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apítulo 1081 - Capítulo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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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그 말이 전부 아첨인 것은 아니었다.황제는 실제로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다만 평소 풍기는 위엄이 워낙 강하다 보니, 사람들은 그의 얼굴보다도 먼저 그 위압적인 기세에 눌리곤 했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폐하께서는 지금도 이토록 준수하시온데, 신첩과 같은 나이셨을 때는 얼마나 눈부시게 빼어나셨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사옵니다.”말을 하다 보니 금영은 정말 조금 아쉬워졌다.황제가 가장 눈부셨을 시절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황제가 금영을 흘끗 바라보았다.“짐이 송염보다 젊지 않아서 싫은 건가?”금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이제 그만하시옵소서, 폐하. 아무리 그래도 한 나라의 황제이신데, 어찌 사람만 보면 그리 질투부터 하시옵니까? 송염은 이미 첩도 여럿 들인 사내이옵니다. 신첩이 눈이 멀고 분별까지 못 하는 것도 아니지 않사옵니까.”그러고는 말을 이었다.“신첩은 그저 그자의 담력이 제법 마음에 들었을 뿐이옵니다.”금영이 황제를 바라보며 물었다.“폐하께서는 저들을 중용하실 생각이시옵니까?”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금영에게 굳이 숨길 생각은 없어 보였다.“서가의 일은 하루아침에 모두 밝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네. 겉으로는 짐이 태자에게 조사를 맡겨 두었지.”“전에는 태자가 조사해도 별다른 저항이 없었네. 하지만 이제 서가도 짐과 태자의 의중을 눈치챘으니, 태자를 경계하기 시작했지.”황제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그러니 암중으로는 따로 사람을 붙여 조사하게 해야 하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웃었다.“폐하께서는 참으로 현명하시옵니다.”황제가 난처한 듯 웃었다.“짐이 정말 현명했다면 오늘날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걸세. 자네는 짐을 어리석은 군주라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현명하다고 보는가?”금영이 차분히 대답했다.“예전에는 조정의 기틀도 불안했고 바깥의 전란도 끊이지 않았사옵니다. 폐하께서 그때 서가를 건드리셨다면 오늘날의 이 강산이 어찌 온전히 남아 있었겠사옵니까?”때가 다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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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아직 젊디젊은 금영의 눈빛은 맑고 진솔했다.마치 사랑을 듬뿍 받아 그만큼 두려움 없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 같았다.황제의 눈빛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그는 금영의 허리를 감싼 팔에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제 품 안으로 조금 더 끌어당겼다.그래도 곁에 금영이 있어 다행이었다.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는 이 길은 결코 걷기 쉬운 길이 아니었으니까.황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황후가 제 분수를 알고 얌전히 지냈다면, 짐도 지난 정을 생각해 황후를 폐위할 마음까지 품지는 않았을 걸세.”하지만 안타깝게도 서 황후는 얌전히 있는 법을 몰랐다.서 황후는 줄곧 황제가 자신을 폐위하려는 것이 금영의 부추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실상은 달랐다.황제에게도 사사로운 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고작 그런 감정 때문에 황후의 자리를 함부로 뒤흔들 사람은 아니었다.결국 황제의 역린을 건드린 것은 서가였다.그런데 서 황후는 서가와 선을 긋기는커녕 오히려 사방으로 제 사람을 끌어모으며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금영까지 해치려 들었고, 심지어 과거 여비의 일에도 그녀가 얽혀 있었다.그런 서 황후를 황제가 계속 두고 본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다.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되었네. 그 이야기는 그만하지. 그런데 자네는 아직 짐에게 말하지 않았군.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짐을 찾아온 것인가?”금영은 잠시 침묵했다.“그게…… 딱히…… 별일은 아니옵니다.”그런 금영의 모습을 보고도 황제가 무언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황제는 곧바로 밖을 향해 불렀다.“해수!”부름을 들은 해수가 곧 안으로 들어왔다.황제가 해수를 바라보며 물었다.“짐이 소녕전을 떠난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해수가 공손히 대답했다.“마마께서 여비마마를 걱정하시어 직접 찾아가 보려 하셨사온데, 협방전 밖에서 막히셨사옵니다.”해수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돌아오시는 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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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황제는 말을 하다 잠시 멈추었다.