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頁 / 사극 로맨스 / 주문춘귀 / 第 841 章 - 第 850 章

《주문춘귀》全部章節:第 841 章 - 第 850 章

900 章節

제841화

심서준이 내리누르는 손길에 계연수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손 좀 치워달라고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달콤한 참외 한 조각이 쏙 밀려 들어와 말문을 막아버렸다.그사이 심서준은 밖에 대기하고 있던 방 어멈을 불러, 심씨 노부인께 전갈을 보내라 일렀다. 계연수가 방금 마구를 마치고 돌아와 피곤해하니, 오늘은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문안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달콤한 과즙을 삼킨 계연수가 고개를 돌려 심서준을 흘겨보았다.“부군께서는 툭하면 제가 몸이 안 좋다느니, 무리하면 안 된다느니 하시잖아요. 그러다 어머님께서 또 제 몸이 허해진 줄 아시고 보약이라도 지어 먹이시면 어떡하려고 그래요.”“그럼 몸이 아주 튼튼하다고 소문이라도 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발이라도 들고 싶은 것이냐? 지금 당장 몸단장하고 처소로 넘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지?”심서준이 한쪽 눈썹을 쓱 올리며 픽 웃었다.그 능청스러운 반박에 계연수는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말해, 심씨 노부인의 수발을 들고 싶지 않은 게 본심이었다. 하지만 대놓고 시어머니를 모시기 싫다고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녀는 입술만 달싹일 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계연수의 속내를 진작에 꿰뚫어 본 심서준은 은근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오후 내내 푹 자기나 하거라. 딴생각은 말고.”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계연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심서준이 가끔은 좀 무뚝뚝하고 속을 알 수 없어 까다롭긴 해도, 적어도 시댁 살이로 고생시키는 일만은 없을 것이라고.문득 차오르는 잔잔한 감동에 계연수는 넌지시 다정한 말을 건넸다.“날이 갈수록 더워지는데, 오늘 저녁에는 부군을 위해 더위를 쫓아줄 녹두탕을 끓여드릴게요.”심서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계연수가 그를 위해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낮에 그녀를 위해 찹쌀떡까지 챙겨오지 않았던가. 이 철부지 같은 여인이 아주 양심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나 보다.열린 창틀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비쳐
閱讀更多

제842화

심서준이 안방으로 돌아온 것은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방 안에는 시중드는 몸종 하나 없어 고요하기만 했다. 잠자리에 들지 않고 침상 가장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던 계연수는, 심서준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슬쩍 눈길만 한 번 줄 뿐이었다. 평소처럼 다가와 옷을 벗겨주기는커녕, 그대로 침상 안쪽으로 홱 돌아서 누워버렸다.심서준은 굳어버린 계연수의 뒷모습을 보다가 짐짓 다가갔다. 누워 있는 그녀의 얼굴을 살피려 몸을 숙인 순간, 계연수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심서준의 미간이 단박에 찌푸려졌다. 그는 서둘러 손을 뻗어 계연수의 턱을 살며시 쥐고는 제 쪽으로 돌려세우며 물었다.“왜 그러는 것이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계연수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미세하게 일렁였다. 그녀는 살짝 서운함이 서린 살구 같은 눈으로 심서준을 한 번 쏘아보더니, 이내 속눈썹을 내리깔았다.“제가 만든 녹두탕이 그렇게나 맛이 없던가요? 부군께서 그리 대놓고 싫은 티를 내실 만큼 말입니까?”심서준은 엄지손가락으로 계연수의 눈가를 살며시 훔쳐내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절로 힘이 빠졌다.“싫어한 적 없다.” “싫어하신 게 아니면 뭔데요?”계연수는 고개를 팩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부군께 한 그릇 대접하겠다고 오후 내내 부엌을 지켰습니다. 손이 이렇게 벌겋게 데도록 애썼는데, 정작 부군께서는 딱 한 입만 드시고 가버리시다니요! 결국 제가 만든 녹두탕이 입맛에 맞지 않으셨던 거잖아요.”심서준의 위세 앞에 이토록 서운함을 토로하며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계연수뿐이었다. 이미 마음이 무너져 내린 심서준은 그녀의 턱을 놓아주고는 다급하게 손을 붙잡았다.“어디 보자. 약은 바른 것이냐?”하지만 계연수는 호락호락 응해주지 않았다. 심서준이 손을 대지도 못하게 홱 빼내더니, 아예 이불 속으로 온몸을 푹 파묻고 등을 돌려버렸다.이불 너머로 잘게 들썩이는 계연수의 어깨를 바라보며, 심서준은 아까 서재로 가
閱讀更多

