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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Author: 경옥
심서준이 내리누르는 손길에 계연수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손 좀 치워달라고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달콤한 참외 한 조각이 쏙 밀려 들어와 말문을 막아버렸다.

그사이 심서준은 밖에 대기하고 있던 방 어멈을 불러, 심씨 노부인께 전갈을 보내라 일렀다. 계연수가 방금 마구를 마치고 돌아와 피곤해하니, 오늘은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문안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달콤한 과즙을 삼킨 계연수가 고개를 돌려 심서준을 흘겨보았다.

“부군께서는 툭하면 제가 몸이 안 좋다느니, 무리하면 안 된다느니 하시잖아요. 그러다 어머님께서 또 제 몸이 허해진 줄 아시고 보약이라도 지어 먹이시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그럼 몸이 아주 튼튼하다고 소문이라도 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발이라도 들고 싶은 것이냐? 지금 당장 몸단장하고 처소로 넘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지?”

심서준이 한쪽 눈썹을 쓱 올리며 픽 웃었다.

그 능청스러운 반박에 계연수는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말해, 심씨 노부인의 수발을 들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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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078화

    계연수는 백씨와 겉치레로 말을 주고받을 생각이 없었다.기쁘다니.백씨가 진심으로 기뻐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백씨가 이토록 다급하게 돌아온 것도 심서준의 귀환이 임박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터였다. 분가할 때 자신이 자리를 비워 손해를 볼까 두려운 것이 아니겠는가.탐욕스러운 사람은 아주 작은 손해조차 견디지 못하는 법이었다.계연수는 옅게 웃으며 물었다.“형수님께서는 장원에서 어떻게 제 복을 빌어 주셨습니까?”백씨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그저 예의상 꺼낸 말이었는데 계연수가 정말로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백씨가 뭐라고 대답할지 궁리하는 사이, 계연수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형수님, 가족끼리 굳이 겉치레로 말할 필요는 없지요. 형수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어찌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입으로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백씨의 얼굴빛이 몇 차례나 변했다.자신은 계연수보다 어른이었다. 그런데 계연수에게 처신하는 법을 훈계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집안을 다스린 사람은 계연수였다.고작 석 달 남짓이었고 머지않아 분가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연수가 이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법도에 어긋나는 말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 있자니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그러나 겉으로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동서 말이 옳구나.”백씨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대청에는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심씨 노부인은 백씨와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일찌감치 작은 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맞은편 큰방에서는 큰형수와 둘째 형수만 찾아왔다. 두 사람은 백씨에게 다가가지 않고, 다른 조카며느리들과 함께 계연수의 곁에 모여 출산 경험을 들려주었다.계연수가 다음 달이면 아이들을 낳을 예정이었기에 긴장하지 말라고 달래고, 해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세세히 알려 주었다.조카며느리들은 이 기회에 손수 만든 아기용품도

  • 주문춘귀   제1077화

    계연수는 입술 끝을 살짝 당기며 쓴웃음을 지었다.이토록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에 앉아 있으면서도, 심서준을 향한 걱정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졌음에도 정작 그를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그저 속으로 애태우는 수밖에 없었다.막다른 길에 내몰린 사람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말까지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계연수가 돌아가려 하자 황후는 그녀가 배를 받치고 걷는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정 이 일을 말하고 싶었다면 굳이 직접 올 필요가 있었느냐? 서신만 궁으로 보내도 내가 폐하께 말씀드렸을 것이다.”계연수가 대답했다.“그래도 황후마마께 직접 말씀드려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 것 같았습니다.”황후가 한숨을 내쉬었다.“네 심정은 나도 안다. 요즘은 방 안에서 편히 지내며 기다리거라. 소식이 들어오는 즉시 네게 전해 주마.”그제야 계연수는 심씨 저택으로 돌아갔다.하루 뒤, 황후가 보낸 서신이 도착했다.황제도 이 일을 염려하여 금의군을 평부진으로 급파하기로 했으며, 이튿날 바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황제는 특별히 심정우도 동행하게 했다. 심씨 집안사람을 함께 보내 가족들의 불안을 덜어 주려는 뜻이었다.계연수는 서신을 손에 쥔 채 창가에 앉아 오랫동안 넋을 잃었다.그날 오후가 되자 심정우는 정말로 부저로 돌아왔다.심씨 노부인이 심정우에게 거듭 당부했다.“소식을 알아내면 서둘러 전갈부터 보내야 한다. 알겠느냐?”심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즘 날씨가 쌀쌀한 데다 변방은 본래도 몹시 춥습니다. 길을 오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듣자니 그곳에는 벌써 눈까지 내렸다더군요. 평소라면 열흘이면 갈 길도 지금은 이십 일이나 걸릴 수 있습니다. 오숙부께서도 눈 때문에 발이 묶여 귀환이 늦어지신 듯합니다. 제가 바로 가서 모시고 오겠습니다.”심정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북쪽 변방은 본래 추위가 혹독한 데다 겨울도 길었다. 악천후 때문에 길이 지체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계연수가 고개

