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말랑한 분홍빛 입술이 닿는 순간, 심서준은 이미 깊게 숨을 들이켰다. 하물며 귓가를 간질이는 계연수의 유혹 어린 말까지 더해졌으니 더는 버틸 도리가 없었다.평소 누구보다 절제에 능한 심서준이었지만, 지금 눈앞의 요염한 계연수 앞에서는 그 절제마저 힘을 잃었다. 그는 그녀의 등을 감싸 뒤로 물러나지 못하게 붙들고, 턱을 살며시 들어 올린 뒤 그대로 입을 맞췄다.입맞춤은 거칠 만큼 깊고 진했다. 계연수가 숨이 가빠질 정도가 되어서야 심서준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이냐?”계연수는 심서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담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의 옷깃을 꼭 움켜쥔 손끝에 힘이 들어갔고, 촉촉하게 빛나는 눈동자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매혹이 어린 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 심서준의 마음은 완전히 흔들렸다.정신마저 그녀에게 사로잡힌 그는 계연수를 품에 안은 채 천천히 나한탑 쪽으로 밀어붙였다. 가운데 놓여 있던 작은 탁자는 한쪽으로 밀려났고, 언제나 다정한 순간에도 어딘가 서늘함을 품고 있던 그의 눈동자에는 이제 애틋한 정과 사랑이 조금도 숨김없이 드러났다.그는 손가락을 계연수의 느슨하게 풀어진 검은 머리칼 사이로 스며들게 하며 나직하고도 매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이것만으로도 아직 부족하단 말이냐? 또 뭘 더 갖고 싶은 것이냐?”계연수는 멍하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늘 차갑던 눈동자를 덮고 있던 장막이 걷히자, 그 안에 담긴 깊은 애정이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가슴이 쿵 내려앉을 만큼 강렬한 감정이 그녀를 뒤흔들었다.계연수는 두 팔로 심서준의 목을 감싸 안고, 응석 부리듯 부드럽게 속삭였다.“부군께서 주시는 거라면… 전 뭐든 다 받을래요.”그 한마디에 심서준은 자신의 심장이라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줄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내주었다.마음도, 사랑도, 재산도, 스스로 자부하던 고고함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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