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Bab 11 - Bab 20

336 Bab

제11화

하지만 금영은 곧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은 설림이 아니었다. 설령 황후가 자신에게 약을 쓰려 했다 해도, 이렇게 대놓고 술에 타는 어리석은 짓을 할 리는 없었다.물론 그렇다고 해도 죽음으로 내몰았던 일을 떠올리면 황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오늘 당장 술에 약을 타지 않았다고 해서, 직설전에 들기 전 하사한 술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금영은 황후를 대할 때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하며, 술이 든 잔을 들어 올렸다. 일단 당장 이 자리에서 거절할 명분은 없었다.서 황후는 그 모습을 보고 얼굴에 온화한 웃음을 띠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술도 마셨고 피곤할 테니 먼저 돌아가 쉬도록 하거라.”금영은 얌전히 답했다.“예.”금영은 서봉전을 나서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마치 큰 고비를 넘긴 뒤의 안도감이 밀려오는 듯했다.그 시각, 서 황후는 금영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곁에 있던 궁녀 조씨에게 물었다.“어떤 것 같으냐?”그러자 조씨가 나서서 말했다.“강주를 다시 하사받았으니 황후마마를 의심하지는 못할 것입니다.”이어 조씨가 낮게 덧붙였다.“게다가 약을 쓴 이가 마마 한 분만도 아니지 않습니까? 설령 의심이 간다고 해도 황후마마보다는 자기 어머니를 의심할 것입니다. 다만... 소인도 이번에는 좀 놀랍긴 했습니다. 그래도 키운 정이 있을 텐데, 영안후 부인께서 그렇게까지 모질게 나올 줄이야.... 진작 알았더라면 굳이 저희까지 손쓸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서 황후의 눈매가 한결 누그러졌다.“금영은 참 착한 아이다. 다만... 팔자가 박할 뿐이지. 어찌 겨우 시비의 몸에서 태어난 서녀를 태자의 배필로 들일 수 있겠느냐?”요새 현비 역시 영안후부의 딸을 넘보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영안후부에 황후의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 태어날 거란 예언을 무조건 믿는 것은 아니었으나, 명색이 태자인 자신의 아들이 현비 소생인 이황자보다 격이 낮은 여인과 혼인할 수는 없었다. 그
Baca selengkapnya

제12화

안 그래도 황제의 시선을 끌 기회가 필요했는데, 이렇게 빨리 맞닥뜨리게 되니 살짝 놀랐지만, 머릿속은 이미 빠르게 회전 중이었다.지금 그녀가 갑자기 멈춰 선다면,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보일 터였기 때문이다. 마치 일부러 황제 앞에 나타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처럼 말이다. 제왕의 곁에는 늘 자신의 몸을 던져 신분 상승을 노리는 여인들이 넘쳐났다. 당연히 황제가 그런 여인들을 좋게 볼 리가 없었기에, 그의 눈길을 제대로 끌려면 절대로 노골적이어서는 안 되었다.금영은 어릴 적부터 태자비로 내정된 삶을 살아왔다. 영안후부에서는 일부러 퇴직한 궁녀들까지 초빙해 궁중 예법을 익히게 했다. 비록 직접 써먹을 일이 없어 여태 묵혀 두었지만,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자신이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금영은 곧바로 판단을 내렸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발걸음을 채 몇 번 떼기도 전에 뒤에서 위엄을 담은 음성이 들려왔다.“멈춰라.”금영은 결코 이 상황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어색하고 긴장한 모습으로 멈춰 섰다.“어서 돌아서라.”또다시 위엄이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금영은 잠시 침묵한 뒤, 돌아서는 대신 그대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황제는 기가 막힌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이 금영이 얼음황제라 소문난 황제를 웃게 만든 두 번째 사건이었다.금영은 황제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유형의 여인이었다. 자신의 신분을 알면서도, 이미 몸까지 내어준 상태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짜고짜 도망쳤다.한때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한 만남에 잠시 금영의 의도를 의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태도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이 여인은 애초에 자신에게 기대어 오를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뱀이나 맹수처럼 여겨 피하기에 급급해 보였다.금영은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진 뒤에도 황제의 시선이 여전히 자신에게 머물러 있음을 느꼈
Baca selengkapnya

