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บทที่ 41 - บทที่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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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태자는 자신이 혼약 파기 얘기를 꺼내면 금영이가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줄 알았다.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다시 한번 차가운 눈빛으로 금영을 훑어보며 비웃듯 말했다."배금영, 아픈 몸을 이끌고 사냥까지 나온 이유가 나 때문 아니냐? 그런데 또 파혼 얘기를 꺼내?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지 않으냐?"금영은 눈을 크게 뜨며 태자를 바라봤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태자는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아서 어쩔 수 없지만, 당장이라도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오늘 이곳에 온 것은 그가 아니라 황제 때문이라고 말이다.금영이가 침묵하자 태자가 다시 한번 냉정하게 말했다."다시 한번 충고하겠다. 태자비 자리가 탐난다면, 다시는 이러한 천박한 수단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명월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말거라. 안 그러면 정말 용서하지 않겠다."금영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가만히 있었더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별짓을 다 하고 있었다.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러면 결국 혼약을 파기할 생각이 없으시다는 것입니까? 여전히 제가 태자비가 되길 바라세요?"태자는 금영을 힐끗 바라보더니, 담담히 답했다."혼약은 부황께서 친히 정하신 일이다. 황제의 말을 어찌 함부로 거역하겠느냐. 그건 불충이다."하지만 막상 이 말을 내뱉고 나자, 태자는 아차 싶은 생각과 동시에 짜증이 치밀었다. 오늘 그가 금영을 불러세운 건 지난 일에 대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혼약을 파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한발 물러서게 된 것이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금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와 다른 태자의 기세에 잠시나마 혼약을 파기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황제의 뜻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얘기였다.그 모습을 본 태자는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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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볏짚이 들썩이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 볏짚을 잔뜩 뒤집어쓴 한 청년이 마구간 뒤편의 건초 더미 속에서 졸린 눈을 한 채 몸을 일으켰다.그는 제법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붉은 입술에 흰 이를 가진 단정한 인상이었다. 또한 머리에는 옥관 대신 선홍색 머리띠 하나만을 질끈 묶고 있어, 젊은 기개가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몸에 붙은 볏짚을 툭툭 털어내더니, 마지막으로 머리 위에 걸려 있던 볏짚 한 가닥을 뽑아 입에 물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배금영, 일부러 엿들으려던 것은 아니었다."단번에 청년을 알아본 금영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고, 목소리엔 반가움이 묻어 있었다."맹운산, 언제 돌아온 거야?"금영은 몹시 놀랐다. 회귀 전엔 너무 일찍 죽어버린 탓에 그를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변방에서 돌아온 사실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맹운산은 평서장군의 아들이었다. 그는 꽤 일찍이 장군을 따라 연문 일대 국경을 지키고 있었다.선대 영안후와 평서장군은 나이 차이가 났으나 각별한 벗이라, 덩달아 금영 또한 자연스레 맹운산과 친하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나무도 타고, 담도 넘고, 개구멍도 기어다니며 놀았었다. 그러다가 몇 해 전, 선대 영안후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황제의 윤허로 태자와 혼약을 맺게 되었고, 평서장군 또한 명을 받고 연문으로 떠난 것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어느덧 거의 다섯 해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한 사이가 되었다.맹운산은 그사이 훌쩍 자라, 예전보다 한결 더 장대해 보였다. 다만 한량 같은 그 태도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회귀를 한 뒤, 그녀가 마주한 것은, 그저 영안후부나 황후처럼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들이거나 유진설처럼 과거의 숙적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반가운 이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맹운산은 마구간이 더러운 것도 개의치 않고 성큼 가볍게 칸막이를 넘어 금영에게 다가오더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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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금영은 태자를 쫓아간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울창한 숲을 달리며 황제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전장을 누볐던 유능한 무장인 선대 영안후의 곁에서 자라며 자연스레 말 타는 법과 활 쏘는 법을 익혔었다. 물론 솜씨가 엄청나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다른 명문가 여식들보다는 당연히 압도적이었다.하지만 혼약이 정해진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송정희는 더 이상 그녀가 기마와 사냥을 익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태자비가 될 몸이니, 늘 단정하고 얌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하루 종일 사내아이처럼 돌아다니는 건 유씨 가문의 여식만으로 족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하지만 황제를 찾기도 전에 금영의 귓가에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흰 깃이 달린 화살 하나가 말의 다리를 꿰뚫었다. 동시에 말이 고통에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금영은 속수무책,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함께 숲속으로 내달렸다.