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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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분명 현 귀비가 위 첩여에게 입을 열라고 은근히 신호를 준 것이면서도, 막상 이럴 때가 되자 한마디 꾸짖으며 선한 척까지 했다.하지만 현 귀비와 위 첩여조차 생각해 낼 수 있는 일이었다.위 첩여가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더라도 황제가 떠올리지 못할 리 없었다.마침 이전도 바로 곁에 있었다.황제의 시선이 이전에게로 향했다.이전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뭐라도 변명하고 싶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때 금영은 여전히 곁에 무릎을 꿇고 있는 도사를 한번 바라보더니 나직이 입을 열었다.“정운 도사, 아직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셈인가?”“오늘 서봉전에는 무슨 일로 왔는지 사실대로 말해 보게. 자네가 그 속사정까지는 몰랐던 듯하니,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본궁이 폐하께 잘 말씀드려 궁 밖으로 내보내 주겠네.”이들 가운데 손 태의든 이전이든, 제 살길이 걸려 있는 이상 순순히 자백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정운 도사는 달랐다.그는 서 황후가 궁 밖에서 따로 불러들인 사람이었다.그만큼 입을 열게 하기도 가장 쉬웠다.설마 서 황후가 오늘 귀신을 쫓을 날을 대비해 오래전부터 도사 하나를 곁에 두고 있었을 리는 없지 않은가?금영의 말이 떨어지자 정운 도사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었다.변한 것은 그의 얼굴뿐만이 아니었다.서 황후의 안색마저 순간 굳어졌다.서 황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금영을 바라보았다.‘배금영이 어떻게 이 도사의 도호까지 알고 있지? 고작 새파랗게 어린 계집애가 폐하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한들, 대체 무슨 수로 내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한단 말인가?’그 생각에 이르자 서 황후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금영은 일부러 정운 도사의 도호를 입에 올린 것이었다.자신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정운 도사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속셈이었다.그렇다고 금영이 정운 도사의 도호를 알게 된 것이 우심의 보고 덕분인 것은 아니었다.사실 정운 도사가 궁에 들어온 뒤로도 누구 하나 그의 도호를 입에 올린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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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황제는 그 말을 듣고 금영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묘한 뜻이 어려 있었다.금영은 순간 가슴이 살짝 조여들었다.‘내가 너무 티를 냈나? 설마 폐하께서 이 일에 내가 손을 썼다는 걸 눈치채신 건 아니겠지?’금영은 얼른 눈을 내리깔고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때 바로 곁에 있던 황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위엄 있고 서늘하기만 하던 황제였지만, 그 한숨에는 어쩐지 난감함과 체념이 조금 섞여 있었다.그러나 곧 황제의 차가운 호통이 떨어졌다.“황후! 금영은 그저 짐을 대신해 저 도사에게 몇 마디 물었을 뿐인데, 그게 어찌 자네를 모함한 것이란 말인가?”“오늘 이 일을 철저히 밝히겠다 한 이는 짐일세. 설마 지금 짐이 자네를 모함하고 있다는 말인가?”서 황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가 옳고 그름조차 따져 보지 않은 채 금영을 감싸며 자신을 꾸짖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서 황후가 억울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폐하……”“그만하게! 황후, 이렇게 많은 증거가 자네를 가리키고 있는데도 아직 변명할 셈인가?”황제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지금까지 나온 증거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두약해가 남긴 마지막 서신이었다.하지만 그 서신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사소해 보이던 수많은 정황과 증거가 하나같이 이 일이 서 황후의 소행임을 가리키고 있었다.서 황후가 정말 떳떳하다면, 어찌 사람까지 불러 아기 원혼을 쫓으려 했겠는가?물론 이 일이 정말 서 황후가 벌인 일이든 아니든, 금영이 지금 그녀를 황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데에는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전생에 금영은 이미 한 번 서 황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이번 생에서도 금영과 아기 황자가 운이 조금만 나빴더라면 오늘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서 황후는 입술을 달싹였다.한참이 지나서야 힘겹게 말을 꺼냈다.“폐하께서 끝내 구 년 전의 일이 신첩의 잘못이라 여기신다면, 신첩도 더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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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태자는 서 황후의 모습이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렸다.