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영은 마음이 서늘하게 식었다.역시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침상 옆에서 그녀에게 다정한 말로 걱정을 건네던 배경천이었지만, 배명월이 등판하자마자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다."둘째 오라버니, 또 저 때문에 언니를 꾸짖지 마요..."배명월이 입을 열었다. 분명 말리는 말투였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면 배경천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금영을 꾸짖을 거란 은은한 과시였다. 금영은 싸늘하게 배명월을 바라보았다. 한없이 연약하고 깨끗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아주 사악하기 그지없었다."명월아, 다 네가 너무 착해서 이러는 거야."배경천이 거들듯 말했다.금영은 두 사람이 연출하는 화목한 우애를 더 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오늘 사냥에 나온 목적은 이따위 시시한 실랑이에 휘말리기 위함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녀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건 단 한 사람뿐이었다. 존귀하고 냉엄한 기운을 가진 사내, 바로 황제였다.그가 떠오르자, 금영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그런데 이때, 등 뒤에서 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금영."평소처럼 격식 있는, 또는 무심한 말투도 아닌, 은은한 분노가 실려 있는 목소리였다.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배경천과 배명월의 시선이 동시에 태자에게 집중됐다.그날 파혼을 언급한 뒤로,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태자는 금영이 후회하며 먼저 사과를 건네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전혀 아니었다.배경천과 말싸움을 하며, 배명월을 비꼬면서도 그에게는 전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마치 그라는 존재를 아예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금영은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무슨 이유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태자 전하?"그러자 태자가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보고도 예를 갖추지 않다니, 영안후의 여식이 갖춰야 할 예의는 어디에 갔느냐?"금영은 입꼬리만 억지로 끌어올린 채 몸을 돌려 형식적으로 그에게 예를 올렸다."신녀,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부디 만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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