그런 금영의 뒤에서 슬그머니 배명월이 나타났다. 배명월은 조용히 아무런 말도 없이 멀어져 가는 금영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잠시 뒤, 또 눈밭을 가르며 말굽 소리와 함께 태자가 나타났다."명월아."태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배명월을 바라봤지만, 그는 오히려 언제 그랬냐는 듯 위태롭게 흔들리는 모습을 연기했다."태자 전하..."태자는 곧바로 몸을 날려 배명월의 말 위로 올라탔다."괜찮으냐?"배명월은 눈가가 붉어진 채, 마치 놀란 어린 사슴처럼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저 너무 쓸모없는 것 같아요... 말 하나도 제대로 못 다루고...""그건 네 탓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영안후부에서 자라 선대 영안후의 가르침을 받았다면, 다른 누구처럼 기마와 사냥에 능했을 테니."태자가 말을 이었다. 비록 그가 직접적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이건 분명 금영을 겨냥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배명월은 기다렸다는 듯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한편, 금영은 놀란 말에 이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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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잠시 고민하던 금영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금영이 아니었다. 죽음은 물론, 귀신까지 되어본 몸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 훗날 정체가 드러났을 때, 황제가 황실의 체면 등의 이유로 자신을 해칠 수 없게 해야 했다.물론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다시 죽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길뿐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물러설 수 없었다.한편, 절벽에서 떨어진 황제는 조금씩 의식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곁에 있는 건 검은 말 뿐이었다. 그 말은 특별히 그에게 진상된 명마로, 처음엔 상당히 성격이 사나웠으나 학습시킨 뒤로는 한 번도 명령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갑자기 날뛰었고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황제는 어지럼을 참으며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말은 이미 숨이 끊어진 듯 미동이 없었고, 그는 잠시 그 사체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사냥에 나설 때는 분명 이른 아침이었는데, 사방이 눈보라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기온이 내려가고 있었다. 황제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조만 기다리다가는 누군가가 자신을 찾기도 전에 눈 속에 파묻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이를 악문 채 몸을 일으켰지만, 옆구리에서는 여전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어느새 발 아래에 선혈이 고인 것이 보였다.그 순간, 눈보라 속에서 희미한 불빛을 띤 인영 하나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금영은 황제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 입고 있던 흰색 겉옷을 숨기고 안에 입고 있던 붉은 옷을 드러냈다.오늘 그녀는 또다시 영지의 신분으로 황제를 구할 생각이었다.그래서 일부러 흰 여우 털로 만든 겉옷 안에 눈에 띄는 붉은 옷을 입은 것이었다. 흰 여우 털 옷은 궁에서 하사받은 것으로, 황제의 앞에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인기척을 느낀 황제는 손에 사냥용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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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황제는 고개를 숙여 품에 가둔 인영을 바라봤다. 그러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작고 하얀 얼굴이 보였다.금영은 외투를 갈아입으면서 눈으로 얼굴을 한 번 씻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일부러 핼쑥하게 보이기 위해 발라 두었던 분도 말끔히 씻겨 나갔다.비록 다시 화장할 틈은 없었으나, 혹독한 추위에 안색은 더 하얗고 뺨엔 옅은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꾸미지 않았음에도 맑고도 고운 빛을 띠게 되었다.황제는 인영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멈칫했다.“네가… 왜 여기에?”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기에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금영은 그의 손아귀에 숨이 막혀와, 목을 살짝 움츠린 채 조심스레 화살촉을 밀어냈다.“폐... 폐하, 아픕니다.”그 말에 황제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말해. 왜 네가 이곳에 있는지.”하지만 그저 아주 살짝 화살촉을 뒤로 물렸을 뿐, 금영을 풀어주지는 않았다.금영은 황제의 품에 갇힌 채 옴짝달싹하지 못했고, 따가울 정도로 살기가 느껴졌다. 황제가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의 예감은 적중했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벌써 세 번째였다. 게다가 마주치는 순간마다 너무나 절묘했다. 그런데 황제는 지금까지 그녀의 정체에 대해 무엇도 알지 못했다.황제의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그는 수도 없이 많은 위기를 겪었었다. 그 중 배신도 셀 수 없을 정도였기에, 이 상황이 의심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반면, 금영은 점점 붙잡힌 상태가 불편해졌다. 그녀는 체념하듯 몸에 힘을 풀었고, 무너지듯 황제의 위로 몸을 뉘었다. 그러자 황제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금영이 놀라 황제에게 다급히 물었다.“무슨 일입니까, 폐하?”황제가 이를 악문 채 애써 고통을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짐을 살해하려는 것이냐?”금영의 얼굴에 긴장이 물들었다.“폐하, 농담으로도 그런 말씀 마세요.”황제는 금영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는 겁먹은 듯 매우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그제야 황제는 손에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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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폐하, 잠시 이곳에 누워 계십시오. 