“아바마마! 부디 어마마마를 믿어 주시옵소서!”태후도 황제를 바라보았다. 몹시 화가 난 듯 목소리까지 가늘게 떨렸다.“황제, 이런 것들도 증거라 할 수 있습니까?”“저 안태환이 구 년 전의 것이라고 여비가 말하면 그대로 구 년 전의 것이 되는 것입니까?”“마지막 서신 또한 얼마든지 필체를 흉내 내 꾸며 낼 수 있습니다!”황제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마마마, 황후가 정말 떳떳하다면 어찌 사람까지 불러 아기 원혼을 쫓게 했겠습니까?”태후는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 일은 내 잘못입니다.”“나는 황제를 낳은 뒤에도 아이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복이 짧아 끝내 무사히 태어나지 못했지요……”거기까지 말한 태후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곁에 있던 손 상궁이 곧 말을 이어받았다.“태후마마께서는 냉궁에서 폐하를 낳으신 뒤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셨사옵니다. 그 뒤로도 회임은 하셨으나, 다시는 아이를 무사히 낳지 못하셨사옵니다……”손 상궁은 눈시울을 붉힌 채 황제를 바라보았다.“요즘 들어 태후마마께서 자꾸 악몽에 시달리시어 황후마마께 그 일을 털어놓으셨사옵니다.”태후는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어머니만이 품을 수 있는 따스한 자애가 가득했다.“황후가 마음을 써 준 것입니다. 황제가 귀신이나 원혼 따위의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가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람을 불러 법단을 차리고 의식을 치르게 한 것이지요.”금영은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법단까지 차렸다면 원혼을 쫓아낼 것이 아니라 천도재를 지내야 하는 것 아닌가.금영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비를 힐끗 바라보았다.이 일이 또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만큼은 원치 않았다.되도록 몸을 사리고 싶었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폐하……”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비가 잘라 버렸다.여비는 금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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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태후는 굳은 얼굴로 여비를 바라보았다. 음산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비! 황후를 모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고는 있느냐?”여비는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 피를 토해 내는 듯 절절한 목소리였다.“죽는다 해도 신첩은 태어나지도 못한 제 아이의 억울함만큼은 반드시 밝혀야 하옵니다!”태후가 싸늘하게 웃었다.“왜? 이제는 대량과 동이의 국교마저 돌볼 생각이 없는 것이냐?”금영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그녀는 태후를 바라보았다.짙은 자줏빛 장포를 걸친 태후는 여전히 화려하고 기품이 넘쳤고, 한때 후궁의 주인이었던 사람다운 위엄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지금 저토록 매섭게 여비를 몰아붙이는 것 역시 그녀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였다.금영은 갈수록 이해할 수가 없었다.어쩌면 저 나이가 되도록 사리를 깨닫지 못할 수 있단 말인가?아무리 서가가 가깝다 한들, 제 아들보다 더 가까울 수 있나?아직 태어나지도 못했던 제 손주보다도 더 소중할 수 있단 말인가?서 황후가 이런 짓까지 저질렀는데도 끝까지 감쌀 생각인가?여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었다.국교라니.그 국교 하나 때문에 그녀는 이 궁에서 십수 년을 이를 악물고 버텨 왔다.구 년 전의 그 아이는 본래 그녀의 희망이어야 했다.대량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시작이어야 했다.그런데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대체 무엇이었는가?여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신첩은 폐하께서 반드시 공정하게 판단해 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신첩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이 일로 양국의 국교가 흔들릴 까닭도 없사옵니다!”황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차가운 얼굴로 지켜볼 뿐,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바로 그때였다.태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여봐라! 여비를 끌고 가 곤장 서른 대를 쳐라!”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은 바짝 긴장했다.그녀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황제의 소매를 움켜쥐었다.설마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황제가 태후에게 이 일을 마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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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태후가 차갑게 말했다.