제13화

황제의 얼굴에 번진 웃음이 점점 짙어졌다. 비록 방금 놀란 토끼처럼 달아난 그 여인을 붙잡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졌다. 그녀가 분명 이 작산행궁의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황제는 원래 금영을 찾으러 나설 생각이 없었지만, 오늘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무심한 목소리로 위명에게 명령을 내렸다.“어제 행궁을 나간 사람이 누가 있는지 조사해 보거라.”그 말을 들은 위명은 속으로 흠칫했다. 황제가 자신에게 다름아닌 여인을 찾으라고 하다니, 전례 없는 일이었다.작산행궁은 황제가 머무는 곳인 만큼 경비가 삼엄했고, 출입 역시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조금만 살펴보면 그 여인이 누구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위명은 일 처리가 매우 신속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입 내역이 적힌 장부를 가지고 왔다.황제는 책상 앞에 앉아 무심히 장부를 펼쳤다.맨 위에 적힌 것은 태자의 이름이었고, 조금 아래에는 금영의 이름이 있었다.두 사람이 행궁을 떠난 시각은 거의 같았다. 이는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태자가 영안후부의 아가씨를 데리고 금풍대로 갔다는 사실은 황제가 전날 행궁으로 돌아오면서 직접 본 일이기도 했다.황제의 시선은 두 사람을 지나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바람을 쐬러 행궁 밖으로 나간 귀녀(贵女: 귀한 집안 출신의 젊은 여인)만 해도 열 명이 넘었고, 그 뒤를 따른 시녀들도 이삼십 명에 달했다. 그 밖에 물자를 사러 나간 사람들까지, 적지 않은 인원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남녀를 분간하기 어려운 이름도 있었다.황제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명단을 위명에게 던지듯 장부를 내밀고는 무심히 말했다.“조사해.”위명은 명단을 받아 들었다.“예.”그 역시 마음속으로는 그날의 여인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편 금영은 오후가 되도록 단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 밖에서 해수가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잠시 뒤, 폐하와 황후 마마께서 여는 연회가 있을 예정입
Baca selengkapnya

제14화

그녀는 본래 예의와 교양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라, 좀처럼 사람과 척을 지는 일이 없었다.하지만 단 한 사람, 체면도 교양도 잊게 만들며 싸우게 만든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유진설이었다.유진설은 유난히도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며 트집을 잡는 데 능했다. 그렇다고 딱히 이득을 보진 못했지만 말이다.그러니 당연히 그녀가 죽으면 누구보다 기뻐하며 폭죽을 터뜨릴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끝끝내 금영의 억울함을 외쳐준 이가 유진설이었다.때는 그녀가 막 영혼 상태가 되었던 참이었다.배명월과 태자의 혼약이 정해지며 영안후부에 축하 연회가 열리던 자리였다. 사람들이 금영의 뒷담화를 하며 불결한 여자라 욕하던 것을 유진설이 듣게 되었다. 그러자 유진설은 크게 분노하며 술잔을 바닥에 내던지면서까지 그들을 꾸짖었다.“남들은 몰라도 내가 어찌 모를까! 배금영이 몸을 함부로 굴린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배금영은 절대로 그런 부끄러운 짓을 저지를 인물이 못돼! 순결을 잃었다면,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왜 배금영을 탓해! 배금영이 죽은 건 다 당신들 같은 인간 때문이야!”유진설은 술기운에 연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늘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던 유진설마저 자신을 위해 나서 줬는데, 정작 가족들은 그녀의 존재를 애써 지우려 들었다.이때 금영은 대리만족을 느꼈다.자신이 줄곧 마음속에 품었지만 끝내 내뱉지 못한 말들을, 유진설이 대신 쏟아내 주었기 때문이다. 변을 당한 뒤, 처음으로 느껴본 통쾌함이었다.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유진설은 연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체면이 크게 깎이게 되었고, 결국 장평군주가 직접 나서고 나서야 사태가 수습되었다. 게다가 유진설은 이 일로 도성에서 쫓겨나는 벌까지 받게 되었다.금영은 그 모습을 보며 크게 안타까워했다. 그러니 당연히 유진설과 부딪히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면사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금영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유진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이 면사는
Baca selengkapnya

