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었다.황제가 여비를 상당히 너그럽게 봐주고 있다는 것을.다른 사람이 감히 서 황후를 함부로 고발했다면 결코 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황제는 태후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일은 여기서 끝내시지요. 짐이 이미 여비에게 벌을 내렸으니 어마마마께서는 더는 여비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황후도 더는 여비를 몰아붙이지 말게.”태후는 굳은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 본인이 언제 여비를 곤란하게 한 적이 있습니까?”태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더구나 여비가 본인까지 이리 오라 청했고, 죄를 자백하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우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그제야 여비가 황제 일행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신첩의 죄가 실로 무겁사옵니다! 폐하께도, 태후마마께도, 무엇보다 황후마마께 면목이 없사옵니다!”“폐하께서는 늘 신첩을 아껴 주셨고, 태후마마께서도 친어머니처럼 자애롭게 대해 주셨사옵니다. 황후마마께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신첩을 친자매처럼 대해 주셨사옵니다. 그런데 신첩이 한순간 판단이 흐려져 남의 이간질에 휘둘렸고, 구년 전 일로 황후마마를 오해하고 말았사옵니다.”여비는 말을 잇는 것조차 힘겨운 듯했다.금영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여비를 바라보았다.여비에게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제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제 와 물러선다 해도 금영은 이해해 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서 황후에게 면죄부라도 쥐여 주려는 것인가?서 황후는 여비의 아이를 죽게 만든 사람이었다!그런데 이제 와 그 원수조차 갚지 않겠다는 것인가?여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저마다 달라졌다.서 황후는 비교적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이미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반면 현 귀비는 미간을 살짝 좁힌 채 생각에 잠긴 듯했다.물론 금영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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