던데?” 강요나가 비꼬듯 말했다.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관없다는 뜻이었다.“배는 아직 아파?” 이혁은 손을 그녀의 아랫배에 올렸다.사실은 이미 안 아팠지만 강요나는 일부러 아픈 척을 했다.“응. 아파. 그래도 낮에 보다는 괜찮아졌어.”이혁은 손으로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주물러 주었다. 강요나는 그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라 조금 의외였다. 그때 이혁이 말했다.“내가 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우리 엄마가 이렇게 주물러주면 괜찮아졌거든.”생리통이랑 어린 아이가 배 아픈 거랑 어떻게 같겠어! 강요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나중에 병원 가서 그거 빼자.”이혁은 그녀의 검사 결과를 이미 봤고 의사에게도 물어본 상태였다.강요나는 속으로 기뻐했다. 낮에 했던 연기가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정말?”이혁은 그녀의 눈에 숨김없는 기쁨을 보고 말했다.“그렇게 빼고 싶어?”“응. 빼면 이제 배 안 아플 테니까.”그녀는 유나를 낳기 전까지는 거의 생리통이 없었다. 출산 이후에 아프기 시작해서 이혁은 전혀 몰랐다. 그래서 피임 시술 탓으로 돌리기 딱 좋았다. “응.” 이혁은 짧게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갔다.어? 이 남자 보통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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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장

감성재였다!그가 유나를 데리고 왔다!강요나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이게 바로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거였다.수현 이모는 그녀가 아무 반응이 없자 한 번 더 살펴보며 불렀다.“아가씨!”“이모…” 강요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유나예요.”강요나는 원래 이 일을 수현 이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남의 비밀을 대신 지켜주는 것도 힘든 일이라서 수현 이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날수록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하지만 지금 감성재가 아이를 데리고 집까지 찾아왔으니 더는 숨길 수 없었다.수현 이모도 놀란 표정이었지만 곧 강요나가 왜 말해주는지 이해됐다.“아가씨, 걱정 마세요. 할 말, 못할 말 정도는 알아요.”강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들어오라고 해요.”수현 이모가 문을 열러 갔다. 강요나는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잠시 생각한 끝에 그녀는 결국 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일은 그에게 숨길 수 없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이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그녀는 평소 그에게 먼저 전화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보통 일이 있을 때만 전화를 했다. “감성재가 왔어요. 아이도 데리고요.”강요나는 창가에 서 있었고 마침 감성재가 유나를 안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도 강요나를 발견했다. 그는 유나의 손을 잡고 이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엄마 저기 있네.”이혁 쪽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가 방금 말을 들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강요나는 그의 의도를 가늠할 수 없어 물어보려는 순간, 이혁이 먼저 물었다.“들여보냈어?”강요나는 속으로 숨을 삼켰다.“아이를 데리고 와서… 안 들일 수가 없었어. 만약 기분 나쁘면 돌려보낼게.”이혁은 냉소적으로 웃었다.“이미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내쫓을 수 있겠어?”강요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혁도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게 무슨 뜻이지? 강요나는 도무지 그의 속을 알 수 없었다. 결국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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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그녀는 유나를 안고 마실 것을 가지러 갔다. 수현 이모는 유나를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이혁 씨 많이 닮았네요.”그 몇 마디에 강요나는 순간 멈칫했으며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그녀는 수현 이모를 바라봤다.“닮았어요?”“닮았죠. 입이랑 코는 거의 똑같아요. 다만 눈은 아가씨를 닮았어요.”수현 이모는 꽤 꼼꼼히 봤다.강요나는 긴장을 삼키며 말했다.“밖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한눈에 보고 이혁…”그녀는 유나를 보고 뒷말을 삼켰다. 수현 이모가 이해하고 말을 이어받았다.“그건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달라서 딱 잘라 말을 못 하겠지만 저는 닮은 것 같아요.”강요나는 자기도 모르게 유나를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닮은 것 같았다.하지만 지난번 이혁이 유나를 봤을 때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아마 괜찮을 거야. 게다가 아무도 유나가 이혁이랑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설령 닮았다고 느껴도 깊게 생각하진 않을 거야. 강요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수현 이모는 감성재에게 차를 내왔다. 강요나도 유나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먹을 것과 장난감들을 꺼내놓았다.