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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춘귀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481 - チャプター 490

553 チャプター

제481화

계연수가 황후의 궁에 도착했을 때, 황후는 이미 한참 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계연수는 황후 앞에 나아가 깊이 몸을 낮추어 만복례를 올렸다. 흠잡을 데 하나 없도록, 예법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쏟았다. 황후가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 입궁이 순탄할 리 없음을 짐작하고 있었다.그러나 무릎을 굽혀 예를 올린 채로도, 황후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그대로 세워 두었다. 계연수는 그저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긴 침묵이 흐른 뒤에야, 황후는 느릿하게 입을 열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곁에 서라고 했다.황후는 계연수를 위에서 아래로 찬찬히 훑어보았다. 청록빛이 감도는 옷차림은 단정했고, 몸에 걸친 장신구 하나하나도 지나침 없이 어울렸다. 높이 올라선 옷깃 위에는 은은한 흰 배꽃 두 송이가 수놓아져 있어, 그녀의 맑고 깨끗한 용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참으로 사람의 눈길을 끄는 모습이었다.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그 아름다움은 번뜩이기보다는 잔잔히 스며드는 종류였다.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그런 얼굴이었다.황후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에야 천천히 말을 이었다.“네가 어릴 적부터 받은 가르침이 나쁘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대장공주도 너를 칭찬했지. 다만, 심가의 문벌은 곧 황가의 체면과도 이어진다. 네 몸가짐과 예법은… 아직 충분히 완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이미 심가에 시집들었으니, 앞으로는 심가의 부인이다. 밖에서는 수많은 시선이 너를 향할 것이다. 몸가짐이든, 마음가짐이든, 단 한 치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말을 마치며, 황후의 시선이 미묘하게 계연수를 향해 기울었다.“내일부터 한 달 동안, 너는 이곳에 머물며 본궁 곁의 여관들에게 궁중 예법과 세가의 규범을 배우도록 하거라.”계연수는 순간 멍해졌다.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자, 황후는 냉소를 흘렸다. 그와 동시에 얼굴빛이 싸늘하게 식어 내려갔다.“왜 그러느냐. 내 말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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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맞은편에 앉아 있던 봉녕군주 강여가 입을 열었다.“심 후작이 대체 계 아가씨의 무엇을 보고 마음에 둔 건지 모르겠네요. 황후 마마께 가서 예법까지 배운다니, 설마 기본적인 규율조차 제대로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들으니 사가에서 삼 년을 지내며 자식도 없었다던데요. 혹시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도 심 후작이 기어이 데려가겠다고 하다니요.”태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강여를 한 번 흘겨보았다.“그 성정은 좀 고쳐야겠다. 네가 오랫동안 내 곁에서 곱게 자라다 보니 버릇이 나빠졌구나. 이런 말은 밖에서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네 처녀로서의 평판에도 좋지 않다.”강여는 혀를 살짝 내밀며 장난스럽게 태후의 팔을 감아 안고 웃었다.“저야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그냥 궁금해서요.”태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코끝을 가볍게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말이다, 사옥현과 계연수가 화리했다는 일은 나도 들었다. 사가 쪽에서 어느 한 사촌 여동생이 장손에게 약을 먹였다는 소문도 있다더구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미 혼사가 정해진 이상,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그렇게 말한 뒤, 태후는 다시 손보경을 바라보았다.“너도 이제 계례를 치렀으니, 혼사를 더 미룰 수는 없다. 이 며칠 동안 내가 다시 한 번 잘 살펴, 좋은 인연을 골라주마. 혹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느냐?”손보경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이 경성에서 그녀의 마음을 끈 이는 단 하나, 심 후작뿐이었다.명문가의 출신에 권세와 능력을 겸비했고, 태자의 친외숙이니 훗날에도 권력을 쥐게 될 사람이었다. 그에게 시집가는 것만이, 처음 경성에 올라왔을 때 품었던 기대에 부합하는 길이었다.심서준 같은 사내를 한 번 보고 나니, 다른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혼사는 제가 스스로 정할 수는 없을까요?”