제843화

계연수는 승안후부를 찾기 전 미리 방문을 알리는 첩지를 보내 두었다. 그 덕분에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후부 사람들이 진작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이제 승안후부는 계연수에게도 제법 익숙한 곳이었다. 처음 한두 번 방문했을 때만 해도 몸가짐 하나하나를 조심하며 예의를 차렸지만, 이제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더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정당 안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화기애애한 기운이 가득했다. 소씨가 몸소 밖으로 나와 계연수를 맞아 들어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계연수는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보다 훨씬 생기 있고 아름다워져 있었다. 보드라운 뺨에는 혈색이 돌고, 온몸에서는 윤기가 흘렀다. 갈수록 고운 빛을 더해 가는 모습을 보니, 심씨 가문에서 얼마나 편안하고 귀하게 지내는지 묻지 않아도 알 만했다.대장공주 역시 계연수를 보자 몹시 반가워하며 연신 손짓해 곁으로 불렀다. 다른 여인들도 어제 마구장에서 계연수가 보여 준 활약을 앞다투어 이야기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순식간에 정당 안이 그녀를 추켜세우는 말로 가득 찼다.사실 계연수는 대장공주의 의녀라는 인연이 없더라도 그 곁에 앉을 만한 신분이었다. 한 집안의 후작부인인 데다, 조정에서 막강한 권세를 쥔 심서준의 부인이기도 했으니 말이다.지금의 경성에는 이름만 남은 세가가 적지 않았다. 명성만 들으면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조정에서 실권을 잃고 후손들마저 변변치 않으니 늙고 병든 노인처럼 서서히 쇠락해 가는 처지였다.하지만 심씨 가문은 달랐다.그 기세는 이제 막 장년의 절정에 오른 사내처럼 강건하고 왕성했다.쏟아지는 찬사 속에서 대장공주는 계연수의 손을 꼭 잡은 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사람의 마음을 절로 끄는 얼굴이었다. 병약해 보이는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고, 늘 곱게 뜬 살구꽃 같은 눈에는 온화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이런 모습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복을 타고난 상이었다.대장공주가 흐뭇한 얼굴로
閱讀更多

제844화

소씨는 그 말을 듣고 임풍의 웃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임풍은 예전부터 늘 저렇게 웃었다. 진가옥이 아무리 심술을 부리고 못살게 굴어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그저 웃으며 받아 주었다.그럴수록 소씨는 진가옥의 무딘 성정이 답답하기만 했다. 눈앞에서 한결같이 자신만 바라보는 사람은 보지 못한 채, 정작 제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사내에게 온 마음을 쏟고 있으니 말이다.이번 마구회에 나간 것도 최 세자가 구경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든 그의 눈에 띄어 보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솜씨를 뽐내기는커녕 뜻밖의 사고를 당해 망신만 사고 말았다.진가옥은 어제 처소로 돌아온 뒤에도 오후 내내 울면서, 이제는 창피해서 최 세자의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그런 때에 평소 만만하게 대하던 임풍이 찾아왔으니, 애꿎은 화풀이를 당하는 것도 당연했다.소씨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임풍은 미련이 남은 듯 닫힌 문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발길을 돌렸다.그때 방 안에서는 진철이 동생을 달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임풍은 좋은 뜻으로 너를 보러 왔는데, 어찌 그리 매정하게 쫓아내느냐?”곧이어 진가옥이 콧방귀를 뀌며 쏘아붙였다.“누가 와 달랬어요? 또 나를 비웃으러 왔겠지요.”진철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삼켰다. 제 동생이지만 어찌 이토록 눈치가 없을 수 있을까.임풍은 궁에서 근무하는 몸이었다. 진가옥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과 근무 순번까지 바꾸어 이곳에 왔는데, 고작 그녀를 비웃겠다고 그 수고를 했겠는가.게다가 어제 임풍은 말을 몰아 마구장 안으로 뛰어들어 진가옥을 구했다. 황제의 곁을 지키는 호위인 만큼 군율대로라면 임지를 함부로 벗어나서는 안 되었다. 만약 최 세자가 나서서 일을 덮어 주지 않았다면 군법에 따른 벌까지 받을 뻔했다.그런 사람을 두고 일부러 비웃으러 왔다고 하니, 진철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그가 다시 동생을 타이
閱讀更多