제15화

하지만 금영은 금세 마음을 가다듬으며 얼굴을 가린 얇은 면사를 정리했다.“무슨 일로 나를 막는 것이냐?”금영이 담담히 말했다.명문가 특유의 고귀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위명은 자기도 모르게 더 공손해졌다.“오늘은 연회가 열리는 날이라, 폐하의 안위를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검문을 거쳐야 합니다. 아가씨께서도 면사를 벗어 주시기 바랍니다.”위명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금영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렸다.황제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여인의 얼굴을 확인하려 들다니, 이유가 너무 빈약했다.‘설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하지만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금영은 오늘 그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줄 수 없었다. 황제와 동침하고 떠나던 날, 그가 자신을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해수는 위명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낮게 꾸짖듯 말했다.“무엄하도다! 감히 우리 아가씨의 얼굴을 함부로 확인하려 들다니!”위명은 화를 내지 않고 다시 공손히 예를 올렸다.“소인은 그저 명을 받은 대로 행했을 뿐입니다.”“명이라니? 누구의 명이더냐!”해수가 다시 물었다. 영안후부는 금영을 키울 때 해수도 함께 교육을 시켰다.장차 태자비가 될 사람의 곁을 지킬 이가 무능하고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평범한 시비와는 기개부터 달랐다.위명은 산 정상 쪽을 힐끗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당연히....”하지만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뒤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금영!”이 넓은 변경에서 금영의 등만을 보고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유진설밖에 없었다.유진설은 금영이 미처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다가오더니, 새침한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보았다.“역시 너였구나!”유진설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금영은 그제야 유진설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해수의 말대로 유진설은 화려한 색감의 옷에 금빛 장식이 달린 면사를 쓰고 있었다.예전의 금영
Baca selengkapnya

제16화

위명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만약 여기서 조금 더 밀고 들어갔더라면, 목숨은 부지해도 최소 중벌이었다. 더군다나 그 여인이 금영일 리도 없었다. 그날 태자와 영안후부의 마차가 나가는 것을 자신이 직접 목격했기도 했으니 말이다.“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위명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평소였다면, 아무리 그래도 황제의 최측근인데 높은 가문의 여식이라고 해서 고개까지 숙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금영이었으니, 그저 공손해질 수밖에 없었다.금영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괜찮다. 너도 그저 명을 따른 것뿐일 테니.”말을 마친 금영은 단정한 태도로 위명의 곁을 지나쳐 갔다.위명은 금영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역시 미래의 태자비답군. 저 기품과 몸가짐은 보통 아가씨들이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금영은 걸음을 옮기며 방금 있었던 일을 곱씹었다.황제의 가장 신임을 받는 위명이 직접 문지기를 자초하면서까지 명문가 여식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뿐이었고, 점점 불안이 피어올랐다.결국 금영은 참지 못하고 해수에게 낮게 당부했다.“어제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누가 묻거든, 태자 전하와 함께 있었다고 전하거라.”잠시라도 좋았다. 시간을 벌어줄 필요가 있었다. 해수는 금영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바로 대답했다.“불쌍한 우리 아가씨, 어쩌면 좋아.”약속에 나오지 않은 것은 태자인데, 금영은 그의 체면을 세워주려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해수는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금영은 해수의 대답을 들은 뒤, 누가 또 이 일을 발설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안 그래도 큰 소란이 있었는데 영안후 일가는 물론 태자도 이 일이 밖에 알려지는 것을 꺼릴 터였다.특히 배명월은 이제 더 철저히 숨기려 들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벌까지 받은 당사자이니, 밖에 알려진다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풍대가 안
Baca selengkapnya

