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준의 물음에 계연수는 잠시 얼떨떨해졌다. 그녀는 무승부라면 내기도 자연히 없던 일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심서준의 말투를 들어 보니, 아까 정한 벌칙은 여전히 유효한 듯했다.계연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심서준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너를 이겨야 내 승리인데, 비겼다는 건 결국 내가 이기지 못했다는 뜻이지.”짤막한 한마디였지만, 계연수는 그 속에 담긴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가 이기지 못했다면, 결국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렇다면 진 사람이 받아야 할 벌은…계연수는 뺨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넋을 잃은 채 심서준을 바라보았다. 눈이 가려진 심서준이 도살을 기다리는 어린 양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녀가 마음대로 하도록 몸을 내맡기는 모습은 아무리 애써도 상상되지 않았다.그녀는 제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마저 낯설게 느껴졌다.“꼭… 꼭 지켜야 하나요?”심서준의 맑고 준수한 눈매가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계연수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물론 그는 그녀를 놀리려는 것뿐이었다. 자신은 정말로 그래도 좋았지만, 계연수라면 틀림없이 부끄러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더욱이 계연수는 지금 아이를 품고 있었다. 회임한 뒤로 갸름하던 얼굴에도 살이 올라 한결 둥글고 윤택해진 데다, 성정마저 순하고 얌전했다. 설령 마음껏 자신을 다루도록 내버려 둔다 한들, 그녀가 무슨 대단한 짓을 벌일 수 있겠는가.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이 혼인한 지도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함께할 날은 길고도 길었다.그는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나와 한 내기가 그렇게 쉽게 없던 일이 되어도 되는 것이냐?”스스로 묶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계연수도 난생처음이었다. 심서준이 아무리 기꺼이 응한다 해도, 정작 그녀는 차마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계연수는 조심스레 타협을 시도했다.“그냥 벌을 주지 않으면 안 됩니까?”심서준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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