제가 바람 피할 곳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황제가 대답할 틈도 없이, 금영은 제멋대로 자신의 몸에 걸쳐 있던 검은 망토를 잡아당겼다.그녀가 갔다가 올 때까지 최대한 눈을 막을 수 있게 해 주려는 것이었다.그러고는 곧장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그렇게 금영은 거세게 휘날리는 눈보라 사이로 사라졌고, 이내 적막함이 찾아왔다.어떠한 인기척도 없이, 내리치는 눈보라 소리만 들으며 황제는 자신이 온전히 혼자가 되었음을 실감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도록 금영은 돌아오지 않았다.동시에 황제의 얼굴도 점점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 정체도 알 수 없는 여인에게 희망을 건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게 힘겹게 겨우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곧바로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거기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치자, 그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그런데 바로 그때, 붉은 인영 하나가 눈보라 속을 가르며 서둘러 그를 부축해주었다.황제는 고개를 내려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인영을 바라봤다.금영이었다! 정말로 그녀가 돌아온 것이었다.하지만 금영은 화가 난 상태였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분명 가만히 기다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왜 혼자서 일어나신 겁니까? 정말 목숨이 아깝지도 않으신 겁니까?”그녀의 걱정과도 같은 말에 황제는 문득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쳐 제대로 금영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으나, 몹시 화가 나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황제를 향해 이렇게 거리낌 없이 감정을 표출하다니, 여간 분노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이런 취급은 정말 오랜만이었다.물론 즉위 초반에는 기강이 덜 잡혀 간간이 귀에 거슬리는 말이 들리긴 했으나, 그 뒤로는 조정 안팎을 막론하고 그를 거스르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물며 금영처럼 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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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렇게 황제를 부축한 채 얼마나 걸었을까, 금영이 눈을 빛내며 한 곳을 가리켰다.“폐하, 저쪽에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저곳이라면 잠시나마 이 눈보라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황제는 이미 정신이 혼미했고, 알겠다는 뜻으로 작게 한마디 대답했다.“응...”그렇게 두 사람은 간신히 동굴 안까지 들어왔고, 황제는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그가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땐 이미 모닥불까지 피워져 있는 상태였다. 불씨는 그리 크진 않았으나, 작은 동굴을 밝히기엔 충분했다.“전에 사냥꾼이 머물다 간 곳인 것 같습니다. 마른 장작이 제법 남아 있어요.”금영은 그렇게 말하며 눈매를 부드럽게 휘었다. 한결 안도한 표정이었다.회귀 전에 황제가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동굴 속에 있는 장작 덕이 컸을 것 같았다.황제는 모닥불을 바라보다가 금영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녀는 추위에 얼어 부은 손가락을 모닥불에 쬐고 있었다. 선홍빛 치마에, 추위에 붉게 달아오른 뺨, 거기에 타오르는 장작 앞에 있으니, 뺨에 연지를 바른 듯 발그레했다.그의 시선을 느낀 금영은 손을 잠시 더 녹인 뒤 황제 앞으로 다가가 그의 몸에 걸치고 있던 검은 망토에 손을 댔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황제는 본능적으로 망토를 끌어당기며 차갑게 말했다.“방자하구나.”황제의 말에 금영 또한 저절로 처음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으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민녀더러 방자하다니... 이미 직접 겪어 보신 일 아닙니까?”말투는 분명 당당했지만, 그녀 또한 이 상황이 민망한지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황제는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아까부터 왜 자꾸만 자신을 민녀라 칭하느냐? 작산 행궁에는 궁비(宫妃: 황제의 후궁), 궁비(궁중의 여자 노비), 신녀(신하의 딸)는 있어도 민녀는 없다.”황제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금영은 궁녀답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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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금영이 움직임을 멈추며 말했다.“저는 그저... 폐하의 상처가 걱정되어 급한 마음에 그런 것인데...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여인이, 서러운 눈빛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자, 황제는 당황했다.그가 관자놀이를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아니다, 계속하거라.”그러자 금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제의 옷을 들추었다. 그러자 가장 안쪽에 입은 흰 비단옷에서부터 피가 흠뻑 젖어 피부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금영이 조심스레 속옷을 걷어내자, 바로 살이 벌어진 흉측한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무얼 멍하니 보고 있느냐? 어서 상처를 싸매지 않고!”황제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금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손수건을 꺼내 상처를 덮었다. 자신의 치마 끝자락을 잡아 힘껏 잡아당겼고,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긴 붕대가 만들어졌다. 그런 다음 몸을 숙여 곧바로 황제의 상처를 감쌌다.황제의 호흡에는 은은한 소나무 향이 배어 있었다. 금영은 자신의 가늘고도 부드러운 손가락을 이용해 붕대를 황제의 허리에 둘렀고, 자연스레 그에게 몸이 밀착되며 끌어안는 자세가 되었다.황제는 눈을 낮춰서 금영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물러나거라.”차가운 명령이었다.금영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매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예?”“짐은 누군가가 지나치게 가깝게 오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마.”