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계연수는 어느 처소에 어떤 옷감을 배정할지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배가 나날이 무거워지는 데다 해산 예정일도 십이월이었다.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챙길 기력이 없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장부를 곁에 있던 최씨에게 건넸다.“네가 살펴보거라. 넷째 아가씨가 내년 봄에 계례를 올린다고 들었다. 화사한 옷 두 벌을 새로 지어야 하니, 어떻게 준비할지는 네가 알아서 정하거라.”최씨는 장부를 받아 들며 대답했다.“이런 자질구레한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숙모님.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계연수도 최씨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일을 하나씩 배정한 뒤, 계연수는 최씨와 함께 병문안을 위해 심씨 노부인의 처소로 향했다.두 사람은 긴 회랑 아래를 걸었다.바깥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빗방울이 회랑 안으로 흩날려 몸에 닿았고, 발밑의 바닥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최씨는 계연수를 회랑 안쪽으로 걷게 했다.“숙모님은 이제 한 달 남짓 지나면 해산하셔야 하잖아요. 절대로 찬바람을 맞으시면 안 돼요.”계연수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심서준이 사람을 시켜 특별히 만들어 준 망토라, 몸에 걸치고 있으면 추위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최씨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임을 알기에 계연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백씨가 저택을 떠나 있는 동안 집안은 한결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식구들 사이도 전보다 훨씬 원만해졌고, 최씨의 얼굴에도 차츰 웃음이 늘어났다.계연수가 말했다.“요즘 네가 고생이 많구나.”최씨는 황급히 대답했다.“그런 말씀 마세요, 숙모님. 지금은 숙모님께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시니 제가 일을 나누어 맡는 것이 당연하지요.”말을 마친 최씨는 눈을 내리깔고 나직이 덧붙였다.“사실 저는 요즘의 생활이 참 좋습니다. 할 일이 생겼으니 더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고, 부군께서 오늘 밤 제 처소에 오실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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