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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주문춘귀: Chapter 1071 - Chapter 1074

1074 Chapters

제1071화

성문을 지키던 자들은 일행을 보자마자 곧바로 길을 열어 주었다.심서준도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주원길의 사람들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줄곧 뒤를 따라왔다.심서준이 한밤중에 평부진을 떠났다는 것은 류연아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는 뜻이었다. 일이 발각된 이상, 주원길도 이제는 심서준을 반드시 죽여 입을 막아야 했다.성 밖으로 나온 심서준의 일행은 줄곧 관도를 따라 이동했다.주원길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평부진 안에서는 손을 쓰지 않겠지만, 심서준을 이대로 빠져나가게 둘 생각도 없었다.심서준의 마차는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뒤를 밟던 자들이 점점 인내심을 잃을 만큼 더딘 속도였다. 그렇게 이튿날 밤까지 이동한 심서준 일행은 길을 밝히기 위해 횃불을 피웠다.길 양쪽으로는 낮은 구릉이 끝없이 이어졌다. 깊은 밤의 고요 속에서 간간이 새 울음소리만 들려왔다.마차 안에 앉은 심서준은 손에 든 지도를 내려다보았다.그의 손가락이 전방 오 리쯤 떨어진 지점을 짚었다.좁은 협로였다.주원길이 함정을 파 놓았다면 바로 그곳일 가능성이 컸다.일단 협로에 들어서면 독 안에 든 쥐가 된다. 곁에는 깎아지른 절벽도 있어 사람을 죽인 뒤 시신을 밀어 버리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을 터였다.게다가 그곳은 평소 마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었다. 평부진의 경계까지 벗어난 장소이니 습격을 벌이기에는 더없이 적합했다.앞서 정찰하던 기병이 다급히 돌아와 보고했다.“전방 십오 리에서 기병을 발견했습니다. 횃불을 밝히지 않아 정확한 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심서준은 손에 든 지도를 접었다.모두 예상한 대로였다.그는 마차의 휘장을 살짝 걷고 낮은 목소리로 명했다.“전하거라. 모든 횃불을 끈다.”순간 길게 이어진 행렬을 비추던 횃불이 일제히 꺼졌다.길 위는 삽시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일각이 흐른 뒤 횃불이 다시 하나씩 밝혀졌다. 긴 행렬도 다시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다만 이전보다 속도가 한층 느려졌다.그사이 심서준은 병력의 절반 이상을 데리고 어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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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시월 말이 가까워질 무렵, 계연수는 길고도 기이한 꿈을 꾸었다.꿈속의 그녀는 절벽 끝에 서 있었다. 밑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낭떠러지 아래에서 심서준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연수는 무의식중에 발을 내디뎠다.발밑이 허공으로 꺼지는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깨어나 몸을 벌떡 일으켰다.밖에서는 여전히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침상 머리맡에는 어두운 등불 하나만 남아 있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듯 방 안은 고요했다.계연수의 심장은 무섭도록 빠르게 뛰었다. 가슴 위에 손을 얹었지만 거센 박동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아직도 꿈속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지려던 순간의 두려움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계연수는 홀로 오랫동안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심장은 좀처럼 평온을 되찾지 못했다.그날 밤에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안색과 기운이 좋지 않았다.심서준이 떠난 것은 팔월 초였다. 벌써 시월 하순이니 날짜를 헤아려 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돌아와야 했다.어쩌면 지금쯤 이미 귀환길에 올랐을지도 몰랐다.그런데도 계연수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심서준의 서신이 끊긴 지 벌써 열흘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받은 서신에는 머지않아 돌아가겠다고 적혀 있었다.계연수의 마음은 다시 무거운 근심으로 가라앉았다.세수를 하고 옷을 갖춰 입은 뒤 아침 식사를 마친 계연수는 앞쪽 집무청으로 향했다.요즘은 가을비가 날마다 내리면서 날씨가 갑자기 부쩍 쌀쌀해졌다.계연수는 별다른 탈이 없었다. 본래 잔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는 건강한 체질이었다.하지만 심씨 노부인은 병이 났다.태의가 찾아와 약을 처방했고 보름 동안 꾸준히 복용했지만 좀처럼 차도가 없었다. 계연수가 문병하러 갔을 때도 심씨 노부인은 침상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노부인이 몸져누우면서 가게를 비롯한 집안의 온갖 일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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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사실 계연수는 어느 처소에 어떤 옷감을 배정할지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배가 나날이 무거워지는 데다 해산 예정일도 십이월이었다.