제845화

소씨는 계연수가 임풍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그제야 그에 얽힌 속사정을 세세하게 들려주기 시작했다.알고 보니 임풍은 예전 진가옥의 어머니 쪽 먼 친척 집 아이였다.어린 나이에 부모가 병으로 앓다 세상을 떠나자, 의지할 곳 없이 홀로 남겨진 그를 친척들은 마치 공차기하듯 서로에게 떠넘기며 아무도 거두려 하지 않았다.그 가련한 모습을 보다 못한 진가옥이 어머니에게 눈물로 간청한 끝에, 겨우 임풍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임풍이 들어온 후로 진가옥은 틈만 나면 그를 찾아가 동무 삼아 함께 어울려 놀았다.이를 눈여겨본 진씨 큰부인은 임풍의 됨됨이가 올곧고 충심이 깊다고 여겨, 그에게 무예를 익히게 했다. 훗날 진가옥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줄 호위로 키울 생각이었던 것이다.임풍은 참으로 지독하리만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견한 아이였다. 온갖 고생을 견디며 무예를 닦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당할 자가 없는 뛰어난 신수를 갖추고 있었고, 이내 승안후부의 호위 우두머리 자리까지 꿰찼다.그 후 임풍은 심씨 대감에게 자신의 포부와 뜻을 진중하게 고한 뒤 무과에 응시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단번에 무과 장원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어냈다.젊은 나이에 벌써 황실을 호위하는 우림위 천호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의 앞날이 탄탄대로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하지만 무엇보다 귀한 점은 임풍이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출세 가도를 달리는 중에도 그는 가문의 은덕을 잊지 않고 자주 찾아와 문안을 올렸으며, 승안후부 사람들을 향한 공경과 예의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소씨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계연수는 임풍이 참으로 심성이 바르고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남녀 사이의 혼사라는 것은 제삼자가 함부로 입을 댈 수 없는 미묘한 노릇인 데다, 자신이 섣불리 참견할 일도 아니었기에 그저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렇게 깊은 대화를 나누고 처소로 돌아온 지 몇 날이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의덕거는 한겨울 서리발처럼 차갑고 무거운 침묵 속에
閱讀更多

제846화

심정우는 넋이 나간 얼굴로 심서준을 바라보았다.“오숙부, 헌데 저는 정혼자가 없습니다.”심서준이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그럼 지금 정하면 된다.”“저는 이 꽃다운 나이에 벌써 장가들고 싶지 않습니다…”심정우가 눈을 휘둥그레 뜨자, 심서준은 태연히 받아쳤다.“태후마마의 의지가 내려오면 그보다 더 빨리 혼례를 치르게 될 것이다.”심정우는 제 손이라도 잘라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남의 일에 나섰단 말인가. 그때 모른 척 돌아서기만 했어도 기껏해야 몇 마디 손가락질을 받는 데 그쳤을 텐데, 괜히 끼어드는 바람에 이토록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말았다.그때 심태숙이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헌데 태후마마께서 어느 집안과 정혼했느냐고 물으시면, 그때는 뭐라고 답할 것이냐?”심서준은 여전히 담담했다.“정우가 최근 공을 세웠으니 혼담을 넣으려는 집안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넷째 형수님께서 그중 마음에 드는 집안을 고르시면 됩니다.”심씨 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심씨 가문은 무슨 일이 있어도 태후 측 사람들과 얽혀서는 안 되었다. 심서준이 영청 후작부 일가를 샅샅이 조사한 탓에 이미 양쪽은 돌이킬 수 없는 원한을 진 사이였다. 그런 마당에 혼맥까지 얽혔다가는 또 무슨 화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마음을 정한 심씨 노부인이 백씨에게 물었다.“마음에 둔 규수가 있느냐?”백씨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두 사람 정도 눈여겨본 규수가 있습니다. 다만 저쪽의 의향은 아직 알 수 없으니, 오늘 밤 서신을 보내 답을 받아 보아야 합니다.”“아직 밤이 깊지 않았으니 서두르면 늦지 않을 게다.”심씨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재차 당부했다.“아무리 급히 정하는 혼사라 해도 신중히 골라야 한다. 사리를 분별할 줄 알고, 성정이 온순한 규수로 찾아보거라. 혼인은 한평생이 걸린 중대사다. 네가 정우의 어머니라 해도, 사람을 정한 뒤에는 반드시 정우와 태숙의
閱讀更多