“모함인지 아닌지, 억울한지 아닌지는 마땅히 철저히 조사한 뒤에 판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조금만 늦게 왔다면 황제께서는 벌써 황후를 처분하셨을 듯하군요.”말을 마친 태후가 갑자기 거칠게 몇 차례 기침을 했다.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서 황후의 안색이 순간 달라졌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다급히 불렀다.“어마마마! 괜찮으시옵니까?”손 상궁이 한숨을 내쉬었다.“태후마마께서는 줄곧 몸이 편치 않으셨사옵니다. 오늘 이 일을 들으신 데다 크게 놀라기까지 하셨으니…… 아무래도 지병이 다시 도진 듯하옵니다.”금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금영은 스스로도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라 여겨 왔다.그렇지 않았다면 어린 시절부터 조부 곁을 지키며 정성껏 보살필 수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태후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며 몸이 좋지 않다고 했고, 그때마다 황제를 낳을 적 얻은 병이 도졌다는 말을 꺼냈다.누가 보아도 효심을 앞세워 황제를 압박하려는 것이었다.한두 번쯤이야 금영도 태후가 황제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으니 황제가 어느 정도는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일이 거듭되자 생각이 달라졌다.태후는 이 수를 너무 자주 써먹는 것 아닌가?그런 생각을 하며 금영은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는 미간을 깊이 찌푸리고 있었다. 태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실망이 한층 짙어져 있었다.황제가 깊은 눈으로 태후를 바라보았다.“어마마마, 정녕 아직도 황후를 감싸실 생각이시옵니까?”태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나도 압니다. 지금은 황후가 무슨 말을 해도 황제께서 믿지 않으시겠지요. 그렇다면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면 됩니다. 정말 황후의 잘못이라면 나 역시 절대로 감싸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황후를 모함한 것이라면 나도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태후가 다시 덧붙였다.“황제, 정말 죄를 물으려 하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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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여비의 표정에는 어딘가 멍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바로 그때 태후가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비가 아이를 낳던 날 진맥했던 태의들 가운데 지금도 내의원에 남아 있는 이가 있습니까? 있다면 불러 물어보도록 하지요. 아, 그리고 두약해가 궁에서 어떤 약재를 받아 갔는지 기록한 장부도 가져오게 하십시오.”“그래야 그 아이가 태어날 당시 대체 무엇 때문에 조산하여 사산한 것인지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그 말 자체에는 딱히 문제 될 것이 없었다.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태후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했다.“가서 사람을 불러오너라.”황제가 입을 열었다.“복안, 네가 직접 다녀오거라.”그 모습을 본 태후의 안색이 썩 좋지 않았다.‘황제가 저리 나오는 걸 보니, 이제는 이 어미인 나조차 믿지 않는다는 뜻이로구나.’손복안은 일 처리가 빨랐다.한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 필요한 사람들을 모두 데려왔다.먼저 태의 두 사람이 들어왔다.두 사람은 지금은 모두 내의원 원정 자리까지 오른 이들로, 평소 처신이 공정하기로 이름난 사람들이었다.평소 여비의 진맥을 맡던 이들은 아니었다.하지만 여비가 사산한 아이를 낳던 날에는 내의원에서 여러 태의가 불려 왔고, 두 사람 역시 그날 여비의 맥을 짚은 적이 있었다.그러니 이들이 여비를 해칠 기회는 없었어도 당시 여비의 상태만큼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태후가 무겁게 물었다.“당시 여비가 조산한 것이 오주초와 관련이 있느냐?”양 태의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오주초 말씀이시옵니까?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약초가 아니옵니까?”황제가 차갑게 끊었다.“요점만 말하라.”그제야 양 태의가 곧장 대답했다.“오주초는 배 속의 아이를 질식하게 만들 수도 있사오나, 한편으로는 태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쓸 수 있사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람을 해치는 약초가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어찌 태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쓴다는 말입니까?”설마 태후가 서 황후를 감싸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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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저…… 받아 간 약재 목록에 어찌 홍화가 들어 있사옵니까? 