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Bab 1031 - Bab 1040

1103 Bab

제1031화

“그날 두약해가 떠난 뒤, 소인이 바닥에 떨어진 쑥잎 한 장을 주웠사옵니다. 그런데 그 잎이 영 심상치 않았사옵니다. 평소의 쑥잎과는 냄새가 달랐고, 오주초 특유의 향이 배어 있었사옵니다.”주회가 계속해서 말했다.“오주초라니, 그게 무엇인가?”금영은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남강에서 자라는 약초이옵니다. 보통 사람이 먹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사오나, 회임한 여인이 복용하면 뱃속의 태아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되옵니다.”주회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은 이제야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어쩐지 두약해에게 일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회가 그토록 어렵게 줄을 댄 서 황후마저 포기하려 했던 것이다.궁에서의 출세길까지 내던진 채 어떻게든 황궁을 빠져나가려 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궁 안의 엄청난 비밀을 알아 버린 것이었다.금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역시 여비의 뱃속 아이는 누군가에게 해를 입은 것이었군.”서 황후는 정말이지 독하기 짝이 없었다.여비가 갓 입궁했을 무렵이었다면, 아이가 생기지 못하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터였다.그런데도 서 황후는 굳이 여비가 해산을 코앞에 둔 때를 골라 손을 썼다.처음부터 아이가 없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아이를 가졌다가 잃은 뒤, 여비의 정신은 예전 같지 않았다.그날 이후 여비는 그 아이의 기일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황제를 모신 적이 없었다.아마 기일에 황제를 모셨던 것조차 잠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죽은 아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였을 것이다.주회는 긴 이야기를 끝낸 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오랫동안 짓눌러 온 짐을 마침내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였다.“이 일은 오랫동안 소인의 마음속에 묻어 두었사옵니다. 두약해는 생전에 소인에게 잘해 주었기에, 훗날 그의 처자식이 사람을 찾아다니며 행방을 수소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쓰였사옵니다.”“그래서 한 번 찾아가 보았사옵니다.”“그때 복령 아씨는 아직 어린아이였사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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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복령은 눈시울을 붉힌 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그 슬픔 속에는 그녀 자신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안도감이 조금 섞여 있었다.“마마, 다 들으셨지요? 노비의 부친은, 부친은 여비마마를 해치려 한 것이 아니었사옵니다.”“오히려 여비마마를 살리려 했던 것이옵니다!”“노비는 알고 있었사옵니다. 부친께서는 절대로 남을 해칠 분이 아니셨사옵니다. 늘 노비에게 말씀하셨사옵니다. 의원이라면 병든 이를 살피고 사람을 구해야 하며, 재물을 탐해 사람을 해칠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옵니다.”복령이 붉어진 눈으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그렇게 좋은 분이셨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사옵니다.”해수도 안쓰러운 눈으로 복령을 바라보다가 이내 금영에게 물었다.“마마께서 이제 진상을 아셨으니, 언제 이 일을 밝히실 생각이시옵니까?”그 말을 꺼내는 해수의 목소리에는 벌써부터 조급함이 묻어났다.“이 일이 정말 밝혀지기만 하면, 황후도 더는 황후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옵니다!”금영이라고 어찌 하루라도 빨리 서 황후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지 않겠는가.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 가운데 확실한 것은 주회가 털어놓은 이야기뿐이었다.나머지 절반은 금영이 정황을 맞춰 가며 추측한 것이었다.물론 그 추측은 거의 틀림없어 보였다.하지만 아무리 사실에 가까운 추측이라 한들, 증좌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금영이 입을 열었다.“아직은 증좌가 더 필요하네.”이 일을 이용해 서 황후를 끌어내릴 생각이라면, 이번 한 번에 완전히 끝을 내야 했다.다시는 일어설 틈조차 주어서는 안 됐다.확실한 증좌가 부족한 채 섣불리 나섰다가는, 서 황후가 오히려 금영에게 누명을 씌워 자신을 모함했다고 몰아붙일 것이 뻔했다.모든 사실을 알게 된 금영의 마음은 묘했다.오랫동안 걸려 있던 무언가가 풀린 듯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짓눌렸다.결국 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그런데 안성당을 막 나선 순간, 뜻밖에도 태자와 마주쳤다.금영이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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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금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꾸짖었다.