  • 주문춘귀   제1076화

    그렇게 다시 나흘에서 닷새가 흘렀지만, 먼저 보낸 호위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심서준의 서신도 오지 않았다.한담을 나누던 중 둘째 형수도 그 일을 물었다.계연수에게 아무런 서신도 받지 못했다는 대답을 듣자 그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입술을 달싹이면서도 끝내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심서준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위로했다.계연수도 심서준이 반드시 돌아오리라 믿었다.떠나기 전,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계연수는 언제나 심서준의 말을 믿었다.그러나 만일에 대비해 호위 두 명을 다시 보내기로 했다. 소식만 알아내면 곧장 돌아오되, 경성에서 왔다는 사실도, 누구를 찾는지도 밝히지 말라고 명했다. 옷차림 역시 평범한 백성처럼 꾸미게 했다.계연수는 일부러 타지 출신의 호위들을 골랐다. 두 사람이 고향 사투리로 말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마음을 놓았다.“절대로 심씨 가문에서 왔다고 해서는 안 된다. 타지에서 친척을 찾으러 왔다고만 하거라.”계연수의 마음속에는 이미 희미한 의심이 싹트고 있었으나, 차마 그쪽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심서준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다.군향을 조사하는 일은 본래 몹시 위험했다.아무리 심서준이라 해도 타인의 세력권에 들어간 처지였다. 평부진 총병이 정말로 악심을 품었다면, 그조차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터였다.다음 날 계연수는 다시 궁에 들어갔다.심서준은 아직 평부진에 머물고 있거나, 귀환길에 무슨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평부진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면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면 어찌한단 말인가.계연수는 자신이 품은 걱정을 황후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황제에게 청해 금의군을 보내고, 평부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황후는 근심이 가득한 계연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선주부는 워낙 멀어 왕복에만 한 달이 걸린다. 폐하께서 서준이에게 붙여 준 이들도 모두 정

  • 주문춘귀   제1075화

    모든 지시를 마친 계연수는 몸을 돌렸다.세월이 참으로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또 한 해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었다.유모를 구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지원자가 찾아왔다.계연수는 오후에 그 여인을 직접 만나 보았다.나이가 무척 젊었고 피부도 희고 깨끗했다. 인상 또한 단정하고 말끔하여 계연수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곁에 있던 어멈에게 여인의 나이와 호적, 가족 관계, 낳은 아이의 월령 등을 빠짐없이 적어 두라고 했다. 기록을 남겨야 나중에 사람을 보내 신원과 행적을 자세히 조사할 수 있었다.그때 방 어멈이 계연수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부인, 이 여인은 안 됩니다.”계연수가 물었다.“무엇이 문제인가?”방 어멈은 우선 그 여인을 밖으로 물린 뒤 설명했다.“유모는 지나치게 젊은 사람을 고르시면 안 됩니다. 젊으면 공연히 다른 마음을 품기 쉽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은 자존심도 강한 법이지요.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여기다가 나중에 엉뚱한 분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계연수는 심서준이 본래 여인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임을 떠올렸다.생각해 보니 방 어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결국 계연수는 어멈에게 명단에서 그 여인의 이름을 지우라고 했다.그 뒤 나흘에서 닷새 동안 계연수는 유모를 고르는 일로 바쁘게 지냈다.물론 실질적인 일은 대부분 방 어멈이 처리했다. 계연수는 방 어멈이 후보를 추리고 나면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 보는 정도였다.심씨 저택에서 제시한 보수는 상당히 후했다.심씨 저택의 유모로 들어오는 것은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든 차지하고 싶어 하는 자리였다. 훗날 어린 세자의 유모가 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명예로운 일이기도 했다.방 어멈도 과거에는 심서준의 유모였다. 지금까지 심씨 저택에서 상당한 존중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계연수는 유모를 선발하는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았다. 이 방면에서는 방 어멈이 자신보다 훨씬 경험이 많았으니 말이다.마침내 방 어멈이 최종 후보들

