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apítulo 1051 - Capítulo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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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여비는 금영을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원한의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원 귀비마마, 신첩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가서 제 아이의 억울함을 풀겠사옵니다!”“마마께서 신첩을 돕지 않으신다 해도, 신첩은 지금 당장 가겠사옵니다!”여비의 얼굴에는 더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조급함이 역력했다.금영은 본래 오늘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여비를 말리고 싶었다.서 황후가 법단을 차리고 법사를 벌이는 지금, 현장을 찾아가 찔린 기색을 보이는 서 황후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분명 좋은 기회였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손에 넣은 증좌를 모두 여비가 직접 찾아냈다는 것이었다.금영은 혹시라도 자신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허점이 남아 있을까 걱정스러웠다.조금 더 시간을 두고 빈틈을 모두 메운 뒤, 단번에 일을 끝내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하지만 여비는 단호하게 말했다.“원 귀비마마, 신첩은 마마께서 무엇을 염려하시는지 알고 있사옵니다. 신첩은 마마를 원망하지 않사옵니다. 어차피 이 증좌들이 있으니 신첩이 직접 폐하께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 청할 수 있사옵니다. 신첩은 폐하께서 반드시 신첩의 억울함을 풀어 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여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힘주어 덧붙였다.“신첩은 더는 기다릴 수 없사옵니다.”정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이미 죽은 제 아이가 또다시 혼백마저 흩어져 사라지는 일만큼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다.금영이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여비는 몸을 돌려 소녕전을 나섰다.금영은 잠시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해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마마, 이제 저희는 어찌해야 하옵니까?”금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폐하를 뵈러 가자.”*금영은 곧 현청전에 도착했다.공교롭게도 금영이 도착했을 때 마침 태자가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금영을 발견한 순간 태자의 눈빛이 단숨에 환해졌다.‘금영이 설마 일부러 나와 마주치려고 온 건가?’하지만 금영은 걸음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태자가 원 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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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금영은 황제의 말을 듣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황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예로부터 천하는 늘 사내들의 것이었지만, 정작 죄와 허물은 번번이 여인들이 뒤집어쓰곤 했다.금영은 결국 어화원에 가자는 핑계로 황제를 서봉전 근처까지 데려왔다.서봉전이 가까워지자 금영의 마음에도 잠시 망설임이 일었다.어쩌면 모든 일을 황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될지 몰랐다.굳이 이런 식으로 황제를 이곳까지 데려올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지금까지 자신이 몇 번이나 목숨을 위협받았던가.그럼에도 결국 서 황후는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황제는 분명 훌륭한 군주였고, 금영에게도 더없이 잘해 주었다.하지만 부부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멀어질 수 있는 사이였다.하물며 자신과 황제는 엄밀히 말해 부부라 할 수도 없었다.서 황후야말로 황제의 정실이었다.서 황후가 아무리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황제를 위해 태자까지 낳아 길렀다.황제가 서 황후를 벌하려 한다 해도 태후가 있었다.태후의 성정이라면 분명 이번에도 끝까지 서 황후를 감싸고 돌 터였다.그렇게 된다면 황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금영으로서도 이번 일을 황제가 어떻게 처리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일을 최대한 크게 벌여 황궁 전체가, 나아가 조정의 대신들까지 모두 알게 만드는 것.그렇게만 된다면 누구도 서 황후를 지켜 줄 수 없을 터였다.어차피 이제는 완전히 돌아설 각오를 한 이상, 금영도 이 일에 사사로운 정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여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했다.두 사람이 서봉전 근처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황제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그저 금영을 데리고 그대로 서봉전 앞을 지나치려 했다.그때 금영이 황제를 불러 세웠다.