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서신을 내려놓고 시어머니를 찾아갔다.아들을 걱정하는 심씨 노부인의 마음도 계연수에 못지않았다. 심서준의 서신을 읽은 노부인은 무척 기뻐하며, 계연수와 함께 절에 가서 부처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자고 했다.두 사람은 바로 다음 날 함께 절을 찾았다.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손보경과 마주쳤다.손보경은 단정하고 소박한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와 몸에는 비녀나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시녀만 데리고 밖으로 나오던 중이었다. 계연수 일행과 마주치자 손보경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계연수가 물었다.“네가 어쩐 일로 이곳에 온 것이냐?”손보경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부군께서 내일 성 밖으로 나가실 일이 있어서요. 마음이 놓이지 않아 평안부를 하나 빌러 왔습니다.”계연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손보경의 표정을 살폈다.요즘은 큰방의 사정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손보경과 심한율의 사이가 제법 좋아진 듯했다.손보경은 화려한 장신구도, 얼굴을 치장하는 분도 사용하지 않은 채 소박한 모습이었다. 안색이 조금 창백해 보이기는 했지만,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연꽃처럼 맑고 깨끗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온갖 화려한 치장을 씻어 내고 오랫동안 쓰고 있던 가면까지 벗어던진 듯했다.얼굴도 그대로였고, 여전히 입가에는 늘 그렇듯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도 계연수의 눈에는 지금의 손보경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계연수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는 먼저 돌아가렴.”하지만 손보경은 떠나지 않았다.“이곳에서 숙모님을 뵌 것도 인연인데, 저도 함께 있겠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손보경이 다시 말했다.“숙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도 많고요.”손보경이 이처럼 말하는데 계연수도 억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러라고 허락했다.계연수는 경건한 마음으로 불상 앞에 절하고 향유전도 보탰다. 심씨 노부인이 방장 스님을 만나러 간 사이, 계연수는 손보경과 함께 푸른 소나무 아래에 머물렀다.그곳에서 손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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