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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 チャプター

제471화

사흘째 되는 날, 친정으로 돌아가는 날이 이르렀다.계연수는 승안후부에서 출가했으므로,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승안후부에 도착하자, 집안 사람들은 이미 떠들썩하게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계연수는 막 영경공주께 인사를 드리자마자 곧바로 사람들에게 붙잡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심서준은 그런 모습을 한 번 바라보았다.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도 계연수는 여전히 얌전하고 맑은 얼굴로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그는 마음을 놓고, 앞마당으로 가 남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영경공주는 웃으며 말했다.“뜰에 배꽃이 피었고 날씨도 좋으니, 굳이 이 안에만 앉아 있지 말고 나가자꾸나. 괜히 답답해질라.”그렇게 모두는 뒤뜰의 배꽃 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상 위에는 향기로운 차와 다과가 놓였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계연수에게로 모였다.안색은 밝고, 눈매는 부드러웠다. 마치 좋은 인연에 시집가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부인처럼 은은하게 윤기가 도는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계연수는 복이 많고 심서준 같은 훌륭한 이를 남편으로 둔 것이 큰 행운이라며 입을 모았다.그 말을 들으며 계연수는 문득 멍해졌다. 자신이 정말로 심서준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동시에 휘안현의 작은 집 뜰에 심어 두었던 온갖 꽃들이 떠올랐다.그곳은 아버지가 늘 그리워하던, 돌아가고 싶어 하던 고향이었다.그 스쳐 지나간 감정은 곧 얌전한 미소 속에 조용히 묻혀 버렸다.승안후부 사람들은 심가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계연수에게도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했다.저마다 말을 걸며 집안 이야기를 들려주고 앞으로 회임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었다.계연수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성심껏 듣는 모습을 보였다.그 태도가 사랑스러웠는지 사람들은 저마다 경험담을 쏟아내듯 풀어놓았다.심서준이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소씨는 계연수를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아직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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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야 괜찮았겠지만, 한 번 품은 마음을 끝내 얻지 못할 때야말로 가장 괴로운 법이다.고하운은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난처해져 아예 계연수를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따뜻한 기색을 드러낸 사람은 오직 고씨 노부인과 이방뿐이었다.하지만 심서준 앞에서는 그들조차 조금은 몸을 낮추게 되어, 지나치게 살갑게 굴지도 못한 채 그저 연신 안으로 모셔 들어가자고 권할 뿐이었다.유씨는 더 나아가 직접 계연수의 팔을 붙잡고, 찬찬히 살펴본 뒤 다정히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그녀는 예전부터 계연수가 언젠가 큰 복을 누릴 사람이라 여겨 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가에 시집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처음 혼례에 초대받았을 때만 해도 어딘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오늘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그 감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기쁜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동시에 정말로 운이 좋은 아이라고도 느껴졌다.외가의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재혼으로 심가 같은 가문에 들어간다는 것은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물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같은 집안 식구로서, 계연수가 이런 큰 복을 얻었다면 자신 또한 체면이 서고 아들에게도 이로울 터였다. 그런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계연수는 둘째 외숙모의 표정을 보았다. 확실히 더 다정해졌지만 그 안에는 진심도 섞여 있었다.사실 오늘은 굳이 고가에 들르지 않아도 되었고 어머니만 뵙고 돌아가도 될 일이었다.그러나 어머니가 편지를 보내왔다. 이처럼 큰일이니 외조모께 기쁨을 드려야 한다며 반드시 고가에도 들르라고 했다.계연수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늘 한 집안은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생각을 바꾸게 할 수는 없었다.