이는 여인의 어혈을 풀고 혈행을 돕는 처방인데, 이게 어찌……”양 태의가 놀란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태후가 그 말을 듣고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이 원사는 황제와 태후를 한번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폐하와 태후마마께 아뢰옵니다. 이는 홍화를 비롯한 십여 가지 약재를 섞어 꿀로 환을 빚은 것이옵니다. 어혈을 풀고 피를 돌게 하는 데에는 효험이 있으나, 회임한 여인이 복용하면 태기를 건드려 산기를 일으킬 수도 있사옵니다.”이 원사는 말을 마치며 다시 여비를 바라보았다.“당시 여비마마께서는 거의 만삭이셨으니, 이 약을 복용하셨다면 산기를 재촉하는 효험이 있었을 것이옵니다.”태후가 입을 열었다.“황제, 이제도 황후가 여비의 아이를 해쳤다고 생각하십니까?”“두약해가 여비에게 산기를 재촉하는 약을 먹였는데, 이제 와 두약해가 남긴 마지막 서신을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태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이 약재 출납 기록은 두약해가 직접 적은 것이고, 그 안에는 환약을 만드는 처방까지 적혀 있습니다. 필적도 거짓일 수 없고 기록 또한 조작일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금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분명 서 황후가 빠져나갈 길조차 없도록 판을 짜 두었는데, 어쩌다 태후가 갑자기 판세를 뒤집어 버린 것인가?그때 내의원에서 태의들의 약재 출납을 기록해 둔 장부가 황제 앞에 올려졌다.황제는 굳은 얼굴로 장부를 넘겨 보기 시작했다.금영도 그 틈을 타 슬쩍 들여다보았지만, 기록에는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황제의 얼굴은 갈수록 어두워졌다.반면 서 황후의 얼굴에는 죽을 고비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어마마마! 폐하! 신첩이 억울하다고 하지 않았사옵니까!”그때 금영이 문득 입을 열었다.“어쩌면 두약해가 당시 이미 이상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여비에게 이 약을 먹여 산기를 일으킨 것일 수도 있사옵니다. 여비의 아이를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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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태후가 문득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사실 여비의 아이가 잘못되었을 때 내가 어찌 마음 아프지 않았겠느냐? 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면 내가 정성껏 가르치고 보살폈을 것이다.”“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지.”산기를 재촉하는 약을 사용한 기록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다시 막다른 곳에 부딪힌 듯했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여비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욱 넋이 나간 듯 흐릿해져 있었다.여비는 조금 전 태후의 손에서 흩어진 염주알 하나를 주워 들고 자세히 살펴보려는 듯했다.손 상궁이 다가와 여비에게 말했다.“여비마마, 이 염주는 태후마마께서 무척 아끼시는 물건이옵니다. 노비에게 주시옵소서. 혹여 염주알이라도 하나 잃어버려 염주가 온전치 못하게 되면 큰일이옵니다.”손 상궁은 두 손을 공손히 내밀었다.결국 여비가 들고 있던 염주알은 손 상궁의 손으로 넘어갔다.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서 황후를 물어뜯을 듯 분노하던 여비의 표정에서 어느새 그 단호함이 사라져 있었다.금영은 그 모든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여비에게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설마 정말로 두약해가 자신을 해쳤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인가?그때 태후가 여비를 바라보며 물었다.“여비, 나는 네가 억울하며 누군가에게 부추김을 받았을 뿐이라 믿는다. 다시 잘 생각해 보거라. 두약해에게 수상한 점은 없었느냐?”태후가 말을 이었다.“그가 당시 너를 해칠 방법을 꾸밀 수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 마지막 서신 하나를 남겨 네가 황후를 해치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못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여비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신첩이 생각해 보니 태후마마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사옵니다. 이번 일은 신첩이 잘못했사옵니다. 충분히 알아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황후마마를 지목해서는 안 되었사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금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여비를 바라보았다.금영뿐만이 아니었다.조금 전까지 한발 물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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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현 귀비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그녀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태후마마, 신첩은 억울하옵니다!”