제847화

백씨는 멍하니 심씨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며 눈시울마저 시큰해졌다.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 동안 노부인은 집안일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을지언정, 자신을 박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신뿐 아니라 그들 일가의 자식들에게도 늘 한결같이 따뜻했다. 그 마음이 새삼 가슴에 와닿은 백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황급히 대답한 뒤 방을 나섰다.반면 심태숙은 노부인에게까지 심려를 끼쳤다는 생각에 몹시 송구스러워했다.“어머니께서까지 마음 쓰실 일이 아닙니다. 정우의 혼사는 그 아이가 싫다고 거스를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저희 부부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저희가 설마 자식에게 해가 될 혼처를 정하겠습니까.”심씨 노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들을 바라보았다.“정우는 내가 어려서부터 지켜본 아이다. 그토록 쾌활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혼사인데, 내가 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느냐?”이어 노부인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더구나 마음에도 없는 여인을 부인으로 맞아 무엇 하겠느냐. 정우도 마음에 들어야 혼인한 뒤에 잘 살아갈 것 아니냐. 너는 아직도 그 이치를 모르겠느냐? 내가 네 혼처를 정할 때도 먼저 네 마음을 묻지 않았더냐. 그 시절 너와 혼인하고 싶어 하는 집안이 그토록 많았는데도, 네가 첫눈에 백씨를 마음에 들어 했지. 설마 벌써 잊은 게냐?”심태숙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더는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황급히 알겠다고 답했다.그날 밤 곁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계연수는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조금 전 눈시울을 붉힌 채 방을 나가던 심정우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다.심서준과 함께 처소로 돌아가던 계연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다른 방도는 없는 겁니까?”심서준은 계연수를 곁눈질하며 담담히 대답했다.“황권은 어디까지나 황권이다. 이치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우리로서도 달리 손쓸 방도가 없지.”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차갑게 덧붙였다.“더구나 태후마마께서는 이미 마음을 굳
閱讀更多

제848화

백씨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어머님, 염려 마십시오. 저도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처소로 돌아온 계연수는 곧바로 각 장원에서 올라온 근래의 장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든 장원이 새로 정한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었다. 계연수는 처음부터 직접 장부와 실무를 꼼꼼히 챙기며 기강을 단단히 잡았다. 그래야 아랫사람들도 그녀가 호락호락 속아 넘어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테니까.어느덧 날이 저물 무렵이었다. 창고에서 장부 대조를 마치고 돌아오던 계연수는 호숫가를 지나다가, 물가에 앉아 하염없이 돌멩이를 던지는 심정우를 발견했다.계연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다가갔다.“어쩐 일로 여기 있는 것이냐?”익숙한 목소리에 심정우의 손이 멈칫했다. 그러나 그는 짤막하게 대답만 했을 뿐, 고개를 돌려 계연수를 바라보지는 않았다.늘 밝고 활달하던 심정우가 이처럼 홀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계연수는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려던 순간, 심정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계연수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낮게 말했다.“오숙모,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계연수가 미처 대꾸할 틈도 없이 심정우는 성큼성큼 멀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그의 뒷모습만 아득히 남아 있었다.참으로 걸음도 빠른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곁에 있던 용춘도 멀어지는 심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큰부인께서는 이씨 넷째 아가씨가 성정이 좋다고 하셨지만, 저는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계연수는 용춘이 무엇을 떠올렸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예전에 심씨 부저에서 열린 시회에서 이수옥이 고하운을 매섭게 몰아세웠던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계연수 역시 이수옥에게 좋은 인상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지난번 황후마마의 상화연에서 심씨 부저 시회 때의 일이 세간에 퍼졌던 것도 이수옥의 입에
閱讀更多