태후는 손보경에게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게다가 요즘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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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감돌자 손보경은 그제야 놀란 기색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이내 얼굴빛이 확연히 변하며 자신을 끌어안고 내려다보며 은근히 웃고 있는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서린 놀라움은 더욱 짙게 번졌다. 손보경은 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담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네요.”정종현은 옅게 웃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에 번진 붉은 기운을 쓸어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걱정 말거라. 아무도 보지 못했다. 내가 진작부터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었거든.”그는 이어 손보경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토록 고운 얼굴, 무엇 하나 빠짐없이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 마음이 어느새 연민으로 번져, 그는 더욱 그녀를 단단히 품에 끌어안았다. 조금 전, 태후의 품에 안겨 울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아직도 심 후작 일 때문에 속상한 것이냐?”손보경은 정종현을 한 번 흘끗 바라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품을 밀어내고는 방 안쪽의 귀비탑에 가 앉았다.정종현이 손보경에게 끌리는 이유는 바로 그 냉정하면서도 은근히 깃든 오만한 기질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희고 고운 몸은 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워, 생각만 해도 몸 안에서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이토록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난 것도 오랜만이었기에, 그는 온 마음을 다해 다가가며 환심을 사려 했다.품 안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기가 사라지자, 약간의 허전함이 스쳤지만 그는 곧 웃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가 곁에 앉았다.손보경은 곁눈질로 그를 한 번 흘기듯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차를 마셨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 깊숙한 곳에 스친 미묘한 짜증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이 어중간하고 애매한 관계는 그녀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처음 경성으로 올라올 때 그녀를 맞이하러 온 사람이 바로 정종현이었다. 그런데 길 위, 물길을 따라 오던 도중 배에서 수적을 만났고, 그녀를 호위하던 이들은 약을 먹고 쓰러졌다. 그녀 또한 거의 그들에게 몸을 빼앗길 뻔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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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정종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계연수는 아예 밖에도 나오질 않는다. 심 후작은 또 매일같이 그 집에 드나들고 있으니, 내가 손을 쓰고 싶어도 도무지 틈이 없더라고.”손보경은 그를 한 번 바라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옅게 웃음을 흘렸다.그 웃음이 정종현의 눈에는 자신을 무능하다고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이를 악문 그는 갑자기 손보경을 끌어안아 품에 가두고, 그녀의 턱을 붙잡듯 쥐며 말했다.“혼인한 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그 계연수는 결국 내 손에 당하게 될 거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숙여 손보경의 입술에 거칠게 입을 맞췄다.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지난번에도 아무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쓸 만한 사람 하나는 찾아냈거든. 게다가… 심서준을 미워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고.”손보경은 얼굴을 잡힌 채 통증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밀어냈다. 욕설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겨우 눌러 삼킨 채, 차갑게 말했다.“혼인이 이미 이루어진 이상, 설령 계연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제가 심 후작에게 시집갈 일은 없어요.”그러면서 정종현을 바라보았다.“저는 은혜도 원한도 오래 두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 일은 여기서 그만두죠. 괜히 심 후작 손에 걸려 낭패 보는 일이나 없도록 하세요. 지금 저에게 중요한 건 제 혼사뿐입니다. 심 후작과의 일은 이미 지나간 것이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요.”손보경은 담담히 시선을 거두며 덧붙였다.“심서준은 도찰원에 있어요. 헌데 그 사람 눈앞에서 이런 수를 쓴다고요? 이제 저를 위해 나설 필요도 없어요.”그 말은 정종현의 귀에 더욱 거슬렸다. 마치 자신을 깔보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는 곧바로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다보며 말했다.