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บทที่ 31 - บทที่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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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그 모습을 본 배경천 또한 놀라 곧바로 다가갔다. 꾀병이라 여겼으나 막상 손을 붙잡는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람의 체온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차가웠다. 꾀병을 부릴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그녀의 이마로 옮겼다. 차가운 손과 달리 그녀의 이마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 열기에 배경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금영은 꾀병을 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아팠고, 상태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언니, 그만 기절한 척하고, 같이 아버지께 빌어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분명 용서해 주실 거예요.”배명월이 옆에서 계속 말을 덧붙였다.그런데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배경천이 갑자기 주변 사람들을 밀쳐내더니, 금영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고는,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서 마치 공주님을 대하는 듯이 안았다. 배명월은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눈을 크게 뜬 채 얼어붙었다.“오라버니?”영안후 또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냐?”그러자 배경천이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아버지께서는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신 겁니까? 금영은 꾀병을 부린 게 아니라, 고열로 쓰러진 것입니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시고, 당장 진맥부터 받게 해야 합니다!”그러더니 영안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금영을 안은 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직접 침실까지 데리고 가려는 것이었다.아무리 그래도 십 년 넘게 아끼고 보살펴 온 여동생이니, 애정이 없을 리가 없었다. 비록 최근의 행보가 실망스러워 단단히 벼르고 있기는 했지만, 눈앞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이성을 붙잡을 수 없었다.몇 년 전, 배경천은 금영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갔다가 자신의 부주의로 얼음 호수에 그녀를 빠뜨린 적이 있었다. 그때도 금영은 크게 앓았다. 치료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만큼 위태로울 정도였다. 그렇게 그는 사흘 밤낮을 금영의 곁을 지켰는데, 다행히 그녀가 깨어나서 가장 먼저 한 말은 원망이 담겨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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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서 황후는 손을 들어 찻잔을 기울인 뒤, 태연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손 원판(태의원 소속의 고위 태의)을 보내 한 번 진찰하게 하거라. 내가 금영을 특별히 염려하여 보낸 것이라 이르는 것도 잊지 말고.”궁녀 조씨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단번에 뜻을 알아차렸고, 이내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는 황후의 사람이었다. 즉, 금영의 병세가 가볍게 보일지, 위중하게 전해질지는 전부 황후의 뜻에 달려 있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이렇게 하면, 황후가 금영을 각별히 걱정해 태의를 보냈다는 명성까지 얻게 된다. 실로 일석이조였다.금영은 한동안 침상에 누운 채로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그때, 태의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금영은 말없이 팔을 내밀어 진맥하게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해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아가씨께서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듣고, 황후마마께서 걱정하시며 특별히 보내주신 손 원판입니다.”금영은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손 원판을 바라보았다. 그는 쉰을 훌쩍 넘긴 나이로, 다소 통통한 체구에 온화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나, 태의원 내에서도 평판이 높은 인물이었다.하지만 황후의 사람인 만큼, 결코 믿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금영은 서 황후가 순수한 선의로 태의를 보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병세의 위중함을 가장 먼저 알아내, 그에 맞춰 손을 쓰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상태가 몹시 나쁘다면 굳이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고, 생각보다 괜찮다면 얼마든지 위중해 보이게 꾸밀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이때 배경천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옆에서 초조하게 물었다.“금영의 상태가 어떻습니까?”손 원판은 맥을 짚은 뒤, 심각한 표정으로 배경천을 바라보았다.“큰아가씨께서는 마음에 응어리가 쌓인 데다 한기에 심하게 노출되어 한증까지 얻으셔서...”“요점만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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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 말을 끝으로 방 안에는 고요함만이 내려앉았다. 그제야 금영은 몸을 돌렸다. 배경천 또한 따라서 떠났고, 방 안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금영은 눈썹을 살짝 내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가 그쪽을 오라버니로 여기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해수가 탕약을 들고 돌아왔다.“아가씨, 따뜻할 때 드세요. 손 원판께서 아가씨가 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몸에 좋은 약재를 더 많이 넣으셨다고 하셨어요.”해수는 그렇게 말하며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황후마마께서 정말 아가씨가 많이 걱정되시나 봐요.”그러나 약그릇을 바라보는 금영의 표정은 조금도 밝지 않았다.‘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날 걱정하는 마음에?’약을 먹지 않아도 어차피 한 번 앓고 나면 지나갈 병이었다. 