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는 평소 영산도 앞에 향을 피우는 일만큼은 늘 직접 챙겼다.그만큼 각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여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은 향을 피우지 마라.”자운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예?”여비는 피곤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본궁이 좀 지쳤다. 잠시 혼자 있고 싶구나.”자운은 오늘따라 제 주인이 유난히 이상하다고 느꼈다.손 상궁이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다녀간 뒤로 여비는 한층 더 이상해졌다.몹시 괴로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전처럼 모든 것을 놓아 버린 듯한 죽은 기색이 사라진 것 같기도 했다.*수강궁.밖에 나갔던 손 상궁이 돌아와 태후에게 복명했다.“태후마마, 분부하신 말씀은 모두 전하고 왔사옵니다.”손 상궁이 목소리를 낮춰 아뢰었다.그러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다만 여비마마께서는 원 귀비마마를 해칠 생각이 없는 듯하옵니다.”태후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곧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손 상궁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태후마마, 예전에는 황후마마께 원 귀비마마에게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차라리 경춘궁 쪽을 더 경계하라 하지 않으셨사옵니까?”태후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조금 전 머리가 아프다며 연약한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태후가 담담히 말했다.“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하지만 감히 여비와 손을 잡고 황후를 끌어내리려 들었으니, 나도 더는 저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지.”단순히 총애를 두고 다투는 정도였다면 태후 역시 굳이 나설 생각은 없었던 듯했다.하지만 오늘 금영과 현 귀비가 벌인 일은 태후가 정해 둔 선을 넘어 버렸다.태후가 싸늘하게 말했다.“황제는 이제 갈수록 황후를 용납하지 못하는구나. 그렇다면 나도 황제가 그리 애지중지하는 계집애를 용납해 줄 이유가 없지!”태후의 감정이 흔들리는 것을 본 손 상궁이 얼른 달랬다.“태후마마,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태후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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