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씨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심태숙을 힐끗 바라보았다. 평소 좀처럼 엄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얼굴이 유난히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방으로 돌아간 지 불과 일각도 지나지 않아,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찻잔이며 집기들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이내 흥분으로 음성마저 날카롭게 갈라진 백씨의 외침이 문밖까지 새어 나왔다.“대체 왜요? 그 사람이 나를 장원으로 보내라고 했다고 해서, 당신이 정말 나를 보내야 할 이유가 뭐냐고요!”백씨는 분을 이기지 못한 채 탁자를 거칠게 내리쳤다.“심태숙,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사내다운 기개가 있었다면 이 집안에서 사람들에게 이토록 업신여김당하며 살지는 않았을 거예요.”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그녀는 갈수록 목소리를 높였다.“당신은 그래도 후작의 넷째 형이고, 나는 그의 넷째 형수예요. 헌데 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장원에 보내느냐고요!”심태숙은 난동을 부리는 백씨를 냉랭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잔잔하게 가라앉은 눈빛에는 어떠한 동요도 떠오르지 않았다. 늘 한발 물러서서 백씨의 성미를 받아 주던 그가 처음으로 한 치의 온정도 보이지 않았다.“당신을 장원으로 보내려 한 것은 서준이가 아니오.”심태숙의 담담한 목소리가 어지러운 방 안에 낮게 내려앉았다.“내가 진작부터 그렇게 하려고 했소.”백씨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심태숙을 바라보았다. 입술이 몇 번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심태숙은 그런 백씨를 내려다보다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서준이 말로는 영국공부의 사건도 곧 마무리될 거라고 하더군. 그러니 몇 달 동안 장원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소.”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더욱 무거운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리고 서준이가 돌아오면 분가할 것이오.”백씨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두 눈만 크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