“네가 이런 일을 겪었는데 내가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 이 일은 나한테 맡기거라. 계연수 같은 이혼한 여자가 감히 너랑 겨루며 네 웃음거리가 되게 둘 수는 없지. 당연히 한 번쯤은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그 말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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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햇빛이 나한탑 위까지 번져 들었다.그 빛은 계연수가 입은 청록빛 꽃무늬 옷자락 위에 수놓인 은실을 따라 흐르며 은은한 광채를 일으켰고, 이내 그녀의 얼굴 위로도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따스한 기운에 몸이 더욱 나른해졌다.몽롱한 의식 속에서, 문득 심서준이 떠올랐다.그가 자신이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과연 찾아와 줄까.*한편, 전전에서는 황후가 상좌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공복을 입은 채 자신의 궁으로 들어오는 심서준을,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평소에는 불러도 좀처럼 오지 않던 그가 오늘은 스스로 이곳을 찾아왔다. 아마도 계연수가 이곳에서 예법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터였다.황후는 이미 심서준이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굳이 이를 숨길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그에게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심서준이 전 안으로 들어섰다. 얼굴에는 서늘한 기색이 짙게 어려 있었다.황후 앞에 서자마자, 그는 두 손을 들어 깊이 허리를 굽혔다.차갑고도 또렷한 목소리가 울렸다.“황후 마마, 신의 부인을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황후는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며칠 본궁이 그녀를 곁에 두고 예법을 가르치는 것은, 모두 그녀를 위한 일이다. 심부에는 온갖 응대가 많으니, 예법을 배워야 실수하지 않지. 준아, 본궁은 그녀를 위해 이러는 것이다.”심서준은 몸을 곧추세웠다. 그러나 눈빛 속 냉기는 여전했다.“설령 그녀가 실수를 한다 해도, 그게 무슨 대수입니까. 제 부인이 어째서 그 천박한 부인들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그 말에 황후의 얼굴이 굳어졌다.“그 아이는 네 부인일 뿐 아니라, 심가의 체면이기도 하다. 그 아이가 실수를 하면, 사람들은 곧 너를 입에 올리고, 심가를 입에 올리게 될 것이다. 네가 그런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했다며...”황후는 말을 하다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결국 뒤에 이어질 말을 삼켰다.본래라면, 화리한 여인을 데려온 것도 모자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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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심서준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너무 깁니다.”이제 막 혼인한 사이였다. 겨우 계연수가 그에게 마음을 조금 풀기 시작한 참인데, 이렇게 떨어뜨려 놓으면 아마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터였다.무엇보다 그는 계연수가 이곳에서 이런 고생을 겪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계연수의 성정은 유연하면서도 단단했지만, 어려서부터 고생이라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버티더라도, 속으로는 분명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황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한 달이 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심서준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하지만 그가 이미 한 발 물러선 이상, 더 밀어붙이진 않았다.“그럼, 며칠을 원하느냐.”심서준은 잠시 입술을 다문 뒤 말했다.“닷새면 충분합니다.”황후는 순간 말을 잃었다가, 곧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닷새라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궁중의 일은 번잡하고도 세세한데, 하나하나 보고 배우게 하려면 닷새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닷새로 무슨 예법을 배운단 말이냐. 적어도 스무 날은 있어야 한다.”남매는 서로를 마주한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둘 다 쉽게 양보할 성정이 아니었다.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계속 맞설 수도 없는 노릇.결국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 기한은 열닷새로 정해졌다.심서준은 곧바로 계연수를 만나러 가려 했다. 황후는 그가 사람을 보지 않고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기색을 읽고는, 결국 다시 한 번 물러섰다.곁의 여관에게 명해 그를 계연수의 방으로 안내하게 했다.*그 무렵, 계연수는 반쯤 잠든 듯한 상태였다.