“태자 전하, 부디 자중하십시오. 이제 본궁은 전하의 모비입니다.”말을 마친 금영은 입꼬리를 비틀어 차갑게 웃었다.“설마 태자 전하께서는 천륜마저 저버리는 짓을 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금영아, 네가 내게 화가 난 것도 알고, 나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 하지만 천륜을 거스른 일을 따진다면, 그건 내가 아니야. 그건…….”태자가 이를 악물었다.금영은 그가 무심코 입 밖에 내뱉으려는 것을 보고 싸늘하게 물었다.“누구 말입니까?”이어 비웃듯 되물었다.“태자 전하께서 감히 그 이름을 입에 올리실 수나 있으십니까?”태자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금영이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태자 전하께서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싶으시다면, 품어서는 안 될 마음부터 거두십시오.”물론 금영은 속으로 태자가 그 자리를 오래 지키게 둘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서 황후가 무너지는 순간, 태자의 자리 역시 끝을 향해 갈 터였다.금영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현비가 태자를 그대로 두고 볼 리 없었다.황제가 영안후부에 막 도착했을 때, 마침 손탁 일행과 마주쳤다.황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짐이 마마 곁을 한시도 떠나지 말고 지키라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찌 너희가 이곳에 있는 것이냐?”손탁이 불안한 기색으로 대답했다.“마마께서 이곳에서 기다리라 하셨사옵니다.”황제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성큼성큼 안으로 향했다.손탁이 망설이다 황제를 불렀다.“폐하.”황제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무슨 일이냐?”손탁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금영을 배신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하지만 그는 결국 황제의 사람이었다.잠시 망설이던 손탁은 이를 악물고 사실대로 고했다.“조금 전 태자 전하께서도 오셨사옵니다. 지금 영안후부 안에 계시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황제의 낯빛이 한층 더 서늘하게 가라앉았다.황제가 빠른 걸음으로 안쪽까지 들어왔을 때, 마침 안성당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금영과 태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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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신귀안은 태자가 다시 변명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그보다 먼저 황제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신귀안은 태자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일렀다.“전하, 폐하께서 오시옵니다.”그 말을 들은 태자는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지만 더는 입 밖에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는 몸을 돌려 황제를 향해 공손히 예를 올렸다.“소자가 아바마마를 뵙사옵니다. 아바마마께 만복이 깃드시옵소서.”황제는 태자에게는 별다른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곧장 금영에게 향했다.금영의 얼굴에는 반가운 웃음이 가득했다.목소리에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폐하! 드디어 오셨사옵니까!”말을 마친 금영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황제를 향해 달려갔다.황제 앞에 이르러 막 걸음을 멈추려던 순간이었다.황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미처 멈추지 못한 금영을 그대로 품에 끌어안았다.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했다.“어찌 이리 덤벙거리느냐?”금영이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폐하를 뵈니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분수를 잊고 말았사옵니다.”그 한마디에 황제의 기분이 눈에 띄게 풀렸다.황제가 낮게 웃었다.“짐도 너를 보니 무척 기쁘구나.”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주변에 누가 있든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마침 제비 두 마리가 근처 처마 위에 내려앉아 짹짹거리며 두 사람을 구경하기 시작했다.태자는 자신의 심장이 다시 한번 얼음물 속에 처박힌 듯 차갑게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저 새들은 어찌 저리도 시끄러운 것인가.황제가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아,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영안후부에서 조금 더 쉬고 싶으냐, 아니면 밖으로 나가 바람이라도 쐬겠느냐?”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신첩은 폐하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그러다 문득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태자에게 시선을 주었다.