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심씨 노부인이 단단히 화가 난 것을 알아보고 한동안 곁에서 달랬다. 노부인의 기색이 조금 누그러진 뒤에야 가지고 온 장부를 꺼내 함께 대조하기 시작했다.심씨 가문의 총장부는 그동안 백씨가 관리해 왔다. 계연수는 한낮 내내 장부를 살펴본 끝에 여러 군데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가령 같은 지출 내역이 서로 다른 항목에 한 번씩 중복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개인적으로 쓴 비용이 공금 지출로 처리된 경우도 있었다.전장에서 거두어들인 소작료도 총장부와 각 전장에서 올린 장부의 액수가 서로 맞지 않았다.솔직히 말해 장부에는 허점이 너무나 많았다.그렇다고 계연수가 백씨의 흠을 들추려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심서준이 돌아오면 분가할 예정이니, 지금 심씨 노부인에게 장부의 문제를 분명히 밝혀 두어야 훗날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지 않을 터였다.심씨 노부인은 이제야 새삼 계연수의 진가를 깨달았다.어찌나 유능하고 사려 깊은지, 조금도 손이 가지 않았다. 시집온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키지 않았고, 다른 동서들과도 두루 원만하게 지냈다. 무슨 일이든 제 생각과 주관이 분명했으니, 심씨 노부인으로서는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니었다.계연수가 장부를 펼쳐 놓고 잘못된 부분을 하나씩 세세하게 짚어 나가자, 심씨 노부인이 말을 끊었다.“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무슨 말인지 모두 알겠구나. 앞으로는 네가 총장부를 관리하도록 해라. 나는 너를 믿는다.”계연수는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로부터 불과 이틀 뒤, 계연수는 심서준이 보낸 첫 번째 가서를 받았다.서신에는 이쪽은 아무 일 없이 평안하다는 소식이 먼저 적혀 있었다. 이어 계연수의 몸은 어떠한지 묻고, 무리해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길에서 보기 좋은 산토끼 한 마리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돌아갈 때 한 마리를 잡아다 기르면, 훗날 아이의 좋은 놀이 동무가 되어 줄 것이라고 했다.그 소박하고 다정한 글귀를 읽는 동안 계연수의 마음에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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