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준은 경력사에서 꼬박 사흘 동안 문서를 조사했다.곁을 지키던 호덕무는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졌지만, 좌도어사 심서준에게서는 조금의 피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날마다 고작 몇 시진밖에 자지 않으면서 어찌 지치지도 않는 것일까.정녕 부인을 만나러 돌아가는 것이 그토록 급한 것일까.깊은 밤, 심서준은 서리들이 정리한 문서를 보고있었다.오 년 전 평부진에 실제로 주둔했던 관군은 삼만 육천이백 명이었다.하지만 같은 해 호부에 올린 결산 장부에 기록된 실제 병력은 삼만 사천이백 명이었다.이천 명이나 차이가 났다.당보는 병조에 올리는 문서였고, 결산 장부는 호부에 제출하는 자료였다. 두 문서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부를 조작해 왔다는 뜻이었다.심서준의 길고 곧은 손가락이 이번에는 군수품 항목을 짚었다. 그의 눈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평부진에서는 해마다 갑옷과 도검, 창, 활과 화살, 화약과 납탄 등의 군수품 사용 내역을 병조에 보고했다. 장부만 보면 역대 군수품 사용량과 남은 재고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그러나 천원 십 년, 평부진이 병조에 보고한 조총은 모두 삼백육십 정이었다. 반면 같은 해 당보에 기록된 사용 가능한 조총은 이백십 정에 불과했다.조총 백오십 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조총은 먹고 나면 사라지는 군량이 아니었다. 설령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 해도 백오십 정이면 결코 적지 않은 값어치였다.누군가 조총을 빼돌려 팔아넘긴 것이 분명했다.평부진은 군사적 요충지로, 성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방 부족과 맞닿아 있었다. 변방의 군인들이 달단족에게 군수품을 몰래 팔아넘기는 일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예전에도 병조와 도찰원에서 여러 차례 조사했으나 매번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이 일을 제대로 파헤치면 총병 한 사람의 목숨만으로는 끝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아래에서부터 위로 총독과 병조 직방사, 심지어 내각까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주원길은 병력 규모를 부풀려 보고하고, 존재하지 않는 병사들의 군향까지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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