나한탑 위 은빛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입맛에 맞는 다과를 몇 점 집어 먹고 향기로운 차도 마셨다. 입안에는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새콤한 매실 하나를 물고 있었고, 발목은 용춘이 적당한 힘으로 주물러 주고 있었다.온몸이 풀어져, 더없이 나른하고 편안한 상태였다.심서준이 병풍을 돌아 들어왔을 때 마주한 풍경이 바로 그것이었다.계연수는 눈을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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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손끝이 허리 위에 수놓인 생생한 목련 자수 위로 파고들었다. 윤기 흐르는 비단은 살짝 주름지며, 은은한 단내가 따라 번져 나왔다.계연수는 몸을 옆으로 기댄 채 은빛 베개에 기대어 있었다. 허리의 곡선은 완만한 산처럼 부드럽게 이어졌고, 가슴의 풍만한 기복 또한 가릴 것 없이 드러나 있었다.심서준은 신혼 첫날 밤, 사흘이나 스스로를 억눌렀다. 계연수가 경계를 풀도록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눈앞에 펼쳐진 그녀의 모습과 나른하게 풀린 눈빛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조여 오듯 뜨겁게 달아올랐다.그의 마음은 본디 잔잔하여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법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감정은 처음이었다. 한 번 계연수의 향기를 알고 난 뒤로는, 그 감각이 뼛속 깊이 스며들어 지워지지 않았다.아직 완전히 그녀를 얻은 것도 아닌데, 온몸의 혈기가 쉽게 요동쳤다.허리에 얹은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계연수는 몽롱한 채로, 잠결에 아직 꿈속에 있는 줄 아는 듯 몸을 살짝 뒤척였다.심서준은 그녀의 목덜미에 자리한 작은 점을 바라보다가, 몸을 낮추어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더욱 짙게 스며들었다. 한 손을 그녀의 얼굴 옆에 짚고, 한동안 조용히 바라보았다. 길고 짙은 속눈썹이 맑은 빛 아래서 미세하게 흔들리고, 호흡은 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깊이 잠든 듯 보였다.더는 참을 수 없었다.심서준은 몸을 숙여, 천천히 그 붉고 도톰한 입술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잠에 잠긴 사람은 아무런 경계도 하지 못했다. 쉽게 입술이 열렸고, 그의 입맞춤은 자연스럽게 깊어졌다.작은 입안에는 밤과자 향이 은은히 배어 있었고, 그 사이로 새콤한 매실 향이 섞여 있었다. 계연수는 아직도 매실 씨를 입안에 물고 있었는데, 심서준은 그것마저 입안으로 받아냈다. 그때서야 움직임에 잠이 깬 계연수가 천천히 눈을 떴다.눈을 뜬 순간, 처음에는 눈앞에 자색 옷자락만 어른거렸다. 의식이 또렷해지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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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옅은 숨이 섞인 공기 속에서 심서준이 살짝 얼굴을 들어 올렸다.가느다란 은빛 실 한 가닥이 이어지며, 방 안 가득 은근한 기류가 번져 갔다.계연수의 눈빛은 아직도 흐릿하게 풀려 있었고 가슴은 빠르게 요동쳤다.그녀는 멍하니, 자신을 깊게 내려다보고 있는 심서준을 바라보았다.심서준에게는 아직 한참 부족했다.방금 전, 이곳이 황후의 궁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미 스스로를 억누르지 못했을 터였다.지금도 계연수가 정신을 잃은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나는 치아가 어쩐지 앳되게 느껴졌다.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궁에서 나가는 날이 오면 더는 참지 않겠다고.설령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두려워한다 해도,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심서준은 맞잡힌 두 사람의 손을 바라보다가, 몸을 조금 일으켰다.그리고 매실 하나를 집어 들어 계연수의 입가로 가져갔다.쉰 듯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보름만 더 참거라. 나는 매일 널 보러 올 테니.”계연수는 눈앞에 내밀어진 매실을 바라보았다.가슴이 떨려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입술 가까이까지 다가온 것을 피하기도 쉽지 않았다.손을 들어 직접 받으려 했으나, 심서준은 그녀의 손을 피했다.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이 오직 그녀만을 향했고, 굳게 다문 입술에는 거부를 허락하지 않는 압박이 실려 있었다.결국 계연수는 그 눈빛에 눌려, 얌전히 입을 열었다.매실이 입안으로 들어갔다.심서준의 시선은 잠시도 흐트러짐 없이, 아직 촉촉한 윤기를 머금은 그녀의 입술 위에 머물렀다.그는 다시 낮게 말했다.“내가 다 손을 써 놓을테니 너무 힘들게 하진 않을 것이다.”계연수는 오히려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틀 사이에 겪은 일들이 그녀로서는 감당하기 버거웠고, 그와 함께 돌아가 다시 한 이불 아래에 눕는 것이 두려웠다.그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몸을 더듬어 오는 순간들. 그리고 그것을 막지 못하는 자신이 더욱 혼란스러웠다.자신의 마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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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심서준이 떠날 무렵에는 이미 하늘이 어둑하게 물들어 있었다.