먹을 것도 있고 놀 것도 있으니 유나는 금세 강요나와 가까워졌다.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자연스럽고 다정했다. 감성재도 끌어들였다.이혁은 집 안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웃음소리를 들었다.특히 아이가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마치 진짜 가족처럼 들렸다. 셋은 노느라 그가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수현 이모가 먼저 그를 보고 말했다.“이 사장님.”강요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긴장하며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이혁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불안했다.그녀는 얼른 일어나 이혁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왔어?”“내가 오지 말았어야 했나 봐.”이혁이 걸어오며 말했다.감성재는 집주인처럼 소파에 앉아 팔을 등받이에 걸치고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건방진 말투로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셋이 노는 것 봤잖아. 네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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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강유나!”아이 특유의 부드럽고 말랑한 목소리로 말끝이 살짝 늘였다.이혁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고 강요나는 한 순간 피가 식은 듯 굳어버렸다.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유나를 낳고 이름을 지을 때 자신의 성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강유나?”이혁이 한 번 더 되뇌며 강요나를 쳐다봤다. 분명히 의심의 눈빛이었다.“강유나가 아니라 감유나”감성재가 말을 받아쳤다. 강요나와 이혁이 다 그를 바라봤다. 감성재은 태연하게 소파 등받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전혀 당황한 기색없이 말했다. “이름 괜찮지? 내가 지은 거야. 그런데 이 아이랑 강요나도 참 신기한 인연이야. 둘이 이름이 참 비슷하잖아.”강요나는 억지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그러게…비슷하네.”“만약 내가 일부러 이렇게 지은 거라면요? 일부러 요나 씨랑 비슷한 발음 쓰려고.” 감성재는 정말 겁도 없이 이혁 앞에서 대놓고 그녀를 꼬시기 시작했다.강요나는 속으로 그를 노려봤지만 겉으로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감 사장, 정말 정성이 대단하셔.”“그럼. 7년이잖아. 아직도 내 마음 속에 한이 남아서.”감성재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요나…”“강요나.” 이혁이 끼어들었다. “애 데리고 밖에 나가 있어.”그녀를 일부러 내보내는 거였다. 감성재를 직접 상대하려는 건가?강요나는 알 수 없었지만 망설일 여유도 없었다.유나를 안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가 어떻게 싸우든 일단 숨 좀 돌리는 게 먼저였다.그녀가 나가자마자 감성재가 웃으며 물었다.“무슨 뜻이지?”“통신사 고객센터 전화말이야…”이혁의 말에 감성재는 피식 웃었다.“넌 머리는 나쁘지 않은데 반응이 좀 느려.”감성재는 그날 밤 전화가 통신사에서 온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를 비꼬았다.맞다. 이혁도 그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다.카드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어느 고객센터가 한밤중에 전화를 하겠는가?“가격 부르지. 얼마면 강요나를 나한테 넘길 거야?” 감성재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이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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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그는 겉으로는 애정 깊은 사람인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이혁을 슬쩍 겨냥하고 있었다.문 밖에서는 강요나가 유나와 놀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온통 집 안에 가 있었다. 귀를 기울여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려고 했지만 안은 너무 조용했다. 물건 깨지는 소리도 없었다.그럴수록 오히려 더 불안했다.“엄마!” 유나가 그녀를 불렀다.강요나는 정신을 차렸다.“우리 유나.”“엄마, 유나는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세 살짜리 아이지만 말은 또박또박 잘했다.강요나의 마음이 꽉 조여왔다. 예전에 라연과 함께 있을 때 전화할 때마다 엄마랑 있고 싶다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유나를 안아 들었다.“우리 아기, 조금만 기다리자. 나중에는 엄마랑 절대 안 떨어질 거야.”유나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유나는 외할머니도 보고 싶어.” 유나는 라연이 직접 키운 아이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재혼했고 더 이상 유나를 돌봐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강요나는 아이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돌렸다.“저기 그네 타러 갈까?”아이를 달래는 건 쉬웠다.그네에 앉자마자 유나는 너무 좋아했다. 맑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집 안까지 들려갔다.감성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더 할 말 없으면 밖에 나가서 저 모녀가 뭐 때문에 저렇게 웃는지 좀 볼게.”이혁은 말리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감성재는 밖으로 나와 강요나와 유나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다가가며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애를 이렇게 잘 돌보니까 널 아예 데려가고 싶네.”