“그런 까닭에 어마마마께서는 황후에게 유독 너그러우신 편이네. 이번에도 그래서 애꿎은 자네에게 노여움을 돌리신 것이겠지.”황제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그래도 금영아, 걱정하지 말게. 짐이 직접 어마마마께 말씀드려 다시는 자네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시도록 하겠네.”금영은 묵옥반지를 낀 황제의 손 위에 제 손을 살며시 포갰다.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정말 그러실 필요 없사옵니다.”“태후마마께서 신첩에게 몇 마디 하시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신다면, 신첩은 그 정도쯤 아무렇지도 않사옵니다.”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금영을 바라보았다.“그러고도 어마마마께서 자네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셨다고 할 셈인가?”그제야 금영이 당황한 듯 말했다.“신첩이 말실수를 하였사옵니다.”황제는 답답하다는 듯 금영을 바라보았다.“자네는 참…… 분명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짐도 자네 편을 들어 주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째서 짐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참고만 있는 건가?”다른 후궁들이었다면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진작 기세등등해져 궁 안을 제 세상인 양 휘젓고 다녔을지도 몰랐다.유독 금영만은 늘 제 분수를 지켰다.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예를 잃는 법이 없었다.예전에 황제가 금영을 태자비로 점찍었던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다.금영은 법도와 분수를 아는 사람이었다.황제 역시 본래 그런 사람을 좋아했다.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금영이 지나치게 법도와 분수를 따지는 것이 답답하고 못마땅했다.금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신첩도 폐하께서 신첩을 아껴 주시는 것은 알고 있사옵니다. 다만 태후마마께서는 폐하의 어머니이시지 않사옵니까. 신첩 때문에 폐하께서 난처해지시는 것은 원치 않사옵니다.”금영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신첩이 조금 억울한 일을 겪는 것으로 폐하와 태후마마께서 화목하게 지내실 수 있다면, 그 정도 억울함은 감수할 만하옵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금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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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금영은 이미 황제의 마음속에 불씨를 잔뜩 지펴 놓은 뒤였다.아니, 다른 사람이라면 귓가에 몇 마디 속삭여 마음을 흔드는 정도였을 것이다.하지만 조금 전 금영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태후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애써 참는 모습을 보였다.그 모습은 황제의 귓가가 아니라 마음 한가운데에 불을 지핀 것이나 다름없었다.그 말을 들은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호통쳤다.“방자하구나! 누가 네게 입을 열라 했느냐?”손 상궁은 순간 굳어 버렸다.믿기지 않는다는 듯 황제를 바라보았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황제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노비가 잘못했사옵니다!”태후가 입궁하기 전부터 손 상궁은 줄곧 태후의 곁을 지키며 시중을 들었다.말하자면 태후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심복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평소 황제 역시 손 상궁의 나이를 생각해 반쯤 웃어른처럼 예우해 주곤 했다.게다가 손 상궁이 입을 열 때면 대부분 제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태후의 뜻을 대신 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런 손 상궁을 황제가 이토록 매섭게 꾸짖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황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일은 짐이 이미 다 알고 있다! 금영은 본래 단정하고 신중한 사람인데, 어찌 어마마마께 함부로 무례를 범하겠느냐?”태후가 눈살을 찌푸렸다.“그 아이가 황제에게 무슨 말을 한 겁니까?”태후의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황제, 본인은 지금껏 황제의 후궁 일에 함부로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황제가 하는 일은 확실히 도가 지나칩니다.”“남의 말에 휘둘려 황후를 폐위하려 하다니요!”태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리고 그 배금영은 애초에 태자의 태자비가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온갖 수를 써서 황제의 침상에 들더니, 고작 일 년 만에 귀비 자리까지 올랐습니다!”“내가 보기엔 황제가 그 아이에게 홀려 분별마저 흐려진 듯합니다!”황제가 태후를 바라보았다.“어마마마! 금영은 오늘 어마마마에 대해 함부로 말한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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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손 상궁이 곁에서 얼른 한마디를 덧붙였다.