제849화

심서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계연수는 참지 못하고 재차 물었다.“부군, 어찌하여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까?”마침 생선탕을 먹고 있던 심서준이 숟가락을 든 채 되물었다.“아이를 갖고 싶은 것이냐?”계연수는 순간 멈칫했다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닙니다.”그러나 심서준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네가 원한다면 오늘 밤 내가 좀 더 힘쓰면 될 일이다.”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계연수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더는 심서준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먼저 씻고 단장하겠다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그로부터 이삼 일이 흘렀다.계연수는 심씨 노부인께 문안을 드리러 갔다가 백씨의 안색이 유난히 초췌한 것을 발견했다. 심씨 노부인도 이를 알아차리고 두어 번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백씨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둘러댈 뿐이었다.계연수 역시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어젯밤 고씨 노부인에게서 서신이 왔는데, 고하운이 영국공부의 둘째 도련님과 정혼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이번 혼사는 큰외숙모 장씨가 고씨 노부인에게 숨긴 채 독단적으로 영국공부와 정한 것이었다. 양가의 혼약이 성립된 뒤에야 이를 알게 된 고씨 노부인은 노발대발했다고 했다.영국공부가 아무 까닭 없이 고하운을 며느리로 들이려 할 리 없었다. 누가 보아도 불순한 속셈이 엿보이는 혼사였으나, 정작 장씨만은 그 안에 도사린 위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심씨 노부인의 처소를 나온 계연수는 돌아가자마자 외할머니께 답장을 쓸 생각이었다.직접 고씨 부저를 찾아가 큰외숙모와 실랑이를 벌일 마음은 없었다. 대신 자신의 뜻만큼은 서신에 분명히 적어 보낼 작정이었다.고하운이 영국공부로 시집가는 일에는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훗날 고하운이 그곳에서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자신은 결코 나서지 않을 테니, 그 뜻을 큰외숙모에게도 똑똑히 전해 달라고 말이다.돌아가는 길, 계연수는 잠시 호심정에 앉아 쉬었다. 그런데 얼
閱讀更多

제850화

계연수가 넌지시 물었다.“입궁하기 전에 정우에게 정혼 상대가 누구인지 말씀해 주지 않으셨답니까?”최씨는 고개를 저었다.“그날 아침에는 워낙 급히 입궁하느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셋째 도련님께서 이씨 넷째 아가씨를 이토록 싫어하실 줄은 아무도 몰랐고요.”계연수는 말없이 호수로 시선을 돌렸다. 수면 위에는 가느다란 버들가지가 하늘거렸고, 맑고 푸른 물결이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다. 한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던 그녀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혼례는 언제로 정해졌습니까?”“처음에는 올해 십일월로 정했습니다. 헌데 셋째 도련님께서 저렇게 반발하시니, 어머님께서 내년 삼월로 미루셨습니다.”최씨는 목소리를 더욱 낮추어 덧붙였다.“셋째 도련님께서 마음을 돌리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씨 넷째 아가씨라면 바깥에 알려진 재명도 높고, 집안도 좋고, 용모까지 빼어나지 않습니까. 도대체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지…”계연수는 아무런 대답도, 더 이상의 질문도 않았다.그때 마침 방 어멈이 다가와 심서준 소유의 점포를 관리하는 관사들이 장부를 올리러 왔다고 알렸다. 계연수는 최씨와 이야기를 마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날 올라온 장부는 그 양이 실로 만만치 않았다. 하나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오후가 다 지나갈 정도였다. 미처 세세하게 대조하지 못한 계연수는 우선 장부를 모두 받아 두고, 이삼 일에 걸쳐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었다.방 안에는 얼음을 놓아 더위를 식혔고, 계연수는 가볍고 얇은 비단옷 차림으로 귀비탑에 비스듬히 기대어 천천히 장부를 넘겼다.사실 심서준이 골라 둔 관사들은 하나같이 손이 덜 가는 사람들이었다. 장부는 일목요연했고, 보고를 올릴 때도 앞뒤가 분명해 딱히 흠잡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문제라면 장부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뿐이었다.계연수도 이쯤에서 조금 손을 놓아도 별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림을 넘겨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관
閱讀更多
上一章
1
...
8384858687
...
90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