“폐하.”황제가 의아한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금영은 서봉전 쪽을 바라본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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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하지만 황제는 이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곁에 있던 위명을 바라보았다.위명은 성큼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이전을 옆으로 밀어내고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문이 열리는 순간, 누런 종이가 타고 남은 재가 바람을 타고 흩날려 들어왔다.아직 붉은 불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종이재였다.잘게 부서진 재 한 조각이 금영의 몸 위로 떨어지려는 찰나였다.황제가 문득 묵옥반지를 낀 손을 들어 그 종이재를 가볍게 쳐 냈다.황제의 넓은 소맷자락이 다시 내려앉은 뒤,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그제야 서봉전의 뜰 안에 자욱한 연기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뜰 한가운데에는 법단이 차려져 있었고, 그 곁에서는 도사 차림을 한 세 사람이 한창 법사를 벌이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은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고, 나머지 둘은 훨씬 어려 보였다.아마 나이 든 도사의 곁에서 법사를 돕는 어린 제자들인 듯했다.그때 나이 든 도사는 손에 든 검을 휘두르며 허공을 사정없이 베어대고 있었다.마침 그가 내지른 검끝 하나가 황제가 서 있는 방향으로 곧장 향했다.그 모습을 본 금영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그녀가 곧장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호위하라! 누군가 폐하를 시해하려 한다!”물론 금영도 이것이 진짜 암살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일부러 시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일을 크게 벌이기 위해서였다.후궁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태후가 어떻게든 덮으려 들 수 있었다.하지만 황제를 시해하려 했다는 일까지 얽힌다면 태후라 해도 함부로 덮을 수 없었다.서 황후는 안쪽에 서서 법단 너머로 금영과 마주 보고 있었다.황제와 금영이 함께 밖에서 들어서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서 황후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서 황후가 황급히 앞으로 걸어왔다.조금 전 검을 휘두르던 도사는 이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서 황후는 황제를 바라보며 애써 현숙한 웃음을 지었다.“폐하,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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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분명 궁규를 어기고 궁 안에 법단을 차린 데다,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퍼뜨리며 법사까지 벌인 일이었다.그런데 서 황후의 입을 거치자 어느새 모두의 안녕을 비는 법사가 되어 버렸다.무엇보다 서 황후는 말끝마다 어마마마를 위해 복을 빈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었다.이렇게 되면 황제가 서 황후를 벌하고 싶어도 대놓고 중벌을 내리기는 어려웠다.자칫하면 황제 쪽이 불효한 아들이 되고 말 테니 말이다.황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서 황후는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었다.“신첩도 알고 있사옵니다. 신첩이 이리한 것은 분명 궁규에 어긋나는 일이니,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사옵니다.”서 황후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어마마마와 원 귀비, 그리고 폐하께서 모두 무탈하고 평안하시기만 한다면, 폐하께서 신첩에게 어떤 벌을 내리시든 신첩은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겠사옵니다.”말을 모두 마치고 나자 서 황후도 조금은 마음을 놓은 듯했다.마치 자신이 내놓은 핑계를 스스로도 정말 믿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 금영이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조금 전 들어오면서 저 도사가 악귀를 베어 없앤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사옵니다. 복을 비는 법사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그런데 어찌 악귀를 벤다는 말이 나오옵니까?”금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천진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게다가 황궁은 황은이 두루 미치는 곳이 아니옵니까. 그런 곳에 어찌 악귀가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사를 바라보았다.도사의 몸이 움찔 떨렸다.그는 서 황후를 힐끗 바라본 뒤 황급히 변명했다.“그, 그것은 소인이 그만 말을 잘못했사옵니다.”도사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치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소인이 민간에서 법사를 벌일 때에는 요괴와 악귀를 물리치는 말을 자주 하다 보니, 그만 입이 익어 실언하고 말았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 용서해 주시옵소서.”