스스로가 그리 허약한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고작 한증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진단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도는 분명했다. 당장 죽게 두지는 않되, 서서히 말라가게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야 황명을 어기지 않고도 순탄하게 혼약을 파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황후는 이 수법으로 조용히 그녀를 치우려는 것이었다. 보통 고단수가 아니었다.금영이 입을 열었다.“거기 내려놓거라.”해수가 조심스레 말을 보탰다.“제가 드시기 쉽게 먹여 드릴까요?”“거기 내려놓으라고 했다.”하지만 금영은 여전히 낮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해수에게 말할 뿐이었다. 해수는 멈칫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꽤 오랫동안 금영의 곁을 지켜 왔지만, 이렇게 날 선 목소리로 꾸짖음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금영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날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지금은 기분이 좋지 않구나. 혼자 있고 싶으니 이만 나가보거라.”결국 해수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밖으로 물러났다. 혼자 남게 된 금영은 몸을 일으켜 무표정한 얼굴로 약그릇을 들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안의 것을 쏟아버린 뒤,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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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황제의 머릿속에 어제 연회장에서 봤던 작은 여인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굉장히 가늘고 여려 보이는 여인이어서 그런지, 쉬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황제는 태자의 정혼자이니, 그저 그랬거니 하며 스스로 납득시키기로 했다. 금영은 그가 친히 혼인 교지까지 내린 미래의 태자비였다.서 황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직접 황제에게 차를 따랐다. 그런 다음 공손히 두 손으로 받쳐 그에게 내밀었다.“폐하, 차 드시지요.”황제는 찻잔을 받으며 서 황후의 손에 들린 염주를 바라보고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일에까지 황후가 마음을 쓸 필요가 있나?”“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친히 교지까지 내려준 아이 아닙니까? 저조차도 많이 아끼는 아이인데, 그런 아이에게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찌 편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그 말을 하며 서 황후는 안타까움과 애석함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갑자기 밖에서 내관의 외침이 들렸다.“태자 전하 납시오!”곧이어 태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평소처럼 금빛 장포를 입고 있었는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 만큼 훤칠했다.“부황, 모후를 뵙습니다.”태자가 정중히 두 사람에게 예를 올렸다.확실히 용모면 용모, 분위기면 분위기, 모든 것이 범상치 않았다.서 황후는 만족스러운 눈길로 태자를 바라본 뒤 황제에게 말했다.“태자의 효심이 얼마나 지극한지… 눈보라가 아무리 거세도 늘 한결같이 일찍 문안 인사를 올리러 온답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짧게 태자에게 평가를 내렸다.“기특하군.”그러자 태자가 다시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부황께도 문안 인사를 드리려 했사오나 조용한 것을 선호한다고 들어… 혹시라도 방해되실까...”황제는 그를 태자로 세우고 때때로 칭찬을 건네기도 했지만 부자 사이치곤 두 사람은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황제는 태자가 곁에 오래 머무는 것을 썩 반가워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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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금영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나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고?’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당장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설전에서 자신과 몸을 섞었던 여인이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그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태자는 금영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며, 태의가 말했다던 병세가 매우 위중하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결국 그는 마음이 약해져, 무심코 말을 덧붙였다."물론 부황과 모후만 널 걱정한 것이 아니다... 나도 널 걱정했다, 금영아."하지만 금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태자 전하, 절 너무 친근하게 부르시지는 않으셨음 좋겠습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싸늘하게 굴던 사람이 갑자기 친근하게 말을 걸어 오자 거부감이 들었다.그가 어떻게 나오든 금영은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그리고 황제라는 큰 나무에 기대어 궁으로 들어가기로 한 이상 태자와 남녀로 얽히는 일은 피해야만 했다.하지만 태자는 이 말을 그저 작은 투정쯤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금영아, 아직도 그날 약속 어긴 것 때문에 화난 것이냐?"예전 같았으면 그녀는 태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렜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태자 전하, 무언가 오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는 신분도 낮은 서출 출신입니다. 헌제 제가 어찌 감히 태자 전하께 화를 내겠습니까?"그 말에 태자의 미간이 급격히 좁혀졌다."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여전히 화난 것이 맞구나."잠시 말을 고르던 태자가 다소 힘 빠진 목소리로 덧붙였다."네가 명월에게 유독 날을 세우는 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너는 정작 태자비가 될 몸 아니냐? 이런 작은 일에 시기 질투해서 되겠느냐?"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태자비 얘기가 나오자, 금영은 속에서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고 자기도 모르게 말을 비꼬았다."정작 태자비가 될 몸이요? 태자 전하께서 절 태자비로 맞이할 생각은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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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태자의 시선이 금영에게 향했는데, 마치 이 상황을 의도한 것인지 추궁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반면, 금영은 덤덤했다. 