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챙길 기력이 없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장부를 곁에 있던 최씨에게 건넸다.“네가 살펴보거라. 넷째 아가씨가 내년 봄에 계례를 올린다고 들었다. 화사한 옷 두 벌을 새로 지어야 하니, 어떻게 준비할지는 네가 알아서 정하거라.”최씨는 장부를 받아 들며 대답했다.“이런 자질구레한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숙모님.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계연수도 최씨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일을 하나씩 배정한 뒤, 계연수는 최씨와 함께 병문안을 위해 심씨 노부인의 처소로 향했다.두 사람은 긴 회랑 아래를 걸었다.바깥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빗방울이 회랑 안으로 흩날려 몸에 닿았고, 발밑의 바닥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최씨는 계연수를 회랑 안쪽으로 걷게 했다.“숙모님은 이제 한 달 남짓 지나면 해산하셔야 하잖아요. 절대로 찬바람을 맞으시면 안 돼요.”계연수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심서준이 사람을 시켜 특별히 만들어 준 망토라, 몸에 걸치고 있으면 추위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최씨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임을 알기에 계연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백씨가 저택을 떠나 있는 동안 집안은 한결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식구들 사이도 전보다 훨씬 원만해졌고, 최씨의 얼굴에도 차츰 웃음이 늘어났다.계연수가 말했다.“요즘 네가 고생이 많구나.”최씨는 황급히 대답했다.“그런 말씀 마세요, 숙모님. 지금은 숙모님께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시니 제가 일을 나누어 맡는 것이 당연하지요.”말을 마친 최씨는 눈을 내리깔고 나직이 덧붙였다.“사실 저는 요즘의 생활이 참 좋습니다. 할 일이 생겼으니 더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고, 부군께서 오늘 밤 제 처소에 오실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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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예전에는 심서준에게서 서신이 올 때마다 계연수가 빠짐없이 심씨 노부인에게 알려 주었다. 아들을 걱정하는 노부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놓이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이제 심씨 노부인은 계연수의 모습만 보이면 가장 먼저 심서준의 서신이 왔는지부터 물었다.계연수가 고개를 저었다.“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심씨 노부인은 등 뒤의 베개에 몸을 기댔다. 얼굴과 기색은 전보다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오랫동안 말이 없던 노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어쩌면 이미 돌아오는 길에 올랐는지도 모르지.”사실 계연수가 불안해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심서준이 귀환길에 올랐다면 응당 누군가가 먼저 경성으로 달려와 소식을 전했을 터였다. 그런데 아직 아무런 전갈도 없었다.혹시 돌아오는 길에 무슨 변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하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계연수 자신조차 감히 그쪽으로 생각을 이어 가지 못했다.평부진은 경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소식이 오가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계연수는 가슴속의 불안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머지않아 돌아올 겁니다. 요즘 날씨도 추운데 어머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우선 몸부터 잘 돌보세요.”병상 곁을 지키는 계연수의 다정하고 살뜰한 모습을 바라보던 심씨 노부인은 감회가 깊어졌다.노부인은 늙고 마른 손으로 계연수의 손을 꼭 잡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집안도 조용해졌구나. 네가 아이들을 낳으면 저택이 다시 활기를 되찾겠지. 올해 새해는 참으로 시끌벅적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겠구나.”계연수도 미소 지었다.“그러겠네요.”심씨 노부인은 계연수의 손을 토닥였다.“이제부터 유모를 구해 두어야 한다. 아이들이 먹을 젖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넉넉하게 찾아야 하고. 대사께서 쌍둥이라고 하셨으니, 아무리 적어도 네 명은 구해야 한다. 그리고 집안 내력이 깨끗하고 숨겨진 병도 없는 사람이어야 해. 미룰 일이 아니니 지금부터 서둘러 알아보거라.”계연수가 대답했다.“어머님께서는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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