한편 뒤쪽에서 걷고 있던 고준안은 앞서 나란히 걷는 계연수와 심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정당에 들어서자, 고씨 노부인은 계연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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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고준은 급히 옷자락을 걷어 올리더니, 그대로 심서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 한 번의 절로,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장씨는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유씨가 심서준에게 잘 보이려고 고준을 무릎 꿇게 했다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와 동시에 왜 자신은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은 아쉬움도 함께 밀려왔다.심서준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무슨 치욕이란 말인가.그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그 앞에 엎드려 청을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심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곁눈질로 계연수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고준에게 일어나라고 했다.사실 계연수는 사촌 오라버니가 직접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피붙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곧 생각을 정리했다. 심서준이 그를 구해준 것도 사실이고 그의 신분 또한 본디 높았으니 감사를 드리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그때 심서준이 담담하게 한마디를 던졌다.“나는 연수를 위해 도운 것일 뿐이니,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유씨는 순간 멈칫했다가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계연수에게로 돌아서 감사를 표했다.몇 마디 오가는 인사와 말들 속에서도 고가의 분위기는 승안후부 때와는 달랐다.정당 위에 앉아 있는 심서준은 본디 웃음기 없는 사람이었으니, 그 자리에 모여있던 고씨 집안사람들은 모두 그 기세에 눌려 버렸다.다가가 잘 보이고 싶어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계연수 역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심서준이 있는 한, 이 방 안의 공기는 늘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말은 이어졌지만 어딘가 건조했고 아부를 하려 해도 어색함이 묻어났다. 다가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오기 전, 계연수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너무 격식을 차리지 말고, 자연스럽고 편하게 대하는 편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하지만 지금 보니 그 말은 전혀 효과가 없었던 듯했다.계연수가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입을 떼려던 순간, 장씨가 갑자기 눈물까지 흘리며 앞으로 나와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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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고씨 노부인은 계연수의 말을 듣고 그 뜻을 알아차렸다. 이 아이의 마음이 이미 깊이 상해 있다는 것을.곁에 있던 고씨 또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겨우 사가에서 벗어났는데 네 큰 외숙모가 또 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다니…”고씨 노부인은 눈가를 붉히며 계연수를 바라보았다.“이제는 네가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아이가 된 걸 안다. 무슨 일이든 마음속에 기준이 있겠지. 나는 더 이상 너를 억지로 설득하지 않겠다.”계연수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입을 열었다.“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 뒤늦게 따지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모든 일을 분명히 해 두고 싶어서입니다. 어머니께서 이곳에서 지내신 지난 삼 년 동안, 큰 외숙모와 고준안 오라버니의 보살핌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 되었든 그건 은혜이고, 저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아까 큰 외숙모께서도 말씀하셨듯, 부군께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부군의 일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부군이 도와줄 마음이 있다면 이 일은 성사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제가 굳이 나서서 간섭하지도 않을 것입니다.”그 말은 분명하고도 단정했다. 선을 긋듯, 물과 기름을 나누듯 또렷했다.고씨 노부인의 눈에 슬픔이 스쳤다. 모두가 자신의 큰 며느리 탓이었다.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계연수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걱정 맑라. 너를 탓하지 않겠다. 네가 이렇게 좋은 집안에 시집갔으니 출신을 두고 뒤에서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게다. 재가까지 했으니 더더욱 쉽지 않았을 텐데…”계연수는 외조모가 자신의 선택을 늘 이해해 왔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큰 외숙모가 들어왔다.계연수를 보자마자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라도 부탁을 해 보려는 기색이었다.