금영이 불쑥 입을 열었다.“폐하, 월로사에 다녀오는 것은 어떠하시옵니까? 신첩도 월로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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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그가 올 줄 알았더라면 신첩이 반드시 피했을 것이옵니다.”태자를 입에 올리자 금영의 고운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눈빛에는 조금도 감추려 하지 않는 혐오감이 어려 있었다.황제는 눈가에 번지던 웃음을 슬며시 거두고 금영을 바라보았다.“만약 짐이 화가 났다고 하면, 금영아, 어찌할 테냐?”그 말을 들은 금영은 마음이 괜스레 복잡해졌다.속으로는 태자를 몇 번이고 욕해 댔다.‘태자는 대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황제의 핏줄이면서, 이토록 총명하고 사리에 밝은 황제에게서 어찌 저런 아들이 태어났단 말인가.’예전에는 눈앞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모르더니, 이제 와서는 금영만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처럼 굴었다.금영이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태자는 금영이 아직도 자신을 잊지 못했으나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마음을 숨기고 있다고 굳게 믿는 눈치였다.저토록 사람을 질리게 하는 성정은 분명 황제를 닮은 것이 아니었다.그래도 눈매와 이목구비 어딘가에는 황제의 모습이 조금 남아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금영은 태자가 정말 황제의 핏줄이 맞는지 의심했을지도 몰랐다.생각해 보니 저 어리석음은 서 황후를 닮은 모양이었다.아들이 어미를 닮는 것이야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잠시 생각하던 금영은 먼저 황제의 품으로 몸을 기댔다.그러고는 두 팔을 뻗어 황제의 목을 살며시 감았다.“그렇다면 신첩도 폐하께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사 청할 수밖에 없사옵니다.”황제의 등이 순간 미세하게 굳었다.금영이 입궁한 지도 어느덧 한 해가 훌쩍 넘었지만, 두 사람이 남녀로서 정을 나눈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황제는 늘 금영을 아무리 아끼고 보듬어도 모자란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그런 금영이 제 발로 다가와 품에 안긴 것이다.황제는 눈을 내리깔고 품 안의 금영을 바라보았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럼 짐더러 어찌 용서해 달라는 것이냐?”말을 마치기도 전에 황제는 금영을 제 품 깊숙이 끌어당겼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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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황제의 한 손은 금영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쪽진 머리를 받치듯 감싸 쥐고 있었다.압도적인 기세가 금영의 온몸을 빈틈없이 휘감았다.대나무 발이 내려오는 순간, 그제야 금영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황제의 눈빛에는 좀처럼 억누르기 힘든 열기가 서려 있었다.평소 금영을 대할 때면 한없이 온화한 사람이었지만, 유독 이런 순간만큼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곤 했다.금영은 저항할 수도 없었고, 딱히 저항하고 싶지도 않았다.차라리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 된 셈 치고, 자신을 어찌할지는 전부 이 남자에게 맡겨 버렸다.황제는 금영을 품 안에 단단히 가둔 채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한참이 지나서야 황제가 갑자기 몸을 바로 세웠다.금영만 홀로 마차 한쪽 구석에 기대어,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어리둥절한 듯 황제를 바라보았다.금영이 조심스럽게 불렀다.“폐하?”그러자 황제가 짧게 말했다.“가만히 있거라.”금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대체 무슨 뜻이지?분위기는 이미 한껏 무르익어 자연스레 다음으로 이어질 듯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겨 버렸다.금영조차 몸이 괜스레 간질거리고 묘하게 달아오른 기분을 떨쳐 내기 어려웠다.예전의 금영은 황제와 이런 일을 나누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대부분은 황제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맞춰 주는 쪽에 가까웠다.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남의 지붕 아래에서는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총애 받는 비가 되고 싶고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이런 일까지 매번 거절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조금 달라졌다.황제는 이런 순간에도 유난히 금영의 기분과 반응을 살폈고, 덕분에 금영 역시 차마 입 밖으로는 말하기 어려운 감각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었다.금영은 꼿꼿이 앉아 눈을 감은 채 마음을 다스리는 황제를 바라보았다.입술이 살짝 삐죽 나왔다.