금영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여비가 코웃음을 치며 내뱉었다.“저 두 계집 따위가 감히 나를 부릴 수나 있겠습니까!”태후가 여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러냐?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요즘 네가 원 귀비와 제법 가깝게 지냈다고 하던데.”그때 황제의 싸늘한 목소리가 떨어졌다.“그만하십시오!”모두의 시선이 황제에게로 향했다.황제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마마마! 짐이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이 일은 금영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그 말은 결론이었고, 동시에 황제의 분명한 태도였다.태후는 황제의 뜻이 이토록 확고한 것을 보고 더는 금영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황제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원 귀비는 이 일과 무관한 것으로 하지요. 그렇다면 이제 이 일은 어떻게 처분하실 생각입니까?”어떻게 처분할 것인가.황제는 여비를 한번 바라본 뒤 냉랭하게 명했다.“오늘부로 여비와 황후를 각각 처소에 유폐하고 근신하게 하라!”양쪽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처분이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여비를 지켜 주는 결정에 가까웠다.여비 자신이 이미 성급하게 황후를 지목한 잘못을 인정한 뒤였기 때문이다.금영은 이 결과가 아무리 못마땅해도 지금으로서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었다.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여비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을 수도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비가 갑자기 서 황후를 놓아준 것인가?그때 서 황후는 온몸의 힘이 빠진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태자가 황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어마마마, 괜찮으시옵니까?”황제는 서 황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대신 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몸이 편치 않으시다면 일찍 돌아가 쉬시옵소서. 괜히 밖에 오래 계시며 찬바람을 맞지 마십시오.”태후는 어느새 다시 온화한 표정을 되찾고 있었다.“황제,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금영의 손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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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서 황후는 원래부터 마음이 불안했다.태후의 말을 듣자 자신을 비꼬는 것이라 여긴 서 황후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어마마마, 모두 신첩의 잘못이옵니다. 때리시든 벌하시든 신첩은 달게 받겠사옵니다. 다만 신첩 때문에 노여워하시다 옥체라도 상하실까 그것만이 걱정되옵니다.”그때 태후가 손을 뻗어 서 황후의 손을 잡았다.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언제 너를 벌하겠다고 했느냐?”서 황후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내가 이토록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태후마마께서는 정말 나를 벌하지 않으시려는 건가?’태후는 다른 손을 들어 조금 전 자신이 때려 붉어진 서 황후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 눈빛에는 자애와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아프냐?”서 황후는 줄곧 귀하게 대접받으며 살아왔다.누가 감히 그녀의 뺨을 이렇게 때린 적이 있었겠는가.당연히 아팠다.태후의 손끝이 닿자 서 황후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움찔했다.하지만 이내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태후가 한숨을 내쉬었다.“나를 원망하지는 마라. 내가 너를 때린 건 네가 그 천한 종자를 죽여서가 아니다.”“내가 화가 난 건 네가 어쩌다 그리 어리석게 궁 안에서 법단까지 차리고 의식을 벌였느냐는 것이다.”태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세상에 무슨 아기 원혼이 있다고 그러느냐? 정말 그런 것이 있다면……”거기까지 말한 태후의 눈빛이 문득 깊게 가라앉았다.하지만 곧 화제를 돌렸다.“나는 네가 어찌 이 일을 제대로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지 그게 화가 난다. 누가 봐도 여비가 파 놓은 함정에 네가 제 발로 들어간 것이 아니냐.”이 지경이 된 마당에 서 황후라고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서봉전에서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부터 누군가 손을 쓴 것이 틀림없었다.목적도 뻔했다.자신을 겁에 질려 죽게 만들거나 스스로 평정심을 잃고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것이었다.일이 벌어진 뒤에야 서 황후도 그 속셈을 차근차근 짚어 볼 수 있었다.하지만 정작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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