하지만 고씨 노부인은 곧바로 장씨를 꾸짖었고, 사가 사람들을 끌어들인 일까지 꺼내며 따졌다.그 말에 장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곧바로 강하게 부정했다.계연수는 조용히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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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이튿날, 심서준은 이른 아침에 먼저 일어났다.계연수 또한 함께 일어나 그의 옷을 챙겨 입혀 주었다.심서준은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다. 자기 앞에 서서, 앳된 얼굴로 진지하게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는 계연수를 바라보는 동안 늘 냉정하던 그의 표정도 조금씩 부드러워졌다.곁에는 하녀 둘이 서서 필요한 물건을 건네고 있었다.옷을 모두 갖춰 입고 나서 심서준은 다시 계연수를 내려다보았다. 따뜻한 빛 아래 선 그녀는 온몸에 부드러운 기운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를 향한 눈빛에는 정이나 애정보다도 공경과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수행하는 태도가 더 짙게 담겨 있었다.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잠시 풀렸던 얼굴이 다시 서서히 굳어졌다.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볍게 그녀의 허리를 한 번 쥐어 주며 말했다.“좀 더 자거라.”계연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로 다시 잠자리에 들지는 않았다.아직 심씨 노부인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야 했고 이 시각에 다시 잠이 들기도 어려웠다.심서준은 떠나기 전, 한 번 더 계연수를 돌아보았다. 마치 마음이 걸린다는 듯한 시선이었다.이전의 그는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이제 이 방 안에는 그의 발걸음을 붙잡는 사람이 하나 더 생겨 있었다.*계연수는 그때 막 아침에 어멈이 가져다 준 우유죽을 조금씩 떠먹고 있었다.먼저 노부인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와야 정식 아침상을 받을 수 있었기에 언제 돌아올지 몰라 미리 속을 채우라는 배려였다.맛이 좋아 한 숟갈 더 뜨려던 순간, 다시 들어온 심서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앞으로는 네가 이 뜰의 주인이니 시간이 날 때 하녀들과 어멈들을 익혀 두어라. 그래야 나중에 부리기 편하다. 그리고 네 혼수로 들여온 물건들이 있는 작은 창고도 한 번 정리해 보거라. 그건 전부 네 것이다.”계연수는 서둘러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심서준은 잠시 멈칫했지만 그녀에게서 더 다정한 말을 기대하지도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문을 나서던 그는 걸음을 멈추고 문하에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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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심씨 노부인은 속으로 아무리 분하고 답답해도 그 속내를 밖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그저 억지로라도 계연수의 장점을 입에 올리며, 남을 설득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밖에 없었다.계연수는 분명 단정하고 깨끗하며, 옥처럼 맑고 환한 얼굴에 걷는 자태 또한 단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게다가 바깥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이 떠오를수록 그녀의 가슴 속에는 답답한 기운이 차올랐다.이 심부 안에서도 하인들은 겉으로는 공손한 척을 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이 새로 들어온 후작부인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편치 않았다.예전부터 심가는 늘 청렴한 명성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가풍 또한 경성에서도 손꼽힐 만큼 바르기로 이름나 있었다.그런데 이제는 본디 경사로 여겨져야 할 혼사 하나 때문에 오히려 입방아에 오르게 되었으니, 그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더구나 집안 어른은 태연하기만 했다.“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행복을 위해 집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그렇게 말하며 남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서재에 틀어박혀 여행기와 수필, 그림을 정리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다.두어 달도 못 되어 또 훌쩍 떠나버릴 기세였다.이 집안에서 이 일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 하나뿐인 듯했다.심씨 노부인은 계연수를 썩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친아들이 맞이한 며느리였다.계연수가 공손히 문안을 올리자 그저 담담히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이곳에 온 지 며칠 되었는데,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느냐?”계연수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심씨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내주어 자신의 곁에 앉게 했다.*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백씨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은 이미 편치 않았다.