“가만히 따져 보면 마마께서 태후마마 곁을 지키신 세월이 폐하보다 훨씬 길지 않사옵니까. 마마께서는 효심도 지극하시니, 태후마마께서 마마를 아껴 주시는 것도 당연하옵니다.”그 말을 들으면서도 서 황후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때였다.밖에서 내관이 다시 들어와 아뢰었다.“태후마마, 황후마마. 원 귀비마마께서 방금 협방전으로 향하셨사옵니다.”서 황후와 태후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이내 서 황후가 불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어마마마, 배금영이 분명 좋은 뜻으로 간 것은 아닐 것이옵니다. 지금 두 사람이 만나기라도 한다면 또 무슨 일을 함께 꾸밀지 모르옵니다……”서 황후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폐하께서는 이미 신첩에게 노여움을 품고 계신 데다, 여비의 일도 아직 끝났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사옵니다. 만약 여비가 또다시 신첩을 물고 늘어진다면 신첩의 황후 자리도……”서 황후는 차마 그 뒤를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러면서도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때 여비의 입을 영영 막아 두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옵니다. 그랬다면 어찌 오늘 같은 일이 생겼겠사옵니까?”말이 막 끝난 순간이었다.옆에서 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마……마마?”태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방금 어마마마께서 여비의 입을 영영 막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하신 건가?’그제야 서 황후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조금 전에는 온통 여비의 일에만 정신이 팔려 태자가 줄곧 전각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태자가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물었다.“어마마마, 설마 이 일이 정말 어마마마와 관련이 있는 것이옵니까?”그 말을 하는 동안 태자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만났던 금영의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랐다.그리고 금영이 자신에게 했던 말도 다시 귓가를 맴돌았다.‘설마 어마마마께서 정말 금영의 말대로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온후하고 어진 분이 아니신 건가?’‘정말로…… 황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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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서 황후는 다시 눈시울을 붉히더니 몇 방울의 눈물을 떨구었다.그러고는 태자를 향해 말했다.“태자, 이제 그만 물러가거라.”“예……”태자는 망설이는 눈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미안함이 가득했지만, 결국 더 머무르지 않고 물러났다.태자가 떠나자 서 황후는 눈물을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눈가에 물기를 머금은 채 태후를 바라보았다.태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두려워 말게.”“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있지 않은가.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받쳐 줄 테니 걱정하지 말게.”단호하기 이를 데 없는 말투였다.서 황후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신첩은 그저 여비가 걱정되옵니다……”이 일이 다시 들춰진다면 어떤 결과가 닥칠지, 서 황후는 감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태후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걱정 말게. 지금의 여비는 제 목숨을 버릴지언정 배금영과 다시 손을 잡지는 않을 걸세.”태후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둘이 만나고 싶다면 만나게 두게. 머지않아 배금영도 알게 될 테니.”“여비에게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여비에게 역으로 물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일세.”태후는 이미 오랫동안 직접 후궁의 암투에 손을 대지 않았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서 황후를 위해 다시 한번 나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렇게 생각한 태후는 안쓰러운 눈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협방전.금영은 이미 전각 안으로 들어선 뒤였다.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금영은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예전 여비는 협방전의 정전을 마치 빈소처럼 꾸며 놓고 지냈다.직접 와 본 적이 없었다면 금영 역시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후궁의 비가 황제를 제 처소로 불러 놓고도 시침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사를 지내려 했다는 것을.게다가 전각을 그런 모습으로 꾸며 놓은 순간부터 여비는 스스로 황제와 다시 밤을 보낼 가능성마저 끊어 버린 셈이었다.