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은 급히 옷자락을 걷어 올리더니, 그대로 심서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 한 번의 절로,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장씨는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유씨가 심서준에게 잘 보이려고 고준을 무릎 꿇게 했다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와 동시에 왜 자신은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은 아쉬움도 함께 밀려왔다.심서준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무슨 치욕이란 말인가.그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그 앞에 엎드려 청을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심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곁눈질로 계연수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고준에게 일어나라고 했다.사실 계연수는 사촌 오라버니가 직접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피붙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곧 생각을 정리했다. 심서준이 그를 구해준 것도 사실이고 그의 신분 또한 본디 높았으니 감사를 드리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그때 심서준이 담담하게 한마디를 던졌다.“나는 연수를 위해 도운 것일 뿐이니,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유씨는 순간 멈칫했다가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계연수에게로 돌아서 감사를 표했다.몇 마디 오가는 인사와 말들 속에서도 고가의 분위기는 승안후부 때와는 달랐다.정당 위에 앉아 있는 심서준은 본디 웃음기 없는 사람이었으니, 그 자리에 모여있던 고씨 집안사람들은 모두 그 기세에 눌려 버렸다.다가가 잘 보이고 싶어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계연수 역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심서준이 있는 한, 이 방 안의 공기는 늘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말은 이어졌지만 어딘가 건조했고 아부를 하려 해도 어색함이 묻어났다. 다가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오기 전, 계연수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너무 격식을 차리지 말고, 자연스럽고 편하게 대하는 편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하지만 지금 보니 그 말은 전혀 효과가 없었던 듯했다.계연수가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입을 떼려던 순간, 장씨가 갑자기 눈물까지 흘리며 앞으로 나와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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