서 황후는 속으로 슬며시 안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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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서 황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일은 벌써 아홉 해 전의 일이네. 그런데 이제 와 본궁이 자네 아이를 해쳤다고 감히 떠들다니! 본궁을 무고한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는 있는가?”여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서 황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무고라 하시옵니까? 황후마마께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마마께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거리낄 것이 없다면 귀신이 문을 두드린들 무엇이 두렵겠사옵니까. 그런데 마마께서는 이토록 두려워하시다 못해 법단까지 차리고 법사를 벌여 제 아이의 혼백마저 다시 없애려 하셨사옵니다. 정녕 마음에 찔리는 것이 없으시옵니까?”서 황후가 차갑게 꾸짖었다.“법단을 차리고 법사를 벌인 일은 이미 폐하께 말씀드렸네. 모두의 안녕을 빌기 위해서였어! 본궁도 이것이 궁규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네. 그러니 폐하께서 이 일로 벌을 내리신다면 본궁은 달게 받겠네.”서 황후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하지만 자네가 말한 일만큼은 본궁이 한 적이 없으니 인정할 수도 없네!”말을 마친 서 황후는 황제가 있는 쪽을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폐하, 부디 신첩을 위해 억울함을 밝혀 주시고 신첩의 결백을 되찾아 주시옵소서!”여비도 곧장 무릎을 꿇고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 벌써 아홉 해이옵니다. 신첩은 지난 아홉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사옵니다. 그때 신첩이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혹시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옵니다.”여비의 목소리가 떨렸다.“신첩도 폐하께 청하옵니다. 부디 신첩을 위해…… 아니옵니다. 저희 아이를 위해서라도 진상을 밝혀 주시옵소서!”말을 마친 여비도 그대로 머리를 숙여 큰절을 올렸다.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단 한 번이었건만 매끄럽던 이마에는 금세 붉은 핏자국이 번졌다.그 모습을 본 금영의 가슴이 순간 조여 왔다.금영도 알고 있었다.후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제 몸부터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했다.다른 비빈들이 황제의 총애를 모두 빼앗긴 채 궁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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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그 생각에 이르자 서 황후의 시선이 다시 금영에게로 향했다.지난 아홉 해 동안 여비는 후궁의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반쯤 미친 사람처럼 살아가면서도 지금껏 후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를 잃게 한 데 대한 미안함으로 황제가 어느 정도 그녀를 눈감아 주었기 때문이었다.서 황후 역시 아이도 없는 비 하나를 굳이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오히려 여비처럼 성정이 날카롭고 까다로운 사람이 곁에 있어야 자신이 더욱 현숙하고 덕이 깊어 보이지 않겠는가.그래서 지난 아홉 해 동안 굳이 여비까지 뿌리 뽑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런 여비가 아홉 해 동안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다가, 하필 금영이 입궁하고 두 사람이 가까워진 뒤부터 갑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여비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금영과 손을 잡았다.혹시 정말 오래전 묻혀 있던 일까지 파헤친 것은 아닐까.그 생각이 들자 서 황후의 마음에도 다시 불안이 피어올랐다.서 황후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폐하, 여비는 제정신이 아니옵니다. 저 여인의 말은 믿으시면 아니 되옵니다!”황제가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목소리는 조금 차가워져 있었다.“믿을지 말지는 여비가 증좌를 내놓은 뒤 짐이 판단하겠네.”금영은 서 황후를 한번 바라본 뒤 부드럽게 말했다.“황후마마께서는 늘 현숙하고 덕이 깊으신 분이니, 설마 황자를 해치는 일을 하셨겠사옵니까. 마마께서 떳떳하시다면 두려울 것도 없을 터이니, 우선 여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옵니다.”여비의 두 눈은 여전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모든 일은 아홉 해 전 두 태의에게서 시작되었사옵니다.”여비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당시 두 태의가 우연히 신첩의 맥을 짚었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사옵니다. 그래서 내의원으로 가 신첩에게 지어 올리던 약을 확인했고, 그 안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사옵니다.”