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심서준을 바라보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을 황제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조사를 시작할 바에는 한꺼번에 모두 파헤쳐야겠지.”황제는 다시 심서준을 응시하며 말했다.“서준아, 짐은 이 군비 횡령 사건을 네게 맡기고 싶다. 짐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지난 오 년 동안 세 차례나 사람을 보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이 사건을 밝혀낼 수 있는 사람도, 그곳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너뿐이다.”황제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변방의 장수들이 짐을 얼마나 속였는지, 군비를 얼마나 빼돌렸는지, 누구와 결탁했는지, 경성에서 그들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짐은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야겠다. 상방보검과 정예병 오백 명을 내어 주마. 기한은 석 달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느냐?”심서준은 오랫동안 침묵했다.황제의 시선이 자신에게 깊숙이 박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충분합니다.”그제야 황제의 얼굴에서 긴장이 풀렸다. 그는 다시 손을 뻗어 심서준의 어깨에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무사히 돌아오면 네 부인에게 고명 봉작을 내리고, 네게도 좋은 전답과 저택을 하사하마. 모레 바로 떠나거라. 따로 하직 인사를 올릴 필요는 없다.”어서재를 나온 심서준은 오문 밖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궁을 떠났다.오후에 저택으로 돌아온 그는 곧장 자신의 처소로 가지 않고, 먼저 어머니를 찾아뵌 뒤 심태숙의 서재로 향했다.심태숙은 심서준이 먼저 자신을 찾아오는 일이 좀처럼 없었기에 반색하며 그를 맞이했다.심서준은 그렇게까지 반길 필요 없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두 사람은 함께 책상 앞에 마주 앉았고, 심서준이 직접 찻잔에 차를 따랐다.그가 문득 물었다.“형님 처소의 소실들은 모두 장원으로 보냈습니까?”심서준이 심태숙의 내실 문제를 물은 것은 처음이었다. 심태숙은 그가 먼저 이 일을 꺼내는 것이 몹시 뜻밖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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