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금영을 살짝 밀어냈다. 그러자 코끝을 간질이던 그 표한 향도 옅어졌다.금영은 발끝에 힘을 준 채 무릎을 꿇고 있었던 참에, 그가 밀어내자 자연스레 자세가 무너져 버렸다.하지만 황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빠르게 붕대를 매듭지은 뒤 옷을 여미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휴식할 테니,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금영은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원래는 이 기회를 빌려 황제의 마음을 더 흔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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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어쩌면 자신이 너무 노골적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설마 알아차렸나?’황제의 옆자리를 탐내는 여인이 한둘이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수도 없는 여인들이 그를 유혹하려 애썼을 것이지만, 그는 그런 것을 즐기는 편이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즐겼다면, 후궁의 자리가 이렇게 비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금영은 자신이 조금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급함이 역효과를 낳아, 그를 질리게 했을지도 몰랐다.금영은 자기도 모르게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좀 전까지 분주히 움직이느라 몰랐었는데,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자, 저절로 몸에 한기가 타고 들어왔다. 비록 모닥불이 있긴 했지만, 불길은 정면만 데워 줄 뿐이었다. 차가운 바람은 등 뒤에서 쉬지 않고 불어오며 옷깃 속으로 파고들었다. 금영은 문득 흰 여우 털 외투를 벗어 두고 온 것이 후회됐다.잠시 후, 한참 눈을 감고 있던 황제가 서서히 눈을 떴다.그제야 금영이 어느새 자신과 거리를 두고 모닥불은 중간에 둔 채 맞은편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몸을 오돌오돌 떨면서, 양팔로 무릎을 감싼 채 웅크리고 있었다. 뒤쪽에서 스며드는 냉기를 어떻게든 막아 보려는 몸짓이었다. 불꽃이 일렁이며 그녀의 맑고도 선명한 얼굴 위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안색은 점점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황제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이리 오거라.”금영은 고개를 들었는데, 갈피를 잡지 못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황제가 다시 한번 냉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황제의 명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서둘러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폐하,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황제가 짧게 말했다.“앉아라.”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금영은 일단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둘 사이엔 거리를 둔 채였고, 황제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더 가까이 오거라. 아니면 나와 가까이 있는 것이 싫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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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금영은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내가 또 뭐 실수했나?’이때 황제가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짐이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을 봤다면, 사람을 불러오는 것이 정상 아닌가? 왜 혼자서 내려온 것이냐?”그 말에 금영은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그의 지적으로 인해 자신의 변명이 다소 허술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금영은 서둘러 말했다.“폐하께서 추락하시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사옵니다. 더구나 노비가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 한들, 당장 누굴 데려올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었고요. 그러다가 만에 하나... 그 사이에 폐하께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더 큰 일 아니겠습니까?”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래서 혼자라도 일단 비탈길을 따라 내려온 것인데, 마침 폐하께서 보였던 것입니다. 정말 무사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말을 마친 금영은 다시 조심스레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 이번에는 부디 황제가 이해했길 바라면서 말이다.하지만 황제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했고,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 금영은 더 큰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애써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 다독였다. 황제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한들, 자신이 회귀한 사실과, 미리 이곳을 알고 찾아왔을 거라는 짐작까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금영은 잠시 고개를 떨구어 눈가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고는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폐하, 노비가 잘못했습니까?”황제가 낮게 답했다.“현명했다고 볼 순 없겠지만… 뭐, 잘못한 것은 아니지.”그 평가에 금영은 살짝 불만스러웠지만,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노비를 탓하지 않으신다면, 다행입니다...”한편, 황제는 슬슬 이 노비라는 호칭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름은 그렇다고 쳐도, 신분조차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에 괘씸함을 느꼈다.황제가 냉정하게 말했다.“호칭을 바꿔라.”금영은 말문이 막혔다. 민녀도 안 되고, 노비도 싫다니, 생각나는 호칭이 없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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