자신의 부군은 노부인의 친자가 아니었으나 양자로 들어간 뒤로는 누구보다 성심껏 모셔왔고, 자신 또한 노부인의 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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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백씨는 심씨 노부인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에는 어떠한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무얼 배우라는 것인가? 살림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결국 앞으로 이 집안의 살림 권한을 계연수에게 넘기겠다는 뜻이 아닌가? 아무리 친아들이라 해도 그렇지. 이토록 오랜 세월 정성을 다해 모시고 집안을 이만큼 단단히 꾸려온 자신이 마음에 들지도 않는 새 며느리 하나보다 못하다는 말인가?그러나 백씨는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노부인 말씀 옳습니다. 저도 동서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그녀는 계연수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그저 동서보다 나이가 조금 많고, 세상 일을 좀 더 겪었을 뿐이다. 동서가 처소에 와 앉아 있으면 나야말로 반가울 따름이지. 자주 와 주면 좋겠구나.”그리고 덧붙였다.“어느 날 동서가 내게 배울 것 다 배우고 나면 이 집안 살림은 자연히 동서 손에 맡겨지겠지. 나도 이렇게 오래 해왔으니, 이제는 좀 쉬고 싶기도 하고.”계연수는 심씨 노부인의 얼굴을 한 번 살폈다.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도 그저 품에 안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단정히 앉은 채 눈을 내리깔고 있을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다시 눈앞의 백씨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구는 모습이었지만 그 말속에 담긴 뜻을 계연수 역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다만 백씨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이 말이 단순한 농담인지, 아니면 떠보는 것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계연수는 잠시 마음속으로 말을 고르며 생각했다.섣불리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곧바로 거절할 수도 없는 자리였다.노부인의 태도를 보아서는 정말로 자신에게 살림을 맡길 생각이 있는 듯도 했다.하지만 이 집안의 중추적인 살림은 지난 십오 년 동안 줄곧 백씨 혼자 도맡아왔다.십오 년이라면 이미 집안 위아래가 모두 백씨의 손을 거쳤을 시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백씨가 과연 순순히 권한을 내놓을 수 있을까.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계연수는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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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이렇게 살림 권한을 통째로 넘겨버린다면, 앞으로 챙길 수 있는 이익 같은 건 기대도 할 수 없게 된다.최씨로서도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노부인께서 저렇게까지 편을 드시니…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백씨는 손에 잡힌 나뭇잎을 비틀어 쥐며 얼굴빛을 서서히 식혀갔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저 아이가 사옥현 집에서 살림을 맡아본 적이 있느냐? 무얼 안다고 살림을 맡겠다는 것이냐? 아직 어리기만 한데. 내 손에서 살림을 넘겨받겠다면 그럴 자격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저 넘겨받는다고 해서 그걸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사람 사이의 도리며, 그 속에 얽힌 이해관계는 얼마나 복잡한데. 그 안의 사정을 과연 저 아이가 알기나 할까.”최씨는 그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인 듯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헌데 계연수라는 사람, 저는 정말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저 얼굴이 좀 예쁜 것뿐인데. 요즘 제 친한 사람들도 자꾸 물어요. 나으리께서 대체 누구를 맞아들인 거냐고. 계씨라 하니까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일부러 노부인 얼굴빛을 살폈는데 속내를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만족하신 건지 아닌지…”백씨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며 최씨를 한 번 힐끗 바라봤다.“만족할 리가 있겠느냐?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건 네 오숙부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다. 속으로는 분명 마음에 안 드실 거야.”“어쩌면 차라리 마음에 안 드는 편이 낫지.”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심소연이 문득 입을 열었다.“그래도 저는 오숙부께서 오숙모를 많이 아끼시는 것 같던데요. 지난번 황후 마마께서 꽃놀이 연회에 부르셨을 때도 오숙부께서 직접 손을 잡고 데리고 나가셨잖아요. 그때 표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백씨는 그저 눈썹을 살짝 들어올렸다.“그걸 네가 말해줘야 아느냐? 네 오숙부가 마음에 두지 않았다면 계씨가 이 집에 들어올 수나 있었겠느냐? 