제17화

금영의 이름이, 황제의 입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그 한마디에 금영은 심장이 이유 없이 조였고, 등줄기까지 뻣뻣하게 굳었다. 그녀는 머리를 조아린 채 숨을 죽였다.바로 그때, 차가운 소나무 향이 한층 또렷해지더니, 이내 검은 옥 반지를 낀 손이 그녀가 포개고 있던 팔 앞에 다가와 가볍게 받쳐 들었다.곧이어 드물게도 온기가 담긴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라.”금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면사를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고개를 들고 황제를 정면으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건 그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볼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황제는 단정히 고개를 숙이고 선 금영을 바라보다가, 다시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듣기로는 아버지를 대신해 거의 삼 년을 회양에서 조부의 상을 치렀다지?”금영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답했다.“예, 그렇사옵니다.”황제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 뒤, 옆에서 긴장한 채 말을 삼키고 있던 영안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참으로 효녀일세.”영안후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과찬이십니다.”거기까지 말한 황제는 이내 금영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앞으로 나아가더니, 청중을 향해 위엄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일어나거라.”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고, 청설각 안의 공기도 한결 누그러졌다.금영은 속으로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방금 황제가 보인 관심이 결코 자신을 알아봐서가 아니라, 그저 한 나라의 황제로서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순간 금영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 이가 있었는데, 다름아닌 배명월이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으나, 무슨 이유인지 몹시 억울해 보였다.송정희는 그런 배명월을 발견하고는 다정하게 다가가 이마에 흐트러진 머릿결을 정돈한 뒤, 조용히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배명월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맺혔다.송정희는 그런 딸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이번에는 금영을 향해 손짓했다.
Baca selengkapnya

제18화

태자가 오른쪽 첫 자리에 자리를 잡자, 이내 사람들도 차례로 앉으며 연회가 시작되었다.금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배명월의 곁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자리는 송정희와 배명월 사이였다.영안후부의 여인들은 공교롭게도 태자의 자리에서 매우 잘 보이는 맞은편이나 다름없는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금영이 태자를 유심히 보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시선이 자꾸만 느껴졌기에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을 주게 되었다.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그가 분명 금영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금영만은 알고 있었다. 태자의 시선은 다친 배명월의 손에 머물러 있었다.배명월의 손에는 정성스레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티 내고 싶은지, 차를 마실 때조차 동작을 매우 느리게 했다.금영은 그 모습을 모두 눈에 담으며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되뇌었다. 회귀 전 있었던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배명월과 진짜 자매가 될 일은 없었을 것 같았다. 금영은 몰라도, 배명월이 그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가능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연회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태자가 황제를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마침 길조를 상징하는 서설도 내리고 있으니, 부디 부황께서 오래도록 만수무강하시길 기원합니다.”황제는 여전히 냉엄한 표정이었으나, 그 속에는 엷은 만족이 스쳤다.“눈 깜짝할 새에 태자도 이제 혼인을 논할 나이가 되었구나.”그 말뜻을 헤아린 신하 하나가 곧장 입을 열었다.“마침 영안후부의 장녀께서 귀환하셨으니, 신이 뵈옵건대 태자 전하와 하늘이 맺어 준 한 쌍이라 하겠습니다. 이참에 혼례를 올리신다면, 황실의 혈맥을 잇는 경사 또한 되지 않겠사옵니까.”말을 꺼낸 이는 예부상서(礼部尚书) 방회산이었다. 그는 오십이 훌쩍 넘긴 나이로, 황제의 마음을 잘 읽는 대신들 중 한 명이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서 황후의 손에 들린 찻잔 속 물결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찬가지로 배명월 또한 긴장한 듯, 늘어뜨린 소매 안에서 손을 움켜쥐었다.이때
Baca selengkapnya

