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가 이튿날 궁을 떠나 심씨 부저로 돌아갈 때 챙겨 가야 할 물건은 한둘이 아니었다.황후가 마련해 준 보양품과 선물만 해도 적지 않았는데, 거기에 황제가 내린 하사품까지 더해졌다.황제의 하사품을 들고 온 내관이 도착했을 때, 계연수는 황후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이제 계연수도 황후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처음 만났을 때의 황후는 분명 엄격한 사람이었다. 계연수가 지켜야 할 예법과 규율을 하나하나 바로잡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황후는 마음속으로 계연수를 가족이라 여기고 있었다. 아무런 이해관계나 계산 없이 진심으로 아끼는 가족이었다.아무리 엄하게 대하더라도 그 마음은 언제나 계연수가 잘되기를 바라는 쪽을 향해 있었다. 계연수에게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분노하고, 당장이라도 나서서 억울함을 풀어 주려 했다.그래서 계연수는 황후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했다.황후는 심서준의 친누이였고, 두 사람은 친남매 이상의 깊은 정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 황후의 진심을 알기에 계연수는 혹여 비위를 거스를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환심을 사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황후는 겉모습만 보면 고귀하고 엄숙하여 가까이하기 어려워 보였지만, 막상 마음을 열고 지내 보니 의외로 소탈하고 편안한 사람이었다.내관들이 가져온 하사품은 방 한쪽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았다.백 년 묵은 산삼이 두 뿌리나 있었고, 윤기가 흐르는 비단과 화려한 보석도 상자마다 가득 담겨 있었다.햇빛이 열린 상자 안으로 스며들 때마다 금은과 보석이 눈부신 빛을 흩뿌렸다. 계연수가 궁에서 겪은 위험한 사고를 보상하고 달래려는 뜻이 역력한 하사품이었다.내관들이 모두 물러난 뒤 황후가 계연수에게 말했다.“서준이는 폐하께서 의지하는 중신이다. 폐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결코 서준이를 박대하지는 않을 거야.”황후는 쌓여 있는 하사품을 바라보며 담담히 덧붙였다.“이번 하사는 서준이가 돌아온 뒤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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