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궁규를 어기고 궁 안에 법단을 차린 데다,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퍼뜨리며 법사까지 벌인 일이었다.그런데 서 황후의 입을 거치자 어느새 모두의 안녕을 비는 법사가 되어 버렸다.무엇보다 서 황후는 말끝마다 어마마마를 위해 복을 빈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었다.이렇게 되면 황제가 서 황후를 벌하고 싶어도 대놓고 중벌을 내리기는 어려웠다.자칫하면 황제 쪽이 불효한 아들이 되고 말 테니 말이다.황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서 황후는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었다.“신첩도 알고 있사옵니다. 신첩이 이리한 것은 분명 궁규에 어긋나는 일이니,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사옵니다.”서 황후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어마마마와 원 귀비, 그리고 폐하께서 모두 무탈하고 평안하시기만 한다면, 폐하께서 신첩에게 어떤 벌을 내리시든 신첩은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겠사옵니다.”말을 모두 마치고 나자 서 황후도 조금은 마음을 놓은 듯했다.마치 자신이 내놓은 핑계를 스스로도 정말 믿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 금영이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조금 전 들어오면서 저 도사가 악귀를 베어 없앤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사옵니다. 복을 비는 법사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그런데 어찌 악귀를 벤다는 말이 나오옵니까?”금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천진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게다가 황궁은 황은이 두루 미치는 곳이 아니옵니까. 그런 곳에 어찌 악귀가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사를 바라보았다.도사의 몸이 움찔 떨렸다.그는 서 황후를 힐끗 바라본 뒤 황급히 변명했다.“그, 그것은 소인이 그만 말을 잘못했사옵니다.”도사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치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소인이 민간에서 법사를 벌일 때에는 요괴와 악귀를 물리치는 말을 자주 하다 보니, 그만 입이 익어 실언하고 말았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 용서해 주시옵소서.”서 황후는 속으로 슬며시 안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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