“두 태의는 그 사실을 신첩에게 알리려 했사오나, 미처 전하지도 못한 채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사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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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애초에 이 일을 벌인 사람은 금영이었다.그러니 여비 혼자 서 황후와 맞서게 두고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그때 여비가 소리쳐 불렀다.“자운!”자운이 곧 누렇게 바랜 약봉지 하나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앞으로 나왔다.그 곁에는 두 태의가 죽기 전 남겼다는 서신 한 통도 함께 놓여 있었다.황제가 차갑게 명했다.“이 원사를 불러오라.”그 모습을 본 서 황후가 다급히 입을 열려 했다.“폐하.”황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곧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입 다물게!”손복안은 황제의 심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어느새 슬그머니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그러고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권했다.“폐하, 내의원은 여기서 제법 거리가 있사옵니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시는 것이 어떠시옵니까?”손복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폐하께서는 워낙 강건하시니 이 정도로는 피곤하지 않으시겠사오나, 원 귀비마마께서는 몸이 여리시지 않사옵니까.”그 말을 들은 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금영의 손을 잡아 함께 자리에 앉았다.반면 서 황후와 여비는 여전히 황제를 마주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이렇게 놓고 보니 마치 서 황후가 금영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금영은 바닥에 초라하게 무릎 꿇은 서 황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한때는 그토록 우아하고 존귀했던 사람이었다.감히 올려다보기도 어려울 만큼 높은 곳에서 금영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고, 그녀의 생사마저 제멋대로 결정하던 사람이었다.그런 서 황후가 지금은 이토록 낭패한 모습으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금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통쾌함이 밀려왔다.그저 이번 일이 아무 탈 없이 뜻대로 풀리기만을 바랐다.그러면 금영은 제 눈앞에서 서 황후가 황후의 자리에서 끌려 내려오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을 터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원사가 서봉전에 도착했다.이 원사는 먼저 약봉지 안의 약재를 꼼꼼히 살폈다.그러다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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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금영은 서 황후가 순순히 인정할 리 없다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여비의 말만 듣고 서 황후에게 죄를 씌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서 황후가 부인한다고 해서 곧바로 결백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었다.과연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는 결국 밝혀내야 했다.그 생각에 금영은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라면 제대로 조사해 주겠지.사실 여비가 오늘 갑자기 일을 벌인 것은 다소 성급하기는 했지만, 시기만큼은 절묘했다.예전 같았으면 누군가 서 황후의 죄를 고발한다 해도 황제는 평소 그토록 현숙하고 덕이 깊던 황후가 그럴 리 없다며, 누군가 서 황후에게 누명을 씌운다고 여겼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금영이 입궁한 뒤 서 황후는 한 번 잘못된 길에 들어선 후 계속해서 실수를 저질렀다.그 탓에 황제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현숙하고 어진 황후의 모습은 이미 크게 흔들린 지 오래였다.심지어 황제를 크게 노하게 만들어, 황후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품게 했다.황제에게 이미 서 황후를 폐위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바로 이런 때 여비가 과거의 일을 다시 들춰냈으니, 황제가 대충 넘길 리 없었다.이번만큼은 반드시 제대로 조사할 터였다.서 황후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억울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여비, 본궁과 자네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러는가? 자네가 평소 후궁에서 제멋대로 굴기는 했어도, 본궁은 단 한 번도 중궁의 권세를 내세워 자네를 억누른 적이 없네. 그런데 어찌하여 본궁에게 이런 누명을 씌우는가?”여비는 그 말을 듣자 기가 막힌 듯 웃음을 흘렸다.“원한이 없으시다니요? 제 아이를 죽인 원한조차 황후마마께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씀이시옵니까?”여비가 싸늘하게 비웃었다.“황후마마께서 인정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사옵니다. 신첩은 폐하를 믿사옵니다. 폐하께서 반드시 진상을 낱낱이 밝혀 주실 것이옵니다!”황제가 차갑게 명했다.“손 태의를 잡아 오너라. 