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황제가 지금처럼 후궁에 냉담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황제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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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여비에게서 느껴지던 그 단단한 기세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춘 듯했다.금영은 곧바로 자신이 궁금해하던 것을 묻지 않았다.먼저 여비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여비, 어젯밤 제대로 쉬지 못했나? 안색이 어찌 이리 좋지 않은가?”여비의 말투는 아직 그런대로 온화했다.“원 귀비마마, 신첩은 이제 막 쉬려던 참이옵니다. 마마께서도 이만 돌아가 주시옵소서.”대놓고 돌아가 달라는 말에도 금영은 인내심을 잃지 않았다.오히려 다시 한번 물었다.“여비, 혹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금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부드럽게 덧붙였다.“자네가 원한다면 본궁도 힘을 보태겠네.”여비가 대답했다.“원 귀비마마께서 오해하신 것이옵니다. 신첩에게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사옵니다.”금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저런 모습으로 아무 일도 없다니, 누가 믿겠는가.금영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비,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게.”금영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구년 전의 일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한 뒤로 여비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그리고 여비는 그 문제를 혼자 짊어지려 하고 있었다.금영의 마음 한구석에 형언하기 어려운 미안함이 피어올랐다.애초에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면 여비 역시 구년 전 일을 다시 밝혀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일을 황제 앞까지 끌고 가지도 않았을 터였다.그런데 지금 결과는 어떠한가.서 황후는 여전히 황후의 자리에 멀쩡히 앉아 있었다.반면 여비는 예전과 달리 마음 편히 지내지도 못하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온화하던 여비의 얼굴이 순간 싸늘하게 굳었다.“그만하시옵소서!”여비가 차갑게 말했다.“원 귀비마마께서는 더는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시옵소서. 신첩의 일은 신첩이 알아서 처리하겠사옵니다.”“다른 용무가 없으시다면 이제 돌아가 주시옵소서.”금영은 여비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 정도 말에는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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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금영은 자운을 바라보며 물었다.“여비가 대체 어찌하려는 것이냐?”자운은 눈시울을 붉힌 채 입을 열었다.“분명 죄를 인정하시려는……”자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여비가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자운아! 입 다물어라! 네가 아직도 본궁을 주인으로 여긴다면 함부로 입 놀리지 마라!”결국 자운은 금영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쩌면 자운 자신도 제 마마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듯했다.그저 어렴풋이 불길한 예감이 들어 금영이 여비를 막아 주길 바랐던 것뿐인지도 몰랐다.하지만 여비의 태도가 이토록 단호하니 자운도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예……”자운이 더는 입을 열지 않자 금영은 다급한 얼굴로 여비를 바라보았다.“여비! 대체 무슨 사정이 있기에 말조차 못 하는 것인가?”여비는 금영을 바라볼 뿐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 눈빛도 평온하기만 했다.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은 듯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폐하께서 납시오! 태후마마께서 납시오! 황후마마께서 납시오!”밖에서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여비가 금영에게 시선을 돌렸다.그제야 여비의 눈빛에 변화가 일었다.복잡한 감정 속에 옅은 미안함까지 어려 있었다.“원 귀비마마, 송구하옵니다.”금영은 그렇지 않아도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예감이 들던 참이었다.그런데 여비의 말까지 듣고 나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여비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바로 그때였다.황제와 태후, 서 황후 세 사람이 협방전에 들어섰다.그들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이었다.현 귀비와 림비, 옥비에 이어 위 첩여와 몇몇 낮은 품계의 비빈들까지 함께 들어왔다.현 귀비는 전각에 들어서자 곧바로 황제를 향해 예를 올렸다.“신첩은 마침 다른 비빈들과 함께 금영 동생을 문안하러 가던 참이었사옵니다. 