제19화

하지만 황제가 금영을 점점 더 흡족해할수록,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들도 늘어났다.그중 하나를 꼽자면 당연히 배명월이 들어 있었다. 황제의 표정을 본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당연히 그 모습은 비스듬히 앉아 있던 태자의 눈에도 들어왔다. 그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그녀를 위로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이때, 송정희가 울상 짓고 있는 배명월을 발견하고는 부드럽게 물었다.“명월아, 어디 불편하느냐?”그러자 배명월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얌전하게 웃었다.“아니에요, 어머니.”괜찮다고 했지만, 송정희의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는 금영이 가운데에 있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계속해서 말을 건넸다.“명월아, 이 천계어사(千桂鱼丝: 생선요리) 좀 먹어 보렴. 맛이 아주 좋단다.”하지만 천계어사를 보던 배명월의 눈가에 돌연 눈물이 고였다.그 모습을 본 송정희가 놀라 다급히 물었다.“아니, 무슨 일이니? 누가 너를 괴롭혔어?”그 말과 함께 시선을 금영 쪽으로 흘겼는데, 금영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그러자 배명월이 가늘고도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예전 기억이 떠올라서요… 생선은 정말 꿈도 못 꿀 음식이었죠.”그 말을 듣는 순간, 송정희의 얼굴에는 깊은 연민이 떠올랐다. 그녀는 곧바로 음식들을 모두 한 점씩 집어 배명월의 접시 위로 올려주었다.“이것도 먹어 보렴, 그리고 이것도….”얼마 지나지 않아, 배명월의 그릇에 음식이 수북이 쌓였다.배명월은 자신의 그릇을 잠시 쳐다보다가, 주양단자(酒酿团子: 찹쌀 술떡)를 집어 금영의 그릇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언니도 드세요. 어머니가 자꾸 저만 챙기셔서, 서운하시겠어요.”송정희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명월이가 마음씨도 곱지.”하지만 금영은 그릇에 놓인 주양단자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배명월은 천진한 얼굴로 송정희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언니, 왜 안 드세요? 혹시… 제가 싫으신 거예요?”그 말과 함께, 눈
Baca selengkapnya

제20화

배명월이 먼저 가볍게 비명을 질렀다.“아!”“이게 어찌 된 일이니?”그러자 송정희가 다급히 물었다.배명월은 억울한 얼굴로 송정희를 바라보았다.“제가 언니께 차를 따라 드리려다 그만… 언니가….”어느새 붕대를 감고 있던 배명월의 손에도 찻물이 살짝 스며든 것이 보였다. 송정희는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배명월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언니는 잘못 없어요. 다 제가 부주의했던 탓이에요. 어머니, 제발 언니를 꾸짖지 말아 주세요.”금영을 바라보는 송정희의 눈빛에는 이제 조금의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연회의 자리인 만큼 차마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출할 수 없어, 살짝 짜증이 묻은 말투로 꾸짖었다.“옷이 젖었으면 갈아입어야지, 왜 아직도 그냥 앉아 있는 것이냐?”송정희가 노골적으로 성가셔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금영은 안 그래도 둘 사이에 끼어 있어 괴로웠던 터라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어차피 어떤 설명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터였다. 배명월이 자신에게 어떤 누명을 씌우든 상관없었다.아니, 어쩌면 모든 상황을 직접 본다고 해도 송정희는 배명월의 편을 들 터였다. 그러니 굳이 입 아프게 해명할 이유도 없었다.금영이 자리를 뜨자마자, 배명월은 곧바로 시선을 맞은편에 앉아 있는 태자에게 두었다.푸른빛을 띠는 흰 예복을 입은 그는 안 그래도 준수한 외모가 더욱 돋보였다.반면 금영은 청설각을 나온 지 몇 걸음도 되지 않았는데, 배경천이 뒤쫓아왔다.“배금영! 거기 서!”배경천이 소리쳤다.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곧 따라잡혀 앞이 가로막혔다.“배금영, 내 말 안 들려?”그가 다짜고짜 차갑게 쏘아붙이자, 금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귀가 먼 것은 아닌가 보구나. 그럼 왜 아까 내가 부를 때 대답하지 않았느냐!”배경천이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금영은 오히려 담담히 되물었다.“아까 청설각에서 제가 인사드릴 때, 오라버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456
...
34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