  • 주문춘귀   제1074화

    예전에는 심서준에게서 서신이 올 때마다 계연수가 빠짐없이 심씨 노부인에게 알려 주었다. 아들을 걱정하는 노부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놓이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이제 심씨 노부인은 계연수의 모습만 보이면 가장 먼저 심서준의 서신이 왔는지부터 물었다.계연수가 고개를 저었다.“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심씨 노부인은 등 뒤의 베개에 몸을 기댔다. 얼굴과 기색은 전보다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오랫동안 말이 없던 노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어쩌면 이미 돌아오는 길에 올랐는지도 모르지.”사실 계연수가 불안해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심서준이 귀환길에 올랐다면 응당 누군가가 먼저 경성으로 달려와 소식을 전했을 터였다. 그런데 아직 아무런 전갈도 없었다.혹시 돌아오는 길에 무슨 변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하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계연수 자신조차 감히 그쪽으로 생각을 이어 가지 못했다.평부진은 경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소식이 오가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계연수는 가슴속의 불안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머지않아 돌아올 겁니다. 요즘 날씨도 추운데 어머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우선 몸부터 잘 돌보세요.”병상 곁을 지키는 계연수의 다정하고 살뜰한 모습을 바라보던 심씨 노부인은 감회가 깊어졌다.노부인은 늙고 마른 손으로 계연수의 손을 꼭 잡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집안도 조용해졌구나. 네가 아이들을 낳으면 저택이 다시 활기를 되찾겠지. 올해 새해는 참으로 시끌벅적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겠구나.”계연수도 미소 지었다.“그러겠네요.”심씨 노부인은 계연수의 손을 토닥였다.“이제부터 유모를 구해 두어야 한다. 아이들이 먹을 젖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넉넉하게 찾아야 하고. 대사께서 쌍둥이라고 하셨으니, 아무리 적어도 네 명은 구해야 한다. 그리고 집안 내력이 깨끗하고 숨겨진 병도 없는 사람이어야 해. 미룰 일이 아니니 지금부터 서둘러 알아보거라.”계연수가 대답했다.“어머님께서는 걱정하지 마

  • 주문춘귀   제1073화

    사실 계연수는 어느 처소에 어떤 옷감을 배정할지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배가 나날이 무거워지는 데다 해산 예정일도 십이월이었다.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챙길 기력이 없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장부를 곁에 있던 최씨에게 건넸다.“네가 살펴보거라. 넷째 아가씨가 내년 봄에 계례를 올린다고 들었다. 화사한 옷 두 벌을 새로 지어야 하니, 어떻게 준비할지는 네가 알아서 정하거라.”최씨는 장부를 받아 들며 대답했다.“이런 자질구레한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숙모님.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계연수도 최씨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일을 하나씩 배정한 뒤, 계연수는 최씨와 함께 병문안을 위해 심씨 노부인의 처소로 향했다.두 사람은 긴 회랑 아래를 걸었다.바깥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빗방울이 회랑 안으로 흩날려 몸에 닿았고, 발밑의 바닥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최씨는 계연수를 회랑 안쪽으로 걷게 했다.“숙모님은 이제 한 달 남짓 지나면 해산하셔야 하잖아요. 절대로 찬바람을 맞으시면 안 돼요.”계연수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심서준이 사람을 시켜 특별히 만들어 준 망토라, 몸에 걸치고 있으면 추위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최씨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임을 알기에 계연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백씨가 저택을 떠나 있는 동안 집안은 한결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식구들 사이도 전보다 훨씬 원만해졌고, 최씨의 얼굴에도 차츰 웃음이 늘어났다.계연수가 말했다.“요즘 네가 고생이 많구나.”최씨는 황급히 대답했다.“그런 말씀 마세요, 숙모님. 지금은 숙모님께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시니 제가 일을 나누어 맡는 것이 당연하지요.”말을 마친 최씨는 눈을 내리깔고 나직이 덧붙였다.“사실 저는 요즘의 생활이 참 좋습니다. 할 일이 생겼으니 더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고, 부군께서 오늘 밤 제 처소에 오실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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