조금의 불안도 당혹감도 내비치지 않았다.반면 배명월은 고스란히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억울함과 서운함이 뒤범벅된 얼굴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숨을 고른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언니가 많이 아프시다는 얘기를 듣고 일찍 병문안을 왔는데...”그러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가 태자를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태자 전하께서 이곳에 먼저 와 계실 줄은 몰랐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배명월은 우연이 아니라 태자가 금영의 병문안을 왔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배명월은 내심 불안해졌다. 자고로 남자는 여자의 연약한 모습에 흔들리는 법이었다. 금영이가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태자가 연민을 품게 된다면 관계가 다시 회복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최대한 두 사람만 있는 시간을 줄이고자 했다.한편, 배명월의 모습을 살피던 태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눈 내린 이튿날이 더 춥다는 것을 모르느냐? 밤새 눈이 내렸는데 왜 이리 얇게 입고 나왔느냐.”그러자 배명월이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답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자 전하. 제가 눈치 없이 두 분의 대화를 방해했네요.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 말과 함께 배명월은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서 소매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을 보니 꽤 마음이 상한 것 같았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금영은 작게 속으로 혀를 찼다. 저리 가련하게 구는데 남자라면 자연스레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리고 역시나 태자는 그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꽤나 초조해 보였다. 당장이라도 뒤따라 나가고 싶은 듯 발을 떼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차 싶었는지 움직임을 멈추고 금영을 바라봤다.오늘은 황제의 명을 받아 금영의 병문안을 온 자리였다. 여기서 배명월을 쫓아 나갔다가 금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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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태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또다시 금영의 맑고도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전하께서 진심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혼인을 물리셔야 합니다.”금영은 황후가 왜 집요하게 자신을 견제하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서녀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로 혼약을 파기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혼례를 황제가 주선해 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태자가 먼저 파혼 요청을 한다면 입지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금영은 이 모든 걸 이미 파악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태자의 입지가 어떻게 되든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이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태자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금영을 바라봤다.“이건 또 무슨 심술이냐.”“심술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전하를 위하는 마음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태자 전하께서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인이 있다면 그 여인과 아내로 맞이하십시오. 굳이 저같이 계산적인 여인을 태자비 자리에 앉히려 하지 마시고요.”금영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태자의 말투가 더욱 차가워져 있었다.“난 네 장난을 받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그 말과 함께 태자는 코웃음을 치며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머릿속엔 좀 전에 나눈 얘기로 가득했다. 아무리 서운했다고 해도 파혼까지 입에 올리는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분명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금영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그는 확신했고 애써 생각을 비웠다.한편, 태자가 나가자마자 해수가 들어와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아가씨, 태자 전하와 다투셨습니까?”금영은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해수가 머뭇거리며 다시 말을 걸어 왔다.“아가씨, 이러다가 진짜 전하께서 파혼하시기라도 하면… 그땐 어쩌시려고요.”해수는 본의 아니게 밖에 대기하면서 두 사람이 나누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걱정스러웠다.금영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해수를 바라보았다. 해수의 표정엔 전혀 꾸밈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두 사람의 혼인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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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오늘따라 배경천의 차림새는 평소와 같지 않아 보였다. 짐승 털이 달린 두툼한 옷에 등에는 활과 화살까지 메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사냥에 나설 모습이었다.배경천은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침상에 누워 있는 금영을 바라보았다. 금영의 얼굴빛이 여전히 창백하긴 했지만, 다행히 전날보다는 한결 나아 보였다. 자칫했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금영은 입가를 가린 채 가볍게 기침을 두어 번 했다. 마치 여전히 몸이 성치 않은 사람처럼 말이다.이때 밖에서 진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둘째 공자님, 저희 아가씨께서 언제 출발하면 되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셨습니다."진주는 배명월 곁을 지키는 여 시종이었다.그 말을 들은 배경천은 서둘러 답했다."명월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전하거라. 곧 나가겠다."