짐이 직접 심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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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같은 적과 같은 원한은 이해득실보다 사람의 마음을 훨씬 더 단단히 묶어 주는 법이었다.이익은 때에 따라 저울질하고 포기할 수도 있지만, 원한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가슴속에 타오르는 원한의 불길은 밤낮없이 사람을 괴롭혔다.여비처럼 아홉 해라는 세월이 흘러도, 금영처럼 죽음을 겪고 다시 살아나도 쉽게 꺼지지 않는 불길이었다.현 귀비는 앞으로 걸어와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신첩, 폐하를 뵙사옵니다.”이어 서 황후를 바라보며 다시 예를 갖췄다.“황후마마를 뵙사옵니다.”현 귀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는 어찌하여 이리하고 계시옵니까?”마치 진심으로 서 황후를 염려하는 사람처럼 보였다.황제는 현 귀비를 힐끗 바라보았다.목소리는 아직 그리 차갑지 않았다.“자네는 어찌 이곳까지 왔는가?”현 귀비가 공손히 대답했다.“오늘 날씨가 좋아 잠시 바람이나 쐴까 하여 나왔사옵니다. 그러다 궁비에게서 폐하와 원 귀비가 서봉전으로 오셨다는 말을 들었기에, 신첩도 황후마마께 문안을 드리러 왔사옵니다.”말을 하면서도 현 귀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서 황후를 슬쩍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 모든 모습이 금영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금영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현 귀비의 말만 들으면 정말 우연히 이곳에 들른 것처럼 들렸다.하지만 아마 서봉전에서 벌어진 일은 진작 현 귀비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다만 현 귀비의 신분으로 먼저 나서 궁 안에 법단을 차리고 법사를 벌인 일을 문제 삼아 봐야 서 황후를 완전히 끌어내리기는 어려웠다.괜히 황제의 의심만 살 수도 있었다.현 귀비는 제 아들을 태자의 자리에 올리고 싶어 했지만, 그 야심만큼은 결코 황제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을 터였다.현 귀비와 서 황후는 겉으로는 줄곧 무난하게 지내 왔다.그렇다고 두 사람 사이가 정말 화목했던 것은 아니었다.그저 서로 쉽게 먼저 손을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지만 어느 한쪽이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상대의 숨통을 끊을 각오로 움직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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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서 황후는 억울한 척하는 연기를 더없이 그럴듯하게 해냈다.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황제의 얼굴에는 조금도 마음이 흔들린 기색이 없었다.그렇다고 아무 감정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차갑게 가라앉은 눈빛 사이로 희미한 실망이 배어 있었다.황제가 입을 다물자 서봉전 전체가 순식간에 숨 막힐 듯 고요해졌다.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황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이 전각 안을 짓누르는 듯했다.황제의 바로 곁에 앉아 있던 금영마저 그 기세에 압도될 정도였다.황제가 정말로 화가 나면 이런 모습이 되는 것일까.반마디조차 하지 않는데도 사람의 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전율이 일어나는 듯했다.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예전에 황제가 자신에게 화를 냈을 때는 그래도 성정을 많이 누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위명과 손복안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함께 끌려온 손 태의는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오는 길에도 그는 몇 차례 눈치를 보며 어째서 위 총령과 손복안이 직접 자신을 부르러 왔는지 떠보듯 물었다.서 황후의 몸이 편찮은 것이라 해도 굳이 두 사람까지 직접 움직일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복안은 능숙하게 말을 돌려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손 태의는 서봉전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서 황후를 보고 깜짝 놀랐다.아직 정신을 추스를 틈도 없었다.황제의 싸늘한 목소리가 먼저 떨어졌다.“손 태의, 자네는 죄를 아는가?”손 태의는 화들짝 놀라 본능적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무, 무슨 죄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그 모습을 본 금영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저렇게 놀라는 꼴을 보니 서 황후를 위해 저지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모양이었다.그러니 황제가 대체 어느 일을 묻는 것인지조차 짐작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황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자네가 여비의 안태환에 손을 댄 적이 있는가?”손 태의는 그 말을 듣자 오히려 안색을 바로잡고 곧장 억울함을 호소했다.“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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