이 사람, 먼저 마음을 흔들어 놓고는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것 아닌가.한참이 지나서야 황제는 겨우 몸 안의 열기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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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금영이 옅게 웃었다.“이번에는 인연을 빌러 온 것도 아니고, 소원을 이루어 준 데 감사하러 온 것도 아닙니다.”붉은 도포를 입은 도사가 호기심을 보였다.“그럼 무슨 일로 왔소?”금영이 다시 웃었다.“예전에 왔던 곳을 다시 한번 둘러보려 합니다.”한 바퀴 둘러본 뒤 마지막에 복이나 빌면 될 일이었다.그 말을 들은 붉은 도포의 도사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인연을 빌 것도 아니고 소원을 이루어 준 데 감사할 것도 아니라면, 은전을 벌 구석이 없지 않은가.그러다 도사의 시선이 태자에게로 향했다.곧 그는 짐짓 심오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보시오, 공자. 들어오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다 싶었소.”“공자는 붉은 인연의 끈이 끊기고 연분이 어긋난 팔자요. 은 여덟 냥 여덟 돈이면 사랑하는 이와 끊어진 인연을 다시 잇고, 옛 연분을 되살려 오래도록 금슬 좋게 지낼 수 있게 해 주겠소. 어떻소, 한번 해 보겠소?”도사의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했다.일행은 분명 함께 들어왔지만 태자가 조금 뒤처져 있었기에, 도사는 그들이 한 일행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금영과 황제는 이미 그곳을 지나쳐 가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도사의 말을 들은 황제가 걸음을 멈췄다.황제가 천천히 도사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안타깝게도 붉은 도포의 도사는 예전에 황제를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술기운까지 올라 있었다.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끊어진 인연을 다시 이어 준다는 장사를 계속 떠벌렸다.태자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도사의 호의는 고맙소. 하지만 나는 필요 없소.”필요하다고 했다가는 오늘 무사히 산을 내려가기 어려울 터였다.자신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하지만 이 일로 금영까지 곤란해진다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잘못이었다.“아니, 공자. 이건 하늘이 맺어 준 천생연분이오. 그런데 옛날의 원한 맺힌 귀신 하나가 끼어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갔구려! 이대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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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황제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금영아, 짐이 네 체면을 보아 이번 한 번만 그자를 용서해 주마.”금영은 웃으며 황제를 바라보았다.평소 그토록 차갑고 침착한 황제에게도 이처럼 유치한 면이 있으리라고는 정말 상상하기 어려웠다.오는 길 내내 움직였던 탓에 두 사람 모두 조금 지쳐 있었다.그래서 나란히 긴 의자에 기대 잠시 쉬기로 했다.금영은 얼마 잠들지도 못했는데, 다시금 뜨겁고 강렬한 기운에 온몸이 휩싸였다.마차 안에서는 불편해 미처 하지 못했던 일이 이제는 얼마든지 가능해진 것이다.금영도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그저 자신을 거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황제에게 내맡겼다.한바탕 비바람이 잦아든 뒤였다.금영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유난히 곱고 요염했다.한여름 막 피어난 작약꽃처럼, 모란만큼 화려하고 기품 있지는 않아도 그보다 한층 더 농염한 아름다움이 있었다.황제는 금영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웃었다.“금영아, 예전에 월로사에서 짐의 눈앞을 피해 달아날 때에도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느냐?”금영이 눈을 살며시 내리깔았다.‘당연히 생각했지. 폐하의 총애를 받는 비가 되려고 몇 번이고 일부러 마음을 흔들어 놓았으니까.’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입 밖에 내면 재미가 없었다.금영은 눈을 깜빡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신첩이 오늘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때 무엇 하러 그렇게 도망쳤겠사옵니까? 아무리 도망쳐 봐야 결국 폐하께 붙잡히고 말았는데요.”황제가 낮게 웃었다.예전 금영이 몇 번이고 달아났을 때만 해도 황제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이번에야말로 붙잡기만 하면 호되게 혼을 내고 절대로 쉽게 용서하지 않겠다고.그런데 이제 와 그때 일을 떠올려 보니, 쫓고 쫓기던 그 시간도 제법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았다.월로사는 금영과 황제에게 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하지만 밖에서 지키고 서 있던 위명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의 장소였다.