그런데 금영 동생이 협방전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이리로 와 보았사온데……”현 귀비가 말을 잇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와 태후마마, 황후마마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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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하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었다.황제가 여비를 상당히 너그럽게 봐주고 있다는 것을.다른 사람이 감히 서 황후를 함부로 고발했다면 결코 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황제는 태후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일은 여기서 끝내시지요. 짐이 이미 여비에게 벌을 내렸으니 어마마마께서는 더는 여비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황후도 더는 여비를 몰아붙이지 말게.”태후는 굳은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 본인이 언제 여비를 곤란하게 한 적이 있습니까?”태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더구나 여비가 본인까지 이리 오라 청했고, 죄를 자백하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우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그제야 여비가 황제 일행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신첩의 죄가 실로 무겁사옵니다! 폐하께도, 태후마마께도, 무엇보다 황후마마께 면목이 없사옵니다!”“폐하께서는 늘 신첩을 아껴 주셨고, 태후마마께서도 친어머니처럼 자애롭게 대해 주셨사옵니다. 황후마마께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신첩을 친자매처럼 대해 주셨사옵니다. 그런데 신첩이 한순간 판단이 흐려져 남의 이간질에 휘둘렸고, 구년 전 일로 황후마마를 오해하고 말았사옵니다.”여비는 말을 잇는 것조차 힘겨운 듯했다.금영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여비를 바라보았다.여비에게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제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제 와 물러선다 해도 금영은 이해해 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서 황후에게 면죄부라도 쥐여 주려는 것인가?서 황후는 여비의 아이를 죽게 만든 사람이었다!그런데 이제 와 그 원수조차 갚지 않겠다는 것인가?여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저마다 달라졌다.서 황후는 비교적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이미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반면 현 귀비는 미간을 살짝 좁힌 채 생각에 잠긴 듯했다.물론 금영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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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모두의 시선이 여비에게 쏠렸다.여비는 다시 한번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신첩은 기꺼이 벌을 받겠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 죄를 물어 주시옵소서!”황제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희미하게 꿈틀거렸다.“여비!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여비는 두 눈이 붉게 충혈된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신첩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모든 잘못은 신첩에게 있사옵니다. 신첩이 황후마마께 누명을 씌워서는 안 되었사옵니다……”그때 태후가 말을 끊고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여비! 황후를 고발하는 일은 장난이 아니다. 어제는 그 많은 증거까지 내놓고서는 오늘 와서 모두 모함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대체 어떻게 황후를 모함했다는 것이냐?”금영은 그제야 확실히 알아차렸다.태후는 여비의 입으로 어제의 모든 일을 뒤집게 만들려는 것이었다.그렇게 서 황후의 혐의를 완전히 벗겨 주려는 속셈이었다.여비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금영이 나직이 불렀다.“여비!”그 한마디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정말 서 황후를 모함한 것으로 일이 굳어 버린다면 여비에게 기다리고 있는 결말이 결코 좋을 리 없었다.태후가 금영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러느냐? 원 귀비는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냐?”황제가 태후를 바라보며 짧게 불렀다.“어마마마!”황제가 이토록 금영을 감싸고 나서자 태후도 더는 금영을 몰아붙이지 않았다.대신 싸늘한 시선을 여비에게 돌렸다.“여비, 말해 보거라. 대체 어떻게 황후를 모함했다는 것이냐?”그제야 여비가 입을 열었다.“두약해가 남겼다는 유서는 거짓이옵니다.”여비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신첩이 위조한 것이옵니다.”“위조했다고?”태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여비를 바라보았다.여비가 계속 말했다.“신첩이 두약해가 남긴 처방전을 구해 그 위의 글씨를 살펴본 뒤, 그의 필체를 흉내 내어 유서를 만들었사옵니다.”태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러니 그 유서도 거짓이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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