그런 다음 금영을 바라보며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밖이 추우니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방에서 얌전히 쉬거라. 이번 사냥대회는 폐하께서 친히 주관하신 거니 빠질 수가 없다. 대신 꼭 좋은 성과를 올려 상을 받아 너에게 가져다주마."그 말을 들은 금영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배경천을 바라봤다.지금 그의 모습은 과거 무엇이든 그녀에게 먼저 양보하며 귀한 보물 다루듯 아껴 주던 과거의 모습과 겹쳤다.그녀가 잠시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 배경천은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곧이어 밖에서 그가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너까지 병문안 갈 필요는 없다. 그러다가 괜히 같이 아플 수도 있으니."배명월이 뭐라 답했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배경천의 말만큼은 매우 또렷하게 들렸다.금영은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 과거에 자취에 잠겼던 감성이 와르르 무너졌다. 동시에 눈동자에 냉기가 서서히 차올랐다.하지만 이내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떠올랐고 이 일은 뒤로 잊혔다.‘방금 뭐라고 했지? 폐하께서 친히 사냥대회를 여신다고?’사냥대회의 상금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황제가 친히 사냥에 나간다는 것이었다.과거 눈으로 뒤덮인 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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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그 말을 들은 해수는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수척한 금영의 얼굴을 보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가씨, 제가 다시 단장해 드릴게요. 연지라도 조금 바르면 안색이 훨씬 나아 보일 거예요. 아가씨의 외모라면 조금만 꾸미셔도 명월 아가씨를 누르실 수 있을 거예요.”해수가 자신만만하게 단정했다.금영은 그런 해수를 잠시 바라보고는 말했다.“그럼 단장하지 않으면 그 애보다 못하다는 거야?”그러자 해수가 깜짝 놀라며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아가씨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아름다우십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꾸미시면... 더 쉽게 태자 전하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을까 해서요…”해수가 말을 늘어뜨렸다.금영은 담담히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그녀는 곧바로 해수에게 명령했다.“얼른 짐부터 챙겨라. 너도 나랑 같이 가야 되니.”해수가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그렇게 떠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누군가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연아였다.연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왜 해수는 데려가면서 자신은 데려가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무언가 눈치챈 걸까 불안감도 살짝 들었다.그러나 곧 자기 손목에 걸린 옥팔찌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진짜 들켰다면 굳이 이 귀한 옥팔찌를 줄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연아는 스스로를 다독였다.사냥에 나서려면 가장 먼저 말부터 골라야 했기에, 금영은 곧바로 마구간으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태자와 배경천이 배명월을 가운데 두고 호위처럼 서 있는 모습이 먼저 보였다.이때, 세 명 중에서 그녀를 먼저 발견한 배명월이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곧 표정을 바꾸고 반가운 얼굴로 외쳤다.“언니!”이어서 성큼 옆으로 다가와 아주 자연스럽게 금영의 팔을 붙잡고는 친근한 태도로 말을 걸었다.“아직 아프시다고 들어서 사냥에 나오실 줄은 몰랐어요.”하지만 금영은 아무렇지 않게 팔을 빼냈다. 그녀는 배명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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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금영은 마음이 서늘하게 식었다.역시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침상 옆에서 그녀에게 다정한 말로 걱정을 건네던 배경천이었지만, 배명월이 등판하자마자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다."둘째 오라버니, 또 저 때문에 언니를 꾸짖지 마요..."배명월이 입을 열었다. 분명 말리는 말투였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면 배경천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금영을 꾸짖을 거란 은은한 과시였다. 금영은 싸늘하게 배명월을 바라보았다. 한없이 연약하고 깨끗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아주 사악하기 그지없었다."명월아, 다 네가 너무 착해서 이러는 거야."배경천이 거들듯 말했다.금영은 두 사람이 연출하는 화목한 우애를 더 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오늘 사냥에 나온 목적은 이따위 시시한 실랑이에 휘말리기 위함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녀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건 단 한 사람뿐이었다. 존귀하고 냉엄한 기운을 가진 사내, 바로 황제였다.그가 떠오르자, 금영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그런데 이때, 등 뒤에서 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금영."평소처럼 격식 있는, 또는 무심한 말투도 아닌, 은은한 분노가 실려 있는 목소리였다.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배경천과 배명월의 시선이 동시에 태자에게 집중됐다.그날 파혼을 언급한 뒤로,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태자는 금영이 후회하며 먼저 사과를 건네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전혀 아니었다.배경천과 말싸움을 하며, 배명월을 비꼬면서도 그에게는 전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마치 그라는 존재를 아예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금영은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무슨 이유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태자 전하?"그러자 태자가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보고도 예를 갖추지 않다니, 영안후의 여식이 갖춰야 할 예의는 어디에 갔느냐?"금영은 입꼬리만 억지로 끌어올린 채 몸을 돌려 형식적으로 그에게 예를 올렸다."신녀,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부디 만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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