그는 월로사에서 봉급을 깎였던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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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황제는 지나가는 길에 손복안에게 한마디 명했다.“복안, 짐의 뜻으로 은 천 냥을 시주하라.”손복안은 곧바로 대답했다.“예, 폐하.”황제 일행이 떠난 뒤, 손복안은 일부러 뒤에 남아 붉은 도포의 도사에게 은표를 내밀었다.도사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뜻밖의 횡재가 이렇게 갑자기 굴러들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은 아홉 냥은 벌지 못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무려 천 냥이 생긴 것이다.도사가 얼떨떨한 얼굴로 은표를 받으려 하자, 손복안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돈을 거저 받는 것은 아니네.”“정성을 다해 복을 빌게. 하늘의 모든 신불께서 폐하와 원 귀비마마의 금슬을 오래도록 지켜 주시도록 말이야.”손복안이 일부러 황제와 금영의 신분을 밝히려던 것은 아니었다.다만 황제가 은 천 냥을 내놓은 뜻이 너무나도 분명했다.다시는 저 도사가 함부로 입을 놀리며 엉뚱한 인연을 이어 주겠다고 나서지 못하게 하라는 뜻이었다.붉은 도포의 도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누구라고?방금 다녀간 사람들이 대체 누구라고?손복안은 내관이라 겉보기에는 온화해 보여도 목소리에는 특유의 음색이 남아 있었다.그가 다시 한번 물었다.“알아들었는가?”숙취에 취해 있던 도사는 그 한마디에 술이 완전히 깨 버렸다.“아, 알아들었습니다.”손복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 마디 더 당부하려 했다.그런데 도사가 머뭇거리며 먼저 물었다.“그, 그런데 조금 전 그 젊은 공자는 누구였습니까?”손복안이 빙긋 웃었다.“태자 전하시네.”도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큰일이었다.태자와 원 귀비 사이에 얽힌 소문을 누가 모르겠는가.저잣거리에서는 벌써 몇 가지 이야기가 몰래 떠돌고 있었다.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 서로 마음을 나눴지만, 원 귀비가 더 높은 자리를 탐해 황제를 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태자가 황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랑하던 여인을 황제에게 바쳤다는 소문도 있었다.심지어 황제가 태자의 사랑을 가로챘으니 천자의 위엄을 잃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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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황제의 눈에서 지금처럼 부드러운 빛이 흐르는 것을 태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태자는 알고 있었다.자신의 부친은 황제였다.황제인 이상 자신의 모친인 서 황후 말고도 다른 여인을 곁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하필 그 여인이 금영이었다.금영이 이미 황제의 여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태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도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태자부 앞을 지나게 되었다.황제가 뜻을 내비치자 마차가 태자부 앞에서 멈춰 섰다.황제가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태자는 황급히 말에서 내려섰다.“아바마마.”황제는 태자를 바라보았다.표정은 그리 차갑지 않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태자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태자야, 짐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더는 짐을 곤란하게 만들지 말거라.”태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바마마께서는 대체 무슨 뜻으로 저 말씀을 하신 것인가. 내가 아직 금영에게 미련을 두고 있다면, 더는 아들로 여기지 않겠다는 뜻인가?’태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다가 이내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 모두 소자의 잘못이옵니다.”황제가 말했다.“비가 막 그쳐 땅이 젖어 있다. 여기서 무릎 꿇고 있지 말고 돌아가거라.”그 말을 끝으로 황제는 다시 마차에 올랐다.그리고 짧게 명했다.“회궁하라.”금영은 황제의 품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물었다.“폐하께서는 조금 전 태자 전하께 무슨 말씀을 하셨사옵니까?”황제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얼버무렸다.“별말 아니었다.”*태자는 무거운 걸음으로 태자부에 들어섰다.태자부 밖에서 금영과 황제를 마주하고 있을 때만 해도 그는 여전히 태자다운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렇다고 그 모습이 전부 꾸며 낸 것은 아니었다.예전의 태자는 겉과 속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말투에서 행동 하나하나까지 태자 특유의 귀한 품위와 온화함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하지만 요즘의 그는 달라졌다.점점 본래의 자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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