강요나는 감성재 혼자이고 이혁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그를 못마땅하게 보며 말했다.“난 이혁 씨 여자라고요. 데려가긴 어딜 데려가?”감성재는 비웃듯 웃었다.“너는 이혁 여자라 생각하지만 이혁은 여자가 너 하나뿐이 아니잖아. 얼른 자기 앞길이나 생각해.”정말 쓸데없는 참견이었다. 하지만 강요나는 그가 일부러 이혁 들으라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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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정말 그를 떠날 생각이야?” 감성재가 불쑥 물었다.강요나는 그네 줄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가 그네가 느려지자 얼른 내려왔다.“응. 앞으로 여러 가지 일에 네 도움이 필요해.”“난 공짜로 안 도와줘.” 감성재는 자신의 속셈을 숨기지 않았다.사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강요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유나에게 아빠라고 부르게 했을 때부터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런 건 도와주고 나서 얘기해.” 강요나는 집 안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리고 너무 나서지 마. 이혁 건드리면 나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어.”정말로 이혁이 뭔가 눈치채면 제일 먼저 당하는 건 나고 그 다음은 감성재다.“뒤에서 애까지 낳고 이제 와서 무서워?”감성재가 비꼬았다.강요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만 좀 해. 얼른 가.”그가 유나를 데려와서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주긴 했지만 방금 이혁 에게 했던 말들은 폭탄을 던져 놓은 거나 다름없다. 감성재는 그녀의 냉대에도 코웃음을 쳤다. “넌 내가 널 좋아하는 거 믿고 이러는 거지?”맞는 말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애초에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건 급하게 할 일이 아니야. 천천히 준비했다가 한 번에 움직여야 해.”강요나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감성재는 웃었다.“역시 너는 머리도 남들보다 훨씬 잘 돌아.”강요나는 칭찬해줘서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문득 뭔가 떠올렸다.“지우가 너 좋아하는 거 같던데?”“나 좋아하는 사람 많아.” 감성재는 거만하게 말했다. 이혁이 방탕하듯 그 역시 결코 깨끗한 사람은 아니었다.다만, 그가 진심으로 마음을 둔 건 그녀 한 사람뿐이다.사랑이라는 건 참 지독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내가 관심 없는 사람은 끝까지 매달린다.“그 여자는 신경 쓸 필요 없어.” 감성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그러면서 집 쪽을 바라봤다.“이혁이 너를 놓아줘서 빨리 내가 널 데리고 여기서 나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그의 표정은 농담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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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이 말투와 분위기만 봐도 화가 난 게 틀림없다.강요나는 살짝 고개를 돌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걸음 다가가 이혁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그녀가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이혁은 조금 의외라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요나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나를 버리고 떠난 뒤 나는 한동안 저녁이 무서웠고 비 내리고 천둥 치는 날도 무서웠어. 나중에 내가 아이를 갖게 되면 절대 아이를 버리지 않을 거야. 죽어도 아이를 데리고 갈 거야. 이 세상에 혼자 무섭게 남겨두지 않을 거야.”예전에 계모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떠났다는 건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힘든 과거가 있을 줄은 이혁도 몰랐다.물론 지금 이 말이 동정을 사기 위해 꾸며낸 것일 수도 있었다. 이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요나는 그의 품에 몸을 더 바짝 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티가 난다.“아까 둘이 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렇게 감탄할 정도야?” 결국 이혁이 물었다.강요나는 이미 답을 준비해 두었다. “뭐긴. 이혁 씨한테 새 여자가 생겼으니 난 곧 밀려날 거라고 말해줬어. 내가 버려지면 바로 데리러 오겠다고도 하고.”이혁의 눈에 차가운 웃음이 스쳤다. “그래서 넌 뭐라고 했어?”“그럴 리 없다고 했지. 설령 네 곁을 떠나게 되더라도 그 사람한테는 안 간다고.”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이 바닥에서 내가 네 여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떠나자마자 다른 남자랑 붙어 다니면 내가 너무 뻔뻔한 사람 같잖아.”“그럼 어디로 갈 건데?” 오늘따라 이혁은 유난히 말이 많았다.강요나는 자신의 계획을 떠올리며 말했다.“아무도 나를 모르는 작은 지방 도시로 가서 그냥 소소하게 하루 세 끼 먹으면서 살려고.”이혁은 웃었다. “이미 계획이 다 있네?”“어차피 언젠가는 그렇게 될 일이니까.”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이혁의 짧은 대답이 그의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강요나의 마음이 괜히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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