궁에는 규율이 있어 오래 머물 수 없었기에, 그는 결국 자리를 떠나야 했다.떠나기 전, 심서준은 계연수를 끌어안아 제 무릎 위에 앉혔다.작은 몸이 품 안에 들어오자, 그녀는 얌전히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그의 손에 잡힌 손을 그대로 내맡기고 있었다.그러나 심서준은 알고 있었다.계연수는 겉보기에는 여리고 순해 보이고, 무엇이든 잘 따르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쉽게 꺾이지 않는 고집스러운 단단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였다.그는 그녀를 두고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지만, 계연수의 마음속에서는 아마도 그가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 주기를 바라고 있을 터였다.등잔불이 옆으로 앉아 있는 계연수의 몸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그녀에게서는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고, 그 모습에는 한가롭고 고요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심서준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듯한 그녀의 몸을 제 쪽으로 바짝 붙였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내일 다시 보러 올 텐데 가져다 주었으면 하는 게 있느냐?”계연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곳에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황후가 내어주는 것들은 모두 궁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들이었고, 단 하나도 모자람이 없었다.게다가 궁중의 음식은 놀랄 만큼 맛이 좋았다.그중에서도 체리로 만든 요리는 부드럽고 느끼함이 없어, 사실은 다시 한번 먹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심서준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의 맑은 얼굴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그럼 나에게 할 말은 없느냐?”계연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깊고 어두운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마음이 또다시 조여들었다.그녀는 조용히 말했다.“대인께서는 조심해서 가세요.”심서준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이내 참지 못하고 냉소가 터져 나왔다.참...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지금 이 순간,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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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계연수는 황후 곁에 서서, 시시때때로 드나들며 아뢰는 궁녀와 내시들의 보고를 지켜보았다. 한편으로는 황후가 결재를 기다리는 장부를 가지런히 정리해 드리며, 또 한편으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황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서재 안은 고요했다.오전이 반쯤 지났을 즈음, 궁인이 들어와 태자께서 찾아오셨다고 아뢰었다.황후의 엄정하던 표정이 그제야 옅게 풀리며 미소를 띠었다. 태자를 들이라 명한 뒤, 몸을 일으켜 동쪽 방으로 향했고, 궁인들이 곁에서 시중을 들었다.계연수 역시 자연스레 황후를 따라갔다.황후는 창가에 놓인 나한탑에 자리를 잡았고, 그제야 계연수에게 맞은편에 앉으라 허락했다.계연수는 속으로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치맛자락 아래 감춰진 자수 신발이 살짝 움직이며, 이미 시큰해진 발이 겨우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곧이어 태자가 들어왔다.먼저 황후께 예를 올리고 문안을 드린 뒤, 이어 계연수에게도 인사를 건넸다.명목상으로 계연수는 태자의 외숙모였기에, 태자의 태도 역시 공손했다. 비록 나이는 태자가 두 살 더 많았지만 말이다.계연수는 여전히 이런 관계가 익숙지 않았다.더구나 태자의 신분을 생각하면 감히 앉아 있을 수 없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했다.간단한 인사가 오간 뒤, 태자는 황후와 마주 앉아 담담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계연수는 그저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태자는 효를 중히 여겨, 날마다 짬을 내어 황후를 찾아와 잠시 머물다 가곤 했다.계연수로서는 오히려 그가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야 자신도 조금 더 앉아 쉴 수 있을 테니까.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순간, 태자가 문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전에 승안후부에서 접시를 그린 일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외숙모의 화공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공필 화조에 능하신가요?”계연수는 그 일이 태자에게까지 전해졌다는 사실에 잠시 놀랐다.곧바로 몸을 낮추며 겸손하게 답했다.“과찬이십니다. 그저 규방에서 심심풀이로 익힌 얕은 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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