헌데 마음에 들면 뭐하겠느냐? 남자란 처음엔 다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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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노부인의 그 말을 듣고 계연수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지금 궁에 들어가 황후 마마를 뵙는 건가요?”심씨 노부인은 계연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쓸데없는 건 왜 그리 묻느냐? 내가 너를 해치기라도 하겠느냐? 곧 궁에서 사람이 와 너를 데려갈 것이다. 가서 준비나 하거라.”말을 마친 뒤,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미간을 짚으며 덧붙였다.“이제 그만 가 보거라. 여기 서 있지 말고.”그 눈빛에 담긴 노골적인 냉담함을 계연수 역시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담담했다. 애초에 노부인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이미 마음속으로 알고 있던 일이었다. 만약 그 시선을 일일이 마음에 담는다면 앞으로의 삶이 더 힘들어질 뿐이다.다만, 궁에 들어가 무엇을 하게 되는지조차 듣지 못한 채라 마음 한켠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노부인의 처소를 나서자 심부의 후원은 화려한 조각과 장식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작은 풍경이 숨겨져 있었다. 가짜 산석 뒤로는 연못이 펼쳐져 있었고, 동전만 한 초록 잎들이 물 위에 떠 있었다. 물은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북 모서리의 대나무 관에서 잔잔히 흘러나와 동남 쪽 태호석의 구멍 사이로 졸졸 흘러 빠져나가고 있었다.곁에서 함께 걷던 용춘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을 참지 못하고 작게 속삭였다.“이걸 누가 생각해낸 걸까요? 정말 기묘하고도 정교하네요.”계연수는 미소를 지으며 앞쪽을 가리켰다.연못 가운데 여섯 모서리를 가진 작은 정자가 서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묘미는 물길에 있었다. 물의 근원은 황석을 쌓아 만든 절벽 뒤에 숨겨져 있었고, 그 틈에서 은실 같은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물소리는 대부분 바위에 삼켜져 마치 존재조차 숨긴 듯했다. 그 풍경은 그야말로 조경의 경지에 이른 솜씨였다.용춘은 그 모습에 넋을 잃은 듯 서 있었다.계연수는 소매를 여미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이 후원에는 이와 같은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심 수보는 본래 산수에 깊은 애정을 지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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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계연수는 지금 사람들을 불러 만날 시간은 없을 것 같다고 여겼다. 궁에서 데리러 오는 사람이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었기에 이 일은 뒤로 미루고 나중에 보기로 했다.아침에 심서준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 지금 시점에서 혼수품을 확인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용춘에게 두 벌의 옷을 준비해 달라 했다.처음에는 궁에 한 번 다녀오는 일에 굳이 뭘 이렇게까지 준비해야 하나 싶었지만, 진 상궁이 궁에서 온 사람이었고 또 시어머니도 그렇게 말했기에 그냥 준비하기로 했다.계연수는 다시 화장대 앞에 앉아 시녀들에게 단장을 새로 맡겼다. 궁에 들어가는 자리였으니 너무 소박하게 차려입을 수는 없었다.문득, 오늘 궁에 들어가는 일을 심서준은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막 단장이 끝날 즈음, 밖에서 어멈이 들어와 전했다.궁에서 보낸 마차가 이미 도착했으니 지금 바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계연수는 용춘에게 준비가 되었는지 물었고 용춘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계연수는 거울 속의 자신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머리에는 금비녀와 옥장식이 얹혀 있었고, 하나같이 최고급 장신구였는데 이 모든 것은 심서준이 미리 준비해둔 것들이었다.장신구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다 갖추어 두었다.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계연수는 잠시 넋을 잃었다.이것이 심서준과 혼인한 뒤 맞이한 첫 번째 날이었다.피곤함을 느낄 틈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몸은 이미 지쳐 있었다.계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데리고 간 시녀는 용춘 하나뿐이었다.위 어멈은 사람을 더 붙이려 했지만 진 상궁이 가로막았다. 궁에는 사람이 있으니 필요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진 상궁은 황후를 모시는 사람이라 위 어멈도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랐다.마차에 올라탄 뒤, 바퀴가 굴러 앞으로 나아갈수록 계연수의 마음 한켠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점점 짙어졌다. 이번 궁행이 단순히 다녀오는 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었다.곧 궁에 도착했다. 계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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